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4월22일(토)
오전 9시32분, 유가사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코스는 다음과 같다.
A코스: 유가사-도성암-비슬산(천왕봉)-월광봉-대견봉-수성골-유가사(12km/5시간 30분)
B코스: 유가사-도성암-비슬산(천왕봉)-마령재-수성골-유가사(8.5km/5시간)
대기상태를 체크해보니 미세먼지가 나쁨으로 나오기에
짧은 구간인 B코스를 선택한다.
오전 9시42분, 유가사 일주문을 지나고..
오전 9시48분, 유가사 경내에 지날 즈음 보각국사일연시비(普覺國師一然詩碑)를 만난다.
고려시대 고승인 일연(一然, 1206~1289)은 22세에 승과에 장원급제하였고,
이후 여러 절을 두루 거치며 수행하였으며, 78세에 국사에 책봉되었다.
삼국유사(三國遺事)는 72세 때부터 집필하기 시작하여 국사 자리를 내려놓은 뒤 완성하였다고 한다.
삼국유사를 집필하던 주요 장소가 이곳 비슬산이라 한다.
시비에는 일연스님의 한시(漢詩)가 새겨져있다.
시문 중에 포산(包山)은 비슬산의 옛이름이고,
관기(觀機), 도성(道成)은 비슬산에 수도하셨던 두 성인이라 한다.
그러니까 비슬산의 도성암이나 관기봉은 두 성인과 관련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讚包山二聖觀機道成(찬 포산 이성 관기 도성)
相過踏月弄雲泉 , 二老風流幾百年
달빛 밟고 서로 오가는 길 구름 어린 샘물에 노닐던
두 성사(聖師)의 풍류는 몇 백 년이나 흘렀던가
滿壑烟霞餘古木, 偃昻寒影尙如迎
안개 자욱한 골짜기엔 고목(古木)만이 남아 있어
뉘었다 일어나는 찬 나무 그림자 아직도 서로 맞이하는 듯
이후 돌탑 지대를 지나 계곡을 오르던 중 트랭글을 체크해보니 현재 위치가 수상하다.
당초 도성암쪽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오르는 것으로 공지가 되었는데
B코스 하산길인 수성골로 들어와 전진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도를 되짚어보니 계획대로라면 유가사를 왼쪽으로 가로질러 갔었어야 한다.
계곡을 벗어나 비슬산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을 오르던 중
선두에서 깔아놓은 표식지를 발견한다.
무언가 착오가 있던가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어쨋든 정상으로 향하는 것이니 계속해서 표식지를 따라 오른다.
기왕에 이렇게 코스를 뚝 자르고 왔으니, A코스를 타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한다.
오전 10시54분, 가파른 데크계단을 오른 뒤..
뒤돌아 보니 월광봉-조화봉-대견봉 일대의 진달래 군락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예상했던 대로 진달래는 이미 대부분 졌다.
늦둥이 꽃들의 어릿한 붉은 기운도 황사 때문에 뭉그러졌다.
오전 11시, 병풍듬에 오른다.
병풍듬은 비슬산 정상의 남쪽 암봉이다.
전방에 A코스 구간인 월광봉-대견봉과 그 너머로 관기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자유론날개짓고문님.. 오늘도 열일하신다.
그의 앞에는 오늘 50회 산행을 달성하여 우등회원에 오르신 목은장미부회장님, 그녀를 축하하는 산우들이 둘러서 있다.
병풍듬 뒷편엔 여러가지 기암괴석이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그 중 우뚝 솟은 바위는 미사일바위라 한다.
가까이 가면 10미터 가량되어 꽤 아찔한데,
종종 못 말리는 산꾼들이 저 위에 올라서서 호기를 부리기도 한다.
병풍듬에서 조금 더 오르니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전 11시12분, 비슬산 정상에 오른다.
정상석 앞에는 많은 산객이 인증샷을 위해 대기 중이다.
굳이 그 앞에 갈 필요없이
정상석이 보이는 곳에서 인증샷을 남긴다.
느린발님이 롱다리로 찍어준다 했는데..
조금은 길어진 듯 싶다. ~ㅋ
그런데 정상석이 "천왕봉"으로 쓰여져 있다.
예전 기억과 왠지 다르다 싶어 자료를 찾아보니,
그 동안 이곳을 비슬산 대견봉으로 불려왔었는데.. 그것은 일부 유림들이 잘못 붙인 것이라 한다.
2014년 역사 자료를 토대로 예전부터 불려오던 비슬산 천왕봉으로 바로잡고 정상석도 다시 세웠으며,
대견사지를 감싸고 있는 1,034m 봉우리를 대견봉으로 새롭게 이름지었다고 한다.
11시20분, 인근 헬기장에 자리잡고선 점심식사를 한다.
식사 중 바라보는 북쪽.. 청룡산이 티미한 공기에 휩싸인 채 하늘금을 긋고 있다.
그 너머로 팔공산이 긴 띠를 형성하며 자리잡고 있는데 황사가 삼키어버렸다.
12시경,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산행을 재개..
완만한 능선을 따라 전진하여 마령재, 월광봉을 넘은 뒤
조화봉으로 넘어가는 등로 우측으로 진달래 군락지를 향한 데크길이 나온다.
다운 받아놓은 트랭글 궤적도 데크길로 이어지고 있기에
우틀하여 진달래 군락지 속으로 스며든다.
이후 만나는 꽃밭..
아직 지지 않은 진달래꽃이 화원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아름답다!
오던 길을 되돌아보니
북쪽으로 비슬산 정상과 월광봉이 어느덧 저만치 물러나 있다.
오후 12시47분, 대견사지에 이른다.
지난 100년간 폐사되었던 대견사가 2014년 개사하였다고 하니,
이제 대견사지라기 보다는 대견사 경내라 해야 할 듯 싶다.
대견사를 등에 지고 앉아 있는 부처바위..
다른 각도에서 보니.. 가사장삼을 며미며 세상을 굽어보는 자태다.
대견사는 서기 810년(신라 헌덕왕)에 창건하였고
일연스님이 22세인 1277년에 승과 장원급제 하여 초임지 주지로 22년간 주석(駐錫)하던 곳이라 한다.
이후 일제시대 1917년 비슬산과 대견사가 일본의 기를 꺾는다는 속설로 강제폐사되었는데..
100년이 지난 2014년3월1일 개산식(開山式)을 가진 후 정식 사찰로 재등록하였다고 한다.
대견사(大見寺)는 "크게 보고, 느끼고, 깨우침"을 화두로 삼는 절집이리라 집작해본다.
대견사 마애불은 암굴 입구에 음각되어 있다.
음각화는 연화대좌 위에 아래가 넓은 5개의 원형을 중복되게 새겨놓고
원형 아래에 고사리 문양을 대칭되게 새겨놓았다.
이 것은 화염문에 휩싸인 부처의 모습 또는
연꽃 좌대 위에서 부처가 선정에 드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밀교수행법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얼핏 그저 낙서해놓은 것 같았는데..
오후 1시07분, 대견사 경내를 빠져나오고..
대견봉으로 향하며 다시 마주하는 진달래 군락지..
누릿누릿했던 하늘이 다소 푸르러지니
시들어가는 진달래꽃이 끝물일지언정 붉은 기운을 잔잔히 펼쳐놓는다.
대견봉 가는 길에 관기봉 능선의 사면에 형성된 암괴류를 감상한다.
암괴류는 암석덩어리들이 산사면이나 골짜기에 흘러내리면서 쌓인 것을 말한다.
비슬산 암괴류는 중생대 백악기 화강암의 거석들로 구성되어 특이한 경관을 보여주며
길이 2km, 최대폭 80m에 달하여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한다.
오후 1시22분, 대견봉에 올라 인증샷을 남긴다.
2014년 비슬산 정상석을 대견봉에서 천왕봉으로 교체하면서
대견봉 정상석을 이곳에 새롭게 세운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하산..
도중에 만난 철쭉(연달래)이 만개한 채 산객을 맞는다.
연달래는 진달래꽃이 진 뒤 연이어 꽃이 핀다하여..
또는 꽃이 진달래꽃보다 연하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바람결에 연분홍빛 싱그러움이 흐드러진다.
오후 2시30분, 유가사 자방루를 지난다.
현판 첫글자가 아리송하다 싶었는데.. 화산자문님이 아들 자(子)라고 알려준다. 아하!
대표적인 상형문자란 것도 덧붙여 알려주신다. 오호!
세수라도 하려 계곡에 숨어들었는데..
일행의 성화에.. 차갑디 차운 계류에서 웃통 까고서 등목까지 했다. 어~ 추워..
근데 하고 나니 넘 개운했다.^^
오후 2시57분, 주차장으로 복귀하여 산행을 마친다.
산행거리 11.6km에 5시간25분 소요되었다.
진달래꽃이 시들기 시작했지만
남겨진 붉은 기운은 나름 아름다웠다.
산행길도 넘 즐거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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