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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일반산

산행기 - 해남 달마산 (2025.3.8)

by 청려장 2025. 3. 9.

o 일시: 2025.3.8(土) 11:01~15:13
o 날씨: 흐림, 8℃ ~ 10℃ 

o 동행: 대전한마음토요산악회 45명

o 산행 계획 (코스/거리/시간) :

   A코스: 미황사-미황사-불썬봉-문바우재-대밭삼거리-떡봉-도솔암-도솔봉-마봉리약수터 [9.5km/4시간30분]

   B코스: 미황사-미황사-불썬봉-문바우재-대밭삼거리-부도전-미황사 [4km/2시간30분]

 

o intro..

 

비가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씨가 예보되기에 

렘블러를 통해 입수한 선답자의 궤적을 참조하여 A- 코스를 구상해본다.

달마산 정상에 오른 뒤 문바우재 부근에서 하산하여 달마고도를 따라 트레킹..

이후 도솔암으로 다시 올라 도솔봉을 거쳐 하산하는 코스다.

 

거친 암릉길을 우회한 뒤 달마고도를 호젓하게 걷고 싶은 맘이 컸다. 

혼돈스러운 요즘

달마의 길을 도 닦듯이 걷다보면 헤아려지고 비워지고 받아들여지려나 싶다.

산행코스 - A-코스

 

o 산행 메모

 

오전 11시01분, 해남 미황사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곧이어 미황사 일주문에 이른다.

 

일주문에는 눈길을 끄는 편액이 걸려있다.

편액의 서체에 한자와 그림이 섞여 있는 것이 독특하다. 

꽃과 나무가 있는 山.. 그 속을 걷고 있는 동자승을 상상하며.. 빙구같이 웃어본다.

 

일주문을 지나니 108계단이 나온다.

마음을 버리며 오르는 계단이라 한다.

버려야 할 것이 늘어나는 요즘.. 깔끔히 비워내려면 108계단으론 부족할 듯 싶다.

 

천왕문을 지나 절집 계단을 다시 오르면 자하루 왼편에 달마대사가 서 계신다. 

중국 소림사에서 면벽수련하여 깨달음을 얻어 선종(禪宗)의 초조가 되신 분이다.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은 잠을 몰아내기 위해 눈썹을 잘라내었기 때문이라 한다. ㅠㅠ

 

달마께서 설파한 네 가지 깨달음 수행을 음미해본다.

첫째 번뇌는 모두 과거 업보이니 남 원망하지 않는다.

둘째 즐거움이나 괴로움은 인연에 따라 생멸하니 동요하지 않고 순응한다.

셋째 탐욕과 집착을 버린다.

넷째 청정한 성품을 갈고 닦는다.

 

원망하지 않고 집착을 버리고 순응하는 것을

오늘의 산중 화두로 세워본다.

 

오전 11시09분, 자하루(紫霞樓)를 지난다.

자하루는 직역하면 '보랏빛 노을 누각'으로, '신선이 사는 궁전'을 뜻한다고 한다.

저 누각에 오르면 일년 내내 진도 바다의 일몰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대웅보전은 해체보수 및 보존복원 중이다.

천일의 휴식이라 쓰여 있는 걸 보니 3년 이상이 소요되는 모양이다.

 

미황사 답사를 마치고..

다시 자하문을 거쳐 천왕문 부근 산행 들머리로 이동..

오전 11시14분,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들머리

 

조금 걷다보면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은 두륜산 대흥사로 향하는 길이고, 우측이 불썬봉 가는 길이다. 

 

오전 11시25분, 두 번째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 편은 불썬봉을 우회하는 달마고도 길이고, 왼편이 불썬봉으로 가는 길이다.

 

완만하게 이어지던 등로는

바위 무더기가 출현하면서 가파라진다.

 

오전 11시47분, 달마산 정상인 불썬봉에 오른다.

'불썬'은 예전 이곳에 설치된 봉수대 때문에 '불 피우던 곳'이라 부르다 변형된 이름이라 한다.

인근 완도 숙승봉 봉수대와 불꽃 신호를 교신을 했었다고 한다. 

달마산 불썬봉

 

날이 흐려서 아쉽지만 근거리라도 조망은 일품이다.

북쪽으로 두륜산 가련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동쪽으로 완도가 한가득 눈에 들어오고..

 

남쪽으로 달마산 주능선이 연포산 도솔봉까지 이어지며..

 

서쪽으로 해남 가공산, 송지면의 어란진 포구가 시야에 들어온다.

 

오전 11시49분, 정상 주변으로 몰려드는 산객을 피하여..

능선쪽으로 향한다.

 

등로는 기골장대한 암봉을 비켜가느라 비탈지고 까탈스럽다.

 

그 즈음 주능선 왼편으로 바라보이는 섬들..

백일도와 흑일도 너머로 보길도도 등장한다.

유배지를 휴양지로 만들어버린 윤선도. 문득 유배 당하고 싶단 생각을 해본다.

 

조금 더 전진하다 되돌아보니..

완도대교 너머 먼 하늘 아래 장흥 천관산이 어렴픗 하늘금을 긋고 있다.

 

곧이어 사자머리를 하고 있는 거대 암봉을 지나고..

 

철계단을 내려가다 땅바닥에 떨어진 메마른 열매를 집어든다. 팥배나무 열매다. 

무척 매혹스럽게 빨갛게 익는 열매인데.. 날씨와 시간이 말라비틀어 놓았다.

부지불식중에 감정이입을 하게 만든다.ㅠㅠ

팥배나무

 

장수같은 거대바위 아래를 지나면

 

문바위삼거리가 나온다. (오후 12시04분)

 

그 위를 잠시 오르면..

바위 동굴이 나온다.

 

비좁고 어두운 동굴을 지나 광명을 맞는다. 

어두움 저편의 눈부신 광명 같지 않게
필자의 깨달음은 자연스럽게 스며들길 바래본다.

 

이후 돌무더기 사이로 이어지는 등로를 넘어서니..

 

괴암이 나타난다.

불기둥으로 치장한 거대 왕관처럼 보인다.

왕관바위와 신하바위

 

왕관바위 옆에 신하처럼 서 있는 바위.. 

그 위에 간신히 타고 올라가.. 홀로 걷는 자의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신하바위

 

신하바위 위에서의 조망..

우측으로 해남 송지면에 속하는 어불도와 어란진이 보인다.

어란진은 명랑해전의 전초전이 벌어졌던 곳이고, 어불도(於佛島)는 부처의 형상을 닮아서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그 우측으로 가공산이 보인다.

가공산이 발끝을 담그고 있는 군곡저수지 부근에서 패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송평항이 감싸고 있는 벽포만에서 신라시대 해상무역이 활발했었음을 추정하고 있다 한다.

 

신하바위에서 내려와 

맞은 편 암봉 아래 바위 무더기 위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 

꿀떡이 목메인 입속으로 꿀떡꿀덕 넘어간다.

 

식사를 마치고 
삼거리(미황사 갈림길)로 되돌아와서 두 장의 표식지를 깐다.

능선방향(도솔봉방향)엔 'A코스', 미황사방향(달마고도 방향)엔 'A-코스, B코스'라 표시해준다.

필자는 A-코스로 진행하기 위해 미황사 방향으로 내려간다. (오후 12시35분)

미황사 갈림길

오후 12시42분, 달마고도를 만난다.

미황사로부터 130미터 지나온 곳이다.

 

다시 표식지 두 장을 깐다.

왼쪽은 'A-코스', 오른쪽은 'B코스'라 표시해준 뒤..

 

A-코스인 달마고도를 걷는다.

 

곧이어 세멘트 포장도로를 벗어나 흙길이 시작된다.

발걸음이 안락해지니 마음은 다시 요동친다. 왜지? 뭐지? 어쩌지?

 

오후 12시59분, 부도전을 만난다.

부도전 너머로 하늘을 달려가는 달마산 암릉. 위세가 쩐다.

화살표시 해놓은 곳이 좀 전에 점심식사후 하산하던 지점일 것이다.
화살표 옆으로 뾰죽 튀어나온 두 굴곡이 신하바위와 왕관바위인 듯 싶다. 

 

부도전은 조선 숙종 때 조성되었고, 탑비 32기가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대흥사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이며..

부도 계단부에 새겨진 물고기, 거북이, 게 등의 다양한 동물문양이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라 한다.

 

이후 이어지는 상록수림..

가시미가 저리도록 아름답다.

 

달마고도 표석. 거리표시 위에 그려진 거북이는..

미황사 대웅전 주춧돌에 새겨진 거북이를 따온 것 같다.

거북이 그림은 해상으로 인도에서 불법이 직접 전해왔음을 추정하는데 중요하게 이용되는 증표라고 한다.

 

도중에 만난 눈길을 끄는 나무. 

수피가 범상치 않아 호기심이 강하게 발동하기에 자료를 찾아보니 '육박나무'라 한다.

녹나무과의 상록교목으로 남해도서 및 제주에 분포하며,

수피가 육각으로 벗겨기기 때문에 '육박'이란 이름이 붙여졌는데..

얼룩무늬 군복이 연상되어 해병대나무 또는 국방부나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육박나무

다양한 수종이 건강하게 자라는 이 숲은

극상림으로 분류되도 손색이 없을 듯 싶다.

 

나뭇가지에 걸린 이름표를 보며 잊혀져간 학습의 기억을 되살려본다.

목마른 갈증을 채우듯 기억을 마시다보니..

혼돈스럽던 머릿속에 가르마가 타진다. 

 

소태나무.

어린 잎, 줄기를 씹어보곤 "에~ 퉤퉤"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무~~~쟈게 짠 나무다.

오후 1시23분, 중암너덜을 만난다.

너덜겅은 단순 풍화가 아닌 화산 활동이나 빙하 활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다.

 

중암너덜을 지나고..

 

문득 시선을 멈추게 하는 나무..

 

표정이 참으로 고약하다 싶은데..

필자의 심보를 닮은 듯 싶어 피시식 웃게 만든다.

심술보 나무

그 부근에서 화산형님을 만나고.. 

이어지는 삼나무 숲을 함께 걷다가..

 

춘란(보춘화)을 만난다.

땅속에서 올라온 두 촉의 꽃 대. 곧 단아한 자태로 숲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

춘란(보춘화)

오후 1시58분, 도솔암 갈림길에 이른다.

화산형님께 도솔암 방향으로 손짓해달라 주문하니, 말도 잘 들어주신다.^^

표식지를 깔아놓은 뒤 화산형님이 가르치는 방향으로 오른다. 이제 달마고도를 벗어난다.

도솔암 갈림길

도중에 만난 자금우.

우리나라 남부 산간지에 자라는 상록 활엽 관목으로..

이즈음 맺히는 빨간 열매가 기염뽀짝하다.

 

도솔암으로 오르는 길..

길가에 쌓인 돌탑이 스님처럼 보이기에, 나직히 나무아미타불을 읊조린다.

 

오후 2시13분, 도솔암 담장을 마주한다.

병풍바위 꼭대기에 천연요새처럼 절묘하게 자리잡고 있다.

 

수문장처럼 서 있는 두 바위 사이가 암자 입구다.

도솔암 입구

 

도솔암은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선정하고 의조대사가 도를 닦던 곳이라 한다.
조선시대 명랑대첩이후 왜구에 의해 불탄 뒤 방치되어 오다..
2002년 월정사 법조스님이 재건하였다고 한다.

 

비좁은 도솔암 경내에는 팽나무가 수호신처럼 버티고 있다.

수령이 족히 200년은 넘을 듯 싶다.

 

암자 담장 너머로 공룡벼슬 같이 나래비를 선 바위들..

신선들이 구름타고 넘나드는 세상 같다.

도솔암

 

오후 2시21분, 도솔암을 빠져나와 삼거리에 이른다.

삼거리에서 왼편 북쪽을 바라보면 달마산 주능선이 달려온다.

주능선 끝에 오전에 올랐었던 불썬봉이 보이고, 그 뒷편으로 두륜산이 다시 관측된다.

 

좀 더 전진하다 되돌아보는 병풍바위.

도솔암이 저 속 어딘가 있을 텐데 눈에 띄진 않는다.

암튼 경치가 쥑인다. 아름답고 멋지고 환상적이다.

화산형님이 설악산 암봉 같다고 하시기에 필자는 금강산에 비견되는 풍경이라며 한 술 더 뜬다.

 

서쪽으로는 어란진( 於蘭津)이 시강한다.
어란진은 1597년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로 복귀한 이후 첫 번째 전투를 치른 곳으로

거제의 칠천량해전 패전 후 남은 13척의 판옥선을 수습해 적의 침입에 대비하던 중

저곳에 나타난 왜선 8척을 격퇴하여 조선 수군의 사기를 높였고, 그러한 기운이 명랑대첩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오후 2시38분, 연포산 자락을 벗어나 포장도로을 따라 전진한다.

 

오후 2시51분, 땅끝기맥 갈림길을 만난다.

땅끝기맥 갈림길

 

땅끝기맥은 사자봉으로부터 시작되어 망집봉을 지나 이곳 달마산으로 이어진다.

뾰죽 보이는 사자봉 정상에 땅끝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땅끝기맥

계속해서 전진..

도중에 송악을 만난다. 꽃말이 '신뢰, 우정'이라 한다. (҂⌣̀_⌣́)

송악

여우콩도 만난다.

터진 깍지에 검정 콩알이 눈처럼 반짝거린다. 

귀여울 따름이다.

여우콩

 

화산형님이 저 콩알을 수거해 자그마한 통에 담는다.

공주 농장에서 저들의 까만 눈동자를 만날 날을 기약해본다.

 

오후 3시13분, 마복리 쉼터에 도착한다. 산행 끝.

마복리 쉼터

산행거리 11.5km에 4시간 12분 소요되었다.

 

o 쫑  

 

혼돈의 연속이다.

달마의 가르침 대로 No 원망, No 집착, Yes 순응..

헤아리고 비우고 받아들이려 애써보아야 겠다.

그러다보면 아물어지겠거니 하며 맘 잡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