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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100대명산

산행기 - 지리산 (2023.5.27)

by 청려장 2023. 5. 28.

2023년5월27일(토)

 

지리산으로 떠난다.

비가 예보되어 있지만 산행에는 지장이 없는 정도인 것 같다.

이 즈음 깊디 깊은 산이 품고 있을 찐~한 싱그러움을 기대해본다. 

 

버스가 오도재를 넘는다.

전망대를 지나며 창밖으로 지리산 주능선을 살펴보니.. 천왕봉 일대는 구름으로 뒤덮였다.

주능선 상에서 비 좀 맞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해본다.ㅠㅠ

오도재 전망대

오전 9시15분, 백무동에 도착한다.

예정보다 20여분 가량 늦어졌다. 함안 시내를 경유해서 오느라 오도재를 넘다보니 그리된 듯 싶다.

생초IC 또는 지리산IC를 경유했으면 시간을 좀 더 단축했을 것이다..

 

오전 9시20분, 서둘러 채비를 한 뒤 산행을 시작한다.

백무동

주관대장이 제시한 산행 코스 A, B는 아래와 같다.

A코스. 백무동-촛대봉-장터목-천왕봉-중산리 (17km/9시간)

B코스. 백무동-장터목-천왕봉-중산리 (13km/8시간) 

산행지도 - A코스

필자는 A코스를 선택한다.

최근 운동을 열심히 해왔으니 그 효과를 실증해보고 싶었다.

 

코로나 기간 중 핑계김에 1년 가량 운동을 게을리 했더니 몸이 꽤나 불어났다.

그러던 중 지난 3월초 체중계에 올라선 뒤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자각을 하고선..

그 날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뜀박질을 해오고 있다.

그렇게 3개월이 가까워진 이 즈음 몸무게가 6~7kg 가량 빠진 듯 싶다.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백무동 식당촌

오전 9시28분, 갈림길에 이른다.

왼쪽은 장터목대피소로 직등하는 길(B코스), 우측은 세석대비소로 향하는 길(A코스)이다.

B코스로 향하는 산우가 사전 조사보다 꽤 많아졌다. 열댓명을 넘는 듯 싶다.

갈림길

필자는 세석대피소로 향하는 백무동계곡으로 들어선다.

이 계곡은 조만간 한신계곡으로 이어지고.. 그 끝단은 세석의 서쪽 봉우리 영신봉으로 향한다.

백무동 계곡

오전 9시53분, 한신계곡에 들어선 듯 싶다.

계류 소리가 우렁차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널 즈음..

몰아치는 바람이 나뭇가지를 휘휘 비틀어놓는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아.. 시원 & 서늘한.. 산행하기 딱 좋은 날씨다.

너른 암반을 타고 내리는 물줄기는 맑고 우렁차다.

한신계곡 계류

연분홍 철죽(연달래)을 만난다.

이미 지고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높고 깊은 산인지라 이제야 절정을 맞이하고 있다.

냉이 종류 중 가장 화려한

'꽃황새냉이'도 만난다.

꽃황새냉이

시닥나무는 꽃을 활짝 피워놓았다.

단풍나무과의 작은키나무로 암수딴그루라고 한다.

시닥나무

이 나무는

꽃에 꽃밥 달린 수술만 보이고  암술은 보이지 않는 걸로 보아

수꽃만 피우는 수크루인 듯 싶다.

시닥나무 수꽃
시닥나무 수꽃

귀룽나무도 만난다.

장미과의 큰키나무인데 주로 깊은 산골짜기 계곡가에 자란다.

귀룽나무 꽃

이름의 유래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잎이 나온 다음에 피는 흰 꽃이 뭉게구름 같아서 구름나무로 부르다가 귀룽나무가 되었다는 설이 가장 맘에 든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구름나무로 부르고 있다고 한다. 

귀룽나무 꽃

꽃은 총상꽃차례로 핀다고 하는데..

꽃잎이 10장 가량 되고, 수술은 꽤나 많아 30개 가량 되는 것 같다.

암술은 이미 수분을 끝내고 떨어진 듯하며,

암술 자리에 두 개의 초록색 씨방이 실하게 자리잡고 있다.

귀룽나무 꽃 (Zoom-Up)

다시 만나는 연달래..

홍조 띈 싱그러움이 좋다.

연달래

금강애기나리도 만난다.

깊은산골짜기나 고도가 높은 산림에서 자라는 다년생초본으로

귀하신 몸이다.

금강애기나리

별 모양으로 핀 꽃잎에 붉은 빛 점이 촘촘히 박혀있어

무언가 특별하고.. 무언가 고상틱하다.

금강애기나리

오후 12시09분, 세석대피소 입구에 들어선다.

세석대피소 입구

세석대피소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A코스 선두는 이미 떠났고.. 중간그룹만이 남아서 식사 중이다.

꽃에 취한 것도 있었지만.. 이차저차한 상황 덕에 시간을 넘 많이 지체한 것이다.

세석대피소

오후 12시42분,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산행을 개시한다.

세석평전

정들회장님의 무전기를 통해 날아온 '장터목 Cut-off Time'은 오후 1시30분이다.

천왕봉을 가려면 장터목을 오후 1시30분 이전에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석에서 장터목까지 거리는 3.4km. 대략 1시간반 가량 소요될 것 같은데..

이미 12시40분이 넘었으니 넘 많이 늦었다.

이정표

촛대봉으로 오르던 중 우측으로 데크길이 단장되어 있다.

기왕에 늦었으니 천천히 둘러볼까나 하며 그 길로 들어서려다 멈춰선다.

먼들님과 오르미님은 아직 늦지 않았다며 딴전 피우지 않고 서둘러 촛대봉으로 향하기에.. 각성을 한 것이다.

세석평전 전망데크

데크길 끝은 세석평전을 내려보는 전망대인 듯 싶다.

아쉽지만 눈길만 주고 그녀들을 쫓아 촛대봉으로 향한다.

세석평전 전망데크

오후 12시59분, 촛대봉을 지나고..

촛대봉 - 수아님

삼신봉으로 향하는 길.. 도중에 남쪽으로 시야가 열린다.

발치 아래로 도장골이 휘돌아가고

그 우측에 솟은 산자락은 영신봉에서 뻗어내린 남부능선 삼신봉(외삼신봉)인 듯 싶다.

도장골, 외삼신봉

습분이 많은 산공기이지만

산바람이 적당히 불어주니 발걸음이 한결 더 상쾌하다.

연분홍 철쭉, 푸르른 구상나무, 상쾌한 산공기.. 싱그럽고 청량하다. 

싱그럽고 청량한 등로

오후 1시18분, 삼신봉에 이른다.

지나온 촛대봉 너머로 남부능선 삼신봉 줄기가 한층 완전한 몸집을 보여준다..

주능선 삼신봉에서 바라보는 남부능선 삼신봉(외삼신봉-삼신봉-외삼신봉)

좀 더 전진하다 되돌아보는 촛대봉..

이제 구름에 휩싸여 정수리를 감추고 있다.

구름에 휩싸인 촛대봉

그 즈음.. 여지껏 함께 오던 산우가 장터목에서 중탈하겠다며 먼저 가라 한다.

그렇잖아도 이런 페이스면 천왕봉 등정이 어렵겠단 생각을 하던 중이었는데.. 그렇다면?^^

 

정들회장에게 후사를 맡기고 가속패달을 밟기 시작한다.

이제라도 서두르면.. 장터목 컷타임엔 좀 늦겠지만..

마감시간 안에 천왕봉을 찍고 중산리로 하산할 수 있겠단 계산서를 뽑아든다.

 

오후 1시36분, 화장봉에 이른다.

화장봉에서 바라보는 연하봉

전방에는 맞은편 봉우리인 연하봉을 중심으로 연하선경(烟霞仙境)이 펼쳐진다.

지리산 10경 중에 하나이다.

연하선경(烟霞仙境)

지리산 10경에 선정된 사유을 옮겨오면..

기암괴석과 고사목 사이로 기화요초(琪花瑤草)가 만발하여 선경을 빚고 있는 곳이다.

기화요초(琪花瑤草)는 옥같이 고운 풀과 구슬같이 아름다운 꽃을 뜻한다.

맞은 편 연하봉에 운무가 머물면 어디선가 신선이 나타날 것 같은.. 그런 곳이라 한다.

연하선경(烟霞仙境)

선경 속으로 내려서니

청래골로부터 불어오는 세찬 계곡 바람이 풀과 나무에 힘을 북돋는다.

청래골

기암괴석, 기화요초, 나풀거리는 흰 구름..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연하봉에 오를 즈음 자유론날개짓고문님을 만난다.

연하선경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상작업을 하고 계셨던 모양이다.

천왕봉 가려면 서둘러야 함을 알려드리니, 그제서야 필자를 따라 발걸음을 재촉하신다.

연하선경 - 필자 [출처: 자유론날개짓고문님 영상 캡춰]

오후 1시44분, 연하봉 정상에 오른다.

연하봉 정상

정상 맞은 편엔 거북 머리 모양의 기암이 눈길을 끈다.

연하봉 거북바위

정상 주변엔 연분홍 철쭉이 곱게 물들이고 있다.

연하봉 철쭉

조금 더 전진하다 만난.. 꽃사과.

꽃사과꽃

꽃이 세련되고.. 상큼하다.

아마도 이 가을에 무쟈게 맛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꽃사과꽃

오후 1시56분, 장터목에 이른다.

주관대장이 제시한 Cut-off Time인 1시30분엔 다소 늦었지만..

여기서 천왕봉까지 1시간, 천왕봉에서 중산리까지 3시간으로 계산하면..

마감시간인 오후 6시까지는 중산리로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

장터목대피소

장터목에서 게토레이 한 모금을 마신 뒤

그곳에서 만난 몸치님과 오온공님을 뒤로 하고

오후 1시58분, 서둘러 제석봉으로 향한다. 

장터목 - 제석봉 입구

제석봉으로 향하는 길..

점차 운무가 짙게 드리운다.

구상나무 군락지를 지나고..

고사목 지대를 지나고..

제석봉 고사목 지대

오후 2시10분경, 제석봉을 넘어선다.

이어서..

오후 2시24분, 통천문을 지난다.

이후 휘몰아치는 찬바람을 이겨내고 천왕봉에 오르기 직전

오르미님, 먼들님, 디비맨부회장님을 다시 만나

함께 천왕봉 정상에 오른다(오후 2시37분).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운무에 휩싸인 천왕봉 정상..

인증샷을 위한 산객이 나래비를 서 있다.

우리 일행은 나래비를 피해 정상석 뒷공간에서 인증한다.  매번 그랬듯이.. ^^

천왕봉 - 필자

오후 2시40분, 천왕봉 인증 후 막바로 하산한다.

중산리까지 3시간을 잡더라도 마감시간까지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듯 싶다.

 

가파른 돌계단을 내려서니

흐드러지게 핀 철쭉(연달래)이 산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러고 보니 철쭉의 어원인 '척촉(躑觸)'이 그럴 듯하다.

척촉(躑觸). '너무 아름다워 발걸음을 늦추게 한다'하여 지어진 이름이었다 하니..

한신계곡에서 만났던 시닥나무 꽃도 다시 접한다.

'시닥'은 단풍의 엣말인 '싣'이 변형된 것이라 한다. 즉 시닥나무는 단풍나무의 한 종이라는 뜻이다.

시닥나무

이후 계속해서 만나는 연달래..

한층 더 붉은 홍조를 띄고 있어.. 한층 더. 아.름.답.다.

철쭉

오후 3시15분경, 법계사에 다다를 즈음 현진아빠 수석대장을 만난다.

B코스 일행인 멍까녀총무와 봄봄님을 이끌고 있다.

현진아빠수석대장 일행

오후 3시24분, 법계사를 지난다.

법계사 일주문

곧이어 나타나는 로타리대피소에서..

몸매무새를 추스리고.. 과일섭취로 기력을 보충한 뒤.. 다시 하산하려는데..

 

길목에서 만난 현진아빠 일당이 삥을 뜯는다.

순두류버스를 타려는데 현찰이 없다며.. 만원짜리는 필요 없고 천원짜리만 내놓으라 한다.

결국 7천원을 뜯겼다.^^ 

 

이후 거친 돌무더기 등로를 가열차게 헤쳐가며 하산..

오후 4시12분, 칼바위 삼거리를 지난다.

이제 중산리까지는 1.3km 남았다. 생각보다 꽤 빨리 내려왔다.

칼바위 삼거리

오후 4시32분, 중산리탐방지원센터를 지난다.

중산리 주차장까지는 아직 1.5km 가량 더 내려가야 한다.

중산리탐방지원센터

차도 옆길을 따라 최대한 편안한 걸음으로 터덜터덜 이동..

오후 4시50분, 주차장에 당도하여 산행을 마친다.

천왕봉으로부터 불과 2시간10분 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대한토 버스는 수련원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

중산리 주차장

빨간색 대한토 버스에  다다른 뒤

반겨주는 이철헌사장 뒷편.. 트렁크 앞에 자리잡은 산우들에 시선을 꽂는다.

가방도 풀기전에 다가가서 시원한 성인음료 두 잔을 연거푸 얻어 마신다. 캬~ 역시 이맛이야..^^

대한토버스 - 이철헌사장

산행거리는 19.28km로 찍혔고

소요시간은 7시간29분으로 집계되었다. 

산행 요약

깊은 산중에서나 만날 수 있는 시닥나무, 귀룽나무, 금강애기나리

흐드러지게 핀 홍조빛 츠자 연달래..

기암괴석과 기화요초가 만발한 연하선경

눈이 참으로 호강하였다.

 

글구..

최근 열심히 수련한 덕에 체력이 어느 정도 복구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