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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일반산

산행기 - 예산 가야산 (2021.8.21)

by 청려장 2021. 8. 21.

o 산행일: 2021.8.21(토)

o 산행지: 예산 가야산(678m)

o 산행코스: 상가리 주차장-옥양봉-석문봉-가야산(가야봉)-남연군묘-주차장

 

오전 8시10분경, 덕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 주차장에 도착한다.

비는 오락가락하고, 주차장은 텅 비어있다. 아직 산우들은 아무도 도착하지 않은 듯 하다.

일기예보에 점심무렵 시간당 20mm 이상의 비가 내리친다고 하니

가급적 오전 중에 산행을 마치기 위해 서둘러 우비를 입고 우산을 받쳐든 채 홀로 남연군묘 쪽으로 전진한다.

남연군묘를 지나 등로에 들어서니, 운무에 휩싸인 산등성이는 끝자락의 굴곡진 자태만 슬쩍 보여준다.

아마 원효봉과 가야봉 사이의 고개인 듯 싶다.

오전 8시38분, 옥양봉/석문봉 갈림길을 지난다.

이정표는 옥양봉이 우측으로 1.5km 남았음을 알려준다.

이후 옥양봉으로 향하는 등로는 잘 다듬어진 임도와 같은 길로 1km 가량 이어진다.

숲은 이미 젖어 있다.

옥양봉이 600m 남았음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지나니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고,

이후 가파른 오르막이 정상까지 이어진다.

오전 9시34분, '쉬흔 길 바위'를 지난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어 바위 위에는 올라가지 않고, 대신 안내판을 읽어본다.

'쉬흔 길'이나 '쉰질'은 충청도 사투리로 '매우 높다'는 뜻이라 하는 데, 충청 토백이인 필자도 처음 듣는 말이다.

암튼 쉬흔길바위는 '매우 높고 우람한 바위'라 여기면 될 것 같다. 안내 사진을 보니 조망도 꽤 좋을 듯 싶다.

언젠가 날씨 좋은 날 올라서보리라 기약하며 지나친다.

정상에 다다를 무렵 원추리를 만난다.

이쁘기도 하지만 밝게 웃는 모습이여서, 예전 어머님들의 근심걱정을 잊게 한다하여

훤초(萱草) 또는 망우초(忘憂草)라 불리었었는데..

지금은 워낙 드센 비바람에 오돌오돌 떨고 있어 바라보는 필자의 맘만 안스럽게 하고 있다.

오전 9시39분, 옥양봉 정상에 오른다.

주관대장인 등불대장에게 전화하여 옥양봉에 올랐음을 신고한다.

산우들은 8시40분경 산행을 시작하였고, 산행계획상 마지막 봉우리인 가야봉으로 오르고 있다고 한다.

우중 산행이다 보니 짧게 타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한 모양이다.

비바람은 더욱 거세어져서 우산이 견디지 못하고 뒤집어질 정도다.

서둘러 석문봉으로 향한다. 이어지는 등로..

흠벅 젖은 숲 사이로 빗물이 물줄기가 되어 흐르고..

처연(凄然)한 산객은 방수기능을 잃은 등산화를 철벅거리며 물줄기를 거슬러 전진한다.

오전 10시21분, 석문봉 정상에 이른다.

오늘 산중에서 산우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겠단 생각에

산행인증샷을 하나 남기고..

가야봉으로 향한다.

이 즈음 암릉 너머로 가야봉의 통신탑이 보여야 하지만

비바람과 운무가 삼켜버렸다.

배고픈 며느리가 몰래 쌀밥을 지어먹다 들켜서

시어미에게 맞아 죽었다는.. 그후 피어 났다는 며느리밥풀꽃..

비바람에 시달려 휘척거리는 모습을 보니 그 한스러움이 더욱 애닳아진다.

가야봉으로 가는 도중

비바람은 한층 더 드세어진다.

등로로 흐르는 물줄기와 물흐르는 소리는 점점 더 드세고 거칠어진다.

오전 11시06분, 가야봉 정상에 당도한다.

이쪽으로 올라왔다던 산우들은 자취도 남아 있지 않다. 결국 예상했던 바 대로 아무도 만나지 못한다.

하산하는 길..

빗줄기가 점점 잦아드는가 싶더니..

숲은 시원한 바람에 장단 맞춰 싱그럽고 흥겨운 물결춤을 춘다.

오전 11시50분경

계곡에서 세면/세족을 하며 장비점검을 한 뒤..

오후 12시07분, 오얏골 쉼터를 지나며..

되돌아 보니 가야봉 정상의 통신탑이 시야에 들어온다.

붉나무꽃을 만난다.

열매에서 '기분좋은 짠맛'이 나는 재밌는 나무다.

이제 날이 완전히 개인 것인지..

산자락 너머로 푸른 하늘까지 얼굴을 내민다.

상가 저수지를 지나며 바라보니

오늘 지나온 옥양봉, 석문봉, 가야봉 산자락이 한몫에 시원스럽게 자태를 드러낸다.

가야봉 왼편엔

잘록한 고개 너머로 원효봉도 모습을 드러낸다.

오후 12시24분, 상여집에 당도한다.

흥선대원군이 부친 남연군의 묘를 이곳으로 이장하기 위해

경기도 연천에서 여기까지 시신을 옮기기 위해 사용하였던 상여를 보관하고 있는 곳이다.

시신 옮기는 길이 500리가 되다보니 각 고을마다 주민이 동원되었던 모양이다. 이래저래 민초들만 고생하였던 것 같다.

남연군묘에 오른다.

가야산 자락이 넉넉히 품고 있는 명당중에 명당이라는 것은 무지한 필자의 눈으로 보아도 알 것 같다.

부친의 묘자리를 이러한 명당으로 모셨으니, 흥선대원군의 효성이 지극하다 하겠지만..

왕이 나올 자리라 하여 개인의 권력으로 멀쩡한 사찰(가야사)을 불질러 뺏어버린 행태는 곱게 이해해줄 수 없을 것 같다.

무덤가에는 무릇이 곱게 피어 있다.

요즘 한 철을 맞은 듯 얕은 산자락이나 들녘에 자주 눈에 띈다.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에 하늘타리 열매를 만난다.

사진으로만 보던 둥그런 열매를 오늘 처음 만난 것이다.

둥근 모양 때문에 '하늘수박'이라고도 불린다고 하는 데, 항암에 좋다하여 약재로도 쓰인다고 한다.

오후 12시50분, 주차장으로 복귀하여 산행을 마친다.

산행거리는 9.9km이고 총 4시간 30분 소요되었다.

o 쫑

날궂이 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