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3일(토)
대한토 산우들과 함께 여수 낭도산에 간다.
여수시 화정면에 딸린 낭도(狼島)는 섬 모양이 여우 같다하여 이리 낭(狼)자가 붙은 섬이다.
섬의 동쪽에는 상산(낭도산, 280.2m)이 있으며, 대부분이 낮은 구릉지로 되어있다.
해안선은 곳곳에 소규모의 만과 곶이 연이어져 있어 파도와 물보라가 아름답다고 한다.
산행주관은 차미대장이고,
산행코스는 여산마을-상산-규포선착장-장사금해수욕장-신선대-낭도항 선착장[14.5km/5.5시간]로 계획하였다.
오전 10시25분, 대한토버스가 여수시 화정면 낭도리에 이르러
낭도대교로 아래로 가로지르는 터널 부근에 멈춰서서 산우들을 내려준다.
산행이 시작되는 여산(麗山) 마을로 가려면 터널을 지나 500미터 가량 더 전진하여야 하지만
대형버스는 도로 사정상 더이상 진입하지 못한다고 한다.
오전 10시32분, 터널을 지나 여산마을로 향한다.
선두는 동그라미수석대장이 맡았다.
여산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섬섬여수 낭도 갱번미술길"이라 쓰인 담벼락이 나타난다.
낭도 갱번미술길은 여수시가 총 4억원을 투입하여 조성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결실이라 한다.
2021년 1월 준공하였으며, '갱번'은 이 지역 사투리로 '갯가'를 뜻한다고 한다.
이번 사업으로 낭도 여산마을 3km이르는 마을길이
마을쉼터, 인생사진 포토존, 담장 조각 및 벽화, 미술 작품, 마을주민 사진 등으로 꾸며졌다.
여러 작품 중에..
하얀 머플러를 둘러쓴 소녀가 가장 눈길을 잡는다.
오전 10시40분, 경로당 앞에 당도하니
차미대장이 여기에서 골목으로 꺾어들어야 산길이 시작된다고 알려준다.
그런데 여자경로당? 할머니들만이 모이는 공간을 마련해 놓았는데.. 요즘은 이래야 하나? 암튼 특이하다.
골목길을 지나..
마을 끄트머리 즈음 만난 송악. 열매를 탐스럽게 맺어놓았다.
송악(Korean ivy)은 두릅나무과의 늘푸른넓은잎덩굴식물로서 원산지가 우리나라다.
송악이란 이름은 소가 잘 먹는 나무라 하여 불리던 '소밥나무'에서 변형된 것이라 한다.
열매는 한방에서 상춘등자(常春藤子)로 불리며 관절염, 빈혈, 타박상 등의 치료에 쓰인다고 한다.
오전 10시55분, 잘 단장된 묘지를 지나고..
이어지는 농지에는 드문드문 어린 묘목이 자라고 있다.
가만 살펴보니 지난 주 보길도에서 만난 황칠나무다.
쓰임새가 많다보니 남부지방 재배작물로 인기가 있나보다.
숲길 오르막은 완만하고 넉넉하다.
사스레피나무도 만난다.
연한 황록색 꽃이 방울 방울 매달려 있다.
꽃잎과 꽃받침잎 모두 5장이고
암술 1개에 10~15개의 수술이 나오는데.. 독특한 향기를 지니고 있다.
산우들이 숲에 거시기한 냄새가 난다고 한 것은 이 나무의 독특한 꽃향기 때문일 것이다.
사스레피는 진달래목 차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성 남부수종으로서
사스레피라는 이름은 제주도 말로 '가스레기낭'에서 유래하였는데
가스레기는 까끄라기, 까시레기, 거스러미 등을 뜻한다고 한다.
이어서 봄의 전령사 제비꽃(violet)을 만난다.
이 개체는 잎이 오므라진 것으로 보아 '고깔제비꽃'인 듯 싶다.
제비꽃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두 가지다.
꽃 모양이 제비와 비슷해서.. 또는 제비가 돌아올 때 꽃이 핀다 하여.. 가 그것이다.
암튼 곱게도 피었다.
이어지는 등로는 비단길처럼 평안~~하다.
조금 더 오르다 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섬이 관측된다.
지도를 살펴보니 낭도 부속 섬으로서 해안을 맞대며 붙어있는 사도, 중도, 증도로 확인된다.
바로 앞의 사도는 선착장 주변에 가옥이 꽤 많다.
나무 계단 사이에서 남산 제비꽃을 만난다.
남산제비꽃의 주요 동정 포인트는 하얀 꽃잎과 결각 깊은 갈래잎이다.
햐안 꽃잎이 순결 그 잡채다.^^
오전 11시15분, 소나무 쉼터를 지나고..
진달래를 만나
곱디 고운 모습을 정성껏 담는다.
다시 만난 사스레피나무 열매..
황록색 꽃잎 끝에 남은 붉은 기운이 매혹을 보탠다.
오전 11시24분, 역기미분기점을 지난다.
B코스팀은 정상을 찍은 뒤 이곳으로 되돌아와 하산할 계획이다.
오전 11시28분, 상산(낭도산) 정상에 이른다.
동그라미대장이 찍어준 정상 인증샷.
나름 나래짓 포즈를 취한 것인데.. 날기엔 아직 넘 비둔해보인다.~ㅋ
A코스 일행은 정상에서 규포선착장으로 하산한다.
하산 중 만나는 야생화..
현호색.
큰개별꽃.
그리고 꽃대에 털이 숭숭 난 붉은 노루귀.
그 옆에 흰노루귀.
'사초'도 꽃을 피웠다.
잎모양을 보아 '가는잎그늘사초'인 듯 싶다.
나무계단을 따라 규포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
편안하다.
전방엔 우리가 아침에 지나온 다리와 섬이 보인다.
여수와 고흥을 잇는 낭도대교로다. 대교로가 관통하는 섬은 '조발도'인 듯 싶다.
고깔제비꽃 군락지를 지나니..
규포선착장으로 향하는 하산 날머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앞에 보이는 다리는 조발도와 둔병도 사이를 잇는 둔병대교다. 즉, 왼쪽 섬은 둔병도다.
오전 11시53분, 상산 날머리를 벗어나니..
규포선착장이 나온다.
오른쪽 산기슭에 있는 여객대합실을 보니..
배편을 이용하는 손님이 그다지 많지 않은 듯 싶다.
이어지는 둘레길에 접어들어 조금 더 전진하니 나무데크가 나온다.
그곳에서 자리잡고 점심식사를 한다. (오전 11시58분)
길현대장이 공수해온 이탈리아산 와인으로 입맛을 돋군 뒤..
구영란표 동태전, 길현표 샌드위치로 배를 고급스럽게(?) 채운다.
오후 12시25분, 성찬을 마치고 둘레길 트래킹을 이어간다.
길이 참 좋다.
산기슭은 진달래 꽃으로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꽃잎은 분홍빛 곱디 곱고
암술은 비껴 굽은 채 홀로 도도하고
수술은 신상 꽃밥 두른 채 도란도란 모여 있다.
이 진달래, 사내 가시미에 불을 지른다.
오후 12시44분, 역기미삼거리를 지난다.
B코스 일행은 이곳으로 하산하였을 것이다.
이제 섬의 남쪽 둘레길에 들어선 듯..
낭도 부속섬들이 보인다.
저너머 해안선 끝이 낭도 본섬의 최남단인가 보다.
그곳에 전봇대처럼 세워진 것이 남포등대인 듯 싶고..
그 즈음에서 만난 김녕김씨 묘원.. 꽤 정성스럽게 가꿔 놓았다.
자료를 찾아보니.. 여기서 김녕(金寧)은 제주도 북동쪽에 있는 김녕마을이 아닌
경남 김해시에 있는 김녕마을이라 한다. 장삼이사에게 뻥친거 바로잡는다.^^
이후 '등대풀'을 만난다.
등대풀은 대극과 두해살이풀로서, 꽃이 배상꽃차례로 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배상꽃차례는 5개의 녹황색 포가 꽃잎처럼 위치하고
그 한 가운데 암꽃, 그 주위에 몇 개의 수꽃이 꿀샘과 함께 배열된다.
얼핏보면 등잔 5개를 모아놓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그 특징이다.
그 즈음 만난 B코스 일행들과 함께
나즈막한 산기슭을 넘어서니..
등로가 해변으로 이어지고..
바다를 둘러싸고 있는 낭도 부속섬들도 다시 시야에 들어온다
해변은 검은 색 암반이 넓게 펼쳐져 있다.
화산활동 후 굳어진 암반인 듯 싶다.
오후 1시10분, 장사금해수욕장에 들어선다.
모래가 비단처럼 곱게 펼쳐진 백사장이라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백사장을 걷고 있는 일행은 레간자대장이 이끌고 있는 B코스 산우들인 듯 싶다.
해변 모래톱엔 묘한 문양이 그려져 있다.
바닷물이 잔물결로 빠져나가며 남긴 흔적인 것 같은데..
큰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 신기하다.
해수욕장 왼쪽 끝에 차도가 끝나는 지점이 보인다.
그곳이 둘레길 1코스 구간으로 산타바해변으로 넘어가는 시작점이다.
포토존이 설치된 그곳으로 향한다.
오후 1시19분, 포토존에 도착한다.
이섬의 시그니처인 여우 모형이 산객을 맞이한다.
산바타해변에 들어서니..
사도가 한층 가까이 다가와 있다.
사도는 화산이 폭발하기 전 공룡이 살던 섬이라 한다.
낭도 본섬에도 공룡발자국 화석이 있다하여 찾아가려 했지만..
오후 1시30분, 이정표는 이미 지나쳤음을 알려준다.ㅠㅠ
곧이어 천선대로 내려가니..
이곳에도 어린 공룡의 발자국이 남아 있음을 안내판이 알려준다.
공룡발자국 화석이 있다는 방향으로 다가가지만..
밀물 때라 그런지 바닷물에 잠겨서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한다.
되돌아오면서 살펴보는 암반..
적당한 간격으로 패여진 둠벙을 발견하고선.. 혹 저건 아닐까 상상해본다.
반대방향 해변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주상절리가 형성된 곳인 듯 싶다.
왼쪽 멀리 보이는 타워는 고흥 우주발사전망대다.
천선대를 빠져나와 신선대로 향한다.
오후 1시42분, 신선대에 내려선다.
신선대에는 주상절리, 쌍용굴, 신선샘이 있다고 한다.
전방에 보이는 흐릿한 섬이 우주센터가 위치한 외나로도인 것 같다.
파도가 부서지는 해변과 겹겹 수직 기둥의 주상절리 암벽. 그 어울림이 장쾌하다.
쌍용굴이나 신선샘은 접근하기가 어려워 확인하지 못하였다.
신선대를 벗어나 낭도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
낭도 전망대가 나온다. 안내판을 보니 외나로도 우주센터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외나로도 윤곽이 흐릿하여 우주센터를 어림짐작할 뿐이다.
우측에 보이는 타워는 고흥반도 남단에 세워진 우주발사전망대다.
해변길을 벗어날 즈음 만난 봄츠자 산자고
수줍게 피어나 가녀린 미소를 짓고 있다.
수술머리를 둘러싼 꽃밥은 신상인데..
수술에 둘러쌓인 암술머리에도 꽃밥이 묻어 있다.
어느새 수분이 진행된 모양이다.
오후 1시58분, 낭도해수욕장으로 향한다.
해수욕장 왼쪽에 낭도선착장이 위치한다.
저곳에서 산행을 마무리 짓고 뒷풀이를 할 예정이다.
낭도해수욕장을 지나던 중 조형물을 만난다.
생수병을 이용한 정크 아트(Junk Art)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정크 아트(Junk Art)는 해양 쓰레기나 고물을 이용하여 만든 예술 작품을 말하는데..
지난해 거금도 아르끝 둘레길에서 보았던 하이휠, 물고기 등의 형상도 그 일종이다.
조형물 뒷편 범상치 않은 산줄기가 보인다.
고흥 팔영산이다. 여덟 봉우리가 톱날처럼 날카롭게 솟아 있다.
오후 2시14분, 낭도선착장에 도착한다.
A코스 선두를 이끈 동그라미대장과 늘하늘감사님이 이미 도착하여
뒷풀이 장소인 낭도제일포차에 자리잡고 계신다. 산행 끝.
총 산행거리 11.87km에 3시간43분 소요되었다.
아름다운 섬에 봄 기운이 가득했다. 기분 좋은 봄나들이 산행이었다. 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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