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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100대명산

산행기 - 태백산 (2023.4.15)

by 청려장 2023. 4. 18.

2023년4월15일(토)

오전 9시33분, 태백산으로 향하던 산악회 버스가 영월 솔고개에서 잠시 휴식을 갖는다.

솔고개에는 범상치 않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왠지 눈에 익다.

 

자료를 찾아보니 솔표 우황청심환과 솔담배 모델이 되기도 했었던 명품 소나무다. 아하..

수령이 300년 가량되며, 둘레 3.3m에 수고 14m 라고 한다.

"속리산 정2품소나무"와 "청도 운문사 처진소나무"와 함께 국내 3대 명품소나무로 꼽히고 있다고 한다.

영월 솔고개 소나무

솔고개는 조선 단종이 영월에서 승하한 후 그 혼령이 태백산을 향할 때

이곳 노송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배웅했다 하여 이름지어졌다고 한다.

 

오전 10시경, 대한토 버스가 산행들머리인 화방재에 도착한다.

그런데 휴게소 앞에 세워진 입간판 "어평재휴게소"를 보니 아리송하다. 어평재?

알고보니, 이 고개는 진달래, 철쭉이 무성하여 화방재(花房嶺)라 불렸는데,

태백산 산신이 된 단종이 여기부터 내땅이라고 했다하여 어평재(御坪峙)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화방재/어평재

오늘 산행은

한계령풀을 비롯한 각종 야생화를 만날 것을 기대하며

화방재로부터 유일사쉼터-천제단-반재를 거쳐 당골로 하산하는 B코스를 선택하였다.

거리는 9km로서 야생화 탐사시간을 포함하여 5시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전 10시10분, 주유소 너머에 위치한 들머리로 진입한다.

화방재 들머리

그 동안 눈산행만 해오던 곳이기에

눈이 덮히지 않은 들머리에 진입하는 것이 새롭다.

부드러운 흙길을 밟으며 비교적 완만한 등로를 따라 10분 가량 오르니 사길령을 만난다. 

사길령

사길령은 경상도에서 강원도로 들어오는 중요한 고갯길이다.

신라시대에 태백산 꼭대기로 통하는 천령(天領)이 있는데 넘 높고 험하여

고려시대에 새로이 길을 냈다고 한다. 거기가 바로 이곳 사길령이라 한다.

그 즈음부터 만나는 야생화가 눈을 즐겁게 한다.

괭이눈

꽃이 만개한 처녀치마..

처녀치마

꽃밥이 아직 진하게 붙어 있는 것을 보니 정말 아직 '처녀'인 듯 싶다. ^^

처녀치마

오전 10시36분, 산령각에 이른다.

산령각은 예전 보부상을 비롯한 길손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당집이다.

이곳에 보부상의 제사 이력을 기록한 천금록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산령각

이곳부터 맥사이버대장이 A코스 일행을 이끌고 앞서 나가고

산행 안내를 맡은 화산자문님은 B코스 일행을 이끌고 야생화 탐사를 시작한다.

이후 등로에서 한계령풀을 만난다.

한계령풀

한계령풀은 설악산 한계령에서 처음 발견되어 이름이 붙었는데

북방계 식물로서 주로 백두산과 만주지역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고도 1,000m가 넘는 강원도의 깊은 산 낙엽 수림지에서 자라는 희귀한 식물이다.

잎은 1개로 잎자루 끝에서 3개로 갈라진 다음 다시 세 개씩 갈라져서 '2회3출복엽'이다.

꽃은 4월에 피며 원줄기 끝에 노란 꽃봉오리가 총상꽃차례(總狀花序)를 이룬다.

한 때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되었었는데

최근에 여러 자생지가 발견되어 2011년에 해제되었다고 한다.

그럴만 한 것이.. 이곳 등로상에 지천으로 피어 있다.

한계령풀 군락지

그 무리속에 '꿩의바람꽃'도 당당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다.

꿩의바람꽃

오전 11시17분, 유일사가 0.6km 남았음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지나고..

한계령풀 군락지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자유론날개짓 고문님

찍사들은 꽃에 눈맞춤하며 각종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계령풀꽃..

정면을 바라보면 예전 어머니 가슴에 달렸던 꽃 브로치 같이 생겼다.

측면에서 보면

노란부리물총새가 날개짓하며 이제 막 나르려 하는 것 같다.

고목 앞에 한껏 자태를 뽐내는 한계령풀.. 요것이 오늘의 베스트 컷인 것 같다.

오전 11시35분, 유일사 갈림길을 지나고..

유일사 갈림길

오전 11시45분, 참나무 고목 앞 공터에 자리잡는다.

화산자문님과 참나무 고목

그 즈음 빗방울이 한 방울씩 내리기 시작한다.

간단치 않은(?).. 푸짐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12시15분경, 다시 산행을 개시한다.

 

곧이어 만나는 주목..

본가지 밑둥에서 자라난 맹지가 기품을 더해 주고 있다. 

이어서 만난 주목 고사목..

멋지게 담았다 싶었는데.. 불청객이 있었다.~ㅋ

고사목과 장324

조금 더 오르니, 북쪽으로 함백산이 마주보인다.

그 왼편으로 만항재도 시야에 들어온다.

만항재는 해발 1,330m로서 우리나라에서 차량이 지날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갯길이다.

함백산

이후 기품 좋은 주목 노거수와 고사목들을 연이어 만난다.

주목 고사목

오후 12시41분, 장군봉에 도착한다.

장군봉

장군봉에는 장군단이 있다.

장군단은 태백산 정상에 있는 천왕단, 그 남쪽에 있는 하단과 함께 천제단이라 불린다.

규모는 천왕단보다 작지만, 하단보단 크다.

장군단

오후 12시50분, 태백산 정상에 당도한다.

태백산은 예로부터 신령한 산으로 섬겨졌으며

부족국가 시대부터 이곳 천왕단을 비롯한 천제단에서 

천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를 비롯한 여러 사료에 남아 있다고 한다. 

태백산 천왕단

많은 등산객이 몰려오는 한 겨울에는

인증샷을 찍으려는 산객들이 너무 많아서 정상석 앞에 접근하기도 힘들다.

그런 반면 오늘은 우리 산우 외에는 산객이 거의 없어 여유롭게 인증샷을 찍는다.

정상에서 지나온 방향을 바라보면

장군단 너머로 두위봉이 흐릿하나마 시야에 들어온다.

등불 전총무가 첫 산행을 한 곳인데 당시 너무 힘들었다고 두고 두고 푸념하는 산이다.

당시 주관 대장이었던 필자는 최고의 심설산행으로 기억하고 있는데..ㅠㅠ

북쪽 조망 - 두위봉

남쪽을 바라보면

문수봉 능선 너머로 묘하게 생긴 산봉우리가 보인다.

봉화 달바위봉(1,073m)이다. 정상이 V자 모양의 거대한 암봉으로 되어 있는 산으로서

봉화군의 숨겨진 명산으로 조망이 천하일품이며,

수백길 단애를 이루는 암산이어서 암릉 산행을 즐기는 산꾼들이 찾아가고 있다 한다.

봉화 달바위봉

단종이 죽은 후 백성들이 태백산에 입산한 단종의 영혼을 천도하고 국태민안을 기도하기 위하여

태백산 망경재에서 제를 올리던 어느 음력 8월 보름 경

동쪽을 바라보니 푸른 산속 위에 암석으로 된 봉우리가 달 같이 둥실 떠 있었다고 한다.

바로 저 봉우리이다. 그래서 달바위봉 또는 월암봉(月巖峰)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오후 1시02분, 천제단에서 내려와 단종비각에 이른다.

단종비각

단종이 유배된 후 한성부윤 추익한이 꿈을 꾸었는데

단종이 곤룡포를 입고 백마를 타고 태백산을 오르고 있었다고 한다.

꿈이 이상하여 영월에 찾아와보니 단종이 그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서기 1457년 영월에서 승하한 단종을 주민들이 태백산 산신령으로 모시기로 하고

이곳에서 매년 음력 9월3일 제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비문이 붉은 글씨로 쓰여져 어린 왕의 한스러움이 더욱 절절히 느껴진다. 

오후 1시07분, 망경사를 지나던 중..

망경사

중의무릇을 만난다.

연두색의 여리고 긴 줄기 끝에 별처럼 생긴 작고 노란 꽃이 피어있다.

'무릇'은 물가에 잘 자라는 백합과 식물을 말하는데.. 

앞에 붙은 '중-'은 이 꽃이 절 근처에서 종종 발견되기 때문이라 한다.

중의무릇

중의무릇의 영명은 '베들레헴의 노란 별(yellow star of Bethlehem)'이다.

아기 예수에게 동방박사를 인도한 바로 그 별을 뜻하는 것 같다.

여섯장의 꽃잎이 활짝 열리면 숲속의 노란 별처럼 보이긴 하지만..

영명의 유래는 잘 모르겠다. 

중의무릇, 베들레헴의 노란 별(yellow star of Bethlehem)

오후 1시34분, 반재 삼거리에서 우측 당골광장 방향으로 진입한다.

당골광장은 2.4km 남았으니, 하산 약속시간인 3시30분까지는 충분할 듯 싶다.

반재삼거리

잣나무 숲을 지나..

금괭이눈 앞에서 눈맞춤을 하며 해찰하다가..

금괭이눈
금괭이눈

오후 1시50분, 당골계곡을 가로지른다.

이끼 낀 계곡 사이로 흐르는 계류가 맑디 맑으며, 물소리도 청량하게 울려퍼진다.

당골2교를 넘어..

당골2교

계곡을 따라 하산하면서 다양한 야생화를 만난다.

 

홀아비바람꽃.

한 개의 꽃대에 꽃 한 송이를 피우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다. 

홀아비바람꽃
홀아비바람꽃
홀아비바람꽃

꽃이 배드맨턴 셔틀콕처럼 생긴 '회리바람꽃'도 만나고..

회리바람꽃

들바람꽃은

설악산 이북 추운 지방에서 피는 북방계라서 만나기 힘든 편에 속하는데

가평 강시봉 논남기 계곡에 군락지가 있어 많은 찍사들이 이 즈음 몰려간다고 한다.

들바람꽃
들바람꽃

오후 2시20분, 등로 우측 산기슭에 충곡과 장삼이사가 무언가에 꽂혀서 엎드려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구슬이끼가 앞에 있다.

그렇잖아도 만나고 싶어서 계곡쪽을 살펴보며 내려오던 중이었는데.. 충곡이 눈 좋게도 찾아내었다.

 

구슬처럼 생긴 포자낭이 깜찍하다.

구슬이끼

이어서 만난 '큰괭이밥'

분위기 쥑인다. 어떻게 보면 작은 '복주머니란'처럼 보인다.

큰괭이밥

꽃망울이 물방울을 머금으니 더욱 사랑스럽니다.

큰괭이밥

꽃잎엔 붉은 줄이 선명하게 그어졌고

암수술 상태는 순결해보인다.

큰괭이밥

뿔족두리풀은 화피열편이 뿔처럼 뾰족하게 나와서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화피열편'은 암수술을 항아리처럼 둘러싸고 있는 얼핏 꽃잎처럼 보이는 '화피'의 갈라진 끝단을 말한다.

꽃잎은 퇴화하여 없다.

뿔족두리풀

이어서 만난 개별꽃..

이 지역에서 자생하는 '태백개별꽃'이리라 생각했는데

그 특징이 꽃자루가 길고, 털이 없는 점을 꼽고 있어 살펴보니 잘 모르겠다.

태백개별꽃인지 큰개별꽃인지 솔직히 구분을 못하겠다.

태백개별꽃 또는 큰개별꽃

암튼 자그마한 꽃잎 속에 붉은 꽃밥이 빼곡하여 나름 화사하다.

태백개별꽃 또는 큰개별꽃

산행 날머리를 벗어날 즈음 만난 족두리풀..

꽃이 피기 직전 앙다물고 있는 화피가 앙증맞다.

족두리풀

오후 2시55분, 당골 광장 화장실에서 간단히 세수를 한 뒤..

당골광장

오후 3시04분,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친다.

당골 주차장

산행거리 11km에 5시간 소요되었다.

산행요약

한계령풀, 처녀치마, 중의무릇, 금괭이눈, 구슬이끼, 꿩의바람꽃, 홀애비바람꽃, 들바람꽃, 큰괭이밥, 뿔족두리풀..

많은 야생화를 만날 수 있어 넘 즐거웠다. 특히 한계령풀과 구슬이끼는 대박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