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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100대명산

산행기 - 태백/삼척 덕항산-댓재 (2025.5.31)

by 청려장 2025. 6. 1.

o 일시: 2025.5.24(土) 10:46~15:35
o 날씨: 맑음, 17℃~19℃, 바람 2~4m/sec 

o 동행: 대전한마음토요산악회 44명

o 산행 계획 (코스/거리/시간) :

   A코스: 예수원-구부시령-덕항산-환선봉-자암재-큰재-황장산-댓재 [16km/6시간]

   B코스: 예수원-구부시령-덕항산-환선봉-자암재-환선굴-골말-대이리 [10.5km/4시간30분]

 

o intro..

 

덕항산(德項山, 1,071m)은 태백시와 삼척시에 걸쳐 있는 산으로서,

북으로 청옥산 · 두타산, 남으로 함백산 · 태백산이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일부이며,

산림청 선정 한국 100대 명산 중 하나로서

산 중턱에 동양 최대 규모 석회암 동굴인 환선굴(천연기념품 제178호)이 위치해 있다.

 

옛날 삼척 지역 사람들이 이 산을 넘으면 화전을 할 수 있는 평평한 땅이 많아

'덕을 본다'는 의미에서 '덕메기산'이라 불렀는데,

훗날 한자로 표기하면서 '덕항산(德項山)'이 되었다고 한다.

 

필자는 2018년 7월 대한토 산우와 함께 이 산에 왔었지만

당시 우중 산행이다 보니 산길은 거의 기억에 없고, 환선굴도 들르지 않고 하산하여

홀로 으슥한 계곡을 찾아들어가서 시원한 알탕으로 땀범벅 산행을 마무리지었던 기억만 남아 있다.

 

필자가 7년전 산행했던 코스는 오늘의 B코스다.

즉, 구부시령으로부터 덕항산을 지나 자암재에서 환선굴로 하산하는 코스이다.

오늘 필자는 구부시령으로부터 덕항산-자암재를 거쳐 댓재까지 진행하는 A코스를 선택하였다.

 

o 산행 메모

 

오전 10시40분경, 대한토 버스가 태백시 하사미동 외나무골교 앞에 산우들을 내려준다.

산행준비 후 단체사진..

 

오전 10시46분, 산행주관이며 선두를 맡은 동그라미수석대장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들머리인 예수원은 앞에 보이는 비닐하우스를 끼고 우측으로 돌아들어가야 한다.

지도를 보니 그곳을 '외나무골'이라 하는 것 같다.

 

외나무골에 들어서니 '등산객 차량 출입금지' 팻말이 걸려있다.

적잖은 대간꾼들이 구부시령을 백두대간 구간 깃점으로 이용하다보니 차량 출입이 빈번했던 모양이다.

 

명이나물, 곰취, 눈개승마 등등의 농작물 경작지역을 통과하니

종교시설이 눈에 들어오고..

 

곧이어 예수원 입간판을 만난다.

 

태백 하사미동 예수원(Zezus Abbey)은

1965년 성공회 사제 대천덕(Reuen Archer Torrey 3세) 신부가 설립한 기독교 초교파 수도 생활 공동체로서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이다'라는 정신 아래 공동체 구성원이 예배와 노동을 함께 하며 살고 있는 곳이라 한다.

 

예수원을 지나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숲길에 들어서자 마자 '감자난초'를 만난다. 

깊은 산속 숲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서..

황갈색 꽃은 총상화서로 달리고, 하얀 입술꽃잎은 붉은 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름은 뿌리와 줄기 사이에 헛비늘줄기가 감자처럼 생긴다 하여 지어진 것이라 한다.

 

숲 길엔 '관중'이 둥글게 잎을 돌려세우며 번창하고 있다. 

습하고 그늘진 산지에 자라는 대표적인 양치식물로서

숲 생태가 무척 건강함을 알려주고 있다.

 

오전 11시23분, 구부시령에 이른다.

 

옛날 이 고개 동쪽에 기구한 여인이 살았는데

서방만 얻으면 죽고 또 죽고 하여 무려 아홉 서방을 모셨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고개 이름이 구부시령(九夫侍嶺)이 되었다고 한다.

동그라미 대장은 이 전설에 두 가지 놀라움 포인트가 있다고 한다. "아홉 서방?", "서방을 모셔?" ~ㅋ 

 

이어지는 숲길엔

소나무가 드물고 참나무을 비롯한 활엽수가 우점종을 이루고 있다.

아마도 침엽수와 활엽수가 혼합된 '혼합림'에서 활엽수림인 '음수림'으로,

또는 음수림에서 생태계의 마지막 단계인 '극상림'으로 천이하는 과정 중인 듯 싶다.

다만 극상림의 대표종인 서어나무는 눈에 띄지 않았다.  

 

구미사봉(1000.8m)을 지난 이후..

 

능선을 따라 직진.. 중간에 렘블러가 경로 이탈 신호를 보냈지만 무시하고 가다보니

선두를 이끌던 동대장이 한마디 한다. "어~ 너무 많이 내려가네?"

그제서야 렘블러를 꺼내 다시 확인하니 경로 이탈이다.ㅠㅠ

 

허겁지겁 발길을 돌려 내려왔던 길을 다시 오르다 보니.. 능선 정점에서 갈라지는 길이 나온다.

결국 10분짜리 알바 끝에 정상 경로에 들어선다.

대한토 유명 알바대장의 업적에 비해서는 약하디 약한 것일 뿐이다.^^

 

그 사이 중간 및 후미 그룹이 앞서 가고 있다.

 

오전 11시51분, 덕항산 정상에 먼저 도착한 산우들이 대기하고 있다.

 

모두 모여 인증샷..

 

정상에서 5분 가량 더 전진하니 쉼터가 나온다.(오전 11시58분)

 

비교적 넉넉한 공간에 둘러 앉아 점심식사..

모두들 간편식으로 열량을 보충한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오후 12시15분, 환선봉을 향하여 출발한다.

 

활엽수 너른 잎 사이로 부서지는 빛줄기는 각종 야생화를 풍성하게 키우고 있다.

산괴불주머니는 군락을 이루며 고요한 숲 속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큰앵초는 꽃줄기를 뻗어올려 홍자색 미모를 우쭐우쭐 뽐내고 있다.

그녀는 이 맘 때 즈음 깊은 산 속 나무 그늘이나 습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매우 아름따운 야생 츠자다.

큰앵초

 

오후 12시39분, 환선봉에 오른다.

원래 '땅이 불쑥 솟은 산'이라 하여 지각산(地角山)이라 불렸었는데

이 봉우리 아래 위치한 환선굴이 많이 알려지면서 이름이 환선봉(幻仙峯)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환선봉에서 자암재로 향하는 등로..

숲속에 물결치는 푸르름이 산객의 가시미를 포시랍게 해준다.

 

오후 1시03분, 자암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B코스 산우는 환선굴 방향으로 하산해야 한다.

 

동그라미대장이 A코스 산우의 인원을 파악하느라 분주하다.

환선굴 아래 대이리주차장에 몇 명의 B코스 산우가 내려갈 것인지를 헤아려서

그곳에 대기하고 있는 산악회 버스에 알려주기 위해서다. 참으로 여러모로 노고가 많다.

자암재 - 동그라미대장

 

인원파악 결과 A코스는 17명, B코스는 27명으로 집계된 모양이다.

그 결과를 레간자총무에게 알리며 빠짐 없이 챙겨달란 당부를 한 뒤 큰재를 향하여 출발한다. 

 

오후 1시22분, 귀네미마을에 들어선다.

산등성이엔 풍력발전기가 있고, 산자락엔 고냉지 채소밭이 있다.

 

귀네미마을은 태백, 삼척, 정선, 영월 등 4개 시군지역의 상수원인 광동댐이 조성되면서

수몰민이 이주하여 만들어진 마을이라 한다.

'귀네미 마을'은 '쇠귀를 닮은 산 너머 마을'이란 뜻으로 '이상향으로 가는 입구'란 의미가 담겼다고 한다.

 

조림 숲 사이 포장도로를 지나..

 

오던 길을 되돌아보니..

지나온 길이 한 몫에 시야에 들어온다.

구미사봉은 구부시령에 인접한 봉우리로서, 오늘 백두대간길에 접어들었던 곳이다.

 

세멘포장길을 따라 죽~ 가던 중 렘블러가 다시 경보음을 낸다.

경로이탈을 확인한 뒤.. 2~3분 가량 되내려와 정상적인 등로에 진입하여 애교 수준의 알바를 해소한다.

 

우거진 숲을 헤치고 넘으니 다시 고냉지 채소밭 지대가 나타난다.

큰재는 풍력발전기 너머에 위치한 듯 싶다.

 

잠시 개활지에 들어서니 동쪽으로 시야가 열린다.

물결처럼 겹겹이 뻗어가는 자잘한 산군 너머 동해 바다가 수평선을 긋고 있다.

 

관목 숲 속을 걷다가 문득 뒤돌아보니

개활지 홀로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풍력발전기와 어우러져 제법 그림이 된다.

귀네미골 풍력발전단지

 

이곳 귀네미골 풍력발전단지는 2012년 한국남부발전이 국산으로 개발한 것으로

2MW급 발전기 9기가 4만4,623MWh 가량의 전력을 생산하는 최대규모 국산 풍력단지라 한다.

 

오후 1시55분, 풍력단지를 지나고..

 

도중에 만난 구슬붕이.

땅 바닥에 연이어 피어있는 모습이 작은 구슬을 꿰어놓은 듯 앙증 맞다.

 

민들레도 어느덧 홀씨를 만들어 놓았다.

바람에 실려 허공으로 두둥실 떠다닐 준비가 된 듯 싶다.

떠날 때가 되면 밀어내기 전에 떠나는 것이 순리이리라..

 

오후 2시05분, 큰재에 들어선다.

 

큰재 이정표가

마지막 봉우리인 황장산이 4.4km, 목적지인 댓재는 5.0km 남았음을 알려준다. 

 

낙엽송(일본잎갈나무)이 울창한 숲을 지나고..

 

나즈막한 봉우리에 오르니..

 

백두대간 안내도가 설치되어 있다.

지도를 살펴보니 아직도 갈길이 꽤 남아 있다.

 

이후 부지런히 걸어서..

오후 3시03분, 댓재가 1.6km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오후 3시23분, 황장산에 오른다.

황장산은 비교적 완만하여 부담스럽지 않은 발거름으로 쑤욱~ 올라온 듯 싶다.

 

황장산에서 하산..

10분만에 참나무 숲 너머로 댓재가 얼핏 얼핏 보이기 시작한다.

 

오후 3시35분, 댓재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친다.

 

'댓재'라는 지명은 '대나무가 많이 자생하는 곳'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댓재 조형물은 그러한 유래를 형상화한 것으로 제법 세련되어 보인다.

 

산행거리 15.5km에 4시간49분 소요되었다. 

 

o 쫑

 

귀네미마을같은 이상향의 피난처를 찾고 싶어진다.
채소를 일구며 살기엔 힘들 것 같고..
여생을 날마다 물결치는 푸르름을 가시미에 담으며 살고 싶단 생각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