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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100대명산

산행기 - 순천 조계산(2011.4.2)

by 청려장 2011. 4. 13.

"산행기 - 순천 조계산(884m)"

top image1 - 조계산 연산봉 능선 [촬영위치: 조계산 장군봉]

top image2 - 조계산의 야생화

o 일시: 2011.4.2(土) 10:30~16:36 (총 6시간 06분) o 날씨: 맑음 8.0℃~18.0℃ (전남 순천) o 코스: 선암사→향로암터→장군봉→장박골→연산봉→송광굴목재→천자암봉→천자암→운구재→송광사 o 거리: 14.7km o 참석: 대전한마음토요산악회 30명 ☆ Time Table :
시 각 구 간 거 리 시 간 속 도
10:30~12:54 선암사주차장→장군봉 4.0km 2:24/1:49 27'15"/km
10:30  선암사 주차장
10:34  선암사 매표소
10:43  부도전
10:51  선암사 [관람: 15분]
11:13  대각암 삼거리
11:31  평평한 등로 [휴식 5분]
11:57~12:32  중식(향로암터) [중식 35분]
12:54  장군봉(884m) [촬영: 1분]
12:55~13:53 장군봉→연산봉 3.3km 0:58 17'34"/km
12:55  장군봉
13:15  장박골 정상(접치 갈림길) (↑송광사 6.3km, ↓선암사 3.5km)
13:17  헬기장
13:30  장박골 삼거리(↓장군봉 1.8km, ↓선암사 4.5km, ↑송광사 4.2km, ↑연산사거리 1.2km, ←작은굴목재 1.74km)
13:46  연산사거리
13:53  연산봉 정상(851m) [촬영 3분]
13:56~14:56 연산봉→천자암 2.7km 1:00 22'13"/km
13:56  연산봉
14:18  송광굴목재 [대기 3분]
14:33  천자암봉 [대기 5분]
14:56  천자암 [관람 16분]
15:12~16:36 천자암→송광사주차장 4.7km 1:24 17'52"/km
15:12  천자암
15:44  운구재(인구치) (천자암 2.0km, 송광사 1.4km)
16:03  수석정삼거리 (천자암 3.4km)
16:08  송광사 [관람 14분]
16:33  매표소
16:36  주차장
종 합 10:30~16:36 14.7km 6:06' 24'53"/km (2.21km/hr)
※ 지체시간: 총 1시간37분 (중식 35분, 휴식&조망 1시간02분) ☆ 산행코스

산행지도

◎ 등반 메모 ◎
o Intro.. 당초 국내 내륙에서 가장 먼저 진달래소식을 전해준다는 거제도 대금산으로 산행계획을 세웠으나, 산행 1주일전인 지난 주 일요일 현지 사정을 파악해보니 아직 진달래가 눈망울조차도 틔우지 않고 있으며 만개하려면 3주 가량 더 기다려야 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산행지를 조계산으로 급변경하였다. 조계산 천자암의 쌍향수가 다시 보고 싶었다. 그것이 2006년11월에 가 보았던 조계산을 다시 찾아가는 사유 중 첫찌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조계산(曹溪山, 884.7m)

전남 순천시 송광면·주암면·낙안면 등에 두루 걸쳐있는 산으로서 광주의 무등산(無等山), 광양의 백운산(白雲山)과 삼각형을 이루는 지점에 위치하며, 호남정맥상의 한 봉우리이다. 산 이름은 송광사가 개산(開山)될 때까지 송광산이었으나, 이후 조계종의 중흥 도량산[道場山]이 되면서 조계산으로 바뀌었다.

산세는 험하지 않고 평탄한 길이 많은 전형적인 육산이어서 가족단위 산행으로도 알맞은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연경관이 빼어나 1979년12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산림청에서 선정한 우리나라 100대명산 중 하나이며 등산관련 싸이트인 "한국산하"의 인기순위에도 63위에 랭크되었다.

산의 동편 이사천 상류계곡에 호남 3암사(三巖寺)의 하나인 선암사(仙巖寺)가 있고, 서사면에는 통도사·해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사찰로 꼽히며 승보사찰(僧寶寺刹)인 송광사(松廣寺)가 위치한다. 송광사 천자암(天子庵) 뒤뜰에는 문화재청으로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희귀한 나무'로 선정된 바 있는 천연기념물 제88호 쌍향수(雙香樹, 수령 800년)가 자라고 있다.

- 출처: 불분명(인터넷 여기저기)

산경도

o 이동
오전 7시20분, 대전 IC를 통해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한 후
남부순환도로를 통해 호남고속국도에 진입할 즈음, 알렉산델 총무가 마이크를 잡고서 인사와 안내를 진행한다.
충곡회장의 인사.. "화창한 봄 산행을 만끽하길 바랍니다."
신입회원 여우님의 자기소개.. "무릎이 요즘 좋지 않지만 폐 끼치진 않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신입회원 지미님의 자기소개.. "연구단지 근무하며, 불가에 인연이 있고, 송광사에 가볼 일도 있어 겸사겸사 신청했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금일 산행대장인 나의 산행안내.. "조계산.. 완만한 육산이고.. 선암사 홍매화가 우리나라 토종이고.. 천자암 쌍향수가 보고싶고.. 어쩌구 저쩌구..."

산행안내 유인물

오전 8시00분, 호남고속국도 여산휴게소에서 20분간 휴식 시간을 갖는다. 이후 어디선가 고속국도를 벗어난 청림버스가 국도를 따라 전진한다. 오전 9시46분, 청림버스가 호남고속국도(25번) 석곡 IC에 진입하여 순천방향으로 전진한다.

순천 진입

오전 10시10분, 호남고속도로 승주IC를 빠져나와 승주읍내에 진입하니, 도로표지판이 선암사 방향을 안내한다.

승주읍내

오전 10시25분, 선암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

주차장 옆 천변 매화는 이미 만개하여 객들을 화사히 맞이하고 있다. 선암사의 홍매화도 저리 피어있다면 좋겠단 기대를 해본다.

매화

o 주차장 → 선암사 오전 10시30분, 선암사에서 단체사진을 찍기로 하고 각자 출발한다. 날씨가 포근하여 기능성 티 하나만 입고 산행을 시작한다. 길가엔 다양한 색상의 연등이 걸려있다. 내 생일보다 6일 늦은 석탄일(초파일)이 다가오는가보다. (생일 홍보? ㅎㅎ)

선암사 진입로

4분 가량 전진하니 매표소가 나온다.

매표소

알렉산델 총무님이 회원들의 입장료를 계산하여 내는 동안, 그 주변에 세워진 순천만 안내판를 감상한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의 S라인 수로와 푸르른 늪지가 시선을 끈다. 저곳에서 무궁무진한 생명이 잉태되고 있으리라..

순천만 안내

매표소를 통과하고 5~6분 전진하니 등로 우측편으로 부도전이 보인다.

부도전 입구

옆에 가는 충곡에게 사전에 읽어두었던 전설을 으쓱대면서 전수해준다. 흠흠~~ 왼쪽에 사자 4 마리가 석탑을 받치고 있는 것은 화산대사 사리탑이구, 그 옆에옆에 빼딱하게 서 있는 비석은 옛날에 큰스님으로 추앙받던 상월스님의 것인데 그 분이 살아생전 가르치던 강원(講院)을 향하도록 세워놓은 것이랴.. 아로쓰? 헴헴~~

부도전 - 화산대사 사리탑과 상월스님 부도

선암사 화산대사사리탑(華山大師舍利塔:浮圖)
이 사리탑은 조선시대 화산당(華山堂) 오선(晤善) 스님의 것으로, 매우 특히한 양식이기 때문에 전남 문화재자료 제42호로 지정되었다. 네 마리의 사자가 탑을 이고 있는 형태는 통일 신라시대의 석탑인 구례 화엄사 4사자 3층 석탑을 모방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1986년 2월 탑을 받치고 있는 기단석 사자상 2점이 도난을 당하여 현재 그 자리는 다른 석물로 대체해 놓은 상태이다.
이어서 길가 좌우에 서 있는 한 쌍의 주황색 목장승을 만난다.
토속신앙인 장승이 외래 신앙인 불교와 접목되어 있는 특이한 형태의 문화유산인데
선암사에 사천왕상이 없는 것도 이들이 불경한 것들을 몰아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도 전해진다.
(그러나, 장군봉이 잡귀를 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인 듯 싶다.)

목장승

선암사 목장승(木長丞)
조선조 말엽(갑자년)에 이곳에 세워졌다 한다. 왼편 장승에는 방생정계(放生淨界)란 글이 씌어있는데 이곳부터는 모든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며 매인 것들에서 자유를 베풀어야 함을 뜻한다 하고, 오른편 장승에는 호법선신(護法善神)이란 글이 씌어있는데 이 장승이 불법을 수호하고 중생이 필경에 성불(成佛)하게 도우는 착한 신이라는 뜻이라 한다.
곧이어 길가 왼편 개울을 가로지르며 세워진 아치형태의 다리를 만난다. 승선교(昇仙橋)다.
조선 중기에 지어진 아주 오래된 다리인데 종교적인 의미와 예술적인 아름다움이 조화롭게 버무려진 걸작으로서 보물 40호로 지정되었다.

승선교

선암사 승선교(昇仙橋)
승선교는 1713년 호암화상이 6년 만에 완공하였는데 기저부가 자연암반으로 되어 있어 견고하며, 홍예(虹預)는 하단부부터 곡선인반원형으로, 승선교가 물에 비치면 완전한 원형을 이루며 그 원형 안에 뒷편의 강선루가 자리하고 있어 우리 나라에 남아 있는 무지개다리 중 가장 자연스럽고 우아하다는 평을 듣는 다리이다.
오전 10시50분경, 선암사 전각이 시야에 들어온다.

선암사 입구

길목에 버티고 있는 고사목..

고사목

생명을 다 한지 오래되었지만, 5년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사목

선암사 일주문에 당도한다. 함께 가던 충곡회장이 문득 한마디 한다. "선암사가 아니라 계선사네?" 오잉? 뭔 소리인가 하며 일주문을 들여다보니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편액에 쓰여진 글씨를 우에서 좌로 읽은 것이다. ㅎㅎㅎ 그런 소릴 듣고 그냥 넘어갈 내가 아니쥐.. "이궁~ 저게 '조산암 계선사'로 보이냐? ㅋㅋㅋ"

선암사 일주문

선암사(仙巖寺)

백제 성왕 7년인 529년에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이 절을 짓고 해천사(海川寺)라고 부른 것이 선암사의 기원이라고 전해진다. 남북국 시대에 와서 도선이 선암사를 창건하고 1철불 2보탑 3부도를 세웠다. 고려 시대에 의천이 절을 크게 중창하고 천태종의 본거지로 번창했으나, 조선 선조 때 정유재란으로 큰 피해를 입어 절이 거의 소실되었다. 복구도 늦어져 1660년에야 중수되었다. 총 4점의 보물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 보물 제395호로 지정된 선암사 3층석탑과, 보물 400호로 지정된 절 입구의 무지개다리 승선교(昇仙橋)와 강선루(降仙樓), 불교 사상을 구현한 독특한 양식의 연못인 삼인당(三印塘)도 유명하다.

태고종의 총본산이며 태고종의 유일한 총림인 태고총림(太古叢林)이다. 총림(叢林)이란 승려들이 참선수행하는 禪院과 교육기관인 講院, 계율전문교육기관인 律院을 모두 갖춘 사찰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조계종에 5대 총림(조계, 영축, 가야, 덕숭, 고불총림)이 있고, 태고종에 태고총림이 있다고 한다. 대한불교조계종과 태고종의 오랜 분규 과정에서 선암사의 소속을 놓고 논란이 되기도 했으며, 사찰 재산권을 둘러싼 대립으로 불상 바꿔치기에 이은 폭력 사태가 벌어진 적도 있다.
일주문을 지나면 천왕문이나 금강문 없이 막바로 범종루가 나온다.
그것은 조계산 주봉인 장군봉이 잡귀를 지켜주기 때문에 사천왕상 등 호법신을 별도로 모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범종루

범종루를 통과하니, 대웅전 앞 마당이 나오고 그 한 가운데 두 개의 삼층석탑이 있다. 보물 제395호이다. 그런데, 석탑 주변은 온통 연등과 휘장으로 뒤덮여 있다. 간이의자도 배열해놓은 것을 보면 무슨 행사를 하는 모양이다.

삼층석탑

그런 생각을 할 즈음, 특별한 복식을 차려입은 승려들이 일렬로 나타난다. 행렬 뒤끝에는 빈 가마도 따라온다. 천도제 영가인 듯 싶다. 어느 분이 생을 마치셨을꼬?

승려 행렬

나중에 충곡이 알려준다. 오늘 천도제를 지내는데, 어느 특정인만을 모신 것이 아니고 여러 영혼을 함께 모시고 지내는 것이라 한다.

천도제1 [촬영: 충곡회장]

천도제2 [촬영: 충곡회장]

천도제3 [촬영: 충곡회장]

대웅전 뒷켠을 돌아 무우전을 찾아간다. 무우전과 그 뒷편에 위치한 각황전 사이의 담장길에 토종매화가 있기 때문이다.

무우전

순천 선암사 선암매 안내

근데, 무우전 담장부근의 홍매화는 아직 만개하지 않고 붉스레 미소만 짓고 있다.

무우전-각황전 담장길

그 홍매가 어느 화가의 붓끝에서 더욱 아름답게 태어나고 있다.

화가와 홍매

무우전 홍매

담장을 따라 각황전쪽으로 좀 더 들어가면 하얀 매화가 활짝 웃으며 산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각황전 매화

그 부근에서 단체사진..

단체사진 1

단체사진 2 [촬영: 충곡회장]

선암사를 빠져나오기 전, 그 유명한 뒤깐 앞으로 간다. 지은 지 200년 가량 된다는데 통풍이 넘 잘 되어 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는다 한다. 어떤이는 똥냄새가 매화향 같다나 모라나.. ㅎㅎ 깊이도 워낙 깊어서 스님이 일 보신 후 옷을 추스린 뒤 승선교까지 걸어갈 때쯤이 되어서야 풍덩하고 똥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나 모라나.. ㅋㅋ

선암사 뒤깐 (문화재자료 제214호)

선암사 뒤깐

전라도 승주 지방을 여행하다가 만약 똥이 마려워진다면, 좀 참았다가 기어이 선암사 해우소에 들어 볼 일을 보라는 말이 있다. 김훈은 '자전거 여행'이란 기행 에세이집에서 이 곳 선암사 '뒤깐'에서 똥을 누어보면 비로소 인간과 똥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똥을 누는 것은 몸의 찌꺼기인 배설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자유와 해방의 행위며, 그 장소는 서늘함과 홀가분함이 있는 해방공간이 되어야 최상인데, 선암사 화장실이 그 자유의 파라다이스라는 것이다.

선암사 '뒤깐'은 남자 칸과 여자 칸이 같은 건물 안에서 양 옆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각자 똥깐에 서 있을 땐 서로를 볼 수 있고, 쭈구리고 앉으면 안보일 만큼의 높이로 칸막이가 쳐져있다. 화장실 남녀 칸의 관계가 철벽으로 무식하게 막아놓은 것 보다는 오히려 훨씬 문명적이다. 그것은 억지로 떼어놓을 것이 아닌 자연스럽고 은근한 구분이어야 한다는 뜻의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선암사 뒤깐만큼 시의 소재로, 문화의 향기로 다루어지는 화장실이 또 어디 있을까. 정확히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파악이 안 되었다지만 지은 지 이백년은 넘고, 칙간이지만 건축 양식이 독특하고 아름다워 국가 민속자료로 지정되기도 한 선암사 해우소. 정말 똥 썩는 냄새마저도 은은하고 향기로운지 알아보려고 나도 십년 전 그 배설의 낙원에 앉아 코를 벌렁댄 적이 있다.

정일근 시인은 '선암사 뒷간에서 뉘우치다'라는 시에서 ' 내 죄의 반은 늘 식탐에 있다'고 전제하면서 선암사 뒷간에 앉아 스스로에게 다짐하길 '근심을 버리자! 근심은 버리려 하지말고 만들지 말아라. 뒷간 아래 깊은 어둠이 죽비를 들어 내 허연 엉덩이를 사정없이 후려친다. 마음을 비우자! 마음은 처음부터 비워져 있는 것이다'라고 뒷간철학을 다듬었다.

정호승 시인은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했지만 선암사행 열차가 바로 있지는 않다. 순천으로 가서 어머니의 치맛자락 같은 조계산의 품으로 다시 달려가야 만날 수 있는 절집인데, 인간이 선계로 드는 입구이자 신선이 되어 출구를 나올 수 있는 선암사는 그만큼 경관 또한 빼어나다. 장군봉 펑퍼짐한 능선아래 자리 잡은 고찰은 아름다운 건축물과 사철 꽃을 피어 올리는 도량으로도 유명하지만 그 가운데 '뒤깐'은 두고두고 되삭임되어 우리를 철학케 한다

정말 그 똥깐에 앉아 똥 구린내 속에서 번뇌와 근심 다 털어내고, 욕망의 찌꺼기 깨끗이 비워내며, 실컷 울면서 위로까지 받는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헛된 욕심의 총화인 인간이 부처님 오신 날의 뜻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헤아린다면야 똥오줌을 누듯 망집의 욕망도 훌훌, 이기의 옹졸도 훌훌 우리 몸 밖으로 내던질 수 있을 텐데...

- 글쓴이: 제4막, 작성일: 2009.5.2 [출처: 이영춘 시 창작교실(http://cafe.daum.net/leeyoungchunpoem/ABOD/549)]
o 선암사 → 장군봉
오전 11시06분, 선암사를 빠져나온 뒤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선두대장은 나, 중간대장은 아수라백작, 후미대장은 산수부회장이 맡았다.
장군봉을 향하여 조금 가다보면 왼편 산기슭에 암벽들이 있는데, 그 한 가운데 암벽에 불상이 선각되어 있다.
선암사마애여래입상이라 이름 붙여졌는데, 정확한 연대는 알수 없지만 표현 양식으로 미루어 고려 중후기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다.

선암사마애여래입상

오전 11시13분, 대각암 앞을 지난다. 고려 때 대각국사 의천스님이 저곳에서 오도(悟道)한 뒤 칠구선원(七區禪院)을 세웠다고 한다.

대각암

곧이어 갈림길이 나온다.

갈림길

그곳에 세워진 이정표가 장군봉이 우측으로 2.2km 남았음을 알려준다.

비로암 갈림길

이후 점차 가파라지는 오르막 길을 20분 가량 오르니 다소 편안한 등로가 나온다. 그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휴식 1

5분 가량 대기하며 회원들을 모은다.

휴식 2

오전 11시36분, 다시 장군봉을 향하여 오른다. 이후 등로는 비탈길로 이어진다. 그나저나 내 몸이 힘겨움을 호소하기 시작한다. 최근 10여일간 몸살감기를 앓다가 이제 거의 다 나았다 싶었는데, 아직도 정상이 아닌 것 같다. 호흡이 무쟈게 거북하고 가쁘다 보니 괴롭기 그지 없어 억지로 발걸음을 떼며 전진한다. 끙~~

비탈길/너덜길

오전 11시57분 힘겨운 몸으로 간신히 향로암터에 도착한다. 가쁜 숨을 몰아쉰 뒤, 그곳에 자리를 잡고선 점심식사를 한다.

향로암터

식사를 마친 후 주변을 둘러보니 아직도 군데군데 남아 있는 석축과 기왓장이 예전 이곳에 암자가 있었음을 알려준다.

향로암터 - 식사후 출발

또한 샘터도 있다. 안을 들여다보니 비교적 깨끗해보이는 물이 흘러내리고 있기에 한잔 마셔본다. 제법 시원하다.

향로암 샘터

오후 12시32분, 장군봉을 향하여 출발한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휴식을 취했지만 여전히 호흡이 괴롭다보니 이내 지친다. 오후 12시54분, 장군봉에 오른다.

장군봉 이정표

중간에 션찮은 선두대장(-.-;;)을 앞질러 간 우리 회원들이 장군봉 정상석 앞에서 인증샷을 날리고 있다.

장군봉 정상

장군봉 정상석(884m)

휴식을 취하며 전방의 산자락을 훑어본다. 앞으로 가야하는 연산봉과 천자암봉이 완만한 산줄기 끄터리에 뭉퉁하게 솟아있다.

연산봉과 천자암봉

그 우측 가까이에 장박골 능선이 완만하게 누워있다. 장박골 능선 뒷편 멀리 희미하게 스카이라인을 긋는 산자락은 광주 무등산이다. 호남정맥이 저곳을 지나 남쪽으로 남하하다 보성의 일림산/제암산에서 동북쪽으로 꺾어돌아 이곳 조계산까지 맥을 이어오는 것이다.

(앞) 장박골 능선 (뒤) 모후산과 무등산

위 두 사진을 합성하여 파노라마 사진 하나를 건진다.

파노라마 - 연산봉, 무등산

o 장군봉 → 장박골 → 연산봉 오후 12시55분, 장박골을 향하여 출발한다. 이제 등로는 마치 산책로처럼 완만하여 발걸음이 다소 편안해진다.

완만한 등로

오후 13시15분, 갈림길을 지난다. 이정표가 이곳이 장박골 정상임을 알려준다. 이곳에서 북쪽으로는 접치를 지나 오성산, 광양 백운산으로 이어지는데 그 길이 바로 호남정맥이다.

장박골정상 이정표

그곳에서 계속해서 서편으로 직진한다. 등로는 계속해서 편안한 길이 이어진다.

등로

산중 어디로부턴가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헬기장을 지날 즈음 그 출처를 찾아낸다. 헬기장 한켠에 매달려 있는 스피커. 관리사무실에서 틀어주는 노래가 저곳을 통해 산중에 울려퍼지고 있는가보다.

스피커

그 즈음 남쪽으로 관측되는 산자락. 보성 일림산/제암산에서 동북쪽으로 꺾어오른 호남정맥이 저 백이산과 고동산을 거쳐 조계산 장군봉으로 맥을 이어온다. 그 맥은 장군봉 이후 아까 지나온 장박골 정상에서 북쪽으로 이어간다. 그러니까 우측에 보이는 연산봉은 호남정맥에 속하는 산자락이 아닌 셈이다.

호남정맥과 연산봉

목계단을 타고 내려가 연산봉으로 향한다.

목계단

등로

등로 우측편으로 다시 무등산 자락이 시야에 들어온다.

등로와 무등산

오른편 주암면 일대의 마을도 시야에 들어온다. 그 부근에 넓다란 주암호가 위치할 텐데 여기서는 산자락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주암면

오후 1시30분, 장박골 삼거리를 지나고..

장박골 삼거리

장박골 삼거리 이정표

오후 1시46분, 연산사거리를 지난 뒤

연산사거리

잠시 오르막을 치고 오르니 연산봉 정상(851m)이다. (오후 1시53분)

연산봉 정상

정상석 너머로 조계산 최고봉인 장군봉과 그 이후 지나온 장박골 정상이 나란히 모습을 보여준다.

연산봉 정상석

o 연산봉 → 천자암봉 → 천자암 오후 1시56분, 천자암봉으로 향한다. 그 부근에서 만난 얼레지가 분홍 꽃을 활짝 피워놓았다. 꽃말이 '바람난 여자'라던가? 그 화려한 맵시가 뭇 남정네들을 유혹하고도 남을 듯 싶다. 암튼 아리따운 뇨자를 보니 힘겨웠던 호흡도 다소 편안해지는 것 같다. 정말? *^0^*

얼레지

송광굴목재로 하산하던 중 바라보이는 천자암봉. 그다지 가파르지 않게 솟아 있다. 예전에도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올라섰었던 곳이다.

천자암봉

오후 2시18분, 송광굴목재에 당도하니 왼편 산길에서 화사랑님이 쑥~ 하고 나타나신다. 오잉? 그렇잖아도 장군봉으로 오를 즈음 누군가가 화사랑님은 보리밥집 있는 쪽으로 가셨다고 알려주기에 한편으로 걱정하던 차였다. 홀로 큰굴목재를 지나 보리밥집에는 잘 도착하셨는지, 그곳에서 식사는 맛있게 하셨는지, 이후 이곳을 넘어가야 할텐데 이미 지나가셨는지, 아직 올라오고계시는지.. 등등.. 그러던 차였는데 여기서 맞닥뜨렸으니 어찌나 반갑던지.. 홀로 무사히 그리고 씩씩하게 넘어오신 것이다. 홧팅!!!

송광굴목재

여기서 A코스와 B코스가 갈린다. A코스는 계속 직진하여 천자암봉을 지나 천자암을 들렀다가 운구재를 통해 하산하여 송광사로 가는 코스이고 B코스는 여기서 우측으로 하산하여 막바로 송광사로 가는 코스이다. 그곳에서 각 코스 희망자를 파악해보니 A코스는 20여명이고, B코스는 나머지 10여명이다.

송광굴목재 - A코스 팀

오후 2시21분, A코스 일행을 이끌고 천자암봉으로 향한다. 25분 가량 오르막 길을 치고 오르니 바위 한 채가 서 있는 공터가 나온다. 여기가 천자암봉 정상쯤 될 것이다. (오후 2시33분)

천자암봉 정상

오던 방향을 되돌아보니 지나온 장군봉, 장박골삼거리, 연산봉이 한몫에 모습을 보여준다.

장군봉, 장박골삼거리, 연산봉

인근 너른 공터에 일행들을 모아놓고 인증샷을 남긴다.

천자암봉의 A코스팀

오후 2시38분, 천자암봉에서 남쪽으로 넘어간다. 도중에 활짝 핀 얼레지 한 쌍을 만난다. 볼수록 곱고 화사하다.

얼레지

오후 2시45분, 한 동안 내려가던 등로가 삼거리에 접한다. 이후 천자암으로 가는 길은 잘 단장된 산책로로 이어진다.

천자암 갈림길

도중에 지나는 차밭. 이즈음 새 순이 올라야 할 것 같은데 잎이 묵은 것인 듯 누리끼끼 하다. 새 순 오르는 철이 다르던가?

차밭

곧이어 다시 이정표를 만난다. 그곳에서 직진 방향은 이읍 마을로 하산하는 길이고, 우측 송광사로 표시된 방향이 천자암으로 가는 길이다. 5년전 등반 때엔, 천자암에 들어가 쌍향수를 본 뒤 송광사로 가는 길을 착각하여 이곳으로 되돌아 나와 하산하여 이읍마을까지 내려가는 알바를 했었다. 천자암 내에 송광사로 하산하는 길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오늘은 그러한 착각을 물론 하지 않으리라..

이읍 마을 갈림길

우측 천자암 길로 들어선다.

천자암 진입로

천자암 직전에 만난 야생화. '애기괭이눈'이 깜찍하게도 피어있다.

애기괭이눈

오후 2시56분, 천자암에 들어선다.

천자암 본당

쌍향수는 천자암 뒷뜨락에 있다.

천자암(天子庵) 쌍향수(雙香樹)
송광사 천자암(天子庵) 뒤뜰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88호 쌍향수(雙香樹)는 수령 800년의 곱향나무로서, 두 그루 향나무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쌍향수란 이름이 붙었다. 고려시대 보조국사와 담당국사에 얽힌 전설을 간직하고 있고 문화재청으로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희귀한 나무'로 선정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로 뽑혔다던가?

쌍향수

수령이 800년이나 되지만 여전히 그 세가 왕성한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쌍향수

5년만에 다시 만나니 만큼 반가움이 더욱 더 크다.

쌍향수

o 천자암 → 송광사 → 주차장 오후 3시12분, 천자암에서 하산한다. 천자암 본당 맞은 편의 요사체 아래로 이어지는 돌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송광사가 3.4km 남았음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나온다.

천자암 이정표 - 송광사 3.4km

이후 등로는 완만하게 오르내림이 반복되어 이어진다.

등로

한참 가다보니 뒤에서 충곡이 소리지른다. "청려장아~ 이거 복수초 아니냐?" 쪼로로 되돌아가보니 정말 복수초다. 생육상태가 무척 좋아 매우 싱싱하고 색상도 진하다. 와우~~~~

복수초

그 부근에서 만난 남산제비꽃도 우윳빛 색상이 곱디 곱다. 이 부근의 생태환경이 무척 좋은 모양이다.

남산제비꽃

이후 30분 가량을 고만고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해서 오르내린다. 천자암봉에서 서쪽으로 뻗어가 조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등로

오후 3시44분, 드디어 운구재(인구치)에 이른다. 5년전 이읍마을로 내려갔다가 알바임을 깨닫고 되돌아 서서 왼편의 산기슭을 치고 올라와서 만난 곳이 바로 저곳이다. 이제 우측으로 1.4km 내려가면 우리의 마지막 목적지인 송광사다.

운구재

이후 등로는 가파른 내리막 길이 이어진다.

일행

도중에 만나는 얼레지 군락지.. 바람난 츠자들이 빼곡하다. 이곳에서 살고 싶고나.. *^^*

얼레지 군락지

운구재로부터 15분 가량 내려오니 편안한 길이 시작되고 그 길은 편백나무 숲 사이를 지난다. 가슴을 활짝 펴고서 피톤치드를 맘껏 들이마시며 지나간다.

편백나무숲

곧이어 시작되는 밭자락. 최근에 뿌려놓은 퇴비 때문인지 구수한(?) 흙냄새가 진동한다.

밭과 경운기

수석정 삼거리를 지난다. 우측 개울 건너편의 등로는 송광굴목재에서 홍골을 따라 막바로 하산하는 길이다. B코스 팀이 저 길을 따라 하산하였을 것이다.

수석정교 삼거리(토다리 삼거리)

대나무숲을 지나고..

대나무숲

세월각(洗月閣)과 척주당(滌珠堂)이 있는 별채를 지난다.

세월각(洗月閣)과 척주당(滌珠堂)

이곳은.. 죽은 영가(靈駕)가 천도재를 지내러 절에 들어오기 전, 하룻밤 자면서 속세의 욕망과 허물을 벗는 곳이다. 왼쪽 세월각(洗月閣)은 달(=음=여성)을 씻는 곳으로 여자 영가가 묵는 곳이고.. 오른쪽 척주당(滌珠堂)은 구슬(=방울=양=남성)을 씻는 곳으로 남자 영가가 묵는 곳이라 한다.

세월각(洗月閣)과 척주당(滌珠堂)

그 건너편에 송광사 경내로 진입하는 입구인 우화각이 보인다.

송광사 우화각

우화각 아래에 있는 홍교에는 철사줄에 엽전 세 닢이 묶여있다. 그 엽전에는 옛스님의 무욕정신이 매달려 있는 것이라 한다.

홍교 엽전

송광사 우화각 홍교의 엽전 세 닢

욕심으로 흐트러지지 않은 이의 손에 들어 참으로 아름다워진 엽전 세 닢이 있다. 엽전은 순천 송광사 능허교 다리 아래에 있다. 번뇌 가득한 세상에서 정토로 건너가는 무지개다리(홍교)다. 무지개가 뜨려면 비가 내려야 할 터. 비를 관장하는 용의 머리를 다리 아래 달아둔 뜻이다.

그 용이 물고 있는 여의주에 철사줄에 꿴 엽전 세 닢이 매달려 있다. 신도들의 시주를 받아 이 다리의 불사를 마치고 나니 엽전 세 닢이 남았더란다. 그 남은 돈을 고심 끝에 다리 아래 매달아 둔 것. 다만 다리를 고치거나 다시 지을 때만이 사용될 수 있는 돈이다. 승가에는 ‘호용죄’(互用罪)라는 것이 있다 한다. 어디어디에 써달라고 내놓은 시주를 그 목적이 아닌 다른 일에 쓰는 허물을 이르는 말.

오로지 한 목적 외에 쓰면 죄가 되는 ‘무서운 돈’을 무섭게 지킨 일화는 지금 아침저녁으로 울리는 송광사 범종에도 아로새겨져 있다. 깨진 종 불사를 하게 된 1977년 취봉 노스님이 뜻밖에 거금 150만원을 내놓으셨다 한다. 6·25전쟁 때 타버린 종고루 중창불사를 마치고 남은 돈을 한푼도 딴 곳에 쓰지 않고 본전과 20여 년 이자를 고스란히 모아 두었던 것.

- 출처: "다리 아래 매달린 엽전 세 닢" (월간 전라도닷컴, 남인희기자, 2005.3.25)


홍교 엽전(출처: ⓒ 전라도닷컴)

우화각을 건너 송광사 경내에 들어선다.

우화각

송광사 조감도

송광사(松廣寺)
조계산 서사면에 위치한 송광사(松廣寺)는 신라말 혜린선사가 창건하였고, 고려시대 16국사를 배출하는 등 한국선종의 대수도도량으로서 유서깊은 승보사찰(僧寶寺刹)이며, 통도사·해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사찰로 꼽히는 절이다. 또한 국보 56호 국사전을 비롯하여 3개의 국보와 13개의 보물을 소장하고 있어 명실공히 문화재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다.
승보전 옆으로 돌아드니 거룻배처럼 커다마한 나무 통 앞에 학생들이 모여있다.
인솔자인 듯 싶은 선생님이 송광사에 오면 반드시 기억해두어야 할 3대 명물을 반복해서 알려준다.
하나는 앞에 있는 비사리구시, 다른 하나는 능견난사, 마지막 하나는 천자암 쌍향수. 마치 시험문제에 나올거라는 듯이 반복해서 주입시킨다.

비사리구시

비사리구시는 싸리나무로 만든 통으로서 1724년 제작된 것이라 한다. 조선 영조이후 국제를 모실 때 손님을 위해 밥을 저장하는 데 쓰인 것이라 하는데, 7가마 분량의 밥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송광사 비사리구시

송광사 경내를 빠져나온다. 건너편의 우화각과 홍교가 연못과 어울려 참으로 아름답니다.

우화각과 연못

송광사 일주문 옆을 지난다. 현판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생각 나는 것이 있기에 옆에 계시는 네팔사랑님께 실실 쪼개며 말씀드린다. 충곡회장이라면 아마도 "산종사"로 읽었겠지요? ㅎㅎㅎ 네팔사랑님도 킬킬킬 웃으며 마죠마죠 하며 동의하신다. ㅋㅋㅋ

송광사 일주문

일주문을 지나 주차장으로 향한다. 길 옆 연못 위에는 수 많은 연등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연못과 연등

오후 4시33분, 매표소를 통과하니..

매표소

주차장 한켠에 정차해놓은 청림버스가 보인다.

주차장과 청림버스

☆ 산행궤적 오후 4시36분, 송광사 주차장에 도착함으로써 조계산 산행을 마쳤다. 총 산행거리는 14.7km, 산행시간은 중식 및 휴식시간(1시간37분)을 포함하여 총 6시간 06분 소요되었다.

산행궤적 - 구글

산행 고도표

☆ 쫑 송광사 경내에.. 지난해 3월 불일암에서 입적하신 법정스님의 뒷모습이 걸려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임을 가르쳐주고 가셨다.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