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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100대명산

산행기 - 남양주 천마산 (2025.3.29)

by 청려장 2025. 3. 30.

o 일시: 2025.3.29(土) 9:38~14:33
o 날씨: 눈, 5℃ ~ 7℃ (체감 -2℃~2℃ ), 풍속 최고 7m/sec 

o 동행: 대전한마음토요산악회 43명

o 산행 계획 (코스/거리/시간) :

   A코스: 오남저수지-복두산-철마산갈림길-꽈라리봉-천마산-관리사무소 [13.7km/6시간]

   B코스: 팔현마을 백운가든-돌핀샘-천마산-천마의집-천마산 관리소 [11.3km/5시간30분]

 

o intro..

 

대한토 산우들과 함께 천마산에 간다.

천마산은 남양주시 오남읍과 화도읍 사이에 위치한 산으로

서울 근교의 야생화 천국으로 이름이 높은 산이다.

 

필자가 한창 야생화 탐사에 빠졌던 5년전쯤..

홀로 천마산을 찾아가던 중 엔진이 퍼져버린 자동차를 견인하여 남양주 카센터에 맡기곤

계획했던 야생화 탐사를 강행.. 계곡에서 만나는 너도바람꽃, 복수초 등등에 눈이 멀어

기백만원어치 차 수리비도 아쉬워하지 않았다는.. 그러한 무대포 행각이 떠오르는 산이다.

 

산행코스는

능선산행을 위해 꽈라리봉을 거쳐 천마산에 오르는 A코스

야생화탐사를 위해 천마산계곡을 샅샅이 훑는 B코스가 계획되었는데

필자는 걍 능선 산행이 끌리기에 A코스를 선택하였다. 관성을 거스르고 싶었달까? (ꉺ⍸ꉺ)

 

o 산행메모

 

오전 9시38분, 오남저수지에서 10명의 산우와 함께 A코스 산행을 시작한다.

B코스를 선택한 나머지 33명은 버스에 다시 탑승하여 팔현리 계곡으로 떠났다. 

 

들머리로 향하던 중

어린이집 앞에서 깜찍한 캐릭터를 만난다.

스포츠고글을 쓰고 있는 어린왕자. 왕관은 멧 산(山)자 모양으로 꾸며놓았다. ◠‿◠

 

오전 9시43분, 저수지 뚝방이 끝날 즈음 산행 들머리가 나온다.

이정표는 철마산 4.4km/천마산 9.5km을 알려주고 있다.

이정표 기둥에는 '철마산 등산로'라 표기되어 있다. 이곳으로부터 과라리재까지는 철마산 권역에 속하는가 보다.

 

등로 우측으로

좀 전에 지나온 오남저수지가 보이고, 그 너머로 천마산 정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저기까지 거리가 9.5km라면.. 등로가 돌아 돌아서 저곳으로 향하는 모양이다. 

 

숲길에 들어서니

뺨을 붉게 물들인 진달래가 선두를 이끄는 동그라미대장을 맞아준다.

 

등로는 누군가 정성껏 비질을 한 듯

낙엽이 양쪽 방향으로 정갈하게 쓸려넘겨졌다.

 

오전 10시10분, 천마산 8km/철마산 3km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지나고..

 

오전 10시13분, 복두산 정상(410m)에 오른다.

 

정상석이나 정상목은 찾을 수 없으나 램블러 지도상에는 복두봉으로 표시된 곳이다. 

정상 한 가운데는 노거수 한 그루가 있다.

주변에 세워진 팻말은 이 나무가 수령 246년에 달하는 금강송이라 소개하고 있다.

 

그곳에서 남서방향으로 시야가 트인다.

산행을 시작한 오남저수지가 내려보이고,

남양주 태계원읍 너머로 한강에 인접한 아차산과 용마산이 흐릿하나마 존재를 알린다.

 

북쪽을 바라보면, 나뭇가지 사이로 철마산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그 우측 나즈막한 봉우리에서 철마산 반대방향으로 산행을 이어갈 것이다.

 

산행재개..

노랗게 물든 생강나무꽃이 산객을 맞이해준다.

이때까지는 예상하지 못하였다.

매몰찬 눈보라가 들이닥칠 줄을.. 분홍 노랑 숲속이 하얗게 변할 줄을..  

 

오전 10시48분, 철마산 갈림길에 이른다.

이제 철마산을 등지고 천마산으로 향한다.

 

그런데 이 즈음부터 기상이 심상찮아진다.

1mm 내외의 가량비와 최고 7m/sec의 바람이 예보되어

체감온도가 꽤 떨어지겠구나 생각했지만 눈까지는 미처 생각치 못했는데..

 

눈발이 날리는 듯 싶더니

점점 더 세찬 눈보라가 불어온다.

 

어느덧 눈발도 굵어지고..

산객은 하얗게 도포된 숲속을 헤쳐간다.

 

한겨울 눈산행과 다름이 없다.

 

오전 11시22분, 비교적 바람이 덜 부는 공터에 이르러 배낭을 풀고선..

 

점심식사.. 오늘도 영양떡이다.

 

식사 중 쪽동백나무가 눈에 띄기에 다가가서 살펴본다.

가지 끝에서 '아기를 품은 엄마' 같은 독특한 형태의 겨울눈이

몰아치듯 불어온 눈보라에 상고대를 도포하고선 오돌오돌 떨고 있다.  

쪽동백 겨울눈

 

오전 11시35분, 단촐한 오찬을 마친 후 산행 재개..

A코스 일행

 

오전 11시40분, 꽈라리재를 지나고..

 

갓 생성된 상고대를 감상하며 전진한다.

생강나무
쪽동백나무

 

오후 12시25분, 꽈라리봉에 이른다.

눈보라는 언제부턴가 멈추어서 산행길이 한결 수월해졌다. 

꽈라리봉

 

이후 15분 가량 전진하니 시야가 열리고..

전방에 천마산 정상이 어느덧 가까이 다가와 있다.

멸도봉(795m)은 천마산 전위봉으로 정상에 이르기 전 거쳐가는 봉우리다. 

 

오후 1시01분, 팔현리 계곡 갈림길을 지난다.

 

B코스 산우들은 계곡 탐사후 이곳으로 올라왔을 것이다.

 

오후 1시12분, 보구니바위를 지난다. 보구니? 그 뜻과 유래는 아리송하다.

천마산 북쪽에 보광사가 있다 하니.. '보광사 비구니?'

문득 해보는 스토리텔링.. 수시로 이 바위에 오르던 비구니가 망부석이 되었을까?

One sided love의 애달픔까지 뜬금없이 느껴본다. o(╥﹏╥)o

보구니바위

 

오후 1시25분, 멸도봉 정상(795m)에 오른다.

전방에는 천마산 정상이 우뚝 솟아 있다.

 

남서방향으로는

오남저수지로부터 이곳에 이르기까지 지나온

복두산-철마산갈림길-꽈라리봉 능선이 머릿속으로 그려진다.

먼 하늘 아래에는 수도권의 불암산-수락산, 북한산-도봉산 능선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불-수-사-도-북'을 Zoom-up. 해보지만..

사패산은 구름에 휩싸여 식별되지 않는다.

 

오후 1시39분, 천마산 정상에 오른다.

 

고려말 이곳에 사냥을 나온 이성계가 산이 매우 높다며..
"손이 석자만 더 길면 가히 하늘을 만질 수 있겠다(手長三尺可摩天)"라 뻥을 친 모양이다.
그리하여 산이름이 천마산(天摩山)이 되었다고 한다.

 

조망..

오던 길을 되돌아보면 멸도봉이 바로 앞에 솟아 있고

그 왼편으로 꽈라리봉이 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 가평 뾰루봉-화야산-통방산이 하늘금을 긋고 있고..

양평 용문산은 구름 모자를 쓰고 있어 윤곽이 흐릿하다.

 

남동쪽으로는 송라산-문안산이 남양주 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다.

 

남쪽으로는 남양주 예봉산, 하남 검단산이 정수리를 내밀고 있다.

바로 앞에 보이는 능선은 조금 후 지나갈 구간으로..

뾰죽봉을 지나 화살표에서 관리사무소로 하산할 것이다.

 

오후 1시46분, 정상에서 내려와 좀 전에 보던 능선에 접어든다.

 

그 부근에서 전나무로 보이는 유묘(幼苗)를 만난다.

흰 눈을 뒤집어 썼지만 꿋꿋한 기상을 유지하고 있다. 큰 재목이 될 듯 싶다.

 

오후 2시, 천마산역 갈림길을 지나고..

 

오후  2시08분, 또 하나의 갈림길을 만난다.

관리사무소로 하산하는 지점에 이른 것이다. 

 

하산하던 중 발견한 물웅덩이.

투명한 튜브 속에 도룡뇽 알이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다. 조만간 올챙이로 태어날 듯 싶다.

 

올괴물나무도 만난다.

꽃잎을 오므리고 있지만 검붉은 꽃밥이 정체를 알려주고 있다.  

올괴물나무

 

암수술이

토우슈즈 신고 춤을 추는 발레리나 같다. 

올괴불나무꽃

 

오후 2시33분, 관리사무소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친다.

 

산행거리 13.2km에 산행시간 4시간55분 소요되었다.

o 쫑

 

관성을 거스르며 능선 산행을 하였지만
B코스 산우들이 눈 내린 계곡에서 만날 야생화가 내내 어른거렸다.
나무 그루터기 옆에 눈을 뚫고 나왔을 복수초
계곡 물가에 자리잡고 있을 만주바람꽃, 너도바람꽃, 괭이눈..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상상 속에서 반기고 즐기며 흡족해 하는..

그런 정신승리 훈련(?)을 시도한 것으로 치부해본다. ಠ╭╮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