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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100대명산

산행기 - 남덕유산(2022.2.12)

by 청려장 2022. 2. 13.

아침 5시 기상하여 아침 식사후 도시락을 베낭에 꾸려넣는다.

아침 6시10분경 BRT 버스를 타러 나가려 했더니 와이프가 급 제동을 걸어온다.

장모님 생신상을 오늘로 땡겨서 차리니 오후 4시30분까지 처가집으로 오라는 것이다.

 

산악회 계획상 오후 5시30분에 대전IC에 복귀하는 것으로 예상되는데.. 고심끝에..

복귀시간을 가급적 당기기 위해 자차로 가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하고,

주관대장인 현진아빠대장에게 이차저차해서 버스에 타지 않고 직접 영각사로 갈 것임을 알린다.

 

오전 7시경 집에서 승용차로 출발하여

오전 8시40분경 신기마을(함양 서상면)을 지날 즈음 전방에 남덕유산 전경이 한가득 시야에 들어온다.

전경을 보니, 오늘 산행코스가 대략 그려진다.

남덕유산 전경

앞에 보이는 길 끝터리의 산자락에 영각사가 위치할 것 같고

그곳으로부터 왼편 삼자봉으로 오른 뒤, 서봉-남덕유산-중봉-영각재를 거쳐 영각사로 되돌아오는 루트다.

 

오전 9시, 영각사 앞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온 대한토 산우들과 만난다.

30명의 참가자 중 대략 반반으로 나뉘어

A코스는 교육원 쪽으로, B코스는 영각사 관리사무소 쪽으로 각각 출발한다.

덕유학생교육원 방향으로 출발

오전 9시08분, 덕유교육원 경내를 지난다.

덕유학생교육원
덕유학생교육원

교육원 야영장을 지나 잠시 비탐구간을 거친 뒤 산행들머리에 진입하여

오전 9시20분경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등로 초입은 완만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날씨가 생각보다 포근하여 상의 위에 걸쳤던 조끼도 벗어제끼고 오른다.

등로 초입

이후 경사도를 높이는 등로를 따라 부지런히 10여분을 오르니 삼자봉 정상이다. (오전 9시35분)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능선길에 진입한 것이다.

삼자봉 정상

삼자봉 표지판에 고도가 896m임을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지도는 삼자봉 높이가 913m, 트랭글은 955m로 제 각각 표시되어 무엇이 맞는지 모르겠다.

이후 편안한 등로가 이어진다.

서봉으로 향하는 길 (백두대간)

오전 9시49분, 남덕유산이 3.6km 남았음을 알려주는 표지판 옆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후에도 완만한 등로가 이어지던 중 전망이 좋을 듯한 바위가 나타난다.

바위 전망대

바위 옆에 세워진 이정표는 이곳 고도가 1,231m임을 알려주고 있다.

바위 전망대 (1,231m)

바위 위에 올라서니

좀 전에 이곳을 통과한 선두일행이 나무 사이로 보인다.

소리를 질러 기척을 내니 현진아빠대장이 뒤돌아서서 손을 흔들어준다.

A코스 선두 - 현진아빠대장

능선이 이어지는 끝에는 서봉(1,492m)이 어느덧 이만큼 다가와 있다.

그 오른편엔 남덕유산 정상인 동봉(1,507m)이 우람한 알통을 자랑하며 솟아있다.

남덕유산 서봉과 동봉

남덕유산 정상 우측으로는 진양기백이 이어지고 있다.

진양기맥은 남덕유산으로부터 분기하여 남령을 지나 수리봉-월봉산-금원산-기백산을 넘어선 뒤 진주 남강댐까지 이어지는 도상거리 156km에 달하는 산줄기다. 월봉산 우측에는 최후의 빨치산 정덕순이 활동하던 거망산이 위치하고, 그 뒤편으로 황석산이 이어진다.

진양기맥과 거망산/황석산

이후 등로는 오르막이 점차 가팔라진다.

오전 10시47분,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커다마한 암반이 솟아오른 바위지대가 시작된다.

바위지대

그 부근에서 뒤돌아보는 능선이 아득하다.

백운산-할미봉-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과

무령고개-장안산으로 이어지는 금남호남정맥은 무령고개 왼편의 야트막한 봉우리(영취산)에서 분기한다.

백운산 왼편엔 괘관산이 자리하고, 그 뒷편으로 지리산 능선이 하늘금을 그려야 하는데 날씨가 받쳐주지 않는다.

괘관산, 백운산, 장안산

조금 더 전진하다 보니 구천님이 암반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정상을 지척에 두고 이렇게 신발까지 벗어놓고 여유를 부리는 것이다.

그 생뚱맞은 여유부림이 좋다. 잠시라도 대오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자유로움이 좋다.

구천님

이어지는 데크계단에 산우가 지나기에 소리질러 기척한다. "얘들아!"

그들이 손을 흔들어 반응해준다.^^

앞서 가던 산우들

등로 한켠에서 드라이플라워를 만난다.

수리취는 꽃이 진 뒤에도 이렇게 메마른 채 오랫동안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다.

그래서 꽃말이 장승이라 한다.

수리취 드라이플라워

오전 11시, 서봉 정상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그곳에 이미 도착한 A코스 선두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봉 정상

오전 11시04분, 서봉 정상에 오른다.

선두 일행은 이미 정상 인증샷을 마치고 바로 옆에 위치한 헬기장으로 이동하였다.

서봉 헬기장

선두에 합류하기 전, 진득하게 주변 조망을 한다.

남동쪽으로 영취산-장안산-팔공산-선각산-덕태산-성수산으로 이어지는 금남호남 정맥이 흐릿한 운무사이로 봉우리를 이어가고 있다.

남덕유산 서봉 조망 : 금남호남 정맥

북동쪽으로는 덕유산 향적봉으로부터 무룡산-삿갓봉-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덕유산 주능선이 장쾌하게 이어진다.

남덕유산 서봉 조망: 덕유산 주능선

헬기장 정상에는 선두 일행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조망을 마치고 그곳으로 이동한다.

점심식사를 하던 중 회장님 소식을 듣는다.

도중에 배탈이 나서 힘겹게 쫓아오고 계신다고 한다.

페이스가 나와 대략 비슷하여 산행도중 종종 함께 걷곤 하였는데 오늘은 언제부턴가 뵙질 못하여 그렇잖아도 궁금했었다.

 

오전 11시31분, 회장님 일행이 서봉 아래 능선에 모습을 드러낸다.

소리 질러 부르니, 수신호를 보내온다. 다행히 잘 견디고 올라오신 듯 싶다.

서봉 아래 회장님 일행 출현

회장님의 안위를 확인한 후, 선두 일행은 동봉을 향하여 출발한다(오전 11시32분).

홀로 남은 다큐대장이 회장님 일행을 챙겨오겠다고 하기에.. 한마디 건네준다. "다큐대장 오늘 사리 좀 모으겠네?"

워낙 체력이 출중하여 선두에서도 날라다니는 그가

후미와 발맞춰 오려면 꽤나 맘을 수련해얄 듯 싶기에 고마운 마음에 우스게 소리를 건넨 것이다.^^

 

이제부터는 응달진 급경사 내리막인데다

녹지 않고 쌓여 있는 눈이 빙판이 되어버려 아이젠 없이는 쉽지 않은 길이다.

모두들 아이젠을 착용하고 전진한다.

급경사 내리막 (월성재 가는 길)

오전 11시43분, 월성재를 통과하고..

월성재

낮 12시경, 삿갓재 갈림길을 지난다. 이제 덕유산 정상이 100미터 남았다.

삿갓재 갈림길

오후 12시04분, 남덕유산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엔 우리 선두를 비롯한 많은 등반객들이 인증샷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남덕유산 정상

오후 12시07분, 줄 서서 대기하여 단체 인증샷을 찍은 뒤..

남덕유산 정상: A코스 일행 [출처: 길따라님 산행사진]

오후 12시15분, 중봉을 향하여 출발한다.

이제 하산길이다.

중봉으로 향하는 길

오후 12시18분, 중봉에서 B코스 일행을 만난다.

영각사로부터 영각재를 통해 남덕유산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라 거리는 짧지만

등로가 가팔라서 만만하진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그래서 여유롭게 쉬엄쉬엄 올라온 듯 싶다.

중봉 - A/B코스 일행의 만남 [출처: 이슬새님 산행사진]

오후 12시20분, 중봉에서 다시 하산한다.

험준한 날등 위로 데크길이 이어진다.

중봉에서 하산하는 길

중봉에서 내려와 날등 위에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본다.

남덕유산의 전위봉격인 중봉의 위용이 늠름하다.

중봉

오후 12시35분, 영각재를 지나 계곡으로 향하여 하산한다.

영각재 하산길

데크길이 끝난 이후 만만찮게 긴 너널길을 한 시간 가량 너널너널 내려와

오후 1시27분 영각재 관리사무소에 당도한다.

영각재 관리사무소 입구

당초 계획에는 A코스가 6시간 30분 소요하는 것으로 잡혔는데

불과 4시간30분만에 원점에 회귀한 것이다. 참으로 대단한 대한토 건각들이다.

 

오후 1시40분, 영각사 앞 삼거리에서

대한토버스가 주차된 곳(영각사 주차장)으로 향하는 대한토 산우들과 헤어진다.

영각사 주차장으로 향하는 산우들

나는 영각사 앞 공터에 주차해놓은 승용차에 짐을 풀어놓은 뒤

시간이 다소 여유 있기에 영각사 경내를 잠시 살펴본다. 그 동안 수차례 이곳을 지나면서 한번도 들어와 보지 않았었다.

영각사 화엄전

영각사는 해인사(海印寺)의 말사로서, 신라 헌강왕 2년(876년)에 심광대사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창건 뒤의 역사는 거의 전래되지 않고, 1907년 화재로 소실된 전각을 강용월(姜龍月) 선사가 중창하였는데

한국전쟁 당시 다시 소실되어 1959년 국고보조를 얻어 해운이 법당을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영각사 입구에는 연화좌대 위에 올려진 석종형 부도 두 개가 있다.

그 중 하나는 1907년 이절을 중창한 강용월선사의 것인 듯 싶다.

용월대선사 부도

산행거리는 9.7km, 총 4시간 37분 소요되었다.

싱싱하고 맛좋은 공기를 흠뻑 마시며, 남덕유의 영험한 기운을 온몸에 이식하는 산행이었다.

한 주일을 보내기 위한 좋은 기운을 만땅 충전하였다. 끝.

산행궤적 및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