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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100대명산

산행기 - 양평 용문산 (2007.11.24)

by 청려장 2007. 11. 27.

"산행기 - 양평 용문산(1,157m)"

용문산 정상

o 일시: 2007.11.24(土) 10:25 ~ 18:00 (총 7시간 35분) o 날씨: 맑음 1.6℃ ~ 10.8℃ (경기 양평) o 코스: 사나사→함왕성지→887봉→함왕봉→장군봉→상원사→절고개→용문사 o 거리: 10.35km o 참석: 대전한마음토요산악회 32명 ☆ 등산기록 :
시 각구 간거 리시 간속 도
10:25~10:54용천2리→사나사1.2km0:29'24'10"/km
10:25  용천2리
10:32~10:37  통제소, 화장실 [대기 5분]
10:45  함왕혈
10:52  사나사 일주문
10:54  사나사
10:55~12:39사나사→주능선 갈림길2.8km1:44'37'08"/km
10:54  사나사
11:10  계곡 - 갈림길 (표지판 - ↖장군봉, ↗백운봉)
12:03  함왕성지 안내판
12:39  주능선 갈림길 (장군봉 1.6km, 사나사 2.8km, 상원사 3.8km)
12:39~14:14주능선 갈림길→장군봉1.6km1:05'40'00"/km
12:39  주능선 갈림길
12:57~13:27  무명봉(887봉 ?) [중식 30분]
13:31  함왕봉(947m, ?), 이정표 - 장군봉 1.1km, 상원사 3.3km
13:49  무명봉(삼각점)
14:14~14:20  장군봉(1055m) [대기 6분]
14:20~16:21장군봉→상원사1.8km0:56'31'06"/km
14:20  장군봉
14:57  이정표 - 상원사 1.8km, 장군봉 - 0.6km
15:51  이정표 - 상원사 0.8km, 장군봉 - 1.5km
16:21~16:30  상원사 [대기 9분]
16:30~17:02상원사→절고개1.25km0:32'25'36"/km
16:30  상원사
16:41  고개
16:49  이정표 - 상원사 0.5km, 용문사 1.6km
17:02~17:05  절고개 3거리 [대기 3분]
17:05~18:00절고개→용문사 주차장1.1km0:55'50'00"/km
17:05  절고개 3거리
17:33  이정표 - 상원사 2.1km, 용문산 3.0km
17:34~17:41  용문사 [대기 7분]
17:53  용문사 일주문
18:00  용문사 주차장
종 합10.35km7:35'43'57"/km (1.36km)
☆ 산행코스

산행 지도

◎ 등반 메모 ◎
o Intro.. 혁신캠프 이튿날인 어제 아침, 충주 옥녀봉 임도(왕복 14km)에서 조깅.. 감기 기운이 있음에도 눈밭에서 1시간 30분 가량 뛰댕긴 죄과가 오늘 아침 나타난다. 콧속이 콱 막혀버린 것이.. 고뿔이 완죠니 들어앉은 모양이다. 그래도 산에는 가야지! 존경받는 어른이 없는 세상.. 1,100년이 넘는 풍상을 겪어온 할베 은행나무는 어떤 표정일까? 궁금하고.. 그 할베를 품고 있는 산의 정상은 40년만에 개방을 한다는데.. 꼭 가야지! 용문산(龍門山).. 경기도 양평군(楊平郡) 용문면(龍門面)에 있는 산. 해발고도 1157m. 태백산맥에서 갈라져 나온 광주산맥에 속한다. 동쪽에 중원산(中元山), 북쪽에 봉미산(鳳尾山)이 있으며, 지질은 화강편마암과 화강암류로 이루어져 있고 석가봉·가섭봉·아난봉 등의 봉우리가 있다. 산세가 웅장하고 계곡이 깊으며 꽃과 나무들이 계절마다 산의 모양을 바꾸어 놓아 예로부터 명산으로 이름났다. 용문사를 비롯하여 윤필암(潤筆庵), 상원사(上院寺) 등의 사찰이 있으며, 특히 용문사에는 용문사정지국사부도 및 비(보물 531), 용문사교지(보물 729) 등의 문화재가 있다. 또한 용문사 앞 은행나무는 수령 1100년 정도의 거목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 출처: 야후(Yahoo) o 이동.. 아침 7시25분, 경부고속도로에 진입 후 아침 9시경 중부고속도로 하남IC를 빠져나와 남한강를 옆에 끼고 달려가 아침 9시50분경 양평에 진입한다. 그런데, 아침 10시경 산중으로 올라가던 버스가 되돌아 내려온다. 다시 37번 국도로 빠져나와 인근 주유소에서 물어보고 나서야 상황이 파악된다. 37번국도에서 용천2리로 들어가야 하는 데 그 직전인 용천3리쪽으로 들어섰던 것이다. 그렇게 헷깔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용천3리 방향에도 사나사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라 하고.. 아침 10시20분, 용천2리에 도착하여 모두 하차한다. 예상보다 20분 가량 지체되었다.

용천2리

o 용천2리 → 사나사 배낭을 꾸려맨 대한토님들이 시간이 늦어 스트레칭을 하지 않은 채 사나사 방향으로 출발한다. 후미대장을 맡았기 때문에, 뒤늦게 신발끈을 조이는 대전갈매기를 기다렸다가 함께 출발한다. (아침 10시25분) 날씨가 생각보다는 덜 춥다. 그래도 천미터가 넘는 고산으로 가기 때문에 산속은 무척 추우리라 예상하고 윈드자켓을 입고서 출발한다. 사나사를 향하여 조금 걷다보니 전방에 우뚝 솟은 산 줄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맨 앞 봉우리는 가파른 능선 때문에 한국의 마테호른이라 불리운다는 백운봉(940m)인 듯 싶고 이후 북쪽으로 뻗어가는 능선의 끝 봉우리는 통신탑이 어렴풋 보이는 걸 보니 용문산 정상인 듯 싶다.

용문산 능선

통제소 건물이 보일 즈음 해바라기님과 맑음이님이 나란히 올라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 앞에는 아무도 없고.. 벌써 뒤로 많이 쳐진 것을 보니, 이 두분이 오늘 후미그룹 메이트가 되리라.. 예상해본다.

두명의 최종후미 후보

아침 10시37분, 통제소 화장실에서 해바라기님과 맑음이님을 기다렸다가 함께 출발한다. 함왕골에서 흘러내려 사탄천으로 흘러가는 개울을 옆에 끼고 올라가다보니 오른편에 함왕혈(咸王穴) 표지석이 눈에 띈다.

함왕혈 표지석

기왕 느긋한 발걸음인지라 개울로 내려서보니 철제 울타리 안 암반에 조그마한 구멍에서 물이 솟아오르고 있다. 저것이 바로 양근 함씨의 왕이 태어난 곳인 함왕혈인가보다.

함왕혈

함왕혈의 전설.. 부족사회가 번창하던 먼 옛날, 함왕혈 부근에 함씨족이 무리를 지어 살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의 부족을 형성하여 살아가길 열망 하였으나 그 무리를 이끌어 나갈 적격한 지도자가 없어 항시 문제가 돌출하였고 또한 해결할 수 없어 고심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지도자를 선정해달라고 하늘에 제사를 드렸더니, 어느 날 저 함왕혈에서 튼튼하고 총명한 눈동자를 가진 옥동자(함왕 주악)가 나왔다고 한다. 그들은 그를 하늘이 점지하여 준 자기의 지도자라 생각하고 왕으로 추대하였다. 그리하여 함씨들은 자기들이 열망하는 국가를 형성했고, 자기들의 성지를 축조하기 시작하면서 날로 번창하여만 갔다. 번창일로를 걷던 양근 함씨 부족들은 얼마가지 못하여 다른 부족들의 침입으로 오랜 세월 동안 이룩한 성지가 무너지고 위대한 왕도 죽어 함씨들의 국가는 결국 쇠퇴하여 망하고 말았다. 그 무렵 그옆을 지나던 과객이 말하기를 "어머니를 저렇게 버려두고 자기들만 번창하길 바라니 멸망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하였다. 그제서야 양근 함씨들은 선조인 왕이 태어난 바위를 밖에 두고 성을 쌓았음을 깨닫고, 그 바위를 중심으로 성을 쌓아 번창하려 하였으나 새로운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아 국가는 융성하지 못했다. 양근 함씨들이 모두 흩어져 살아가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까닭이라 한다. 전설은 이러하지만 실제로는 통일신라시대 말기 지방 호족들이 각지에서 일어날 때, 이 일대에서 일어난 강력한 호족세력 중 함규라는 인물이 있었는데, 함왕은 보통 이 사람을 가리킨다. 함규는 이 일대에서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지만 결국 고려 태조왕건에게 귀부하고 후삼국 통일에 공을 세워 고려 개국공신이 된다. .. 10시52분, 사나사 일주문이 보일 즈음 선두대장으로부터 무전이 날라온다. 대한토 초유의 일이지만 최종후미 세분만 빼고 단체사진을 찍었고, 더 이상 못 기다리고 올라가겠다고 한다. 흐미.. 예~ 알았습니다.

사나사 일주문

10시54분, 사나사 입구에 들어서니 함왕성지 이정표가 보인다.

사나사 입구

o 사나사 → 주능선 3거리 시간이 많이 늦은 관계로 사나사 경내에 들어서지 않고 선암대장이 알려준 대로 바깥 울타리를 찾아 사나사를 오른편에 끼고 산길로 들어선다. (아침 11시00분)

사나사 울타리 밖으로 돌아가는 길

조금 올라가다 보니 오른편 울타리 너머로 사나사 대웅전이 보인다. 사나사(舍那寺).. 흔치 않은 절 이름이기에 한문을 뜯어 보니.. 집 사(舍), 어찌 나(那).. '집 어찌 절?'.. 더욱 헷깔린다. 뭔 뜻일꼬? 자료를 찾아보니, 신라 경명왕 7년에 대경대사 여엄과 그의 제자 용천과 함께 창건하였고 고려 공민왕 16년에 태고 보우왕사가 중창하였으며, 1907년 의병봉기 때 불타버린 것을 새로 지은 절이라 하는데 절 이름에 대한 해석은 찾을 길이 없었다. 그러기에 사나사에 들러 찬찬히 그 뜻을 찾아보려 했건만 그러지 못하고 지나쳐 간다.

사나사

사나사 울타리를 벗어나니 특이한 모양의 허수아비들이 눈에 띈다. 어찌나 정성껏 만들었던지 실제 중이 커다마한 삿갓을 뒤집어 쓰고 앉아 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새를 쫓기 위한 것인지.. 멧돼지를 쫓기 위한 것인지..

허수아비

11시08분, 세 갈래 길에서 선암대장이 깔아놓은 표식지 방향을 따라 오른편 계곡을 넘고..

계곡

곧 다시 나타난 세 갈래 길에서 왼편 장군봉 방향의 산길로 들어선다.

갈림길

낙엽이 수북히 쌓인 지능선 오르막을 느긋하게 올라..

지능선 길

30분이 지나니 "용문산 4-4 지점"임을 알려주는 표지판을 지나고..

용문산 4-4 지점

그 즈음부터 지능선 길이 넓고 평탄해진다.

넓고 평탄해진 지능선

오후 12시03분, 함왕성지에 도착한다.

함왕성지 표지판

이곳이 함씨 왕국이 성을 짓고 살던 곳이라는데.. 주변 여기저기 흩어져 쌓여있는 돌무더기들이 그 옛날 함씨족들이 살던 성곽 흔적인가보다.

함왕성지

함왕성지에서 해바라기님이 깎아주는 배(사과?)를 한쪽씩 먹은 뒤 다시 출발하여 조금 더 올라가니 지능선 길 오른편에 함왕성지 묘지석이 보이고.. 그 뒷편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가보니 함왕성 유허비가 세워져 있다.

함왕성지 묘지석

비석 뒷편에 세워진 비문을 읽어보니 함왕 후손들이 자신들의 근본을 잊지 않는 것이 도리이고 책임라며, 이 성지를 보존하기 위해 세워둔 것이라 한다. 뿌리는 중요한 것이지..

함왕성 유허비

유허비에서 빠져나와 다시 산길을 오른다. 다소 응달진 곳에 이르니 산 기슭에 눈이 쌓여 있다. 하얀 눈밭 여기저기에는 양치식물인 관중이 땅바닥에 온몸을 방사형으로 뉘운 채 아직도 푸른 기운을 잃지 않고 삶을 이어가고 있다. 하얗고 차가운 눈과 푸른 잎이 어울리는 이색적인 지대를 지나고..

하얀 눈과 푸른 관중

조금 더 올라가니 나무와 돌을 푸른 빛으로 뒤덮은 이끼 세상이 나오고..

푸르른 이끼 세상

대칸님이 풍경화로 표현

곧이어 마른 계곡을 지나 양지녘에 들어서니 붉은 빛이 퇴색한 메마른 단풍잎 세상이 나오고..

메마른 단풍잎 세상

어느 나무줄기에는 조개껍질 모양의 운지버섯이 층층 돋아나고 있다. 산은 정말 온갖 색상과 모양의 삶을 품고 있는 것 같다.

운지버섯

그 즈음 다시 만난 향기님과 대칸님.. 대칸님은 발톱이 아파서.. 향기는 발등이 아파서.. 천천히 가고있다 한다.

향기님, 대칸님

향기님에게 신발끈을 좀 풀어주라고 일러주니, 신발끈을 고쳐 매고 올라간다. 조금 뒤 발등이 좀 어떻냐고 하니 좋아졌다고 한다. 그려~ 너무 꽉 죄지 마로.. 12시39분, 주능선 갈림길에 올라선다. 용천2리로부터 1시간 14분 소요되었다.

주능선 갈림길

선암대장이 이정표 옆에 놓고 간 표식지를 보니 선두그룹은 12시10분에 통과하였다. 후미와 선두간의 차이는 20분 정도.. 생각보다 큰 차이는 아닌 것 같다. o 주능선 3거리 → 장군봉 12시40분, 장군봉을 향하여 주능선을 타고 간다. 이제 후미는 6명으로 모아졌다.

암릉

조금 더 전진하다 뒤돌아 보니 우뚝 솟은 봉우리가 우리들을 내려다 보고 있다. 위치상 백운봉 정상(940m)인 것으로 판단된다.

백운봉

다시 맨 뒤에서 전진하다가 식사시간이 되었기에 잠시 앞서 나가 무명봉 꼭대기(887봉?)에 올라서서 식사장소를 물색하여 양지 바르고 평탄한 곳을 찾아낸다. 되돌아 나와 뒤쫓아 오는 후미일행들을 그 양지 바른 곳으로 이끌어 모아서..

887봉 직전

함께 점심식사를 한다. (오후 12시57분)

887봉, 점심 식사

6명이 꺼내놓은 반찬이 제법 성찬을 이룬다. 대칸님이 권하는 복분자까지 두어잔 걸치니 밥이 쩍쩍 들어간다. 오후 1시27분, 식사후 다시 출발한다. 조금 전진하여 나즈막한 봉우리 정상에 오르니 장군봉이 1.1km 남았음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나온다. 안내 표지판은 없지만 위치상 함왕봉 정상(947m)인 듯 싶다.

함왕봉(947m) ? [이정표 - 장군봉 1.1km]

그곳으로부터 10분 가량 더 전진하여, 또 다른 봉우리 정상에 오를 즈음 자갈치 고문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하늘은 맑고 푸르고..

무명봉

그 봉우리 한 가운데에는 삼각점이 있지만, 표지판은 보이지 않는다. 무명봉인가 보다.

삼각점

그 즈음부터 나뭇가지 사이로 용문산 정상의 통신탑이 어렴풋 보이기 시작한다. 제법 많이 왔나벼.. 이제 자갈치고문님을 포함한 후미 7명이 좁다란 숲길을 나란히 전진한다.

전진..

10여분 전진하다가 대칸님이 꺼내놓은 오이를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다시 야트막한 오르막을 오르는데 향기님의 발걸음이 점점 더디어진다. 오후 2시14분, 장군봉 정상(1,064m)에 당도한다.

장군봉 정상 (필자: 맨 오른쪽)

표지판 옆에 놓인 대한토 표식지는 선두가 오후 1시28분에 통과하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표식지

선두와 한시간 가량 차이가 나니 앞서 간 일행들을 따라 용문산까지 올라가기엔 무리가 따를 것 같아 아쉽지만 여기서 상원사쪽으로 하산하기로 하고, 여유있게 기념촬영을 하며 휴식을 취한다.

장군봉 표지판 - 조감도

갑장 끼리도 사진 한컷..

장군봉 정상 - 갑장 해바라기와 청려장

o 장군봉 → 상원사 오후 2시20분, 상원사 방향으로 하산한다. 조금 내려가다보니 왼편 나뭇가지 사이로 용문산 정상이 조망된다. 아쉰 맘이 몽실거린다.

용문산 조망

산 아래로는 지능선이 내려뻗은 안부에 사찰인 듯 싶은 부지가 보이는데, 상원사인 듯 싶다. 상원사 뒷편 지능선 너머로도 희미하게 나마 사찰건물이 보일락 말락 하는데, 그곳이 용문사인 듯 싶다. 이제 하산하는 길이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었음을 느낀다. 하긴 이곳만 해도 1,000m 고지가 넘는 곳이니..

상원사 계곡

지능선을 타고 내려가는데 군데군데 눈이 녹아서 길이 다소 미끄럽다. 맨 뒤에서 조심조심 내려가는 데, 쿵~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울려퍼진다. "엄마~~~~" 향기님이 돌계단을 내려서다 발을 잘 못 딛고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찧은 것이다. 일단 부상을 입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안도를 하였지만.. 아파서 어쩔줄 모르며 엉뎅이를 부여잡고 있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실실 나온다. 주물러 줄 수도 없고.. ㅎㅎㅎㅎ 향기님의 통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아 다시 하산할 즈음 무전기에서 하얀천사님 목소리가 무전기에서 흘러나온다. "청려장님, 우리 용문산 정상에 왔지여~~~!" 잠시나마의 희희낙낙(?)을 감추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꾸한다. "아~ 여기 향기가 엉덩방아를 쪄서 부상당할 뻔했어여!" 그 비보(?)를 들은 하얀천사님의 대답이 가관이다. "향기는 엉뎅이가 커서 안 아플꺼예여.." 하얀천사님! 천사 마죠? *^^* (나중에 알고 보니, 무전기 목소리는 하얀천사님이 아닌 이쁜앙마님이었다고 함. 잉? 왜 착각했지?) 오후 2시57분, 상원사가 1.8km 남았음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지나..

이정표 - 상원사 1.8km, 장군봉 0.6km

지능선 사면을 돌아가니..

사면

다시 평탄한 지능선이 시작된다.

평탄해진 지능선

10분 가량 내려가니 용문산 정상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런데 높이가 서로 비슷한 두개의 봉우가 보이는데, 왼편은 군부대 막사인 듯 싶고 오른편은 통신탑인 듯 보인다. 이쁜앙마에게 무전을 날려 어느 곳이 정상이냐고 물으니 오른편 통신탑 있는 곳이 정상이라고 한다.

용문산 정상

용문산 정상과 청려장

40년만에 개방한다는 용문산 정상을 지척에 두고 올라가보지 못하는 맘.. 심통이 돋을 대로 돋아 '에잉~ 선두팀 알바나 해버려라!'하며 내려간다. 그게 씨가 되었나벼.. ㅎㅎ 다시 하산하는 길.. 가파른 내리막 길에 낙옆이 수북히 쌓여 있어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급경사 내리막

한번 엉덩방아를 찧은 향기님, 발걸음이 더욱 늦어져가고 있고, 그 뒤를 대칸님이 따르고 있다. 자갈치님, 맑음이님, 해바라기님, 구영탄님은 이미 멀리 내려가 모습이 보이지 않고..

대칸님과 향기님

산중 곳곳에 자라고 있는 노송들을 찬찬히 감상하며 내려간다. 어느 노송은 온갖 풍상을 이긴 듯 솔잎 가지를 바람결에 내맡기며 살아가고 있고..

암벽과 소나무

어느 노송은 아직도 자신의 세가 성함을 과시하는 듯 용문산을 바라보며 한껏 폼을 잡고 있고..

소나무 너머로 보이는 용문산 정상

어느 노송은.. 앗? 그런데.. 옹골차게 삐져나온 잔가지 뭉치를 품고 있다. 그 기괴한 모습이 시선을 확 끌어당긴다.

기괴한 소나무 가지

줌으로 땡겨보니.. 허걱~ 험상궂은 눈과 저주를 내뱉는 듯한 째진 입.. 완전한 악귀의 형상이다!

악귀?

가슴을 쓸어내리며 더욱 조심스럽게 산길을 내려간다. 10여분 내려가니 상원사가 800m 남았음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만난다.

이정표 - 상원사 0.8km

10여분 내려가니 왼편 계곡쪽으로 상원사 건물들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상원사

상원사를 옆에 두고 계속해서 내려가면 엉뚱한 곳으로 가기 때문에 상원사 방향의 샛길을 찾다가 입구에 철조망이 쳐졌지만 사람이 다녔던 듯 싶은 자그마한 길을 발견한다. 철조망을 넘어 간다.

가시철망

향기님이 그 철조망을 넘다가 바지가 걸렸나보다. 간신히 가시철사를 떼어내고 넘어간다. 가만 있던 가시철사 한가닥이 이쁜 아줌마가 넘어가니 흥분해서 발딱 일어선 모양이다. ㅎㅎㅎ

상원사 가는 길

샛길을 따라 내려가니 상원사 직전에 계곡이 가로 놓여있다.

상원사 직전 계곡

간신히 계곡을 건너 상원사 옆마당에 올라서는데 계곡 윗쪽에서 뜻 밖에도 이쁜앙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대장님!"

이쁜앙마

오잉? 이쁜앙마가 여기에 왜 나타났지? 그런데, 그녀 혼자만 여기에 나타난 것이 아니다. 그 뒤로도 줄줄이 대한토님들이 내려오고 있다. 얼라려? 후미 일당 6명을 제외한 대한토님들은 용문산 정상에서 절고개로 바로 내려가기 때문에 이곳에 나타나면 안되는데.. 절고개와 여기는 많이 떨어져 있는 것으로 아는데.. 잠시 우리가 잘못 내려온 건가하며 혼돈스러워 주변 안내표지판을 보니 상원사가 맞다.

상원사 굴뚝

o 상원사 → 절고개 3거리 이쁜앙마님, 산이슬님, 엄프로님 등등으로부터 얘기를 들으니 선암대장님을 비롯해 모든 대한토님들이 이길로 내려오고 있다고 하는데 중간에 낙엽이 허리까지 덮을 정도로 푹푹 빠지는 길을 헤짚고 내려오느라 고생 고생하였다고 한다. 그제야 우리를 앞서간 모든 대한토님들이 예정에 없던 길로 돌아왔음을 눈치챈다. ㅎㅎㅎ 아까 "선두는 알바나 했음 좋겠다!"하며 중얼거렸더니.. 흠흠.. 헙! 이후 내려오는 대한토님이 더 이상 없음을 확인한 뒤, 오후 4시30분, 상원사에서 조금 내려가, 돌아온 선두팀과 최종 후미팀을 앞세우고 절고개로 넘어가는 길로 들어선다.

상원사에서 절고개로 가는 길

그 길을 따라가니 코주부 장승이 재미 있다는 듯 입을 쩍 벌리며 웃고 있다. 함께 웃는다. *^^*

코주부 장승

숲길 모퉁이를 돌고 있는데 뒤에서 봉평님 목소리가 들리는 듯 싶더니만 회장님과 봉평이 뒤늦게 나타나 올라오고 있다. 회장님은 무언가 연신 중얼중얼 하신다. 가만 들어보니.. "아~~ 왜~~~ 상원사가 나오냐고~~~~" ㅎㅎㅎ

중얼 거리는 회장님 *^^*

이제 대한토님이 나란히 나란히 고개를 넘어간다.

고개를 넘는 대한토님들..

눈에 보이는 고개마루가 절고개인가 싶었는데..

고개

넘어서고 보니 산기슭 사면이 이어진다.

고개를 넘어..

산 기슭을 내려서니 용문사가 1.6km 남았음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흐~ 아직 멀었군..

이정표 - 용문사 1.6km

계곡을 하나 넘어서고..

계곡

다시 오르막을 오른다.

다시 시작되는 오르막..

그 길이 제법 길고 가파르다. 이제 향기님이 힘에 겨워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으니 대칸님이 향기님 스틱을 잡아주며 이끌어주신다. 약한자를 배려할 줄 아시는 대칸님이야 말로 후미대장 적격인 듯 싶다.

향기 스틱을 잡아주고 가는 대칸님

오후 5시02분, 절고개 3거리에 당도한다. 당초 선두그룹은 용문산 정상에서 이곳으로 막바로 내려와야 하는데 상원사를 들렀다 오느라 2.0km를 돌아온 셈이다. A코스와 B코스를 짬뽕한 이른 바 C코스를 타고 내려온 것이다.

절고개 3거리

o 절고개 3거리 → 용문사 절고개 3거리에서 C코스 전사들과 기념촬영을 한 뒤..

C코스 전사들

오후 5시05분, 용문사를 향하여 하산한다.

용문사 가는 길

얼마 가지 않아 지칠대로 지친 향기님의 발걸음은 점차 더디어져가고 선두그룹은 점점 더 멀어져간다. 날도 이제 어둑어둑해지고.. 앞서 가는 사람들이 없다보니 정신을 집중하여 하산로를 찾아 내려간다. 그럴 즈음 향기님이 나무기둥에 기대어 선다. 많이 힘든 모양이다. 다리도 풀린 듯 싶고.. 곧 해 떨어지면 더 곤란해지니 힘들더라도 조금만 참고 내려가자고 부추기니 조금씩 움직인다. 그렇게라도 움직여주는 것이 고맙고.. 이래저래 향기님을 끝까지 챙겨주는 대칸님이 무척 고맙다.

어두워진 산길..

날이 컴컴해질 무렵.. 다리를 하나 건너니 커다마한 나무가 우뚝 서서 우리를 반겨주고 있다. 워낙 장대한 모습이다 보니 시컴한 윤곽만 보이지만 한눈에 용문산 은행나무임을 눈치챈다.

용문사 은행나무

용문사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30호로서 수령이 1,100년이나 되지만 아직도 세가 성성(높이 60m, 둘레 14m)하여 해마다 15가마의 은행을 수확한다고 한다. 전설로는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꽂아 놓았더니 은행나무로 자랐다는 설과 마의태자가 신라가 망한 뒤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었다는 설이 있다. 또한 이 은행나무는.. 임진왜란, 한일합방, 한국전쟁 등 나라의 변고가 있을 때마다 소리쳐 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천왕상처럼 늠름하게 버티고 서서 천년 고찰을 수호하는 있는 듯 싶다. 은행나무 옆 용문사 경내로 올라간다. 신라시대 때 지어진 천년 고찰이라지만 어둠속에 잠겨 있으니 그 세월의 이끼를 찾을 길이 없다. 그나마 대웅전과 석등에서 흘러나오는 불빛 덕에 내가 이곳에 다녀갔음을 되새길 수 있는 단초를 사진기에 담아둔다.

용문사 대웅전

오후 5시54분, 용문사 일주문을 지난다. 어둠 속에서도 양 기둥에 있는 두 마리의 용이 일주문 지붕을 떠 받치고 있음이 확인된다.

용문사 일주문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문득 되돌아보니 은은한 조명 속에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고풍스런 건물이 황홀하게 시선을 끌어들인다. 저 건물은 모지?

어느 고가의 야경..

하늘에는 밝고 둥근 달이 떠 있고.. 땅 위엔 가로등이 시샘하듯 달님을 바라보고 있다.

달과 가로등..

☆ 지나온 길 오후 6시00분, 용문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총 산행거리는 10.35km, 산행시간은 중식시간을 포함하여 7시간 35분 소요되었다.

산행 개념도

☆ 뒷풀이 주차장에서 돼지찌게 한그릇과 소주 한잔을 먹고 마신 뒤 서둘러 밋쓸버스에 승차한다. 버스가 출발하자 선암대장님이 오늘 길을 돌아오게 된 진상을 설명한다. "다소 혼돈스러워 진땀이 났었지만, 냉정히 회원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며 이끌고 내려오다 보니.." 나도 선두에 서서 몇차례 겪어본 경험이 있는지라, 그가 겪은 어려움이 하나하나 공감된다. 모든 대한토님들이 그의 고충을 이해해주는 듯 큰 박수로 그의 노고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배사장님이 뒤이어 멘트를 날린다. "버스도 알바를 했었는데.. 뭐~~~" ☆ 쫑 용문산에서 겪은 이러저러 한 맘.. 평탄하게 이어지던 함왕봉 지능선 길........ 여유로움 산중에서 만난 악귀 같은 소나무 가지....... 강렬함 장군봉에서 하산중에 조망한 용문산 정상.... 안타까움 상원사에서 만난 C코스 일당.............. 반가움, 당황스러움, 즐거움(*^^*) 어둠 속에 만난 천년먹은 할베 은행나무..... 장대함 끝까지 후미에서 힘이 되어주신 대칸님...... 고마움 각양의 맘 색깔로 기억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