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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100대명산

산행기 - 천성산 (2007.9.29)

by 청려장 2007. 10. 1.
"산행기 - 천성산"

천성산 화엄벌 (출처: 푸른청솔 blog.paran.com/kjbang1861)

o 일시: 2007.9.29(土) 11:00 ~ 17:37 (총 4시간 37분) o 날씨: 흐림/가랑비 18.7℃ ~ 23.6℃ o 코스: 홍룡사주차장→원효암→화엄벌→천성산 제2봉→집북재→공룡능선→신령각주차장 o 거리: 12.0km o 참석: 한밭산사랑산악회 47명 ☆ 등산기록 :
시 각 구 간 거 리 시 간 속 도
11:00~11:52 홍룡사주차장→원효암 2.3km 0:52' 22'36"/km
11:00  홍룡사 주차장
11:52  원효암 [휴식 3분]
11:55~12:47 원효암→천성산제2봉 3.8km 0:52' 13'41"/km
11:58  갈림길 (이후 철조망까지 포장도로]
12:07  철조망 직전 삼거리
12:18  화엄벌
12:30  은수고개
12:47  천성산 제2봉(812m) [휴식 8분]
12:55~13:42 천성산제2봉→집북재 1.6km 0:30' 18'45"/km [중식시간 제외]
12:55  천성산 제2봉
13:00~13:17  안부 [중식 17분]
13:42  집북재
13:42~15:37 집북재→신령각주차장 4.3km 1:55' 26'44"/km
14:14  681봉 (추정)
14:34  555봉 (토토리봉과 비슷한 산세)
15:19  성불암
15:26  성불암 계곡
15:37  신령각 주차장
종 합 12.0km 4:37' 23'05"/km (2.60km/hr)
※ 구간거리는 도상 추정거리임. ☆ 산행코스

산행 지도 [클릭 ☞ 확대]

◎ 등반 메모 ◎
o Intro.. 금주의 대한토 산행지는 미인봉-신선봉이다. 이미 갔다 온 곳이기에 잠시 망설이고 있었는데.. 교차로를 뒤적이던 중 한밭산사랑산악회 천성산 계획이 눈에 확 들어온다. 천성산(千聖山)은.. 지율스님이 도롱뇽을 지켜야 한다며 목숨 걸고 단식투쟁하던 곳으로 유명해졌지만 그곳 산정에 있다는 화엄벌이 보다 궁금하였다. 광활한 억새평전과 늪습지.. 원효대사가 천명의 제자들을 모아놓고 화엄경을 설파했다던 곳.. 천년 넘게 흘러온 역사의 아득하고 그윽한 향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o 이동.. 아침 6시45분, 자전거를 타고 갑천을 건너 7시정각에 누리아파트에 도착한다. 아침 7시10분, 누리아파트 맞은편 황실상가쪽에서 한밭산사랑산악회 금남고속 버스에 탑승한다. 버스에 오른 뒤 카메라를 놓고 왔음을 알게된다. -.-;; 조망 좋고 풍치 좋은 곳이라 하니 담고 싶은 것이 많을 텐데.. 그리고 언젠가 우리 산악회에 소개하기 위해서는 자료화면을 많이 찍어둬야 할텐데.. 할 수 없이.. 그저 보고 느끼며 걷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그것도 나름대로의 맛이 있으리라.. 버스가 유승기업사, 시민회관, 홍명상가, 대전역을 거쳐 원두막에 도착한 시간은 8시00분.. 버스는 이미 만원 상태인데 예약손님은 계속해서 탑승하니 자리가 없다. 결국 2명의 예약손님은 투덜거리며 하차하고, 3명의 회원은 통로에서 간이의자 신세를 진다. 아침 8시20분, 버스가 대전 IC를 벗어나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한다. 아는 사람 한명도 없는 차속에서 잠자코 산행기를 읽고 있는데 옆자리 산꾼들이 돌고래님 사고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기에 잠시 참견을 한다. "그분요.. 돌을 잘못 밟은 것이 아니고..  선두로 가다가 길을 막고 있는 돌무더기를 치우다가 그랬답니다." 가신 분의 마지막 순간이 다시금 떠오르니 안타까움과 애통함이 한동안 달리는 차창에 한 가득 그려진다. 버스가 대구를 지나 대구-부산고속도로(55번)에 진입하였나보다. 10시00분, 청도휴게소에 도착하여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10시35분, 대동 IC를 통과하고 다시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하여 달리다가 10시50분, 양산 IC를 빠져나온다. 10시56분, 대석 저수지를 지나 좁다란 포장도로를 타고 오르다가 10시59분, 홍룡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o 홍룡사 주차장 → 원효암 11시 정각, 홍룡사 주차장에 내린 산객들이 스트레칭이나 기념 촬영도 없이 준비되는 대로 각자 출발하기에 선두대장으로 보이는 분을 뒤쫓아 올라간다. 힘찬 물소리와 매미소리가 어우러져 울려퍼지는 계곡 속으로 들어간다. 물살이 센 계곡을 건넌 뒤 급경사 오르막을 빠르게 채고 오르는 선두대장을 뒤쫓는다. 홍룡사와 홍룡폭포를 들렀다 갈 줄 알았는 데 선두는 계속해서 오르막을 치고 오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쫓아올라간 길 자체가 홍룡사 루트를 우회하는 길이였다고 한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한다. 숲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산길을 오르며.. 선두대장님과 산행지 선정, 산악회 운영 등등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닉네임은 '철조망'이라 하고, 산행경력은 7년 되었다고 한다. (나중에 보니 다른 분들이 한대장님이라고 부르고 있었음) 몸이 충분히 웜업이 되어 오르막이 편안히 느껴질 즈음 나무 숲 사이로 염불소리가 들려오는 듯 싶더니만 점점 낭낭하게 산중으로 울려퍼진다. 원효암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리라.. 11시50분, 임도 삼거리에 접어드니 한대장님이 원효암은 왼편에 있으니 들렀다오라 하신다. 대장님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조금 걸어들어가니 이내 자그마한 암자가 나타난다. 원효대사가 신라 선덕여왕 15년(645년)에 창건한 천년고찰이라기에 잔뜩 기대를 하고 암자에 들어섰지만 한 눈에 실망을 하고 만다. 최근에 복원공사를 하였던 듯 처마끝 단청이 너무도 깔끔하고 화사하여 1000년을 뛰어넘는 역사의 향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물 한모금 마신 뒤 임도를 따라 되돌아 나온다. 한대장님 말에 따르면 양산에서 여기까지 차로 올라올 수 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산 모퉁이를 돌아서니 주차해 놓은 차량이 두어대 보이고 이후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이렇듯 쉽게 속세와 접할 수 있는 암자에서 어떻게 해태(懈怠)와 방일(放逸)을 없애고 정진(精進)할 수 있을런지.. o 원효암 → 천성산 제2봉 천성산 일대에는 두개의 큰 봉우리가 있는데 최근까지 922봉을 원효산, 812봉을 천성산이라고 불렀으나 양산시에서 역사적인 고증을 바탕으로 922봉을 천성산, 812봉을 천성산 제2봉으로 정정하였다고 하며, 생태보호의 일환으로 천성산 정상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임도를 걸을 즈음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를 맞으며.. 천성산 정상 오른편으로 에둘러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따라 10분 가량 걷다보니 삼거리가 나오고 오른편 깊은 고랑을 넘어서니 왼편 숲에 철조망이 쳐져있다. 중간 중간에 지뢰매설지역임을 알리는 경고표지판이 보인다. 한국전쟁 당시 이곳이 남방 마지노선이었는데 그 당시 매설하였던 미확인 지뢰가 아직도 묻혀 있다고 한다. 철조망 길을 따라 10분 가량 전진하여 화엄벌에 당도한다. (12시18분) 툭 터진 개활지에 무수한 억새가 나래비를 서 있다. 아직 꽃이 피지 않아 은물결을 이루지 않았지만 노릿한 이삭을 빼곡히 맺어놓은 가녀린 줄기끝이 바람결에 흔들리고 그네들의 귀 기울이는 곳은 뿌연한 운무 때문에 더욱 심연해 보인다. 마치 천년전 이 벌판에서 천명의 제자들이 원효대사가 설파하는 화엄경에 귀 기울이고 있는 듯이..

화엄벌 억새밭(출처: 푸른청솔 blog.paran.com/kjbang1861)

푸릇 푸릇한 억새잎 사이로 여기저기 만발해 있는 보라빛 산부추꽃, 하얀 산구절초꽃, 자주빛 쑥부쟁이꽃, 노란 미역취꽃이 눈에 띈다. 몇년전 늪습지로 지정되어 자연 생태가 잘 보존 되어 있는 듯 싶다. 4명의 선두일행이 비바람을 피하여 빠르게 화엄벌을 벗어나 미끄러운 내리막길을 따라 10분 가량 내려가 은수고개를 지나고 (12시30분) 왼편 길로 들어서서 완만한 오르막을 타고 15분 가량 올라 천성산 제2봉(811m)을 밟는다. (12시47분)

천성산 제2봉 정상 - 선두그룹 (촬영: 인끼남님)

천성산 제2봉 정상 - 나 (촬영: 한대장님)

정상에서 사계를 둘러보니.. (어느 기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능선이 부채살처럼 수 많은 가지로 펼쳐지고 또 끝없이 이어지고 계곡은 자락을 감싸고 또 감싸고 있어, 말 그대로 헌걸차고 그윽한 한 산세가 펼쳐져 있다.

천성산 제1봉 정상 (촬영: 한대장님)

정상석이 있는 봉우리에서 북쪽으로 5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가 또 하나 있고 그곳에는 태극기가 그려진 비석이 세워져 있다. 한대장님 말에 따르면, 예전에는 이곳에 정상석이 있었는데 봉우리 난간이 가파르고 위험하여 정상석을 지금의 위치로 옮겨놓았다고 한다.

천성산 제2봉 정상 - 선두그룹 (촬영: 한대장님)

o 천성산 제2봉 → 집북재 천성산 제2봉에서 10분 가량 머물다가 조금 내려가니 안부가 나오기에 그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한다. (오후 1시00분) 한대장님이 따라주는 양주 한잔을 마시니 짜릿한 기운이 가슴을 타고 내려간다. 캬~ 점심식사를 마친 후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오후 1시17분) 숲길을 따라 가다 무명봉(715봉)을 하나 넘어서고 이어지는 가파른 내리막 길을 타고 내려오니 넓다란 안부 사거리가 나온다. (오후 1시42분) 그곳에 세워진 이정표가 왼쪽은 내원사계곡, 오른쪽은 대성계곡, 전방은 공룡능선으로 이어짐을 알려준다. 그곳이 바로 원효대사가 불제자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북을 쳤다던 집북재다. 잠시 울창한 숲을 바라보며 귀기울여 보니 천년전의 북소리가 둥~둥~ 들리는 듯 싶다. o 집북재 → 신령각 주차장 공룡능선을 타고 오른다. 직벽과 칼바위가 연이어 나타나는 암릉을 따라 두어 봉우리를 넘어선다. 설악산의 공룡능선에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봉우리 정상에 올라설 때마다 좌우로 둘러보이는 능선과 계곡이 헌걸차고 그윽하다. 오후 2시15분, 가장 조망이 좋다는 681봉을 지날 즈음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하여 배낭카바를 씌우고서 산행을 속계한다. 오후 2시35분, 지리산 밤머리재 옆에 있는 도토리봉 처럼 생긴 봉우리(555봉)를 넘어선 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마지막 봉우리(375봉)를 향하여 하산하는 데 길이 아리송하다. 한대장님이 이곳을 8번이나 왔었지만 매번 이 즈음에서 헤매곤 하였다며 이리저리 능선길을 찾다가 결국 포기하고선 낭떠러지를 피해 무작정 계곡쪽을 향하여 가파른 골짜기를 타고 내려간다. 희미하게 이어지는 산길을 찾아내어 내려가다보니 대나무 숲 너머로 암자가 보이기에 빼곡한 대나무 숲을 헤치고 암자 마당으로 내려서니 성불암이다. (오후 3시19분) 성불암.. 사방이 꽝꽝 산으로 막히고, 대숲이 파도를 일으키는 깊은 산 속에 마당 한자락 끼고서 천정 낮은 법당이 자리잡고 있다. 적막 속에 소소한 풀잎소리도 크게 울릴 듯한 이곳이야 말로 맑은 산수를 들이키며 가슴 헹구고 마음 티끌 닦아낼 수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발췌: 이서린 <성불암에서 길을 찾다> ) 암자로부터 시작되는 산길을 따라 10분 가량 내려가니 성불암 계곡이 나오고 계곡 옆으로 이어지는 잘 닦여진 길을 따라 다시 10분 가량 내려가니 신령각 매표소 주차장이다. 그것으로써 나의 첫 천성산 산행이 종료된다. (오후 3시37분) 총 산행거리는 12km로 추정(도상거리)되고 총 산행시간은 4시간37분 소요되었다.

개념도

조감도

☆ 쫑 운무에 휩싸인 화엄벌.. 바람결에 빼곡히 영근 이삭을 기울이며 나래비를 서고 있던 억새숲.. 그네들이 귀 기울이는 듯 싶은 천년역사의 향기가 더욱 심연스럽게 느껴졌다. 우리 대한토님들과 다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