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10월28일(토)
영험한 바위(靈巖)의 기운을 한껏 품으러 대한토 산우와 함께 월출산(月出山)에 간다.
월출산은 전남 영암과 강진에 걸쳐 있는 산으로 국립공원이며,
설악산, 주왕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암산으로 꼽힌다.
호남정맥의 거대 암류가 남해바다와 부딪치면서 솟아오른 화강암의 산으로 주봉은 천황봉(827m)이다.
산세가 매우 크고 수려하며
천황봉을 중심으로 북/동쪽은 굵직한 능선줄기 위의 큰 바위가 웅장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남/서쪽은 크고 작은 바위들이 마치 탑을 이룬 듯한 형상을 한다.
기암괴석과 봉우리 사이로 펼쳐진 나주평야의 풍경과 일출/일몰 광경은 호남 제일의 장관으로 손꼽힌다.
산행코스는
천황탐방지원센터-천황사지-구름다리-사자봉-천황봉-구정봉-홍계골-도갑사(10km/5.5시간)로 계획되었다.
선두는 주관대장인 꿈너꿈님, 중간은 맥사이버대장, 후미는 현진아빠회장이 맡았다.
오전 10시39분, 들머리인 천황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들머리부터 기골장대한 암봉을 올려보며 걷는다.
산행 중 경유할 사자봉-천황봉이 어서오라 손짓한다. 사자봉 아랫 자락엔 얼핏 구름다리도 보인다.
탐방로 입구에 설치된 날씨정보 패널이
현재 온도 17 °C, 습도 68.6%, 풍속 1.2m/s임을 알려주고 있다.
등산하기 딱 좋은 날이다.
오전 10시42분, 갈림길에 이른다.
이곳에서 왼쪽은 구름다리-사자봉을 넘어 통천문으로 향하는 가파른 암릉 길이고
오른쪽은 바람골을 따라 장군봉을 넘어 통천문에 이르는 다소 편안한 계곡길이다.
우리 일행은 왼편 암릉길로 향한다.
오전 10시54분, 천황사에 이른다.
천황사는 오랫동안 옛 절터로 남아 있다가 2004년 새롭게 창건된 사찰이다.
전설에 따르면,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하고, 신라 헌강왕 때 도선국사가 중창한 유서 깊은 절이었다고 한다.
오전 11시09분, 거대암봉 아랫자락을 휘돌아가..
오전 11시23분, 구름다리 입구에 이른다.
이정표는 천황주차장으로부터 2km 올라왔고,
천황봉까지는 1.7km 더 올라야 함을 알려주고 있다.
구름다리를 건너기 전
잠시 휴식을 취하며 동쪽을 조망하니 보성 제암산이 관측된다.
오늘 먼 하늘은 흐릿하여 일망무제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그저 인근 산봉우리 조망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오전 11시28분,구름다리에 오른다.
안내문에 따르면, 이다리는 1978년 시공되었으나 폭이 좁고 노후화하여
200여명이 동시에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제원으로 2006년 재시공되었다고 한다.
해발고 500미터의 다리에서 계곡을 내려보니.. 아찔하다.
건너편 장군봉 능선 너머로는 영암 땅이 펼쳐진다.
구름다리를 건너고..
암릉 위로 가파르게 이어지는 오르막 계단을 넘어
잠시 내리막 길에 들어서니 곱게 물든 단풍이 산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다시 시작되는 가파른 오르막을 치고 오르니..
거대 암봉이 눈높이 아래로 도열한다(오후 12시00분).
앞에 있는 봉우리가 사자봉, 그 뒤는 매봉이다.
사자봉을 가만 살펴보니 암벽 사이로 로프가 드리워 있다. 호기로운 산꾼은 필히 오르고 싶으리라 짐작된다.
먼 하늘을 바라보면
좀 전에 확인하였던 보성 일림산이 사자산을 이끌고 다시 나타난다. 철쭉 시즌에 많이 찾아갔던 산자락이다.
우측 달구봉 너머로는 천관산이 희미하지만 윤곽을 드러낸다.
9월말에 다녀왔으니.. 저 산을 걸으며 보고 느끼며 사색하던 것들이 아직 풋풋히 남아있다.
날씨가 좋으면 보성 사자산과 장흥 억불산 사이에 득량도도 관측된다고 하는데.. 그 부근은 곰탕이라 아쉬울 따름이다.
오후 12시10분, 사자봉 고개마루를 넘어서니 천황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 뒷편으로 구정봉과 향로봉도 나타나고.. 먼 하늘에는 해남 흑석산이 하늘금을 긋고 있다.
천황봉을 향하여 계속 전진..
천황봉 아래 공터에서 20분 가량의 점심식사..
오후 12시34분, 계속해서 천황봉으로 향한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던 중
산중턱에 설치된 나무데크에서 오던 길을 되돌아 보며 조망한다.
울긋불긋한 수풀을 뚫으며 솟은 암봉의 기운이 드세다.
우리는 사자봉 우측 계곡을 따라 올라왔고..
우측 달구봉, 양자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암릉 산꾼들이 즐겨 찾는 코스라 한다.
그 만큼 아찔하지만, 극강의 암릉미를 맛보는 코스인 듯 싶다.
그 능선 너머 먼 하늘엔 장흥 천관산, 강진 만덕산이 관측되고..
그 사이 하얀 띠처럼 보이는 물줄기가 내륙으로 깊게 들어온 강진만이다.
오후 12시37분, 다시 천황봉 정상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오후 12시43분, 천황봉의 관문인 통천문에 이른다.
오후 12시54분, 천황봉 정상에 오른다.
동쪽으로 나주평야의 너른 벌판 너머로 영산강과 그 하구에 위치한 목포가 어렴픗 가늠된다.
남서쪽으로는 앞으로 가야하는 구정봉과 향로봉이 나래를 펼치고 있고
그 산자락엔 수많은 크고 작은 바위봉우리들이 불쑥 불쑥 솟아 있다.
그 뒷편엔 해남 흑석산과 별뫼산이 다시 등장한다. 저곳도 암릉미와 조망이 기막히게 좋은 산행지이다.
내내 함께 한 구름따라님.. 대단한 체력의 준족이다.
천황봉 정상석 뒷편에 또 다른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에 새겨진 글에 따르면,
이곳은 월출산 소사지(月出山 小祀地)로서 통일신라시대부터 임진왜란 전까지 국가 제사, 즉 천신제를 지낸 곳으로..
통일신라시대 토제향로, 고려시대 녹청자접시, 조선시대 백자접시 등의 제기들이 발굴되었다고 한다.
오후 12시58분, 구정봉을 향하여 출발한다.
잠시 구릉을 넘어서니..
각종 암봉들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길목에서 만난 묘한 바위..
볼수록 거시기하다.^^
조금 더 가다보니 사진으로 눈에 익은 바위가 나타난다.
돼지바위다. 코가 들려있고 힘쎄게 보여서 수퇘지라 하는데.. 직관해도.. 글쎄다.
오후 1시20분, 20분 가량 내려왔나?
천황봉 정상이 벌써 아득하다.
달구봉에서 양자봉으로 뻗어내리는 암릉도 기골차다.
계속해서 전진..
꿈너꿈대장이 이끄는 선두 대열은 힘차고 빠르다.
그 즈음 범상치 않은 바위가 다가온다.
그 바위 모퉁이를 돌아드니.. 똿~하며, 거대 남근바위가 나타난다.
안내문에 따르면, 이 바위를 만지거나 껴안으면 젊어진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람이 닿는 아랫자락이 다소 맨질맨질 거린다.^^
다시 서쪽으로 전진..
향로봉과 구정봉이 점점 더 위압적으로 다가온다.
구정봉은 가까워질수록 거인의 얼굴이 투영된다. 그러다보니..
최근 여러 매체에서 '큰바위얼굴'로 소개하며 스토리텔링하고 있는 것 같다.
가까이 바라보니,
수염 늘어뜨린 노장수로 보이기도 하고..
호돈의 "큰바위 얼굴"이 연상되기도 한다. 언젠가 이 지역에 저 얼굴 닮은 큰사람이 나타나리라.
오후 1시40분, 향로봉과 구정봉 사이 마루등에 오른 뒤
북쪽 암장 너머에 있는 개구멍을 통과하여..
오후 1시42분, 구정봉 정상(738m)에 오른다.
구정봉(九井峰)은 평평한 정상 암장에 물이 담긴 오목한 동이가 아홉개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속설에는 여기에 아홉마리 용이 살았었다는 뻔한 스토리도 전해진다.
구정봉 북동쪽엔 월출산 제1봉인 천황봉, 남서쪽엔 제2봉인 향로봉이 서로 마주하고 있다.
두 봉우리가 펼쳐놓은 산자락엔 각종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천황봉은 웅장하고..
향로봉은 역광이라 그런지 기괴하다.
함께 올라온 현출님과 금강솔님은 촬영 삼매경이다.
오후 1시50분, 구정봉 정상에서 내려와 일행과 함께 마애여래좌상을 알현하러 내려간다.
구정봉 아래 마루등에서 500m 거리에 있지만.. 예전 기억을 되살려보면..
길이 가팔라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잰걸음으로 10여분 내려와 용암사지에 이르니
부처님이 근엄한 모습으로 맞아주신다.
부처님 오른 무릎 옆에 새겨진 자그마한 동자님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산객을 맞는다.
이 마애여래좌상은
신라후기~고려초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며 불상 높이가 8.6미터에 이른다.
전체적으로 거대 화강암에 웅장하고 장엄하고 정교하게 조각한 부조상(浮彫像)으로
당대 걸작으로 평가받아 1972년 국보(제144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국보인 것이다.
부처님을 뒤로 하고..
다시 구정봉으로 오르며 바라보는 암봉이 기골차다.
내려올 때 급하게 내려오느라 살펴보지 못했었는데.. 연이어 나타나는 거대 암봉들이 모두 절묘하다.
오후 2시15분, 구정봉 마루등에 되돌아온다.
마애여래좌상 알현하고 돌아오는데 25분 가량 소요된 것이다.
구정봉 하단의 암장을 무심코 바라보다, 묘한 형태의 숨은 그림을 찾아낸다.
전체적으로 거대한 토끼가 엎드린 형상인데,
얼굴 부위엔 찢어진 듯한 두 눈과 그 아래 혓바닥.. 외계인 얼굴이 연상되기도 하고.. 암튼 기괴하다.^^
오후 2시16분, 본격적으로 하산한다.
25분 가량 내려오다 뒤돌아보니 향로봉의 암봉들이 장벽을 이루고 있다.
전방엔 해남 별뫼산-가학산-흑석산으로 이어지는 멋진 능선이 월각산 너머로 관측된다.
서기산과 별뫼산 사이 먼 하늘엔 해남 두륜산도 희미하나마 존재를 드러낸다
그 부근을 Zooming 하니..
위봉-두륜산-대둔산이 흐릿하나마 하늘금을 긋고 있다.
오후 2시44분, 미왕재에 이르니
A 코스 중간 그룹이 억새밭 사이를 지나고 있다.
선두 일행이 마애여래좌상에 다녀오는 사이 앞서 지나간 모양이다.
이곳은 예전에 산불이 난 뒤, 억새가 자라기 시작하였고..
이후 억새 군락지가 되어 "억새밭"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얘들아~!" 하고 부르니..
다들 반갑게 손을 흔들어준다.^^
오후 2시45분, 미왕재에서 도갑사로 하산한다.
도갑사까지 2.7km 남았으니,
부지런히 내려가면 3시40분이면 도갑사주차장에 도착하여 예정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부.지.런.히. 내려와..
오후 3시22분, 도선국사비각에 이른다.
비각에는 도갑사 도선수미비(道詵守眉碑, 보물 제1395호)가 모셔져 있다.
이 석비는 1653년 건립된 것으로 특이하게도 한 비석에 도선국사와 수미선사를 표방하고 있다.
도갑사는 신라시대에 도선국사가 창건하였고, 조선시대에 수미선사가 중창하였기에
두 분의 행적을 석비에 기록한 것이라 한다.
오후 3시26분, 도갑사 경내에 들어선다.
중층 형식의 대웅보전이 웅장하다.
원래 저 자리에 있는 대웅전은 1977년 참배객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해 전소되어
최근에 새롭게 지은 절집이라 한다.
곧이어 해탈문을 지난다.
해탈문 내부에는
지혜를 담당하는 문수동자, 행동을 담당하는 보현동자가 조각되어 있다.
원래는 보물 1134호로 지정된 문수동자상과 보현동자상을 모셨으나 도선국사유물전시관으로 옮겨 보관 중이다.
이를 대체한 목조상이 세워진 것이다.
문수/보현동자 옆에는
금강역사상이 잡귀 또는 온갖 사악한 것들을 물리치려 눈을 부릅뜨며 지켜 서 있다.
해탈문을 통과하여 정면을 바라보니
해탈문(解脫門)의 글씨체가 범상치 않다. 마침 관광객을 이끌고 온 문화해설사가 알려준다.
조선 4대 명필 중의 하나인 원교 이광사가 해남 대흥사에 쓴 해탈문 글씨를 2003년 모각한 것이라 한다.
원래 있던 현판은 해탈문 안쪽 현판에 "월출산도갑사"라 씌여진 편액이라 한다. 이궁~ 왜 바꿔야만 했을까?
암튼 도갑사 해탈문은 국보 제50호다.
밋밋한 맞배지붕집이라 특별하거나 화려해 보이진 않지만
1473년 신미와 수미가 건립을 주도했다는 제작 연대-내력이 해체-복원과정에서 밝혀지면서
복원 2년 뒤인 1962년 국보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오후 3시30분, 일주문을 지난다.
일주문엔 "국중제일선교대찰(國中第一禪宗大刹)"라 쓰여진 현판이 걸려 있다.
도선국사가 세운 제일 큰 사찰이라 하여 당당히 써 놓은 듯 싶다.
부처님의 품안에서 기골장대한 암봉을 바라보며 영험한 기운을 만땅 충전하였다.
이제 해탈문을 다시 벗어나 속세에서 일주일간 각종 번뇌와 싸워야 하니..
한껏 충전한 좋은 기운을 아껴써야 겠다.
오후 3시31분,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친다.
산행거리 총 11.26km에 4시간59분 소요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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