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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100대명산

산행기 - 한라산 종주 (3차 - 2006.8.31)

by 청려장 2006. 9. 1.

한라산 종주 (3차)

 

 

 

o 일시: 2006.8.31(목) 06:10 ~ 10:48 (4시간38분)
o 날씨: 가랑비, 24℃ ~ 26℃
o 코스: 관음사→용진각→정상→사라악→성판악
o 거리: 약 18.3km
o 참석: 홀로..

 

 

 

그제(8월29일), 2006 KEPIC-Week에 참가하기 위해 벵기 타고 제주에 왔다.

워크샾 2일차인 오늘 오전은 관심분야 세미나가 없기에 한라산을 오르기로 한다.

 

지난해 5월 2차례 종주하면서..

수 많은 귀한 야생화를 만났던 기쁨과 정상에서 백록담을 내려다 보는 감격이 생각나니

계절이 다소 바뀐 이 즈음의 등산은 어떨지 하며 새로운 기대감을 부풀려 본다.

 

어제밤..

관음사 안내소 Open 시간이 새벽 5시이기 때문에 그 시간에 맞춰 산행을 시작하기 위해

알람을 새벽 4시로 맞춰놓고 취침을 한다.

근데, 새벽잠을 설치다가 뒤늦게 곤히 자서 그랬는지 알람소리를 듣지 못하고 콜~~ 이구..

그러던 중 동료(주박사님)로부터 온 전화 벨소리를 듣고서 기상해보니 5시20분이다. 허걱..

 

서둘러 챙겨입고 배낭 메고 밖으로 나가 김밥 2줄을 산 뒤

택시를 타고 관음사로 향한다.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려 입장을 허락할지 다소 걱정스럽다.

6시경 관음사 안내소에 도착한다. 숙소(탑동)에서 20분 소요.. 택시요금 7,900원(메다요금).

 

매표소에 가니..

관리인이 우천 때문에 몇가지 주의("절대 안전!")를 주면서 입장을 허락해준다. (입장권 1,600원)

그러고선 전화번호와 이름을 적어놓으면서 2가지 당부를 한다.

1. 탐라계곡에 물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려 전화해 줄 것..

2. 정상을 통과한 뒤 안전하게 하산하고 있음을 통보해 줄 것..

 

잘 알았노라.. 안전산행하겠노라.. 다짐을 한 뒤

6시10분, 산행을 시작한다.

 

관음사 안내소

 

등산 안내도..

 

아침 6시30분이 다 되가는 시간..

이미 해가 떴겠지만 날이 흐리고 숲길이다 보니 아직도 등산로가 어둑어둑하다.

잔돌로 단장된 완만한 숲길을 조심조심 올라간다.

 

30분 가량 전진하니 숯가마터가 나오고..

 

가마터를 사진기에 담아보았으나.. 촛점도 안맞고.. 어두워서.. 알 수 없는 상태로 찍혀버렸고..

 

어둑한 길을 40여분 전진하여 탐라계곡에 당도한다.

 

탐라계곡..

 

관리인이 부여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계곡을 살펴보니..

어디선가 물소리는 울창히 들리지만 등산로가 지나는 지점엔 흘러가는 물이 전혀 없다. 오잉?

엊그제 이곳에 물이 가득차서 몇몇 고립된 등산객들 구조했다던에.. 그 사이 물이 고갈되었나? 아직도 비가 계속 내리는디..

암튼, 관리인에게 탐라계곡 이상 없음을 통보한 뒤 산행을 계속한다.

 

탐라계곡을 지나고 나니 오르막이 서서히 가파라지기 시작된다. 

숲길 여기저기에는 부지런한 거미가 길목마다 거미줄을 쳐놓고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다.

그 거미줄을 몸으로 손으로 헤치며 전진한다. 첫 등산객이다 보니..

 

탐라계곡으로부터 20여분 열심히 채고 오르니 "원점비"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작년엔 못 보던 것인데..

표지판 내용을 읽어보니, 150m 너머에 "검은베레의 혼이 머무는 곳"이 있다고 한다.

 

추측해 보건데..

이 부근에서 공수특전단이 훈련하던 중 불의의 사고가 났었던 것이 아닐까..

암튼, 우뚝 우뚝 서 있는 나무들 너머를 바라보며 피끓는 용사들의 넋에 명복을 빌어준다.

 

7시35분, 해발 1,300m 고지를 통과한다. (산행 시작 후 1시간 25분 경과..)

그 때부터 하나 둘씩 야생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사철난..

꽃은 처음 보는 것이라서, 그 고운 모습을 사진기에 담는다.

 

정성을 다해서 찍었는데..

이제와 들여다보니 촛점이 엉망이다. 역시 내공 부족..

흐릿하게 남은 형상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그 고결한 자태를 되새겨 본다.

 

바늘엉겅퀴..

 

한라산에서만 산다는 '붉은호장근'..

 

언제부턴가 산길이 완만해지고 목판으로 단장된 등산로가 나타난다. 느낌 좋군..

 

그 즈음 만난 야생화.. 얼핏 꽃 모양이 곰취 같았지만.. 잎 모양이 달라서 산행 내내 궁금했는데..

산행 후 도감을 찾아보니 '금방망이'라고 하네.. 이름 좋군..

 

7시57분, 삼각봉을 지난다.

지난 해 지날 때는 뾰족한 봉오리가 우뚝 솟아 있는 무사같은 씩씩한 자태가 눈에 들어왔었는데..

지금은 가랑비가 내리고.. 구름도 짙게 깔려있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쉽군..

 

이제 완만한 목판길을 따라 산모퉁이들 돌아가니

약수터 계곡이 나타난다.

 

약수터 계곡..

 

그 계곡 깊은 곳을 바라보니 자그마한 폭포가 눈에 들어오고..

그곳에서 나는 우렁찬 물소리가 산중을 시원하게 적시고 있다.

 

아침 8시04분 용진각 대피소에 도착한다. (탐라계곡으로부터 1시간10분 소요)

 

운무속에 휩싸인 용진각 대피소..

 

용진각 대피소로 접근..

 

용진각 대피소를 통과하니 급경사 오르막이 계속된다.

이제 힘이 부치기 시작하는지 발걸음이 무겁기 그지 없다. 끙~~~

 

10여분 뻑시게 채고 오르니 왕관봉 표시판이 보이며 툭터진 개활지가 나타난다. 휴~~~

 

이제 산길은 다소 완만해져 발걸음이 다소 편안해진다.

 

8시20분, 해발 1,700m 고지를 통과한다.

이제 고산지 티를 내려는지 주변 기온이 서늘하다.

 

궁궁이..

 

고사목..

 

8시29분, 해발 1,800m 고지를 통과한다. (1,700m 고지로부터 9분 소요..)

점점 야생화와 고사목이 눈에 많이 띈다.

 

민박쥐나물..

 

분취..

 

드디어.. 정상의 북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가시엉겅퀴..

 

구상나무 사이로 고무로프로 단장된 등산로가 정상으로 향하는 길로 인도하고..

그 주변에 더욱 많은 야생화가 군락을 지어 자라고 있고..

 

민박쥐나물..

 

곰취..

 

정상 직전의 목책길..

 

제주도 지역에 자생한다는 '눈갯쑥부쟁이'..

 

당분취..

 

오전 8시45분, 드디어 정상을 밟는다. 소요시간 2시간34분..

 

정상에 아무도 없기에..

바위 위에 사진기를 얹어 놓고 Timer를 작동시켜 기념사진을 찍는다.

 

정상에 오르니 빗줄기가 더욱 드세게 불어오고 바람도 세차게 불어온다.

구름도 잔뜩 깔려있어 백록담은 커녕 10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다.

 

일단 비바람을 피새 산지기움막 뒤로 가서 아침식사를 한다.

추워서 오돌오돌 떨면서 김밥을 먹으려하니 목이 메인다. 에구.. 불쌍햐..

억지로 김밥 2줄을 우겨넣은 뒤.. 기념사진 한 컷을 더 찍고 나서..

정상으로 다시 올라가 분화구 밑을 바라다 보지만.. 여전히 백록담은 짙은 운무속에 휩싸여 있다.

 

분화구 방향.. 백록담은 짙은 운무 속 휩싸여 있고..

 

정상에서 20분 가량 머물다가..

9시05분 성판악 방향으로 하산한다.

 

성판악 방향 하산길..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서둘러 하산하려 했으나

야생화가 또 바쁜 발걸음을 붙얼어 놓는다.

 

이질풀..

 

투구 모양의 투구꽃..

 

10분 가량 하산하여 1,800m 고지를 통과한다.

 

1,800m 고지..

 

30분 가량 하산할 즈음, 성판악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하나 둘씩 만난다.

그 즈음 비닐 우비을 둘둘 입고 올라오는 주박사님과도 반갑게 해후하였고..

 

37분 가량 하산하니 진달래밭 휴게소가 나타난다.

 

진달래밭 휴게소..

9시42분, 그곳에서 지체하지 않고 계속해서 하산한다.

 

잔돌이 깔린 산길을 내려가다가..

 

굵은 돌이 깔린 길을 통과하고..

 

조릿대가 나래비를 서 있는 목판 계단길을 통과하고..

 

10시07분 사라악 약수터에 당도하여 물 한 모금 마신 뒤 계속해서 하산한다.

(진달래밭↔2.2km↔사라악↔5.1km↔성판악)

 

이제 점차 많은 등산객들과 교차하기 시작한다.

 

 

우비를 입고 줄줄이 올라오는 단체 산객들..

 

 

근디, 떼거지로 올라오는 학생들과 교차할 때 마다 짜증스러움이 일기 시작한다.

길 전체를 꽉 메우고선.. 전세 낸 양 비켜줄 생각없이 그저 밀고 올라오니..

몇 번은 비켜줄 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몇 번은 틈새를 지나가다 부딪치기도 하고.. 쓰파~~

산 속에서 얼굴 붉히며 신소리를 하기도 그렇고 해서 묵묵히 지나가지만..

암튼, 그네들에게 산행 예의를 일러주지 않은 인솔자가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저러.. 진달래밭으로부터 40분 가량 하산하여 속밭을 통과한다.

 

10시21분 속밭 통과..

 

이제 올라오는 등산객도 줄어들기 시작하고..

등산로도 완만한데다가 목판으로 잘 단장된 곳이 연이어 나타나기에

구보로 하산 한다.

 

목판 길..

 

10시40분, 해발 800m 고지 통과..

 

20분 가량 달려내려오는 데, 길가에 천남성이 눈에 들어온다.

반가운 마음에 발걸음을 멈추고선 그 모습을 사진기에 담는다.

 

이제 산길은 거의 평지나 다름없고..

환하게 밝은 저 길 끝에는 성판악 휴게소가 있으리가 기대하며 다시 달려간다.

 

10시48분, 드디어 성판악 휴게소에 당도하여 산행을 마친다. 얏호..

(하산 시간 1시간 42분, 총 산행시간 4시간 38분..)

 

휴게소 옆에는

나를 반겨주는 듯 '하늘타리'가 우중에도 꽃을 휘휘 돌리며 피어있다. 방가.. 캄샤..

 

휴게소를 빠져나와 5.16도로로 나선다.

5분 가량 도로변에 서성이니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넘어가는 시외버스가 올라온다. 오케..

버스를 15분 가량 타고 가서 시청앞에서 하차한 뒤.. (버스요금 1,700원)

시청앞에서 택시를 타고 탑동 이마트옆 숙소로 복귀한다. (택시요금 3,000원)

 

날씨는 어느덧 맑게 개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