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100대명산

산행기 - 통영 미륵산 (2023.12.02)

by 청려장 2023. 12. 4.

2023년12월02일(토)

대한토 산우들과 통영 미륵산으로 간다.

 

미륵산(彌勒山, 461m)은 통영시와 연육교로 이어진 미륵도의 한 가운데 솟은 산으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경관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등 경관이 아름다운 산이다.

그 때문에 산림청 100대 명산에 선정되었다.

예전엔 미륵존불(彌勒尊佛)이 당래(當來)에 강림하실 용화회상(龍華會上)이라 하여

용화산(龍華山)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통영미륵산, 한려해상공원

 

산행코스는 

A코스: (구)산양읍사무소-현금산-미륵치-미륵산-미래고개-마리나리조트(10km, 5시간20분)

B코스: 용화사주차장-관음사-도솔암-륵치-미륵산-미래고개-마리나리조트(8km, 4시간30분)으로 계획하였다.

주관대장이며 수석대장인 동그라미님이 산행거리와 소요시간을 매우 넉넉하게 잡은 것 같다.

 

오전 10시15분, 통영산양스포츠파크(통영체육공원)에 도착하여

A, B코스 모두 모여 단체사진을 찍는다.

뒷편에 보이는 암봉은 들머리로부터 첫번째 봉우리인 구망봉이다.

출발전 단체사진 - 통영체육회관 [촬영: 송사리님]

 

오늘은 버들님이 500회 산행을 달성하는 뜻 깊은 날이다.

원년 멤버로서 꾸준히 산행을 이어와 여성으로는 최초로 달성한 쾌거이다. 축하합니다.^^

버들님 500회 산행기념 - 통영체육회관 [촬영: 송사리님]

 

오전 10시18분, 체육공원에서 산행 들머리를 찾아 읍사무소쪽으로 향한다.

 

곧이어 산양복지허브센터(구 산양읍사무소) 옆길로 들어선 뒤

민가 골목으로 진입하니..

 

오전 10시22분, 산행들머리에 이른다.

이정표는 좀 전에 올려보았던 암봉(구망봉)이 1.1km 거리에 있음을 알려준다.

 

초입은 비교적 완만한 등로로 시작된다.

 

이후에도 그다지 험한 길은 아니지만

선두 일행의 발걸음이 빠르다보니 땀을 연신 훔치며 쫓아간다.

언제부턴가 선두는 바른길대장이 이끌고 있다.

 

오전 10시41분, 구망봉 정상(303m)에 오른다.

 

정상목 맞은 편 암반지대에 올라서니 남쪽 조망이 시원하게 터진다.

목적지인 미륵산을 비롯해..

한산도, 매물도, 비진도, 욕지도 등등 익숙한 이름의 크고 작은 섬이 시야에 들어온다.

 

남서방향으로 산행 시작전 단체사진을 찍은 체육센터도 내려보인다.

그곳에서 들머리로 향하던 동선이 대략 그려진다.

 

남동방향으로 한산도와 용호도가 에워싸고 있는 통영만의 한 어촌 마을..

무언가 익숙한 풍경이다 싶어 기억을 되짚어 보니

앞에 자그마한 동산 너머에 박경리선생 묘역이 위치한다.

 

10여년 전인 박경리선생 작고 이듬해에 저 묘역을 방문하였는데

당시에 쓴 글과 사진을 찾아보니..

이 곳과 저 묘역에서 바라보는 그림이 서로 일치하는 것이다.

박경리묘역에서 바라본 통영만 (촬영: 2009.11.5)

 

"모진 세월 가고

아 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유고시("옛날의 그집")처럼

홀가분하게 떠나.. 단출하고 고적한 묘소에 누워계시는 선생

그녀의 봉분 앞에서 먹먹히 통영만을 바라보던 기억이 어렴풋 떠오른다. 

박경리묘역 (촬영: 2009.11.5)

 

이후..

완만하지만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해서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전진..

11시13분, 현금산 천지봉 정상(338m)에 이른다. 정상 표지판은 통신탑 철망에 걸려있다.

 

근처 암반에 올라서면, 북쪽 조망이 시원하게 터진다.

바로 앞에 통영대교가 통영 앞바다를 가르며 통영시와 미륵도를 잇고 있고..

먼 하늘 아래에는 통영 벽방산과 고성 연화산이 뚜렷히 하늘금을 긋고 있다.

 

오전 11시24분, 나즈막한 고개에 오른다.

그곳 이정표는 미륵치가 400m 남았음을 알려준다.

저 너머 보이는 봉우리는 미륵산 정상이고, 그 사이에 미륵치가 위치한 것이다.

 

이 고개 왼편에도 바위봉우리가 있다.

등산지도에 정토봉 또는 작은망(334m)이라 되어 있는 곳인 듯 싶다.

선두가 휴식을 취하는 동안 그 바위봉우리에 올라서보니.. 역시 좋다!^^

 

거제도의 산방산, 계룡산, 선자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거제도와 진해 사이에 위치한 진해만의 가조도도 시선을 끈다.

 

그리고 아시아의 나폴리라 불리우는 통영항.. 아름답다.

통영이 고향인 박경리 선생은 "김약국의 딸들"을 아래 글로 시작한다.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 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그러니 만큼 바닷빛은 맑고 푸르다."

통영항 - 아시아의 나폴리

 

오전 11시31분, 미륵치를 향해 다시 출발한다.

 

미륵치에서 용화사에서 올라온 B코스 일행을 만난다.

미륵치 침상에서 점심식사를 하던 산우로부터

한 곱뿌(?^^) 얻어먹은 뒤 정상을 향하여 다시 전진한다.

미륵치 - 선두 일행 [촬영: 송사리님]

 

오전 11시50분, 정상에 오르기 직전 감시초소 옆으로 올라가보니..

체육공원으로부터 구망봉, 현금산을 거쳐 지나온 등로가 한 눈에 들어온다.

 

서쪽 멀리 사천 와룡산, 사량도, 남해도 금산까지도 존재를 드러낸다.

 

구망봉에서 넘겨보던 박경리선생 묘역도 가림 없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미 두어번 다녀왔지만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기념관으로부터 묘역에 까지 이르는 길목마다 선생의 글이 바위에 새겨져 있어

주옥 같은 그 글들을 읽으며 걷던 시공간이 넘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오전 11시54분, 미륵산 정상에 오른다.

 

선두를 이끌고 온 바른길 대장.. 노고가 컸다.

미륵산 정상 - 필자

 

정상에서 일망무제의 조망을 즐긴다.

남쪽 방향.. 연화도, 욕지도

 

서쪽 방향.. 남해도 금산, 사천 사량도, 와룡산..

북서 방향.. 고성 연화산.. 그 우측 통영 벽방산..

 

북-북동쪽.. 통영 벽방산, 진해만 가조도, 그리고 거제도. 

 

거제도의 산군.. 산방산, 계룡산, 선자산, 노자산, 가라산, 망산 등등 빠짐없이 보인다.

그리고 한산도, 용호도(용초도), 매물도, 비진도도 등장한다.

 

비진도 옆의 자그마한 섬은 통영시에 속하는 홍도다.

그 왼편 수평선 위로 그려지는 흐릿한 하늘금이 있다. 일본 대마도다.

사진으로는 제대로 잡히지 않았지만 준비해간 자료를 비교해보니 대마도가 틀림없다.

동쪽 조망 - 대마도

 

관심이 있을 법한 주변 산우들에게..

관심법(?)을 최대한 발휘하면 대마도가 보일 것이라 이야기 해주니..

그 분들도 정말 보인다며 기뻐하신다.^^

대마도 조망..

 

흥분스런 조망을 일단 마치고 점심식사..

푸짐한 뒷풀이를 기대하며.. 아침에 나눠준 떡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떡 한 덩어리도 제법 양이 되는지 요기가 적당히 채워진다.

 

점심 식사 후, 통영시내쪽을 찬찬히 살펴본다.

작가 박경리가  1962년 발표한  "김약국의 딸들"은  
선생의 고향인 통영을 주무대로 김약국 일가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씨줄날줄로 엮어놓았다.

 

어느 자료를 보니

그 주요 무대인 세병관, 서문, 간창골, 대밭골, 명정골, 새터 등은 안뒤산과 뚝지 주변에 위치하고..

해저터널은 통영과 미륵도 사이, 용화사는 미륵산(용화사) 산기슭에 위치한다. 

통영시

소설 후반부에 두 중늙은이가 용화사에 불공 드리기 위해

해저터널을 넘으며 나누는 대화는 아직도 가슴을 저미게 한다.

 

김약국은 점점 몰락하여 재산이 보잘 것 없던 이에게 옮겨가기에 이르고..  

첫째 딸은 불륜 후 금전의 노예가 되었고, 셋째 딸은 애욕에 빠져 아편쟁이에게 출가했고,

넷째 딸은 시부의 겁간을 피하여 남편 찾아가던 뱃길에서 익사하고.. 

 

그러한 한 많은 삶을 살아온 주인공 한실댁(김약국의 처)과 아들 때문에 한실댁 못지 않게 힘들게 살아온 윤씨..

그 둘이 용화사 불공 드리러 가던 중 해저터널을 지나며 나누는 대화  일부를 발췌해본다.

 

두 중늙은이는 나들이 옷을 입고 시름시름 걸어간다. 그들은 용화산에 불공을 드리러 가는 길이다.

그들은 급격하게 경사진 해저터널로 들어갔다. 외부의 광선은 차단되고 침침한 어둠이 코앞에 닿는다.

서로 손을 잡고 더듬거리듯 앞으로 나간다. 터널 바닥에 물이 괴어 질벅질벅하였다.

 

"우리가 죽으면 이런 어두운 굴을 지나가겄제."
"그러게요."
"아마도 저승길이 이럴 기다.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우리도 이자 갈 날이 얼매 안남았고나. 근심 걱정 없이 저승길이나 닦아야 할 긴데. 뭐하고 다 늙었는고. 참 서글프제."
"성님도 한이 있습네까?"
​"사람이 갈 때가 되면 빈손 빈 몸으로 헐헐단신 떠나고야 말긴데. 애탄글탄하고 와 사는지 모르겄다."
"이승에서 죄갚음 하느라고 안 그렇십네까?"

 

다시 읽어봐도 마음이 저리는 대목이다.

 

오후 12시15분, 하산한다.

전방에 케이블카 승하차장이 보이고..

골프장 뒷편 마파산.. 그 너머로 한산도.. 한산도 내 제승당도 어렴풋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고 날머리인 마리나리조트도 내려보인다.

그곳으로 이르는 산행궤적도 대략 그려진다.

 

오후 12시16분, 봉수대로 내려선다.

봉수대

 

봉수대 암벽 일대에는 송악이 녹황색의 꽃을 피우고 있다.

송악

 

이후 제법 가파른 북쪽 등로를 따라 하산하여 띠밭등에 이르니

등로가 한결 편안하고 발맛좋은 길로 이어진다. 

 

오후 12시54분, 정자가 세워진 나즈막한 봉우리를 지나.. 

 

오후 1시02분, 이정표가 세워진 갈림길에서 남포초교로 향한다.

 

오후 1시19분, 마리나리조트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친다.

 

산행거리 7.88km에 산행시간은 3시간 소요되었다.

 

대마도까지 볼 수 있었던 한려해상공원 조망은 환상적이었고..

박경리묘역을 바라보다 떠올린 선생의 글과 삶..

그것들을 반추하며 기리는 산행길도 나름 찐한 기억으로 남을 듯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