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26일(토)
함양 황석산-거망산 연계산행을 한다.
필자가 한창 혈기방창하던 2009년 홀로 다녀갔던 곳인지라 더욱 애정이 가는 산행 코스이기도 하다.
황석산은 함양군 안의의 진산으로 정상은 북봉과 남봉 두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두 봉우리 다 기묘한 형상의 바위봉으로 이루어져있어 암봉미가 일품이며
산정일대에는 정유재란 당시의 한이 서려 있는 황석산성이 있다.
거망산은 말등같이 매끈하면서 넓고 긴 능선상에 있으며, 그 주변에 산재한 억새밭은 평화롭고 시원하다.
이곳은 6.25때 빨치산 여장군 정순덕이 활약했던 곳이라하는데,
최근에 알려진 바로는 당시 국군 1개소대가 생포되어 무장해제 당하고 목숨만 부지해서 하산했었다고 한다.
구글지도를 통해 주변 산줄기를 살펴보면..
남덕유산에서 남동으로 뻗어내린 산줄기는 월봉산을 지나 큰목재에 이르러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그 중 계속 남쪽으로 뻗어내리는 줄기는 거망산(1,184m)을 지나 황석산(1,190m)을 솟구치고
다른 줄기는 북동쪽 수막령을 지나 다시 고도를 높여 금원산(1,352m)과 기백산(1,331m)을 세운다.
즉, 수막령으로부터 시작되는 용추계곡을 사이에 두고 금원-기백산과 황석-거망산 능선이 서로 대칭을 이루며 서 있다.
오전 6시25분경, 대전시청 북문에 도착한다.
오전5시45분, 세종터미널앞에서 BRT 버스(B2)를 타고 나와
오전6시00분, 반석역에서 전철을 이용하여 대전시청역으로 온 것이다(20분 소요).
시청 앞 공원에는 아리따운 꽃이 시선을 끌고 있다.
정체를 알아보니 멕시코와 서인도제도 원산인 '안젤로니아(Angelonia)'라고 한다.
현삼과 한해살이풀로서 5월에 개화해서 11월까지 오랫동안 피고 지는데
꽃색은 흰색, 핑크, 빨강, 보라, 자주 등 5가지라고 한다.
이름에 엔젤(angel)이 들어간 만치 천사처럼 착하고 예쁘다.
오전 9시05분, 대한토 버스가 함양 유동마을에 도착한다.
마을 어귀에 세워진 등산 안내도를 바라보며 잠시 코스를 짚어본다.
금일 산행코스는
A코스: 유동마을-황석산-뫼재-장자벌갈림길-거망산-지장골-용추사 주차장(13km/6시간)
B코스: 유동마을-황석산-뫼재-장자벌갈림길-청량사-장자벌 정류소(9.5km/5시간)
C코스: 유동마을-황석산-뫼재-산내골-영원사-탁현마을(7km/4시간)로 공지되었지만
주관대장은 B코스 등로가 애매하니 A코스나 C코스를 선택할 것을 권장한다.
오전 9시12분, 주관대장인 바른길대장을 선두로 산행을 시작한다.
A코스를 선택한 필자는 지체하지 않고 그를 쫓아 간다.
모처럼 선두그룹에 합류하여 힘차게 달려볼 생각이다.
산행초입은 유동마을에서 연두마을로 이어진다.
오전 9시22분, 연두마을을 벗어나 뽕나무 밭을 지나고..
곧이어 황석산 정상까지의 거리가 3.2km임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만나
본격적으로 산길로 들어선다.
오전 9시44분, 길목 이정표가 유동마을로부터 1.8km 지나왔고, 황석산 정상까지 2.2km 남았음을 알려준다.
오전 9시58분, 등로가 왼편으로 꺾일 즈음 잠시 휴식을 취한다.
나무 숲 건너편엔 안의면 내동 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행 시작점인 유동마을은 왼편 나뭇가지 사이에 위치하는 듯 싶다.
그곳에서 문득 묘한 나무를 발견한다.
그저 철쭉이나 참나무이겠거니 싶었는데 자그마한 열매가 뭔가 다름을 알려준다.
열매에 새겨진 국화 문양이 힌트를 준다.
우리나라 토종 블루베리인 '정금나무'인 듯 싶다.
오전 10시06분, 등로가 비탈길을 벗어나 완만한 계곡을 따라 산등성이로 향한다.
오전 10시17분, 정상이 1.3km 남았음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지난다.
이제 지능선에 들어서니 등로가 다소 완만해진다.
그 즈음 고도가 1,000m를 넘어서니 산공기도 선선해져 발걸음이 편안해진다.
선두를 이끄는 바른길대장, 늘하늘감사님, 구름따라님, 길따라님, 다큐님 등의 발걸음은
여전히 AI 처럼 흐트러짐이 없다. 필자도 그네들을 열심히 쫓아간다.
오전 10시31분, 암릉지대에 들어선다.
일망무제의 조망이 트이는 것으로 보아 망월대인 듯 싶다.
북동-동쪽으로 수도산, 가야산, 오도산, 황매산이 하늘금을 긋고 있다.
남쪽으로는 지리산이
애증의 웅석봉과 짝궁뎅이 반야봉과 함께 주능선을 활짝 펼치고 있다.
조금 더 오르다 북쭉을 바라보니
맞은편 능선인 금원산-기백산 능선 왼편으로
덕유산의 한 자락인 삿갓봉과 무룡산까지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 부근 이정표는 황석산 정상이 900m 남았음을 알려주고..
이정표 뒷편으로 황석산 정상(1,190m)이 시야에 들어온다.
10분 가량 더 전진하니..
황석산이 왼편에 솟아 있는 암봉(1102m)과 함께 천혜의 장벽으로 다가온다.
정상 우측에는 또 다른 암봉이 솟아 있다. 북봉이다.
오전 10시51분, 황석산 정상과 암봉 사이에 축조된 황석산성 통문을 지난다.
통문을 지나면
황석산 정상이 100m 남았음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나온다.
그 방향으로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예전엔 아찔아찔한 암벽 사이로 드리워진 로프를 의지하여 정상에 올랐었는데
이제는 데크 덕에 정상까지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오전 10시57분, 황석산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암릉은 북봉으로 이어지고 그 너머로 남덕유산-덕유산 능선이 하늘금을 긋는다.
정상의 조망은 사방으로 막힘이 없다.
날씨까지 받쳐주니 말 그대로 일망무제! 조망이 미쳤다!
남쪽으로 지리산 주능선과 백운산-장안산을 깃점으로 하는 금남호남 정맥..
서쪽으로 금남호남 정맥과 덕유산 주능선..
북쪽으로 가야산과 오도산 능선..
동쪽으로 감악산-황매산 능선..
직선거리 100km 가량의 산군들이 빠짐 없이 시야에 들어오는..
완벽한 조망을 만끽하고..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
정상 동쪽 1102m 암봉 너머로 지리산 주능선이 시선을 고정시킨다. 산악인의 심장은 박동수가 커진다.
정상에서 내려와 북봉으로 향하던 중 만난 표지판..
위험구간이니 우회하라고 한다.
순순히 우회한다.
오후 12시11분, 황석산으로부터 2.45km 지났음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만나고..
그 부근에서 20분 가량의 점심식사를 한 뒤
다시 산행을 개시..
오후 12시30분, 거망산 정상을 1km 남겼음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지난다.
그 즈음 만난 까지고들빼기.. 앙증맞게 꽃을 피워놓았다.
고산지대에서 주로 만나는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로서 어린순부터 열매까지 모두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오후 12시34분, 황석산 3.4km 이정표를 지나..
거망산으로 향하는 암릉지대에 올라서니 서쪽으로 시야가 확 트인다.
백운산-장안산-선각산-덕태산-성수산-운장산으로 이어지는 금남호남정맥의 처음과 끝이 한 눈에 시야에 들어온다.
그 우측으로
할미봉-남덕유산-삿갓봉-무룡산-향적봉으로 이어지는 덕유능선도 빠짐없이 시선에 들어온다.
덕유능선 앞쪽으로는 남덕유산으로부터 뻗어내린 월봉산-거망산 능선이 필자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조망을 마치고 거망산으로 향하는 길..
흰진범을 만난다.
미나리아재비과 여러해살이풀로서 꽃 모양이 오리 같아서 베시시 웃음짓게 만드는 야생화다.
산죽꽃도 만난다.
산죽은 일반적으로 뿌리로 번식하는데.. 환경이 맞지 않거나 수명이 다하면
마지막으로 꽃을 피운 뒤 생을 마감한다. 그 주기가 대략 5년이라 한다. 좋은 유전자를 남겼기를 빌어준다.^^
오후 12시47분, 지장골 삼거리를 지난다.
거망산 정상은 150m 뒷편에 완만한 능선 위에 위치한다.
오후 12시52분, 거망산 정상에 이른다.
커다마한 정상석에 빨갛게 새긴 한문 표기가 독특하다.
선두 일행과 함께 정상 인증샷을 찍은 뒤
다시 지장골 삼거리로 내려온다.
오후 12시57분, 지장골로 들어선다.
지장골 입구에 세워진 안내문.. 나중에 읽어보니..
우천 전후에는 계곡구간이 위험하니 태장골 또는 장자벌 등산로를 이용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당시에는 사진만 찍고 무심히 지나쳤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지장골에 들어선지 30분이 경과할 즈음부터
등로가 중간 중간 유실되어 계곡 주변을 험난하게 넘나들며 하산하였다. 경고문을 무시한 댓가를 치룬 것이다.
그러한 와중에도 힘차게 내려꽂는 폭포는 시원하였다.
오후 2시15분경, 지장골을 벗어나기 직전 개운하게 알탕을 한 후..
오후 2시35분, 지장골 날머리를 벗어난다.
오후 2시44분, 장수사터 일주문에 당도하여 산행을 마친다.
산행 거리 13km에 산행시간은 알탕 포함하여 5시간45분 소요되었다.
모처럼 선두와 함께 산행을 하며 체력을 불살라보았다.^^
역쉬 또 다른 성취감을 주는 산행이었다.
게다가 일망무제의 조망은 만족도를 최고조로 높여줬다.
멋진 산행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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