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 - 도나우 강변 산책 (2009.6.29~7.2)"
알테도나우 공원
◎ 여행 메모 ◎
o 6월29일(월)
새벽 4시쯤 잠에서 깬다. 어제밤 11시경에 잠이 들었던 듯 싶다.
5시간 동안 푹 잤으니 잠이 부족한 느낌은 들지 않고, 오히려 자료 정리를 할 수 있는 여유시간이 있어서 좋다.
오전 7시, 호텔 내 식당으로 내려간다.
빵 속에 계란, 햄, 치즈를 우겨넣어 샌드위치를 만든 뒤 우유, 쥬스와 함께 먹는다.
아침 식사로서 이 정도의 샌드위치라면 앞으로 일주일은 버틸 수 있을 듯 싶다.
오전 8시30분, 호텔을 나와 쉬드티롤러역(Sudtiroler Platz)에서 전철 3호선을 타고 IAEA로 출근한다.
비엔나 전철 노선도
IAEA가 위치한 UNO City는 9번째 역인 카이저뮐렌-VIC역에서 내리면 곧바로 입구가 나온다.
오전 9시40분경, 보안검색, 출입증 발급 등등 몇가지 절차를 마친 뒤 UNO City에 들어간다.
우노시티(UNO City)는..
빈 인터내셔널 센터(VIC)라고도 불리며,
오스트리아가 1979년 유엔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지어졌다.
이곳에는 현재 국제원자력기구(IAEA),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
팔레스타인 난민기구, 석유수출국기구(OPEC), 마약위원회,
국제인권문제연구소, 국제상법거래위원회 등이 입주해있다.
우노 시티 건설에는 약 10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들었는데,
오스트리아 정부는 UN에 거의 무료로 건물을 임대해 주고 있다.
(1년 임대료 1쉴링 - 약 85원)
이것은 오스트리아 정부의 주도 면밀한 의도가 깔려 있다.
우선 자연스럽게 비엔나가 자연스럽게 뉴욕, 제네바에 이은
제3의 유엔도시로 부상하였고,
많은 유엔 기구를 비엔나로 불러들이므로써
막대한 국방비를 들이지 않고도 국가안보를 보장 받을 수 있으며
국제기구 회원국을 자국으로 불러들여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고
또한 자국민의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정보의 이러한 의도는 딱 맞아떨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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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O City (사진출처: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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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O City 안에는 독자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주거와 교육, 생활 편의시설들이 갖추어져 있다.
건물구조는 원모양의 건물 1동을 중심으로 Y자 모양의 건물 6동이 바람개비처럼 붙어있고 Y자 모양의 건물은 각 면이 반달처럼 휘어져 있는데
이것은 어느 건물에서도 그림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위한 설계 및 배치라고 한다.
Google 맵 - UNO City
내가 Mission을 수행하기 위해 1주일 동안 사용할 사무실은 B동에 있다.
UNO City - A, B동 (사진 출처: Google Map)
국기게양대에는 130여개 회원국의 국기가 걸려있다.
태극기는 B동 맞은 편에 있는 D동 정면에서 찾을 수 있었다.
UNO City D동 앞의 태극기
IAEA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국제적인 공동관리를 목적으로 설립된 세계기구이다.
IAEA에서 내게 부여한 Mission은 파키스탄 원전의 사고후감시계통설계에 대한 적합성 검토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미 재작년 이박사님과 함께 파키스탄 카라치로 출장가서 같은 임무를 수행한 바 있었지만
이번엔 당시 제시한 권고사항에 따른 후속조치를 확인검토하기 위한 것이다.
당초 IAEA는 나와 이박사가 파키스탄으로 다시 건너가서 Mission을 마무리 짓도록 요청하였으나
파키스탄이 내정불안 때문에 출입국 불가 지역으로 분류됨에 따라 비엔나로 날아간 것이다.
우리들의 마지막 Mission 수행을 지원하기 위해
파키스탄에서도 KANUPP 원전 실무자 3명(고문급, 부장급, 과장급)이 이곳에 와 있다.
앞으로 1주일 동안 이들과 질의응답 및 토의를 함으로써 현실적인 문제점을 파악하여
그들의 사고후감시계통이 안전성을 보장하되 현실성 있는 설계가 되도록 하는 것이 금번 Mission의 최종 목표인 셈이다.
모쪼록 금번 Mission이 깔끔하게 매듭지어지길 기대해본다.
점심.
오후 12시30분, F동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박박님과 함께 카페테리아 한켠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으니 한국인들이 그 주변으로 모여 앉는다.
UNO City안에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교과부, 한수원, 외무부 등에서 파견나온 한국인이 30여명 있다고 한다.
그 중 김박1님, 김박2님, 박박님 등 3명이 KINS에서 파견나온 분들이다. 즉 이분들이 나의 직장동료들이다.
식사를 마치고 홀로 산책을 나선다.
10년전쯤 이곳에 와서 거닐었던 알테도나우 강변이 떠오르기에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으며 찾아간다.
정문을 빠져나와 전철역 왼편으로 걷다보니 4거리가 나오고 그 왼편에 지하도가 있다.
지하도를 통과하여 카이저뮐렌 아파트 옆길 따라 조금 더 가보니 내 머리속에 흐릿하게 남아 있던 그 풍경이 다가온다.
호수처럼 잔잔한 알테도나우 뱅크 주변의 공원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 뒤편에 보이는 건물은 UNO City A동이고 그 옆에 있는 첨탑은 도나우공원에 있는 도나우타워이다.
알테도나우 뱅크, UNO City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 중 한쌍의 커플은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
어느 유명 드라마 PD의 말이 생각난다.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은..
벤치에 마주앉아 있는 모습 보다는 나란히 앉아 같은 곳을 응시하는 모습이 더욱 어필하는 바가 크다고 했었던 것 같다.
한적한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각자 책을 읽고 있는 커플의 모습 또한 같은 맥락에서 아름답게 각인되어 온다.
알테도나우 뱅크 - 독서하는 한쌍
강변을 따라 동쪽으로 거닌다.
강변에는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강물에 그림자를 드리운 채 무성히 자라고 있다.
고목
그런데 나뭇가지 사이에서 묘한 사진을 발견한다.
두어개의 나뭇가지 밑둥이를 감싸고 있는 철망 안에는 팻말을 물고 있는 강아지 그림이 있다.
팻말에는 "SIND DIR 36,- WURST?"라 쓰여 있다. 무슨 뜻일까? "당신은 36유로 소시지를 가지고 있나요?"로 번역할 수 있으려나?
막연히 추측컨데 '강아지가 이곳에 무단배설하면 벌금이 36유로다.'라는 경고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캐시프레이스인 듯 싶다.
강아지
공원 잔디밭 한 가운데 나무 한그루가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잎모양을 살펴보니 우리나라 개오동나무와 흡사한 것 같다.
개오동나무?
잔디밭에는 자그마한 야생화가 지천으로 자라고 있다.
꽃 모양만 보아서는 꼬맹이 쑥부쟁이 같은데 잎을 보면 전혀 아니다.
야생화 1
야생화 1
조금 더 걷다보니 눈에 익은 노란 꽃이 눈에 들어온다. 벌노랭이다.
언제 어디서 보아도 깜찍하고 귀여운 야생화다. 이국 땅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다.
벌노랭이
벌노랭이 - 접사
강변에서 만난 또 다른 야생화도 정체를 알 수 없다.
줄기는 가늘고 길며, 꽃잎 고급스런 소라색이고, 꽃잎 속의 암술 수술도 짙은 소라색이다.
야생화 2
잔디밭 끝 즈음에는 알테도나우 뱅크에서 갈려나온 개울(지류)이 있다.
그 개울을 가로지르는 자그마한 자리를 건너다 보니 나무그늘 사이로 둥둥 떠 있는 연이 보인다.
중간 중간 보이는 노란색이 꽃인 듯 싶다. 나중에 지인이 알려주는 바에 따르면 왜개연이라 한다.
알테도나우 지류 - 왜개연
알테도나우 지류 - 왜개연
개울 건너 다시 알테도나우 뱅크변에 다가가니
강 건너편으로 UNO City 건물이 다시 모습을 보여준다. 잔잔한 강물과 함께 어울린 전경이 멋지다.
알테도나우 뱅크와 UNO City
그 부근에서 만난 그림..
투명유리에 뗏목선을 그려놓았다. 예전에 이곳에 떠다니던 배인 듯 싶은데..
투명유리 너머의 강물 위에 마치 지금 저 배가 떠다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럴 듯한 아이디어다.
투명 유리속의 뗏목선
계속해서 동쪽으로 전진한다.
길가 잔디밭에는 까마귀 한마리가 먹이를 찾으며 노닐고 있다.
까마귀
붉은토끼풀 사이로 무엇을 찾아내었는지 가까이 다가가도록 움직이지 않는다.
까마귀와 붉은토끼풀
계속해서 전진하니 커다마한 강물이 좌우로 흐르고 있다. 알테도나우 본류인 듯 싶다.
알테도나우(Alte Donau)
지도를 보면 지금 앞에 있는 휘어진 강줄기는 Alte Donau(Old Danube)이고
제국교(Reichsbrucke)가 가로지르는 직선화된 강줄기는 Neue Donau(New Danube)라 되어 있다.
Neue Donau 중간에는 Donau Insel이라는 기다란 섬이 있다. 이것은 홍수에 따른 범람을 막기 위한 인공섬이라 한다.
추측컨데 UNO City를 중심으로 하는 Donau City를 개발하면서 강줄기를 직선화하는 등 종합적인 정비작업을 하였던 것 같다.
지도 - 도나우강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갈림길 부근에서 발견한 야생화..
우리나라 잔대와 거의 흡사하거나 똑 같다. (애매모호한 표현.. *^^*)
잔대
우측으로 꺽어돌아 알테도나우강과 주택가 사이의 골목길로 들어선다.
강변 주택가
도로 왼편 강변쪽으로 공터가 있기에 그곳으로 들어가니
맞은편 주택에서 할머니가 나오더니 철문을 덜컹 닫고선 밖을 휘 둘러보다 들어간다.
외진 곳에 출현한 낯선 사람을 경계하기 위함인 듯 싶다. 더더구나 그네들이 알게모르게 차별을 하는 동양인이었으니.. -.-;;
다소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할머니
암튼, 그 공터에서 잠시 알테도나우강을 감상한다.
요트 한척이 한가로이 떠다니고 있고 청둥오리 가족은 분주히 먹이를 찾아 헤엄치고 있다.
강 건너편에 학교가 있는지 학생들이 노래부르며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알테도나우강
알테도나우강
시간이 어느새 오후 1시10분을 넘어가고 있다.
1시30분까지는 사무실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오던 길로 되돌아서서 발걸음을 제촉한다.
산책궤적 (2009.6.29, 월)
저녁.
오후 6시, KANUPP의 시정조치 내용에 대한 1차적인 검토를 마친 뒤 퇴근한다.
저녁식사는 IAEA 파견자 3명과 출장자 3명이 함께 하기로 했다 한다.
식당은 알테도나우 북쪽 강변에 있는 스트랜드카페라는 갈비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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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랜드카페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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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랜드카페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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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술불 돼지갈비(ribs)다.
우리 입맛에 맞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비엔나에 출장오면 모두들 이곳에 들르곤 한다.
맥주와 곁들여서 정신없이 먹다보니 어느새 한판을 아작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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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 - 식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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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 - 식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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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간다.
밤 늦도록 술 먹자는 사람이 없어서 좋다. *^^*
해산
밤.
호텔로 복귀한 뒤
취침에 들기전 잠시 바깥 바람을 쐬고 돌아오니 50대 중반의 여자가 양손에 짐을 들고서 엘리베이터에 타려 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문을 여는 것을 도와주니 "Thank You" 하면서 엘리베이터에 타기에, 뒤쫓아서 타려 하니
갑자기 정색을 하고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온다. 나보고 먼저 올라가라 하면서..
잠시 어리둥절 하다가 그녀가 하라는 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선 2층에 있는 내방으로 돌아온다.
호텔 엘리베이터
다음 날 아침 이박사님에게 이러했던 상황을 얘기하니
이곳은 엘리베이터에 자신의 일행만 함께 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신다. 사전 양해가 있었다면 괜찮겠지만..
그러니까 쫓아서 타려 하지 말고 그녀를 먼저 보낸 뒤 다음 차례에 탔었어야 했단 말이다. 쯥..
모르는 사람을 믿지 못하는 사회.. 피곤한 사회다.
o 6월30일(화)
점심식사를 마치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산책을 나서려 하니
직장동료인 박박이 도나우팍을 추천한다. 가까운 곳에 있으니 가 볼만 하다고..
좋겠다 싶어 홀로 나서려 하니 한수원에서 파견나와 있는 조부장님이 함께 가보고 싶다며 따라 나선다.
정문을 빠져나와 전철역 왼편으로 꺽어돌아 북동쪽으로 한 블럭 걸어가니 교회가 나온다.
나중에 구글로 검색해보니 "Russenkirche(러시아 교회)"라고 되어 있다.
러시아 교회(Russenkirch) - 정면
건물이 다소 낡은 것을 보니 꽤 오래된 교회인가 보다.
건축 양식은 단조롭지만 웬지 색다르게 느껴진다.
러시아 교회(Russenkirch) - 측면
교회앞에서 왼쪽으로 돌아드니 도나우팍 전망타워가 보인다.
그곳을 길잡이로 삼으며 전진한다.
도나우팍 가는 길
조금 걸어들어가니 도나우팍(Donau Park) 입구가 나온다.
공원입구
그 부근에서 만난 야생화.. 메꽃이다.
메꽃은 우리나라 것과 다를 바 없다. 다만 꽃잎이 다소 큰 듯 싶지만..
메꽃
그런데 다음에 만난 것은 아리송하다.
잎과 꽃 모양을 보아서는 '왜지치' 같은데 꽃잎 색깔이 다소 다르다.
백두산이나 북부지방 깊은 산속에서 자생하고 있다는 왜지치는 대부분 하늘색인데 이것은 오렌지색에 가깝다. 뭐지?
왜지치?
공원 내를 장식하고 있는 많은 종류의 원예식물을 감상하며 산책길을 걷다보니
어느덧 도나우타워 앞까지 다가선다. 저 위에 올라가면 비엔나의 모든 구역이 속 시원히 내려다 보일 듯 싶다.
도나우타워
시간 관계상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선
왼편 산책길로 꺽어돌아 오다가 아파트 가까이에 있는 계단을 타고 넘어 IAEA로 되돌아온다.
산책궤적 (2009.6.30, 화)
저녁.
오후 6시, Mission 2일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한다.
이박사님과 함께 일단 호텔로 돌아온 뒤 저녁식사를 위해 다시 전철을 타고 슈테판 플라츠로 나간다.
전철역사를 빠져나오자 마자 슈테판 대성당이 나온다.
슈테판 대성당은..
오스트리아 최대의 고딕양식 건물로서 '빈의 혼(魂)'이라고 부를 정도로 빈의 상징으로 꼽힌다.
12세기 중엽 로마네스크 양식의 작은 교회가 건설된 것이 시초이나
14세기에 합스부르크가의 루돌프 4세에 의해 고딕 양식의 대교회로 개축되었다고 한다. 총 공사기간 65년이나 걸린 대공사였다고 한다.
스테판 대성당과 남탑
성당 남쪽에 높게 솟아 오른 첨탑(남탑)은 높이 137m에 달하고
화려한 모자이크 지붕은 25만개의 청색 및 금색 벽돌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스테판 성당의 모자이크 지붕
광장 한켠에는 하얀 페인트로 분장한 걸인이 돈통을 내깔고 서 있다.
워낙 꿈쩍않고 서 있어서 얼핏 바라보면 마네킹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어느 꼬마가 그에게 다가가니 손을 잡아준다. 기쁨에 겨워하는 꼬마의 표정이 천진스럽고 귀엽다.
마네킹과 꼬마
광장 인근에 있는 교토식당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한다.
교토식당은 일식 및 한식을 겸하여 팔고 있는 한인 식당이다.
해물전골 2인분을 시켜서 이박사님과 함께 먹는다. 이국땅에서 먹는 한국 음식은 언제나 그렇듯 맛이 좋다.
요금은 해물전골X2인분=28유로, 맥주(Villacher) 500ccX3병=9.6유로이고, 5% 가량의 팁을 감안하여 40유로를 지불하였다.
o 7월1일(수)
점심.
오후 12시30분, 홀로 카페테리아에 내려간다.
오늘은 산책을 좀 더 길게 하기 위해 점심식사를 잽싸게 해치운다.
알테도나우 뱅크에는 요트 한척이 한쌍의 비키니족을 태우고선 물살을 가르고 있다.
알테도나우뱅크와 요트
주택가를 지나고..
주택
알테도나우 강변 골목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골목
그 부근에서 만난 까마귀, 새카만 몸뚱이에 빨간 부리가 특이하다.
까마귀
알테도나우강에도 역시 비키니족을 태운 요트 한 척이 떠 있다.
알테도나우강
계속해서 강변을 따라 남쪽으로 가다보니 요트 선착장이 나온다.
어느 아저씨가 선착장 앞에서 테니스공을 강물에 휙 던지니 강아지 한마리가 잽싸게 뛰어들어 물고 나온다.
요트 선착장
공을 물고 나오는 강아지의 표정이 늠름하다. 아저씨 재미있남유? *^^*
강아지
선착장에서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니 제법 긴 다리가 나온다.
몇몇 학생들이 다이빙을 하려는 듯 다리 난간 위에 서 있다.
다리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으니 한 사람씩 물 속으로 뛰어들기 시작한다.
다이빙 1
다이빙 2
다른 학생이 난간 위에 올라서더니 다이빙을 할 듯 말 듯 하며 망설이고 있다.
망설임
그때 또 다른 학생이 난간 위에 올라오자 마자 강물로 뛰어드니
망설이던 학생도 뒤쫓아 뛰어내린다.
다이빙 3
그 학생들이 강변으로 헤엄쳐 나오더니 내게로 다가온다.
그 중 영어를 할 줄 아는 학생 한 명이 사진 좀 보자고 한다.
멀리서도 용케 내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었던 모양이다.
헤엄
자신들의 다이빙 사진을 보여주니 흡족스러워 한다.
그러다가 무언가를 갈구하는 표정을 지으며 내 주위를 맴돈다. 사진을 갖고 싶은 모양이다.
눈치를 채고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면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하니 필기구 좀 달라고 한다.
그런데 하필 나는 필기구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빨가벗다시피 한 그네들도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어찌할까나 하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내 명함이라도 있으면 달라고 한다. 그렇군..
명함을 건네주며 내 이메일로 편지를 보내오면 그 주소로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하고선 그들과 작별한다.
그러나 그후 곤석들은 아직까지도 이메일을 보내오지 않는다. 금새 잊었나보다.
사진이 꽤나 멋지게 나와서 어떻게든 전달해주고 싶은데 주소를 알 수 없으니 방도가 없다. 받으면 기뻐할 텐데..
지금와서 그네들의 다이빙 모습을 보니 제 각각 재미있는 자세다.
다이빙 4종 세트
헤엄은 한 명만이 자유형이고 나머지는 모두 개헤엄이다. ^^
헤엄 4종 세트
이후, GPS 뽑아들고 방향을 가늠하며 시가지 방향으로 나갔다가 IAEA로 찾아돌아온다.
산책궤적 (2009.7.1, 수)
저녁.
오후 6시30분, Mission 3일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한다.
홀로 전철을 타고 나가 어제 갔었던 교토식당 인근의 또 다른 한국식당(바다식당)을 찾아본다.
이박사님 말로는 교토식당 다음 블록에 있다고 하여 그 부근을 샅샅이 훑고 다녔지만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결국, 지나던 행인에게도 물어보았지만 그네들이 알려준 곳은 일식집이다.
바다식당을 찾아서 - 빈 중심가
할 수 없이 어제 갔었던 교토식당으로 다시 간다.
메뉴는 된장찌게. 잔뜩 기대를 하며 주문하였는데 국이 짜서 간신히 한 그릇 비운다. 끙..
요금은 팁 포함하여 14유로를 지불하였다.
교토식당
식사를 마친 뒤 스테판 성당 앞으로 간다.
정문 반대쪽 주제단이 있는 건물은 많이 낡았다.
스테판 성당
그 앞에는 리본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나무가 있다.
리본
나무 아래에는 묘가 있고 그 앞에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묘와 십자가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 하다가 근처에 걸려있는 POSTER에서 그 답을 찾는다.
포스터의 제목은
"Caren Dinges"인데
그 뜻은 모르겠고
부제목은
"Memento mori -
Carpe diem or what remains"라
되어 있는데, 그 뜻은
"네 죽음을 기억하라 -
현재를 즐겨라 그렇지 않으면
무엇이 남겠는가?"라는
심오한 뜻으로 담고 있다.
이후 내용을 대략 읽어보니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물건들을
슈테판플라쯔 3가에
전시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포스터인 것 같다.
포스터 맨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다.
"천상의 나무에
 한 사람의 죽음을 표시하는
 리본이 매달려 있다.
 무덤은 유혹, 통찰,
 풍요, 사랑 등을 뜻하는
 묘토와 사과로 채워져 있다.
 십자가의 리본은
 이땅과 현재의 삶
 이땅과 현재의 사랑
 이땅과 현재의 유혹을
 경배할 것을 말하고 있다."
바로 좀 전에 보았던
묘지와 십자가에 대한 설명이
이곳에 쓰여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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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nto m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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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 남탑은 한창 보수중인 것 같다.
보수 중인 남탑
보수 구조물 앞에 슈테판 성당의 과거를 보여주는 그림들이 걸려 있다.
주로 슈테판 성당을 중심으로 비엔나 주변을 그린 18세기로부터 19세기 사이의 작품들이다.
스테판 성당 그림
정문 쪽으로 이동한다.
모자이크 양식의 지붕과 고딕양식의 첨탑들이 몇번을 다시 보아도 경탄을 자아낸다.
스테판 성당 모자이크 지붕
스테판 성당 정면
그 즈음 김박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날 만나기 위해 전찰을 타고 오고 있는데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 슈테판 성당에 있다하니 이리로 오겠다고 한다.
10여분 성당주변에서 배회하고 있으니 김박이 나타난다.
그가 데리고 간 곳은 아이스크림 가게.. 이곳 아이스크림 맛이 쥑인다나?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지 않는 편이라서 내키진 않지만, 그가 강권하니 마지못해 그가 사준 아이스크림을 받아든다.
근데, 정말 그 맛이 끝내준다. 부드럽고 달콤하고..
갑자기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아들레미와 딸레미가 생각난다. 갸들이 먹으면 까무러칠텐데.. ^^
가격은 2유로 정도 하는 것 같다.
아이스크림
날이 점점 어두어지자 김박과 함께 전철을 타고 호텔로 돌아온다.
어제 슈퍼에서 사 놓았던 맥주 2병을 냉장고에서 꺼내어 각일병을 하며 회포를 푼다.
김박과 나의 인연은 7~8년전 마라톤에 열중할 때로부터 시작된다.
서로 경쟁적으로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다가 급기야는 나와 그가 차례로 썹-3를 달성하였던 것이 5~6년전의 일이다.
아직까지도 나와 그가 KINS의 간판 마라토너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그러한 위대한 과거(?) 때문이다. *^^*
o 7월2일(목)
점심.
오후 12시30분, 오늘도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식사를 후딱 해치운 뒤 알테도나우강변으로 나선다.
알테도나우 공원
알테도나우뱅크 주변에는 비키니족이 눈에 많이 띈다.
일부는 강으로 뛰어 들어가 물놀이를 하고 있고 일부는 잔디밭에 누워서 일광욕을 하고 있다.
눈이 자꾸 그네들의 나신쪽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꿋꿋하게(^^) 한눈 팔지 않고 알테도나우강 본류쪽으로 간다.
다리
오늘은 알테노나우 강변 왼쪽 길로 들어선다.
다리를 건더다 뱅크쪽을 보니 이쪽에도 비키니족들이 요트에 몸을 싣고서 노닐고 있다.
요트족
계속해서 조그마한 도로를 따라 가는데
이쪽 길은 강변과 다소 떨어진 채 동네를 가로질러간다. 즉, 볼 거리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도로다.
계속해서 반시계방향으로 굽어지는 길을 따라 가다보니 UNO City 옆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도로를 넘어서게 된다.
어느 정도 가다보니 도로 우측변에 알테도나우 체육공원 입구이 있다.
입구에 다가가서 들어가볼까 하는데 입장료를 받고 있다.
알테도나우 체육공원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깐 들어가는데 입장료까지 내기에는 아깝단 생각에
돌아서서 반대편 도나우팍 방향으로 도로를 건너간다. 도나우팍 입구에는 중국식 건물이 한 채 있다.
중국집 정문
이것이 무슨 건물일까 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길 옆에 간판이 세워져 있다.
간판에는 중국 사천식당(China Sichuan Restaurant)이라는 이름과 내부 구조인 듯한 사진이 붙어 있다.
사천식당 안내판
다시 중국집쪽으로 돌아서서 정문안을 들여다보니 깔끔하게 단장된 정원이 얼핏 눈에 들어온다.
고급스런 중국요리집인 모양이다.
식당 정문
중국집을 지나 도나우팍 입구로 들어선다.
도나우팍 안내판
도나우타워를 향하여 걸어들어간다.
도나우타워
그 부근에서 만난 서양능소화(Chinese Trumpet Clipper)..
중국이 원산지인 동양 능소화는 넝쿨성 꽃나무인데 비해
이것은 가지 틈실하여 담장이나 지지물에 의지 않고 홀로 버티고 서 있다.
서양능소화
옛날 중국의 어느 여인이 왕의 사랑을 받고 임금의 여자가 되었는 데
다음 날부터는 왕이 다시 찾아 오지 않아 담장을 기웃거리며 기다리다 지쳐 결국 죽었다고 한다.
그녀의 한을 알고 있는 시녀들은 담장 옆에 주검을 묻어주었고 그 자리에 꽃이 피어났는데 그게 바로 능소화라 한다.
이 능소화는 담장을 타고 넘어가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을 피우는데, 이것은 왕의 발자국을 들으려고 귀를 쫑긋 세우는 모습이라 한다.
서양능소화는 꽃 모양이 트럼펫을 연상한다 하여 Chinese Trumpet Cipper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보면
서양에서는 능소화에 얽힌 기막히고도 슬픈 전설을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서양능소화 접사
우리 것과 똑같은 원추리 정원을 지나고..
원추리
이제 돌아갈 시간이 된 듯 싶어 UNO City 방향의 산책길로 들어서니
자그마한 기차가 장미 정원 앞에 세워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공원을 순회하는 관광기차인 듯 싶다.
순환레일
기차가 서 있는 매표소 간판에 "도나우팍 기차역(Donau Park Bahn Station)"이라고 쓰여 있다.
밑에 쓰여 있는 "Roseschau"는 "Rose Show"라는 뜻이다. 장미정원으로 가꾸어진 기차역이기 때문이리라..
요금은 어른 4유로(약 7,000원), 어린이 2.5유로(약 4,500원)라 쓰여 있다. So So..
Donaupark-Bahn Station - "Rosenschau" (로즈쇼)
다시 공원 내부의 길을 걷는다.
공원 길
그 부근에서 만난 야생화..
꽃 모양이 얼핏 미국미역취를 닮았다 싶었는데 잎 모양은 돌단풍에 가깝다. 니 정체가 머니?
야생화 3
이어서 만난 야생화..
꽃은 이질풀인데 잎 모양은 선이질풀에 가깝다. 어쨋든 이질풀 종류이리라..
이질풀 (잎 모양은 선이질풀)
도나우타워를 등 지고서 도나우팍을 빠져나온다.
도나우타워
스포츠센터를 지나고..
스포츠센터
오후 1시30분경, 전철역 옆길을 통해서 IAEA 건물로 복귀한다.
산책궤적 (2009.7.2, 목)
저녁.
Mission 4일차 일과를 마친다.
최종 검토의견에 대한 KANUPP 실무자측과의 의견조율도 어느 정도 마치었으니
내일 최종보고서를 놓고 다소간의 문구 조정만 하면 Mission이 원만히 마무리지어질 듯 싶다.
다소 홀가분한 마음으로 퇴근한다.
오늘도 이박사님은 IAEA 한국교민들과 약속이 있기 때문에 나홀로 저녁식사하러 나선다.
물론 이박사님이 함께 가자고 권유를 해왔지만,
그 자리가 이곳에서 6년간 살다가 최근 귀국한 이박사님을 위한 모임임을 잘 알기에 완곡히 사양하였다.
함께 가서 이곳 교민들과 어울려 안면을 익히는 것도 좋겠지만,
홀로 식사하는 편이 내게는 더욱 맘 편하고 자유롭기 때문에 이편을 선택한 것이다.
카이저뮐렌역에서 지하철을 탄 뒤 네 번째 역인 네스트로이플라쯔에서 하차한다.
역에서 빠져나와 남쪽으로 걷다보니 눈에 익은 호텔이 길가에 보인다. 카프리 호텔(Hotel Capri)이다.
Hotel Capri
10년전 비엔나에 첫 출장왔을 때 3박4일 동안 묵었던 호텔이다.
Hotel Capri
반가운 마음에 슬쩍 정문안을 들여다본다.
얼핏 이곳에서 먹던 아침식사가 생각난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빵과 우유로 아침을 때웠었지..
아침엔 일찌감치 일어나 주변 공원을 배회하기도 하였는데..
Hotel CAPRI 정문
카프리호텔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니 서울식당 간판이 보인다.
서울 식당
식당에 들어가 김치삼겹살을 시켜 먹는다.
모처럼 먹는 삼겹살이 맛 좋다. 쏘주가 있다면 더 좋을 텐데.. ^^
요금은 팁 포함하여 14유로를 지불하였다.
서울식당
☆ 쫑
이제 내일이면 Mission을 마친다.
지금까지 경과를 봐서 잘 마무리지어질 것 같다.
Mission이 끝난 후에는
김박하고 함께 알프스산자락인 슈니베르그산을 등산하기로 하였다.
그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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