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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일반산

산행기 - 순창 용궐산 (2025.3.1)

by 청려장 2025. 3. 2.

o 일시: 2025.3.1(土) 09:40~12:15
o 날씨: 흐림, 2℃ ~ 13.7℃ 

o 동행: 대전한마음토요산악회 24명

o 산행 계획 (코스/거리/시간) : 치유숲-하늘길-용궐산-장군목재-요강바위-치유숲 [7km/4시간30분] 

산행 코스 - A코스

 

o intro..

 

당초 거문도 트레킹(1박2일)이 예정되었으나

2일차(일요일)에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뜬다.

 

그렇게 되면 트레킹이 구질구질해질뿐만 아니라

여차하면 돌아오는 배편도 끊일 수 있기 때문에

주관대장과 수석대장이 긴급 논의를 하여 산행지를 순창 용괄산으로 대체한다.  

 

o 산행 메모

 

오전 9시30분경, 산행들머리인 용궐산 자연휴양림(치유의숲) 입구에 도착한다. 

 

오전 9시40분, 산행준비를 마친 뒤 매점건물을 지나 잠시 오르니.. 

 

하늘길 매표소가 나온다.

입장료를 4,000원이지만 2,000원은 순창사랑상품권으로 되돌려주고 있다.

상품권은 한데 모아 총무진에게 전달되어 산행후 뒷풀이 식대로 사용될 것이다.

 

매표소를 지나니 등용문(登龍門)이 나온다.

필자가 앞으로 이루낼 수 있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은 무엇일까?

이생망은 아닐까?ㅠㅠ  대신 이루어줄 누군가가 있겠거니 생각하며 용문(龍門)을 통과한다.

 

안내도를 보니, 600미터 더 오르면 하늘길이 시작되고

하늘길은 암반 위로 1km 가량 이어지며, 이후 1.3km 더 오르면 용궐산 정상이다. 

 

등로는 너덜겅으로 이어진다.
너덜겅이라 하지만 넙적바위가 잘 꿰맞춰져 있어
발걸음이 그다지 불편하진 않다.

 

오전 9시57분, 하늘길 입구에 들어선다.

 

하늘길은 2020년 첫선을 보인 후

보행로를 정비 및 연장하여 2023년 재개방하였는데

거리가 기존 534m에서 1,096m로 길어졌다고 한다. 

 

등로는 아찔한 거대 암벽을 좌우로 가로지른다.

 

어느 암벽에는 인위적인 화강암 반석이 설치되어 있다.

반석에는 계산무진(谿山無盡)이라는 글씨가 각자되어 있다.

秋史 김정희(1786~1856)의 작품으로 "계곡과 산이 끝이 없다"는 뜻이라 한다.

하늘길과 섬진강의 풍광을 웅대하고 변화무쌍한 추사체로 표현한 것이다. 그럴싸하다.

 

암벽과 암벽이 맞닿은 경사면에는 쇠붙이 경첩이 구석구석 설치되어 있다.

암반이 흘러내리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것 같은데..

유구한 세월의 풍파를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얼핏 의구스러움이 떠오른다.

 

암벽 위로 가로지르는 하늘길.

특이한 경관이라 많은 산객이 찾아오겠지만,

그런만치 철저한 안전점검이 수반되어야 할 것 같다.

 

하늘길이 동쪽으로 향하면

섬진강 물줄기 너머 남원 고리봉과 곡성 동악산이 시선을 끈다. 

 

그 길이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순창 회문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섬진강 자락을 잘 살펴보면 빨간 현수교가 얼핏 눈에 들어온다. 그 부근에 요강바위가 있다.

오늘 정상에서 장군목재로 하산한 뒤 저곳을 들를 계획이다.

 

문득 암벽 아래를 내려보니.. 아찔하다.

 

조금 더 전진하다 다시 내려보니

하늘길에 대한토 산우들이 모여있고, 자유론날개짓님의 영상촬영이 한창이다.

 

대한토를 외치니 반응이 온다.

대한토 선두와 후미가 원거리 눈맞춤을 하며 반가운 미소로 교감한다. 

 

오전 10시30분, 비룡정을 지난다.

이제 하늘길을 벗어나 숲길이 시작된다.

 

오전 10시34분, 느진목을 지나고..

 

언제부턴가 선두대장이 앞길을 내어주니

늘하늘님의 발걸음에 부스터가 장전된다. 

 

오전 10시47분, 된목을 지나고..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암릉이 잠시 시작된다.

 

오전 10시56분, 암릉 끝단에 올라서니..

 

용궐산 정상(646m)이 나온다.

용궐산 - 늘하늘님 & 필자

 

예전 용여산(龍女山)으로 불렸던 이산은

2009년 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용이 사는 궁궐'이란 뜻인 용궐산(龍闕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가시거리가 좋은 날의 용궐산은..

무등산, 추월산, 백암산, 운장산, 바래봉, 지리산, 백운산 등등

도상거리 80km까지의 명산들이 두루 식별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은 넘 흐려서 언감생심이다.

 

정상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순창의 아미산, 강천산, 여분산이 식별된다.

 

동쪽을 바라보면

남원 풍악산, 고리봉, 문덕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정상석 너머에 돌담으로 둘러쳐진 곳이 있다.

빨치산 참호로 쓰였던 곳이라 한다. 이곳 또한 한국전쟁시 빨치산이 주둔했었던 모양이다.

그 뒷편에서 산수자문이 필자를 부른다. 

 

또 다른 용궐산 정상석(646.7m)이 그의 품안에 있다.

좀전에 지나온 정상석(646m)과 비교하여 70cm 높은 위치임을 그가 강조한다.^^

용궐산 - 필자, 산수, 늘하늘님, 남해읍님

 

정상석 너머 서쪽으로 전진하면 급경사 나무계단이 시작된다.

 

전방에 순창 회문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필자가 2017년 대한토 산우들께 안내한 곳인지라 남다른 느낌의 산이다.

회문산(回門山)은 '들어간 문으로 다시 나와야 한다'라는 뜻으로

그 만큼 험해서 빨치산의 최후 도피장소이며 본진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가파른 내리막에 쌓여 있는 잔설과 낙엽을

조심스레 지르밟으며

25분 가량 하산하니 장군목재가 시야에 들어온다.

 

장군목재 인근의 자잘한 나무..

단풍나무 유목인 듯 싶은데

잔가지에 올라오는 붉은 기운이 봄 기운을 느끼게 한다.  

 

오전 11시36분, 장군목재에 들어선다.

 

임도길을 따라 15분 가량 내려가 섬진강을 만난다.

그곳 삼거리에서 우측 빨간 현수교 방향으로 전진..

 

오전 11시50분, 요강바위 팻말을 만난다.

 

팻말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들어가보니..

커다마한 바위가 요염한 자태로 누워있다.

폭은 3m, 높이는 2m이며, 무게는 15톤에 달한다고 한다.

요강바위

 

그 위에 올라서니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커다마한 구멍이 뚫려있다.

한국전쟁 때 이 바위에 몸을 숨겨 화를 면한 마을 주민도 있었다고 한다.

요강바위

 

산수에게 자세 좀 취해보라 하니..

엉거주춤 어설프다.

산수 자문

 

필자가 시범을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요강을 이용하는 바른 자세란 말이다.^^

 

그 주변에도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널부러져 있다.

오랜 세월 흘러내린 섬진강의 물줄기가 깎고 다듬은 작품들이다. 

 

섬진강가를 따라 산행 출발지이며 목적지인 치유의숲으로 향한다. 

 

오후 12시15분, 행복여행 보금자리로 복귀한다. 

 

산행거리 8.26km에 2시간 35분 소요되었다. 산행 끝.

 

o 쫑

 

계산무진(谿山無盡) - "계곡과 산이 끝이 없다."

                                                                                      - 秋史 金正喜

 

계류가 끝없이 흐르는 산은 
나무들이 잘 자라고 뿌리가 토양을 잡아줘서 무너짐이 없이 영원하다.

즉, 민심이 있어야 천심이 있다.. 라고 혹자는 해석한다.

그 깊은 뜻은 헤아리기 어렵지만
글씨가 횡과 종으로 자유자재 넘나드는 서예장법(書藝章法)이 신묘할 따름이다.  
천재 예술가가 말년에 남긴 서체를 하늘길 벼랑에서 만난 것이 가장 인상깊었던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