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일시: 2024.10.5(土) 02:57 ~ 15:07 (12시간 10분)
o 날씨: 맑음 12℃ ~ 22℃
o 코스: 오색→대청봉→소청→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3거리→오세암→백담사
o 거리: 21.4km
o 동행: 대전한마음토요산악회 45명
o intro..
2년만에 설악산 공룡능선을 재탐방한다.
공룡능선은..
내설악과 외설악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마등령으로부터 무너미고개 사이의 5.1km 구간을 말한다.
이 구간은 거대한 공룡의 등뼈를 연상시키는 울퉁 불퉁하고 기묘한 화강암 봉우리들이
용트림 하듯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어 설악산 최고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능선상의 천화대, 1275봉, 칠형제봉은 천불동을 향해 내리꽂혀 있고
능선이 감싸고 있는 설악골, 잦은 바위골 등은 깊은 계류를 형성하고 있다.
능선 동편으로는 속초시 너머로 동해바다가 보이고,
서편으로는 용의 이빨처럼 날카로운 봉우리들이 늘어서서 난공불락의 장성처럼 뻗어 있는 용아장성,
그리고 귀떼기청봉으로부터 안산에 이르기까지 하늘과 맞닿은 채 달려가는 장쾌한 서북주능선이 둘러싸고 있다.
o 산행 메모
오전 2시35분경, 대한토버스가 오색에 도착한다.
남설악탐방지원센터 앞에는 이미 많은 산객들이 운집하여 산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다.
느린발님은 오늘 공룡능선에 첫 도전한다.
적지 않은 기간동안 수영을 비롯한 각종 운동을 섭렵(?^^)하며 체력을 다져온 만큼
충분히 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가 동행하면서 그 현장을 지켜보고자 한다.
오전 2시57분, 산객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남설악탐방지원센터 산문이 열린 것이다.
숲속에 들어선 산객들이
헤드렌턴 불빛으로 어두움을 헤치며 전진한다.
산공기는 선선하여 산행하기 딱 좋다. 얇은 윈드자켓만 하나 걸치고 산행을 시작한다.
곧이어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넌다.
이후 폭이 좁은 나무데크 계단이 시작되어 정체가 심해진다.
그렇지만 한 명씩 통과할 수 있는 등로가 길게 이어지다보니.. 정체구간이 오히려 이내 해소된다.
산객이 일렬로 나래비를 서서 걷다보니 등로가 정돈되어 혼잡도 줄어들게 된 것 같다.
오전 3시26분, 간이 쉼터에서 윈드자켓을 벗는다.
생각보다 날이 춥지 않아 어느덧 땀이 나기 시작한다.
청명한 산공기 속에 울려퍼지는 계류소리.
어둠 속에 저곳이 설악폭포이리라 가늠하며 지나간다.
오전 5시40분, 대청봉이 500미터 남았음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만나다.
그 즈음 동쪽 하늘에 붉은 기운이 퍼지기 시작한다.
일출 예상시간이 6시20분 남짓으로 알고 있는데..
일찌감치 여명이 밝아오는 것은 날씨가 매우 좋기 때문이리라 짐작해본다.
오전 5시52분, 붉게 물든 동해바다를 마주한다.
곧 저 어디선가 동그란 불덩이가 솟을 듯 싶다.
날씨가 점점 서늘해지기에 윈드자켓을 다시 덧입는다.
지척에 있는 대청봉의 칼바람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오전 5시57분, 대청봉 정상에 오른다.
오색으로부터 3시간 소요되었다. 예상보다 매우 이르게 올라온 것이다.
정상 주변에는 많은 산객들이 동해를 바라보며 대기하고 있다.
바닷 속에서 불쑥 솟아오를 불덩이를 기대하고 있으리라..
날씨가 워낙 좋다보니..
해안선을 따라 형성되어 있는 속초 시내의 랜드마크들이 육안으로 분별된다.
대포항, 속초 카이아호텔, 청초호, 속초항, 영랑호..
대청봉 남-서-북쪽으로 펼쳐진 산하를 감상한다.
남쪽 점봉산 너머로 방태산 능선..
그 뒷편으로 치악산 비로봉이 흐릿하나마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서쪽 귀때기청봉, 안산 너머로..
인제 대암산이 관측되고.. 양구의 을지전망대도 식별된다.
북쪽 황철봉 너머에 향로봉이 보이고..
그 뒷편에 예사롭지 않은 산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이러저러 따져보니 금강산인 듯 싶다.
구글지도를 보며 짚어보니 정말 금강산이 맞다. 와우~~
일출 예상시간(6시25분)이 아직 많이 남았기에..
느린발님의 스틱 끝이 가르키고 있는 소청쪽으로 전진하기로 한다(오전 6시10분).
중청대피소로 내려가며
남-서-북 방향 조망을 다시 감상한다.
우리나라 최북단 향로봉 너머로
금강산 자락이 점점 더 존재를 뚜렷히 드러낸다.
나중에 자료를 검색하여
비로봉, 월출봉 등등 금강산의 걸출한 봉우리들을 엮다보니 감동이 다시 솟는다.
오전 6시27분, 중청대피소를 지날 즈음 대청봉 산기슭으로 해가 떠오른다.
대청봉 정상에서 지체하지 않고 진작 떠나왔다면
소청 가는 길목에서 제대로 된 일출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동그라미 대장 산행기를 보며 뒤늦게 깨닫고 아쉬워한다.ㅠㅠ
오전 6시29분, 중청봉/소청봉 갈림길을 지나고..
소청으로 향한다.
산자락은 붉은 햇살을 받으며 깨어나고 있다.
오전 6시44분, 소청 삼거리에 이른다.
그곳에서 만난 정현님과 함께
주변 공터에 자리잡고 아침식사를 한다.
그나저나 추위에 대비하여 컵라면을 준비해왔는데.. 실패작이다.
보온물통에 끓인 물을 담아왔는데 션찮다.
아직 따뜻하긴 하나 컵라면을 익힐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보니..
스프와 라면이 겉도는 쌩-라면 맛이 되어버렸다.ㅠㅠ
보온통(THEMOST) 매뉴얼에는 8시간 보장한다고 되어 있지만
12시간까지도 괜찮았다는 후기를 믿고선
끓여 담은지 11시간이 넘었지만 버텨주리라 기대했었던 것이다.
오전7시05분, 다시 산행을 재개한다.
동쪽 인제 가리봉, 홍천 가리산이 관측된다.
좀 더 유심히 살펴보니
홍천 가리산 옆으로 하얀 시설물이 보인다. 강우레이다 시설이다.
그 왼편 뒤로 도상거리 100km 가량 되는 가평 용문산까지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정말 가시거리가 끝내주는 날이다.
오전 7시26분, 희운각대피소로 향하는 길.
고도가 어느 정도 낮아지니.. 공룡능선의 골체미가 부각되기 시작한다.
신선대, 범봉, 1275봉, 나한봉.. 기골장대한 장수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호령하고 있다.
오전 7시45분, 희운각대피소에서 대소사를 해소한다.
대피소에서 만난 모카크림대장님.
주관대장이지만 배탈이 나서 지사제까지 먹으며 투혼을 사르지만.. 많이 괴로운 모양이다.
화장실 들락거리며 곤욕을 치루고 있다.ㅠㅠ
대피소 약수로 물통을 채운 뒤..
모카크림대장/느린발님과 함께 이후 여정을 시작한다. (오전 7시57분)
등로변에서 만난 투구꽃..
통꽃으로 된 꽃잎이 유럽 검투사의 투구 같다.
약재로 쓰이며 관절염, 중풍, 당뇨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뿌리에는 과거 사약 재료로 쓰일 정도로 치명적인 독이 있다고 한다.
이어서 만난 버섯..
동글동글 깜찍하게 잘 생겼다.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검은비늘버섯'으로 식용이라 한다.
식감이 좋아 데쳐서 소금장에 찍어먹거나 된장찌게 등에 넣어 먹는데
항산화 물질, 면역조절 물질, 항암, 향균 등의 약용 효과도 있다고 한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땅에서 돋아나는 것은 '땅비늘버섯'으로 독버섯이라 하니 주의해야 한다.)
오전 8시02분, 무너미재 삼거리를 지난다.
여기서 왼쪽 공룡능선, 오른쪽 천불동계곡으로 갈린다.
왼쪽으로 전진한다.
오전 8시32분, 신선대에 오른다.
무너미재에서 30분 소요되었다. 공룡능선 최초 관문을 무난히 올라선 것이다.
모카크림대장은 여전히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모양이다.
바위 위에 올라서라 하니.. "무서워요~~"하며 주저주저 한다. ㅋㅋㅋ
결국 바위 위에 올라서서 포즈를 취한다.
오전 8시36분, 다시 산행을 재개한다.
느린발님께 기골장대 암봉과 뾰족 솟은 첨봉을 가르키며 감상이 어떤지 물어보니
현실적인 세계가 아닌 것 같다는 평을 내놓는다.^^
먼저 천화대 능선이 다가온다.
천화대(天花臺)는..
노인봉(1,120m)에서 동북쪽의 비선대 방향으로 뻗어 내려간 20여개의 암봉들을 일컫는 말로서
암봉들이 마치 불꽃처럼 하늘에 수를 놓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그 중 군계일학은 단연 '범봉'으로서, 그 수려함이 뛰어나 사진작가들의 주요 모델이기도 하다.
암벽 같은 고개를 넘어서니..
괴암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하늘은 청명하다.
이제야 가을이 제 계절을 찾아온 듯 싶다.
오전 9시15분, 오던 길을 되돌아보니..
신선대가 어느덧 저 만치 물러나 있고, 그 뒷편으로 화채봉 정수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화채봉 북쪽으로 칠성봉, 집선봉이 고도를 낮추며 뻗어간다.
집선봉 아래 살짝 솟구친 암봉이 권금성인 듯 싶다.
오전 9시17분, 전방에 1275봉과 큰새봉이 다가온다.
하늘 끝까지 막아설 듯한 장벽이 위압적이다.
가까운 쌍봉 중 우측이 공룡능선 최고봉인 1275봉이고, 뒷편 삼봉 중 맨 우측이 큰새봉이다.
장엄하게 우뚝 솟은 '범봉'을 지나고..
범봉 너머로 관측되는 울산바위에게도 눈길을 주며 걷다보니..
1275봉이 지척으로 다가온다.
오전 9시40분, 그 앞에서 잠시 휴식..
지나온 천화대 암봉들은 푸르른 하늘을 날카롭게 찌르고 있고
멀리 대청, 중청은 새털같은 흰구름 모자를 비껴 쓰고 있다.
오전 9시51분, 1275봉 고개로 향한다.
고개 입구엔 촛대바위가 우뚝 솟아 있고..
촛대바위를 지나면 1275봉 고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년전엔 맞은 편에서 오는 산객들과 마주하여 심한 정체를 빚던 곳인데..
오늘은 정체구간이 거의 없는 것을 보니 예년에 비해 산객이 덜 몰린 듯 싶다.
오전 10시16분, 1275봉 고개에 당도하여 휴식을 취한다.
과일을 꺼내먹으며.. 저 1275봉 정상을 흘낏흘낏 바라보며..
공룡능선 최고봉 등정을 은근히 꼬득여보지만 두 산객 모두 고개를 가로젓는다. 다음을 기약하며..^^
1275봉 고개를 넘어서니 큰새봉, 나한봉, 마등령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필자는 큰새봉 맨 왼편에 있는 봉우리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다.
2007년 공룡능선 첫산행 때부터 저 기품에 매혹되어 '청려봉'이라 부르며
은근히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청려봉! 멋지다 멋져..
큰새봉에 다가갈 즈음..
킹콩바위가 나타난다.
킹콩바위 뒷편으로 송곳니 같은 암봉이 보인다.
세존봉이다. 석가세존(釋迦世尊)에서 이름을 따올 정도이니, 꽤나 지체 높은 봉우리다.
오전 10시31분, 마등령삼거리가 1.7km 남았음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만난다.
이제 큰새봉과 나한봉만 넘어서면 하산길이 시작된다.
그 부근에서 만난 식물.
꽃이 쇠락하여 볼 품 없이 서 있지만, 설악산 같은 고산지에만 자생하는 '바람꽃'이다.
우리나라에는 꿩의바람꽃,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등
여러 종류의 바람꽃이 있는데 대부분 봄에 꽃을 피운다.
앞에 수식어가 없는 그냥 ‘바람꽃’은 한여름 높은 산정에서 피어나는 북방계 식물로서
바람꽃 종류 중 관상적 가치 높은 귀한 꽃이라 한다.
오전 10시43분, 큰새봉을 넘으며 되돌아보는 1275봉..
웅장하다. 멋지다. 황홀하다.
청명한 하늘엔 흰구름이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오전 11시18분, 흰새봉을 넘어서니..
나한봉이 다가온다.
그 길목에서 관측되는 달마봉.
3년전쯤 저 봉우리를 넘었는데.. 아찔했던 비경이 그리움으로만 남아 있다.
비탐지역이라 다시 오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전 11시40분, 나한봉에 정상 부근의 철계단에 올라서니..
지체높은 세존봉도 다시 시야에 들어온다.
콘디숀이 좋지 않음에도 잘 견뎌내고 올라온 모카크림대장.
특유의 부드럽고 달달한 표정이지만.. 속 사정은 여지껏 좋지 않다고 한다.
남쪽 하늘 아래엔..
설악산 중청으로부터 귀때기청봉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이 하늘금을 긋고 있다.
가로세로 격자가 그려진 거대 기암을 지나고..
오후 12시12분, 마등령삼거리에 이른다.
이제 하산길만 남았으니, 공룡능선 도전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 없다.
느린발님께 몸 상태가 괜찮은지 물어보니..
"괜찮을 것 같나요?"하며 독기 묻은 답을 내놓는다.ㅋㅋ
물론 쉽지 않은 첫 등정이겠지만,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게 해낸 듯 싶어 맘이 놓인다. 미리 축하!^^
그나저나, 탐방 안내도를 보니 아직 갈길이 멀다.
오세암 1.4km, 영시암 2.5km, 백담사 3.5km.. 총 7.4km 남았다.
약밥 두 덩어리로 점심을 해결하고..
청포도로 입가심을 한 뒤
오후 12시25분경, 오세암을 향하여 출발한다.
오세암으로 가는 숲 길.
잠시 하늘이 열리니 수려한 암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한봉 지능선인 듯 싶다.
오후 12시51분, 봉정암 갈림길을 지나고..
오후 12시58분, 오세암 경내에 들어선다.
절집은 암봉이 호위무사처럼 둘러싸고 있다.
한용운 사적기에 따르면
매월 김시습이 세조 2년 단종 복위에 실패하자
세상을 등지고 이곳에서 40년간 은거하였다고 한다.
오후 1시50분, 백담사가 3.5km 남았음을 알려주는 삼거리 이정표를 만나다.
곧이어 영시암 경내에 들어선다.
절집이 오세암에 비해 아담하다.
옛 기억엔 여기가 더 컸었던 것 같은데..
영시암(永矢庵)은 김창흡이라는 조선 후기 성리학자가 은거하던 곳이라 한다.
영시(永矢)는 '죽을 때까지 세상에 나가지 않겠다는 맹세'의 뜻을 담은 것이라 한다.
여기서 '화살 시(矢)'가 '맹세하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이 흥미롭다.
오후 2시02분, 이제 백담사로 향하는 꽃길을 걷는다.
중간에 수렴동 계곡에서 세족 후 샌달로 바꿔신은 뒤, 다시 백담사로 향한다.
계류가 참으로 깨끗하다.
오후 3시07분, 백담사 입구에 당도함으로써 산행을 마친 뒤..
백담사 셔틀버스를 타고 용대리로 떠난다.
레간자 차기총무가 산우 10명의 버스비(10X2,500원)를 대납해주었다. 감솨함돠!^^
o 쫑
산행거리 21.5km에 12시간10분 소요되었다.
선선하고 쾌청한 덕에 멋진 산세와 환상적인 조망을 만끽한 산행이었다.
무엇보다도 금강산은 대~대박이었다.^^
그리고..
몸이 성치 않음에도 잘 견뎌내고 끝까지 임무를 완수한 모카크림대장.. 감사감사!
첫도전임에도 무탈하게 대청봉-공룡능선 종주에 성공한 느린발님.. 축하축하!
두 분과 함께 한 산행길이 흡족하고 뿌듯했다. 끝.
'산행기 > 100대명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행기 - 영암 월출산 (2024.11.02) (1) | 2024.11.04 |
---|---|
산행기 - 영남알프스 간월산/신불산 (2024.10.19) (2) | 2024.10.20 |
산행기 - 포항 내연산 (2024.6.29) (0) | 2024.06.30 |
산행기 - 순창 내장산/장성 백암산 (2024.6.8) (1) | 2024.06.09 |
산행기 - 단양 소백산(2024.6.1) (0) | 2024.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