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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100대명산

산행기 - 지리산 무박 성중 종주 (2017.5.20)

by 청려장 2017. 5. 25.

"산행기 - 지리산 무박 성중종주"

top image1 - 지리 주능선 북-동 방향 조망 (조망처: 형제봉) top image2 - 지리 주능선 남-서 방향 조망 (조망처: 형제봉)

o 일시: 2017.5.20(土) 03:30 ~ 15:38 (총 12시간08분) o 날씨: 맑음, 온도 10℃ ~ 28℃ o 코스: 성삼재→노고단고개→임걸령→연하천→벽소령→세석→장터목→천왕봉→중산리 o 거리: 33.51km o 참석: 대전한마음토요산악회 28명 ☆ Time Table :     03:30 성삼재     03:59 노고단 대피소     04:07 노고단 고개     04:59 임걸령 (휴식 5분)     05:23 노루목     05:37 삼도봉     05:51 화개재     06:13 토끼봉     06:55 명선봉     07:00 연하천 대피소     07:00~07:25 조식 (식사 25분)     07:58 형제봉 전망바위     08:32 벽소령 (휴식 7분)     09:22 선비샘     09:49 망바위     10:03 칠선봉     10:38 영신봉     10:47 세석산장     10:47~11:15 중식 (식사 28분)     11:29 촛대봉 (조망 5분)     12:05 화장봉 (연하선경 조망 5분)     12:16 연하봉     12:29 장터목 (휴식 10분)     12:53 제석봉     13:09 통천문     13:23 천왕봉 (인증샷 및 휴식 13분)     14:14 법계사     14:57 장터목 갈림길     15:20 중산리 야영장     15:38 중산리 주차장 ☆ 산행코스

산행계획도 (14시간 페이스)

◎ 등반 메모

o Intro.. 지리산 성중 종주를 떠난다. 이제는 몇 번째 종주인지 횟수를 헤아리기 어렵고.. 그저 매년 찾아가 깊고 높은 기운을 충전받고 오는 것이 연례행사가 되었다. 깊디 깊은 영산(靈山)을 한 없이 거닐며 현신의 자아를 진득하게 성찰하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이상향을 찾아보고 싶다고나 할까.. 근데 이 화두 조차도 알송달송하다.^^ o 버스이동 (서대전IC→선운사 주차장) 새벽 0시5분, 통계청 앞에서 대한토 전세버스에 탑승한다. 35인승 전세버스는 28명의 참가자를 태우고 서대전 IC를 벗어나 지리산으로 향한다. 새벽 3시25분경, 지리산 성삼재에 도착한다. 예정보다 20분 가량 늦었다.

성삼재

o 성삼재 → 연하천 대피소 오전 3시30분, 몸치대장을 선두로 노고단을 향하여 출발한다. 오늘 산행은 연하천산장까지는 몸치대장이 선두를 이끌고 가지만, 이후에는 각자의 페이스대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으로 하였다. 대부분 베테랑 산꾼들이라서 앞서 가는 인원과 뒤처지는 인원만 잘 파악하면 문제가 없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선두 몸치대장

오전 3시59분, 노고단 대피소를 지나고..

노고단 대피소

오전 4시07분, 노고단 고개에 도착한다. 컴컴한 하늘에 달과 별이 밝게 빛을 내고 있다. 보름달이 아닌 반달인데도 꽤나 밝게 산중을 비추고 있고 그 건너편에 자리잡은 샛별도 밝게 반짝이고 있다. 오늘 공기가 맑은가 보다.

노고단 고개

오전 4시59분, 임걸령에 도착한다. 여기까지는 등로가 평탄하여 가벼운 발걸음으로 전진해왔지만, 이제부터 오르내림이 끝없이 이어지니 페이스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임걸령

임걸령에서 5분간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산행을 재개한다. 어느덧 해가 솟았는지 지나치던 무색 공간이 유색으로 덧칠해진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유색은 연분홍빛 철쭉. 천지간에 곱게도 피어있다. 우리나라 토종 철쭉으로 진달래가 지고 난 뒤 연달아 피어난다고 하여 연달래라고도 한단다.

토종 철쭉(연달래) 토종 철쭉(연달래)

오전 5시23분, 노루목을 통과하고..

노루목

오전 5시37분, 삼도봉에 도착한다.

삼도봉 표식물

전방 동편의 토끼봉 너머로 이미 솟아오른 태양이 나를 향해 빛살을 내리고 있다. 토끼봉 우측으로 지리산 자락의 맡형인 천왕봉(1915m)도 머리를 내밀고 있다.

토끼봉, 천왕봉

천왕봉 우측으로 남부능선이 뻗어내리고, 그 너머로 광양 백운산의 봉우리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파노라마) 천왕봉 남부능선, 광양 백운산

오던 길을 되돌아 서쪽을 바라보면 가까이에는 반야봉이 둔중한 몸집을 세우고 있고, 저만치 멀리에는 노고단이 뾰족한 정수리를 세우고 있다.

좌-노고단, 우-반야봉

오전 5시51분, 화개재를 지나고..

화개재

그 즈음 나타나는 멍석 길.. 야자수 줄기로 만들어서 자연친화적인 점도 좋지만.. 그외에도.. 빗물이나 사람의 발길에 흙이 쓸려나가지 않게 하여 나무뿌리가 밖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나무뿌리를 보호할 수 있게 하고.. 더불어서 산객의 발맛도 부드럽게 해주고 있으니.. 돈이 얼마나 드는 지는 모르겠지만 득이 많은 것 같다.

야자수 멍석길

오전 6시13분, 토끼봉 표지목을 지나고.. 이후 명선봉으로 향하는 길에서 몸치대장을 비롯한 선두일행을 만난다.

토끼봉 표지목

오전 6시55분, 명선봉 표지목을 통과하고..

명선봉 표지목

오전 7시,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한다.

연하천 대피소

산장 담벼락엔 글이 쓰여진 나무판자가 걸려있다. 가까이 다가가 읽어본다.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연하천 대피소 - 청려장

견딜만한 사람은 왜 오지 말라는 것일까? 상처 많고 회한이 많은 자들만 안식과 위로를 주겠단 뜻인걸까?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지리산 시인 이원규(1962~)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이라는 시에서 따온 글이며, 나중에 가수 안치환이 노래로 부르면서 더 유명해진 시라고 하는데.. 외양은 계절에 따라 변화무쌍하지만 심지는 변하지 않는 큰 산 이 깊고 너른 산이 아픈 사람을 보듬으며 안식과 위로를 주고 있음을 노래하는 것이리라.. 그래 나야말로 잘 찾아온 것 같구나..^^ o 연하천 대피소 → 벽소령 대피소 연하천 대피소에서 아침식사를 마친 후 오전 7시25분, 길따라회장님, 산따라님, 쁜이사랑님과 함께 산행을 재개한다. 이후 이 일행이 중산리 하산할 때까지 동행하게 된다. 오전 7시58분, 형제봉 전망바위에 당도하여 주변을 조망한다. 전방에 가까운 산자락 너머로 벽소령 산장이 보이고 그 뒤편으로 천왕봉으로 이르는 지리 주능선이 꿈틀거리며 이어지고 있다.

동쪽 방향 - 벽소령 산장과 지리 주능선

남쪽으로는 백운산 자락이 더욱 가까이 다가와 있다. 근래와 다르게 날씨가 무척 맑은 듯.. 시계가 엄청 좋다.

남쪽 방향 - 광양 백운산

사방을 파노라마로 담아본다.

(북-동 방향 파노라마) 지리 동부능선 및 함양 삼봉산/법화산 능선 (동-남 방향 파노라마) 지리 주능선과 남부능선 (남-서 방향 파노라마) 광양 백운산과 토끼봉 능선

조금 더 전진하다 만난 형제봉 거대 암벽.. 그위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노송 한 그루가 눈길을 잡아끈다. 모진 환경에서 잘 버티며 의연히 살고 있는 모습.. 말없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형제봉 암벽 위의 노송

방금 지나온 형제봉을 되돌아보고..

형제봉

남쪽 산자락 속의 의신마을을 가늠해보며.. 전진..

의신 마을 조망

오전 8시32분, 벽소령 산장에 도착한다.

벽소령 산장

o 벽소령 대피소 → 세석 대피소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전 8시39분 산행을 재개한다. 화사한 꽃, 푸른 숲, 맑고 선선한 공기.. 산행 길 상쾌지수가 최상이다.

벽소령

오전 9시22분, 덕평봉을 넘어 선비샘에 도착한다.

선비샘

그런데, 물이 쫄쫄쫄 흐른다. 매년 와보지만 매번 이곳 샘물은 콸콸콸 흘렀었는데.. 최근에 가물었었나? 그래도 암튼 물 맛은 최고다. 시원하고 깊은 맛.. 그렇게 밖에 표현을 못 하겠다.^^

선비샘 - 쁜이사랑님, 길따라회장님, 산따라님

좀 더 전진하여 오전 9시49분 망바위에 당도한다. 천왕봉이 한층 더 가까이 다가와 있다. 그리고 그 직전 제석봉 아래 장터목산장도 시야에 들어온다. 우측 영신봉 너머로 촛대봉도 가까스로 머리를 내밀고 있다. 그 두 봉우리 사이에 위치한 세석평전을 그려본다.

망바위 조망 - 지리산 천왕봉

남서 방향으로 돌아서서 바라보다 티미한 하늘금 속에서 순천 조계산과 화순 모후산을 식별해낸다. 광주 무등산은 우측 불무장등 너머로 있을 듯 한데.. 아직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남서 방향 - 조계산과 모후산

남동 방향에 하동 금오산으로부터 광양 백운산, 화순 모후산으로 이어지는 하늘금을 파노라마로 담아본다.

(남쪽 파노라마) 하동 금오산, 광양 백운산, 순천 조계산, 화순 모후산

오전 10시03분, 칠선봉을 지난다. 거대암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산객의 발걸음을 살펴주고 있다.

칠선봉

이즈음 지리 산중엔 얼레지가 지천이다. 치마를 할라당 제끼며 산객을 유혹하고 있다하여 꽃말이 '바람난 츠자'다.

얼레지 1

고급진 보라빛 때깔과 아담하고 앙큼한 자태로 보아 이곳 지리 츠자가 그 어느 곳 츠자보다 더 이쁜 듯 싶다.

얼레지 2

조금 더 전진하니 영물스런 암봉을 앞세운 영신봉이 다가온다.

영신봉

함께 걷는 일행들은 여전히 지친 기색 없이 여유롭다.

길따라회장님, 쁜이사랑님, 산따라님

이후 영신봉으로 이르는 가파른 철계단에서 땀을 한소큼 쏟은 뒤 오전 10시38분 영신봉 표지목을 통과한다. 그 너머로 촛대봉이 얼핏 보이기 시작하고..

영신봉 표지목 통과

세석평전의 너른 품이 펼쳐진다. 어서오시게들.. 하면서..

세석평전

그 길목에서 만난 처녀치마.. 매번 이곳에서 만나는 종자이기에 오늘도 습관처럼 훑어보다가 만난 것이다. 방가방가..^^

처녀치마

오전 10시47분, 세석산장에 도착한다.

세석산장

우선 샘터에서 물을 보충한 뒤 점심식사.. 식은 밥과 시어터진 김치. 맛이 그리 좋진 않지만 우걱우걱 먹어둔다. o 세석 대피소 → 장터목 대피소 오전 11시15분, 세석산장을 떠나 촛대봉으로 향한다.

세석산장

오전 11시29분, 촛대봉에 도착한다. 전방에 시선을 끄는 산줄기가 있기에.. 준비해간 조망사진과 비교해보니 웅석봉 줄기이다.

촛대봉에서 바라보는 웅석봉

그 아랫 자락으로 뻗어내린 이방산, 수양산, 화장산도 식별된다. 그 앞 구곡산으로 뻗어가는 능선은 일명 황금능선이라 불리우는 구곡능선이다.

(동-남쪽 파노라마) 웅석봉 능선 및 구곡산 능선(황금능선)

서쪽 세석평전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니 멀리 광주 무등산이 어렴풋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서쪽 - 광주 무등산

그 앞쪽으로 지리산 서북능선이 비교적 뚜렷하게 하늘금을 긋고 있다.

(서쪽 파노라마) 지리산 서북능선

일행들과 인증샷을 찍은 뒤..

촛대봉 - 청려장, 쁜이사랑님, 길따라회장님 (촬영: 산따라님)

오전 11시34분, 다시 천왕봉을 향하여 전진한다.

천왕봉

그 즈음부터 만나는 진달래.. 건강하고 밝고 맑게 꽃을 피워놓았다. 지리산, 설악산 등 고산지대에 자라며 꽃이 5~6월에 피는 꽃나무로서 잎자루 등에 털이 있어 '털진달래'라고 분류하고 있다고 한다.

털진달래

오후 12시05분, 화장봉에 도착한다. 그 앞에 펼쳐진 연하선경이 그리움을 위무해준다. 아~ 그래 이 모습이야..

화장봉에서 바라보는 연하선경 그곳에서 남쪽을 바라보다 사천 와룡산과 하동 금오산을 식별한다. 그 너머로 남해바다가 넘실대고 있으리라..

남쪽 조망 - 사천 와룡산, 하동 금오산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촛대봉으로부터 반야봉, 노고단으로 이르는 지리 주능선과 만복대로부터 덕두산으로 뻗어가는 서북능선이 제 각각 금을 그어가고 있다.

조망(동-북쪽 파노라마) - 지리 주능선과 서북능선

다시 연하봉을 향하여 발걸음을 제촉한다.

연하봉 가는 길

오후 12시16분, 연하봉에 도착한다.

오후 12시16분, 연하봉 도착

그곳의 기암괴석에 시선을 두면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하늘을 향해 주먹감자를 날리는 형상, 고릴라 형상, 달팽이 형상.. 등등이 머릿속으로 슥슥 그려진다.

연하봉의 괴암

오후 12시29분, 장터목에 도착한다.

장터목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중산리계곡이 아련하다.

중산리 계곡

그곳에서 간식과 물을 먹으며 10분 가량 휴식을 취한다. 배낭에서 꺼내놓은 홈프러스표 체리가 산따라님의 입맛을 충족시킨다. 딱 이 맛이야..^^ o 장터목 대피소 → 천왕봉 오후 12시39분, 다시 산행을 재개한다. 천왕봉으로 이르는 마지막 고빗길.. 서로에게 격려를 하며 오른다. 가파른 오르막을 힘겹게 딛고 올라 제석봉으로 이르는 구상나무 지대에 이른다.

제석봉 구상나무 군락지1 제석봉 구상나무 군락지2 제석봉 구상나무 군락지3 제석봉 고사목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니.. 연하봉과 촛대봉이 어느덧 저 멀리 물러나 있다.

연하봉 및 촛대봉

오후 12시53분, 제석봉 정상에 도착한다. 촛대봉으로부터 노고단으로 뻗어가는 지리 주능선.. 아련하다. 저 속에 내 발자취가 티끌으로라도 남아있으려나..

제석봉 정상

인증샷 한장을 찍은 뒤..

제석봉 정상 인증샷 - 쁜이사랑님, 산따라님, 청려장(촬영: 길따라 회장님)

오후 12시54분, 다시 천왕봉으로 향한다.

천왕봉으로 가는 길

이후 통천문으로 향하는 길목에 만발한 털진달래.. 화사함이 더욱 짙어진다.

통천문 가는 길 - 털진달래

오후 1시09분, 통천문을 통과한다.

통천문

통천문 아래 무명봉.. 날카롭게 솟은 암봉 주위로 쑥쑥 솟아 있는 노목과 그 사이사이를 붉게 물들인 털진달래.. 넘 아름답다.

통천문 아래 무명봉 - 만개한 진달래

이후 천왕봉으로 향하는 길.. 발걸음은 힘겹지만 화사함으로 치장된 아름다움이 눈 만큼은 호사를 누리게 한다.

나무계단 주변의 진달래 암벽 언저리의 진달래 고사목과 어루어진 진달래 천왕봉 남쪽 능선의 진달래

드디어 천왕봉 정상이 목전으로 다가오고..

천왕봉 정상 (촬영: 길따라회장님) 천왕봉 정상

오후 1시23분, 천왕봉 정상에 올라선다. 산행 개시후 9시간50분 가량 소요된 것 같다.

천왕봉 인증샷 - 산따라님, 청려장, 쁜이사랑님 (촬영: 길따라 회장님)

산객으로 북적대는 정상석 주변에서 내려와 한갓진 곳에서 천왕봉 정상을 바라보며.. 남은 간식도 모두 처분하며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천왕봉 정상

o 천왕봉 → 중산리 주차장 오후 1시35분, 중산리를 향하여 하산한다.

하산 길

오후 2시14분, 법계사를 통과하고..

법계사

오후 2시14분, 장터목 갈림길을 통과하고..

장터목 갈림길

오후 3시20분, 통천길 아치를 통과하여 중산리 야영장 지대에 당도한다. 그제서야 그 지긋지긋한 너덜바위 길을 벗어난다.

통천길 아치 (촬영: 길따라회장님)

이후 포장 도로를 따라 20분 가량 더 내려가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한다.

중산리 주차장

☆ 산행 개요 및 고도표 오후 3시38분, 중산리 대형주차장에에 도착함으로써 지리산 무박 성중종주를 마쳤다. 총 산행거리는 33.51km, 산행시간은 조식(25분) 및 중식시간(28분)을 포함하여 총 12시간 08분 소요되었다.

산행 개요 산행 고도표

☆ 쫑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 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중략)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 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길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르른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라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면 제발 오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