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일시: 2024.10.19(土) 10:20 ~ 14:47 (4시간 26분)
o 날씨: 비 11.8℃ ~ 22.9℃
o 코스: 배내재→배내봉→간월산→신불산→신불재→신불산휴양림→태봉교
o 거리: 13.4km
o 동행: 대전한마음토요산악회 29명
O Intro..
광평추파(廣坪秋波).
'광활한 평원의 일렁이는 억새 물결'을 맞이하러 영남알프스 간월산-신불산으로 향한다.
비 예보가 있었지만 강수량이 미미하여 걱정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떠난 것이다.
그 희망은 산등성이에 올라서자 마자 소멸되었지만..
영남알프스는
경북 청도군과 경주시, 경남 밀양시와 양산시, 울산광역시 울주군 등 3개 시도 5개시군에 걸쳐 있는
1,000m급 7개의 산이 주축이 되어 형성한 거대한 산군을 말하며,
신불평원, 사자평, 간월재 등 광활한 억새평원이 있어 아름다음을 더해 주는 곳이다.
여기서 가지산(1,241m) 중심의 산군을 북알프스, 신불산(1,159m) 중심의 산군을 남알프스로 구분한다.
오늘 산행코스는 남알프스 구간으로 A, B코스를 아래와 같이 나누었다.
A코스: 배내고개-배내봉-간월산-신불산-신불재-영축산-신불산자연휴양림-태봉교 (16km, 6시간반)
B코스: 배내고개-배내봉-간월산-신불산-신불재-신불산자연휴양림-태봉교 (12km, 5시간반)
o 산행 메모
오전 9시경, 대한토버스가 밀양을 지난 즈음..
하늘에 구름이 조금씩 걷히며 푸른 하늘까지 보이기 시작하니
비 걱정은 거두어지고 마음 속에선 어느덧 하얗게 물결치는 억새를 맞이한다.
그러나 능동산 터널을 지나 배내재에 들어서니 대지가 온통 곰탕 속에 잠겨버린다.
고도가 높은 곳은 여전히 짙은 구름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오전 10시17분, 대한토버스가 배내재주차장에 도착한다.
오전 10시20분, 주관대장인 동그라미수석대장이 선두에서 A코스 산우를 이끌고 간다.
신임 창도르대장도 선두를 보조하여 함께 간다.
중간은 모카크림대장, 후미는 옥이이모대장이 맡았다.
오전 10시24분, 주차장 북쪽 능동산과 배내봉이 분기하는 지점에 이른다.
이곳에서 정자 왼쪽은 능동산, 오른쪽은 배내봉으로 향하는 등로가 시작된다.
비교적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고..
20분 가량 올라 헬기장에 이른다.
주능선 안부에 올라선 것이다.(오전 10시44분)
우측으로 발길을 돌려 주능선을 따라 5분 가량 전진..
오전 10시49분, 배내봉 정상(966m)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만난 철쭉꽃.
퇴색한 잎파리가 비바람에 오돌오돌 떨면서도 곱디 고운 진분홍 꽃을 피워놓았다.
'불시개화(不時開化)'한 것이다. 꽃이 제 철이 아닌데 피는 현상을 말하며
낮 시간이 길고 기온이 오락가락해서 식물이 계절을 봄이라 착각하여 발생하는 것이라 한다.
산중엔 언제부턴가 빗줄기가 오락가락 내리고 있다.
우선 배낭커버를 씌운 뒤,
어떤이는 우비를 입고, 어떤이는 우산을 받쳐들고 걷는다. 필자는 후자에 속하였다.
오전 11시52분, 간월산 정상(1,069m)에 오른다.
오전 12시03분, 그 부근부터 모카크림대장을 만나 간월재로 향한다.
이후 모카대장과 쭉~~~ 함께 걷는다.
2주전의 공룡능선 용사가 이 험난한 길목에서 다시 뭉친 것이다.
간월재로 내려가던 중 만난 규화목.
철사망 속에 보이는 나무 밑둥치 모양의 돌은
오랜 세월 동안 무기질이 침투하여 목질이 사라지고 무기질만 남은 화석이다.
즉, 나무 형태를 한 화석으로 한반도 중생대 식물상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자원이라 한다.
간월재로 향하는 산비탈에 뿌리가 허공으로 들쳐진 나무가 있다.
생명을 다하고 뿌리까지 뽑히던 날 저 식생에게는 어떠한 일이 일어났었을까?
음산한 날씨인지라 몸부림치는 듯한 저 모습에서 한스럽고 기괴한 아우성이 들리는 것 같다.
오후 12시10분, 간월재 휴게소에 당도한다.
휴게소 안에 들어가 깔개를 펼쳐놓고 영역을 확보한 뒤 점심식사를 한다.
필자는 약밥 한덩이, 모카크림대장은 떡 한덩이로 대신하려는데
느린발님 덕에 편육+갓김치, 버섯+쌈장/크림 쏘스, 빵, 과일 등등으로 맛과 영양까지 득한다.^^
오후 12시28분, 식사를 마치고 휴게소에서 나와 간월재 데크로 진입한다.
휴게소에서 만난 다큐회장과 함께 인증샷..
간월재에서 신불산으로 오르는 길.
빗줄기가 더욱 거세어진다.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억새는
비바람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척휘척 몸부림친다.
그럼에도 우리 산우들은 꾿꾿한 발거름을 이어간다.
오후 12시53분, 신불산 서쪽 능선에 올라서니 한결 수월한 데크길이 정상으로 향한다.
오후 1시08분, 신불산 정상(1,159m)에 당도한다.
A코스 선두를 이끄는 동그라미대장의 계획변경이 무전기를 타고 알려진다.
기상 악화로 영축산에 오르지 않고 신불재에서 막바로 하산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즉 A코스 일행도 B코스로 코스를 변경한 것이다. 안전성을 고려한 현명한 판단인 것 같다.
신불산에 오르면 가장 기대하는 경치는
영축산과 신불재 억새평전에 그려지는 거대 독수리 형상이다.
영축산 정상은 독수리 머리, 억새평전은 독수리 양 날개. 그렇게 상상하면..
거대하고 용맹한 독수리가 양 날개를 활짝 펴고 동쪽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이 신비롭게 그려진다.
오늘 같은 곰탕 날씨에는 언감생심인지라
그저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그림을 주위 산우에게 알려주려 하지만 흥미를 끌진 못한다.
영축산(靈鷲山)의 '축'은 한자로 '독수리 취(鷲)'자를 쓰지만
불가에서 취(鷲)를 '축'으로 읽기 때문에 '영축산(靈鷲山)'으로 불리게 된 것이라 한다.
어쨋거나 산 이름에 '독수리 취(鷲)'자가 들어간 것은 영축산의 형세가 독수리 모양이기 때문일 것이다.
신불재로 내려오다 용담을 만난다.
빗물을 담뿍 먹은 진보라빛 꽃잎.
그 속에 아직 수분이 덜 된 듯한 하얀 암술이 매개체를 기다리고 있지만
차가운 비바람이 이 식생의 유전적 생태를 훼방하고 있다. 저 대로 상실의 계절을 맞으려나..
짧으나마 한 줌의 안스러움을 남겨놓고 지나간다.
오후 1시23분, 신불재에 이른다.
무전기로 알려진 바와 같이 바닥지가 휴양림 방향으로 깔려있다.
오후 1시24분, 바닥지 방향으로 하산한다.
여전히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어.. 휙휙 날리는 우산을 몸에 최대한 밀착시킨다.
오후 1시34분, 억새밭을 벗어나 활엽수림에 들어서니..
한층 숲길이 싱그러워진다.
오후 1시43분, 영축산 갈림길에 들어선다.
A코스 일행이 계획대로 영축산에 갔었다면 이곳으로 되돌아오는 지점인 것이다.
그런데 느린발님이 선두가 깔아놓은 표식지 위치가 맘에 들지 않았나보다.
갈림길을 지나 깔려진 표식지를 갈림길 직전 위치로 옮겨 놓는다.
대장적 자질이 표출되는 장면이다. 박제!^^
이후 이어지는 숲길은 초록빛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비바람 속에 어둡고 칙칙했던 억새평전을 벗어나니
밝은 기운을 모으고 모은 활엽수림이 싱그러움을 발산하며 산객을 맞아주고 있다.
오후 2시16분, 청수골 계곡을 지나고..
발걸음이 편안한 포장도로에 들어서니..
하얀 꽃잎과 노란 암수술이 온전하게 갖춰진 산구절초가
완벽한 자태를 자랑하며 살랑거린다.
오후 2시45분, 태봉교 건너편에 자리잡은 대한토 버스로 복귀한다.
o 쫑
산행거리 13.4km에 산행시간 4시간26분 소요되었다.
광평추파(廣坪秋波)의 장관은 만나지 못했지만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꽃을 피워놓은 철쭉, 용담, 산구절초의 생명력
하산 중 만난 활엽수림의 싱그러움은
비바람에 지친 산객을 충분히 위무하며 보상까지도 해준 듯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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