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방문기
(2007.10.28 ~ 2007.11.2)
지난 10월28일(일)~11월2일(금) 4박6일 동안 국제회의 참가차 워싱턴 DC에 출장 다녀왔다.
짧은 일정이라 별도 투어코스를 이용하지 않고
회의 전날과 회의를 마친 날 워싱턴 시내를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녔다.
이곳 날씨도 한국과 비슷하여 단풍든 워싱턴 시내의 풍경을 기대하였지만
아직 잎이 푸릇푸릇한 상태여서 기대한 만큼의 가을 풍치를 느끼진 못하였다.
10년만에 가본 워싱턴 시내의 거리, 건물, 사람들..
예전과 많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느낌은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내 자신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리라. 나이를 더 먹었단 얘기이기도 하고..
아니면 홀로 자유롭게 거닐며 이리 저리 생각하며 바라보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10월28일(일)
오후 4시50분, 워싱턴 달라스공항 도착..
당초, 공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웨스트폴 교회의 전철역까지 가서 전철을 이용하여 숙소인 라마다호텔로 가려하였는데
현지에 파견 나와있는 우리 연구소 동료가 어떻게 내 비행기 일정을 알아냈는지 공항으로 마중 나와서
오후 7시경, 그의 승용차편으로 편안히 숙소에 도착하였고, 또 그의 집에서 저녁까지 얻어먹는다.
10월29일(월)
아침 6시 기상..
간밤에 11시에 침대에 들었으니 잠을 충분히 잤다.
회의가 10월30일(화)부터 시작되지만 시차적응 때문에 하루 일찍 도착하였는데
오자마자 시차적응이 완벽히 이루워졌으니 워싱턴에서의 첫날이 기분 좋게 시작된다.
아침을 먹기 전에 조깅을 하러 나선다.
주변 지리를 익힐 겸 숙소 주변의 전철역과 회의가 개최되는 콘퍼런스 호텔 사이의 길을 코스로 잡고 자유롭게 뛰댕긴다.
날씨는 새벽이라 그런지 뛰댕겨서 그런지 손이 시려울 정도로 다소 쌀쌀하지만 그럭저럭 한국 날씨와 비슷하다.
한 시간 가량 조깅을 한 뒤 숙소로 돌아와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웨스트버지니아의 쉐난도우 파크에 가기 위해 현지 관광회사로 연락을 해보니
월요일은 휴무라고 한다. 쩝~ 할 수 없이..
몇번 가본 곳이지만 워싱턴 시내를 돌아다니기로 한다. 과거를 회상하며 자유롭게 거니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하며..
전철을 타고 나가 아침 11시경 워싱턴 시내 한 가운데에 있는 페더럴 트라이엥글 역에서 내려
일단 백악관 방문센터에 들른 뒤, 백악관 정문 앞으로 가본다.
맑은 하늘과 깔끔하게 단장된 조경.. 그 한 가운데 자리잡은 아일랜드풍 하얀 건물이 아름답다.
울타리 철창 사이로 카메라를 디밀어 사진을 찍는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임기 때 공사(설계자 : 제임스 호번)를 시작하여 1800년 완성되어
2대 대통령인 애덤스부터 현재 부시 대통령까지의 집무실 겸 관저로 이용하고 있다. 이름의 유래는..
1914년에 영국과의 전쟁 때 불태워진 후 그을린 곳을 흰색으로 도색하면서 화이트하우스라 부르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 앞에서 사진 한장..
백악관 앞을 지나 한 블럭 이동하니 고풍스런 건물이 있다.
지도를 보니 'Eisenhower Executive Office Building'이라 되어있다.
아마도 아이젠아워 장군(대통령)이 집무하던 건물인가 보다.
오후 1시경, 배가 출출하기에 핫도그를 사들고 메모리얼 공원으로 이동하여 벤치에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벤치 앞 호수에서도 청둥오리들이 자멕질을 하며 식사를 하고 있다. 일제히 궁딩이를 하늘로 치켜든 모양이 재밌다.
핫도그를 먹던 중..
청설모 한마리가 나타나더니 먹을 것을 달라는 듯 내 앞에서 머리를 쳐들고 나를 응시한다.
핫도그 빵조가리를 뜯어 주니 받아들고선 쪼르르 잔디밭으로 가서 맛있게 먹는다.
그러기를 몇 차례..
이제 핫도그를 다 먹었는데도 양이 차지 않은 듯 더 달라고 보채더니
아예 벤치 위에까지 올라와 주딩이를 내민다. 식성 좋고.. 겁도 없고.. 용감한 것인가?
청설모와 헤어진 뒤.. 링컨 메모리얼쪽으로 간다.
다른 곳은 몰라도 링컨 메모리얼 왼편에 자리잡고 있는 한국참전용사 메모리얼은 들러야 하겠기에..
링컨 메모리얼로 가던 중 베트남 참전용사 메모리얼을 지난다.
검정색 대리석으로 세워진 추모벽에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아마도 추모벽에 쓰여진 참전용사 이름들을 확인하는 듯 싶다.
예전에 읽어보았었기에 그곳은 그냥 지나친다.
링컨 메모리얼에 당도한다.
마치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과 같은 하얀 건물 속엔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대리석 좌상이 있는데
그 왼편에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너무도 잘 알려진 게티스버그 연설이 새겨져 있고
그 오른 편에는 그가 암살될 당시에 있었던 36개 주를 상징하는 기둥들이 세워져 있다.
노예해방을 비롯한 그의 위대한 업적들이 미국인의 마음을 구원하였다고 하여 영원히 추앙받고 기려지고 있다.
메모리얼 테라스에 올라서서
기다란 인공 연못(Reflection Pool) 건너편에 있는
워싱턴 기념탑(Washington Monument)과 국회의사당(Capitol)을 바라보니
조화롭게 배치된 한폭의 풍경화 같이 아름답다.
링컨 메모리얼을 지나..
그 오른편에 자리잡은 한국전쟁 참전용사 메모리얼(Korean War Veterans Memorial)로 간다.
그곳에 세워진 참전용사 조각상이
작전을 수행 중인 1개 분대의 모습을 리얼하게 재현하여 당시의 긴박한 상황이 현실감이 있게 느껴진다.
그 옆 추모벽에 그려진 참전용사의 모습들을 바라보며..
잠시 숙연한 마음으로 그들의 희생을 추모해본다.
한국전쟁 메모리얼을 떠나 다시 인공호수를 따라 워싱턴기념탑 방향으로 산책하듯 걷는다.
점차 워싱턴기념탑이 가까워짐에 따라 제2차세계대전 메모리얼(World War II Memorial)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한다.
이윽고, 제2차세계대전 메모리얼(World War II Memorial)에 당도한다.
이곳은 예전에 내가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는 없었던 메모리얼인데..
2004년 새롭게 건립되어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5월 마지막 월요일)를 앞두고서 개관하였다고 한다.
기념관 양쪽 옆에는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 기념탑이 서있고
2차 세계대전의 주요 전장이었던 대서양과 태평양을 상징하는 2개의 대형 아치와 함께,
전쟁 당시 미국의 각 주와 관할 지역, 그리고 워싱턴 디씨를 상징하는 쉰 여섯 개의 기둥이 서 있고..
중앙에는 레인보우 풀로 불리는 연못이 있고, 끝에는 자유의 벽이 세워져 있다.
여기에는 4천 개의 황금색 별이 붙여져 있는데,
이는 전쟁 중 사망한 40만명의 미국인들을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기념관 앞에는 정의와 자유를 위해 희생된 미국 참전용사를 기리는 비문이 놓여져 있고
기념관 너머의 전경에는 링컨 메모리얼이 한 가운데 자리잡고 이곳을 지켜보고 있다.
메모리얼 파크를 벗어나..
파크와 포토맥강 사이에 있는 타이달 연못(Tydal Basin)으로 이동한다.
지도를 보니 연못 주변을 따라 일본 벗나무가 심어져있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기에 단풍든 호반의 풍경을 기대하면서..
연못 입구에 있는 잔디밭에 들어서니..
오래된 벗나무 앞에 Japanese First Cherry Tree라고 새겨진 돌비석이 눈에 띈다.
비문을 읽어보니, 일본이 전쟁에서 진 뒤 화해의 제스춰로 일본 벗나무를 미국에 선사하여 이곳에 심은 것이라 한다.
그 옆에는 Japanese Lantern도 세워져 있는데..
우리나라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석등과 똑 같은 모양이다.
그나저나 벗나무에 단풍이 하나도 들지 않고 아직도 이파리들이 푸릇푸릇하다. 아직 때가 이른가?
우리나라 같으면 이파리가 발갛게 그리고 곱게 물 들었을 텐데..
타이달 연못가의 산책로를 따라 남쪽의 루즈벨트 메모리얼을 찾아 걸어간다.
어느 할머니가 나를 부르더니 길을 묻는다. 참나 내게 길을 묻는 미국인도 있구먼..
그런데 마침 루즈벨트 메모리얼을 찾는다. 그거야 답해줄 수 있쥐..
지도를 보여 주며 내가 가는 방향이 맞을 것이라 말하니 ("I guess this way is right!")
guess를 덧붙인 표현이 미심쩍었던지, 고맙다고 하면서도 다른 행인을 또 붙잡고 길을 묻고 있기에..
알아서 찾아오슈.. 하고 더 이상 참견하지 않고 지나온다. 내가 지도로 길 잡는데는 귀신이란 걸 모르는 군..
다시 타이달 연못가의 산책로를 걷는다.
연못의 맑은 물 너머로 토마스제퍼슨 메모리얼이 시선을 끈다.
이윽고, 루즈벨트 메모리얼에 당도한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1932년 미국 32대 대통령이 된 루즈벨트는 1945년 뇌출혈로 사망하기까지 12년 동안 무려 네 번이나 대통령에 선출되어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대통령직을 맡는 기록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유례 없는 장기 집권에도 불구하고
1930년대 대공황 타개를 위하여 뉴딜정책을 추진하여 성공하였고,
대외적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연합국을 지도함으로써
이후 미국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강대국이 되는데 결정적인 지도력을 발휘한 인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다.
야외 공원처럼 만들어진 이 루즈벨트 기념관은 1997년에 문을 열었으며,
루즈벨트 대통령의 임기 별로 업적을 기린 4 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맨 먼저 들어선 방에는 폭포가 조성되어 있는데 이는 루즈벨트 대통령이 추구했던 평화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 입구에 서 있는 청동상들은
빵을 배급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을 표현한 것으로서 경제 공황의 어려운 시기를 상징하고 있다 한다.
마지막으로 들른 방에는 루즈벨트 대통령 청동상 옆에 강아지 한마리가 앉아 있다.
장애인이었던 그가 어여삐 기르던 스코틀랜드 테리어 종 '팔라'라는 애견이라 한다.
루즈벨트 파크를 벗어나니 석탑이 하나 눈에 띈다.
안내도를 보고 확인해 보니 Japanese Pagoda라고 표시되어 있다.
일본식 석탑이라는데.. 우리나라 석탑에 비하면 너무도 단순하고 볼품없는 모양이다.
다시 타이달 연못 주변을 걷는다.
한층 가까이 보이는 제퍼슨 메모리얼의 하얀 건물이 파란 하늘, 맑은 호수와 어울려 무척 아름답다.
제퍼슨 메모리얼로 가기에 앞서
워싱턴의 젖줄인 포토맥강을 사진에 담기 위해 파크를 빠져나와 길을 건너간다.
포토맥강 인근에는 피라칸다가 빨간 열매를 알알이 맺어놓았다.
포토맥 강..
파타워메크(Patawomec)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 말의 기원과 의미는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한다.
역사적으로는 조지 워싱턴의 집이었던 마운트버넌이 워싱턴 D. C. 아래쪽 강변에 있다하고..
다리 오른편 강 건너에는 미 국방성인 펜타곤이 있다 하는데
로날드레이건 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수시로 날아오른다. 저래도 보안에 문제가 없는가 보다.
다시 타이달 연못으로 가서 토마스제퍼슨 메모리얼쪽으로 향한다.
도중 자그마한 공원이 있기에 들러보니..
정원 뒷편 벤치에 토마스 제퍼슨이 한가로이 사색을 하며 앉아 있다. 나를 마중 나왔나 보다. ^^
청동상 좌우로는 그가 남긴 명언들이 새겨져 있다. 대충 읽어 보았지만 무어라 쓰여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토머스 제퍼슨(1743.4.13 ~ 1826.7.4)은..
미국의 독립전쟁 동안 독립운동의 핵심 인물로써 독립선언서의 초안을 잡았고
미국의 제3대 대통령(1801년-1809년)으로서 임기 동안 영국과의 전쟁을 막아내었고,
1803년에는 프랑스의 나폴레옹으로부터 루이지애나를 사들이는 등
미국의 성립과 발전에 많은 공헌을 세운 대통령이라 한다.
이윽고, 토머스 제퍼슨 메모리얼에 도착한다.
웅장한 대리석 건물 안에는 토마스 제퍼슨 동상이 우뚝 서 있다.
미국인들이 그를 존경하는 마음이 쉽게 읽혀진다.
아닌게 아니라,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을 말하라고 하면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함 링컨, 프랭클린 루스벨트, 토마스 제퍼슨 등을 꼽는다고 한다.
오늘 우연찮게도 그러한 대통령들을 두루 두루 만남 셈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이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대통령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하긴, 오랜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나라에도 광개토대왕, 선덕여왕, 고려 광종, 조선 세종 등등 존경 받는 통치자들이 있지만..
메모리얼 건물을 빠져나오니
건물 앞 계단에는 웨딩복 차림의 한쌍이 사진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결혼 기념 사진을 찍는 모양이다.
다시 타이달 연못 너머로 보이는 워싱턴기념탑을 바라보며
스미스소니안 박물관이 있는 국립 몰 파크로 향한다.
오후 3시30분경, 스미스소니안 캐슬에 도착한다.
스미스소니안 박물관은 이미 예전에 죄다 둘러 보았었지만
정작 최초 박물관이었던 캐슬에는 와보지 않았기에 잠시 건물안에 들어가 본다.
지금은 스미스소니언 연구소에 속한 방대한 박물관들을 관리하는 곳으로
박물관 소개 팜플랫이나 이곳의 역사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여행자 안내소로 활용되고 있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은
영국인 과학자 제임스 스미손(James Smithson)의 기부금으로 1846년 설립된 종합 박물관인데
정작 본인은 미국에 온 적도 없고 연고자가 있었던 것도 아닌, 아무런 연관도 없었지만
1829년 유언을 통해 "인류의 지식을 넓히기 위한 시설을 워싱턴에 세우고 싶다."라고 말하며
55만 달러의 유산을 미국에 기증했다고 한다.
그 유산으로 세워진 스미스소니언 협회는
오늘날 6,000명의 직원을 가지고 있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 기관이 되었고
워싱턴의 13개 박물관과 갤러리, 그리고 국립 동물원을 관리하고 있고
워싱턴 D.C.의 역사적인 유물과 순수 예술작품들을 이곳 한자리에 모아놓아 전시하고 있다 한다.
캐슬에서 나와 몰 파크를 지나면서 오른편을 보니 국회의사당(Capitol)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 멋진 풍경이다.
파크 건너편에는 자연사 박물관(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이 자리잡고 있다.
스미스소니안 박물관 중 가장 흥미로웠던 곳이기에 다른 곳은 가지 않더라도 이곳만은 들러보기로 한다.
자연사 박물관의 전시관에는 자연계와 인류 역사를 테마로
40억년 전의 화석 플랭크톤에서부터 현재의 동물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화석, 박제, 표본을 전시하고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일층에 전시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 익룡, 트리케라톱스의 해골과 뼈들..
공룡들이 살던 그대로의 환경을 세트로 만들어놓아.. 그 실감나는 모습에 감탄이 연신 쏟아진다.
자연사 박물관을 나온 뒤
마지막으로 들르고 싶은 곳인 스파이 박물관을 찾아 자연사박물관 뒷편 거리로 걸어간다.
걷다보니 왼편에 FBI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FBI(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는..
1908년 법무부 검찰국으로 새로 만들어져 활동을 시작한 단체로 1935년에 이름이 FBI로 바뀌었고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의 일어나 국내 첩보활동이 활발해지자 간첩수사 등에서 크게 활약하였고
1947년 대통령령에 따라 연방공무원의 충성심사사무국(忠誠審査事務局)의 권한이 FBI로 이관되었고..
현재에는 연방법 위반행위의 수사, 공안정보의 수집, 연방법 또는 대통령 명령에 의거 특별임무를 수행하고 있다한다.
자료에 의하면 이 건물도 관광객을 위한 무료 투어가 있어..
FBI의 조사 활동과 범죄 역사, 무기 등의 전시로부터
최신 기술을 이용한 범죄 수사 방법, 지폐 감정, 지문 조회, 혈액 감정, 요원들의 정조준 사격과 폭약시범 등을
보여준다고 되어 있는데, 지금은 "Closed" 현판이 걸려있기에 들르지 못하고 지나간다.
오후 4시40분경, 국제 스파이 박물관에 당도한다.
다른 박물관처럼 무료인 줄 알고 막바로 들어가려하니 안내원이 표를 끊고 들어가라고 한다. 입장료 16달러! 헉~
이곳은 2002년 7월에 문을 열었다고 하는데..
워싱턴에서 가장 인기있는 관광 명소의 하나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한다.
3층으로부터 관람을 시작하는데..
조그만 영상실에서 박물관 소개 영화를 상영하고 있고, 그 다음은 '스파이 학교'란 전시실을 지난다.
그 곳에는 자신의 스파이 자질을 알아보도록 하는 게임 같은 것들이 있어
젊은 학생들이 히히 낙낙 거리며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어서..
여간첩 마타하리 등 역사 속 유명 스파이들을 소개하는 '역사 속의 비밀 역사' 전시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각국의 암호해독 경쟁을 소개하는 '우리 속의 스파이' 전시실이 있고,
그 외에도 남북전쟁 당시에 교신을 위해 사용됐던 담배 라이터에서부터 나치 독일의 암호기,
구두 뒷축에 숨겨져있는 도청용 전파송신기까지 첩보활동에 사용됐던 다양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줄리어스와 에델 로젠버그 부부의 비극스런 이야기..
공산당원 혐의를 받고 공직에서 쫓겨났던 로젠버그 부부는
1950년 6월 '원자폭탄의 비밀을 소련에 넘겨준 간첩'이라는 혐의로 연방수사국(FBI) 요원에게 연행되었는데
소련이 1948년 미국에 이어 원자폭탄을 개발한 것을 두고 '이것은 간첩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당시 미국 우파들이 희생양을 찾다가 이 부부를 옭아 넣은 것이다. 증거는 신빙성 없는 증언 몇 개였다고 하고..
죽음을 앞둔 로젠버그 부부는 공개편지를 통해
"민주적 가치를 희생해가며 우리들의 생명을 꼭 사야만 한다면, 우리들의 계승자인 아이들에게 남겨줄 유산은 없다."
"이런 신념을 공유하는 미국인들이 이 음모로부터 우리를 구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결백을 호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로젠버그 부부는
교황 파우스 2세, 아인슈타인, 브레히트, 헤밍웨이 등 전세계 지성의 구명운동에도 불구하고
결국 1953년 전기의자 앉게 된다.
로젠버그 부부가 정말로 간첩인지, 아니면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1993년 미국 변호사협회는 현직판사가 참여한 모의재판을 통해 로젠버그 부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한다.
이들 또한 이데올로기의 무고한 희생자가 아닌가 싶다.
..
오후 6시 박물관 폐관 시간이 되어 밖으로 나와 숙소로 돌아간다.
전철을 타기 위해 갤러리 플레이스 역으로 가다보니 한문으로 쓰여진 간판이 눈에 많이 띈다.
안내도를 보며 위치를 확인해보니 차이나 타운이다.
차이나 타운을 한 바퀴 둘러본 뒤 중국식당에 들러 볶음밥(Roast Duck with Rice)을 시켜 먹는다.
커다마한 접시에 한 그득 담겨 나온 볶음밥을 반찬 없이 먹으려니 목이 미어진다. 김치가 있으면 딱인데..
그래도 간신히 한접시 비우고 전철을 타고 숙소인 라마다 호텔로 돌아온다.
객실에 들어서니 오늘 도착한 장박사님이 침대에 누워계신다.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서 인지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고 곤하게 잠에 취해 있기에, 깨우지 않고..
한나절 돌아본 워싱턴 시내를 되짚어본다.
10월30일(화)
아침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기획 회의..
쉬지도 않고 빡빡하게 진행되는 뻑시고도 지루한 회의다.
저녁에 회의가 끝나고..
이곳으로 이민 오신 김교수께서 한국식당으로 초대한다. 그곳에서 된장찌개로 배를 채운다. 역시 좋아..
10월31일(수)
아침 8시30분부터 오후 12시30분까지 마무리 회의..
회의진행이 여전히 빡빡하지만 그나마 다소 일찍 끝나니 살 것 같다.
점심시간..
이곳 워싱턴에 1년동안 파견 나와있는 나의 직장 동료 2명과 함께 중국 부페에 가서 점심식사 후
그들이 현재 근무하는 US NRC(Nucler Regulation Commission) 앞에 가서 기념촬영..
US NRC(Nucear Regulation Commission)는..
미국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책임지는 미연방 산하 규제기관이다.
한국에서는 KINS(Korea Institute of Nuclear Safety)라는 기관이 이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KINS ← 필자 직장*^^*)
회의는 이제 끝났고, 내일 아침 출국하기 때문에 오후 반나절의 여유시간이 남는다.
동료인 장박사님과 함께 전철을 타고 워싱턴 남부에 있는 워터프런트 부두로 간다.
1시간 짜리 Sightseeing 배편이 있다고 하여 찾아간 것인데, 현지에 도착하여 알아보니..
선상 만찬을 즐기며 야경을 돌아보는 3~4시간 짜리 Dinner Tour만 있고, 1시간 짜리는 철이 지나 없다고 한다.
Dinner Tour는 비싸기도 하려니와 시간도 부담스러워서 부두를 돌아 나온다.
부두를 돌아 나오다가 보니..
어느 노인네가 책상위에 각종 크기의 글라스를 얹어놓고 연주를 하고 있다.
글라스 위를 문지르며 유명한 가곡과 오케스트라곡 등등을 연주해내는 솜씨가 경탄스럽다. 절대음감을 가진 듯 싶다.
그 앞에는 한쌍의 남녀가 대형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이대며 그 장면을 녹화하고 있다.
정렬적으로 연주하는 그의 진지한 모습에 장인(Master)의 풍모가 느껴진다.
몇곡을 연주한 뒤, 앞에서 구경하던 몇몇 사람을 불러내어 연주를 도와달라고 한다.
자신이 또 다른 곡을 연주할 때
한명은 렌치를 들고 박자에 맞춰 치게 하고, 나머지 두명은 가장 큰 글라스를 문지르도록 한다.
그렇게 만들어낸 음악 또한 멋진 화음을 이루며 부두에 울려퍼진다.
연주를 마치고 해맑게 웃는 그의 모습이 아직도 선 하여서.. 오랫 동안 기억에 남을 듯 싶다.
그와 인사를 나눈 뒤 그 자리를 떠날 즈음, 그가 한국노래도 연주할 수 있다고 한다.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넘버원 표시를 해준 뒤 되돌아서서 가는 길이 못내 아쉽다.
그리 바삐 서두를 이유도 없었는데.. 그 자리에 더 머물면서 한국노래 연주도 들어볼 걸..
부두를 벗어나 유럽풍의 고풍스런 길을 따라 킹스트립 역으로 향한다.
할로윈 데이를 맞아..
길가의 집 앞에는 여러가지 모양으로 파놓은 호박들이 여기저기 놓여있고..
집앞, 식당 앞, 상점 앞에는 각종 괴기스런 모양의 인형들이 전시되어 있다.
거리에는 축제에 가려는 듯 각양의 모습으로 분장한 아가씨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어느 소년은 배트맨 복장으로 분장하고선 부모를 따라 나왔다.
그의 엄마에게 애가 귀엽다고 하며 사진 한장 찍을 테니 괜찮겠느냐 하니 기쁜 표정으로 승낙을 해준다.
역으로 돌아와 전철에 올라타니 그곳에도 축제 복장을 한 한쌍의 남녀가 목격된다.
주변이 시끄럽기에.. 그들에게 승낙 받지 않은채 몰래 한장 찍어둔다. 알게 모야..
돌아 오는 길에 다시 중국집에가서 저녁식사를 한 뒤, 밤 10시30분경 숙소로 돌아온다.
그렇게 워싱턴의 마지막 날을 넘긴다.
11월1일(목) ~ 11월2일(금)
11월 1일(목) 워싱턴 덜러스 공항에서 대한항공 KE 094편을 타고 알래스카로 날아간다.
11월 2일(금) 한국에 도착하여 밤 늦게 집으로 귀가하니
딸레미가 반갑게 맞이하는 한편, 무언가를 갈구하는 표정으로 내 가방에 시선을 꽂는다.
"그래 옛다 이거 사왔다."하며 자그마한 선물을 건네니, 그녀의 표정이 한껏 더 밝아진다. *^^*
o 쫑..
올 봄 파키스탄 카라치를 방문하던 중에는 그네들의 굶주리고 헐벗은 모습을 보았는데
이번 미국 워싱턴에서는 풍요롭고 자유로운 모습을 만나고 왔다.
그곳이 지구상의 음지라면 여기는 양지인 것 같다.
세상은 넓고, 지구촌은 천차만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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