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 대전 동부능선 종주(보-만-식-계)" ☆ 일 시 : 2004.7.11(토) 04:10 ~ 23:11 (19시간 01분) ☆ 종주 대원 :
☆ 코 스 : 보문산(청년광장) → 만인산 → 식장산 → 계족산(장동) ☆ Time Table :
※ 복장: 등산용바지(기능성), 긴팔티(WW), 챙모자(BR), 헤드랜턴, 지팡이 ※ 준비물: 김밥(3줄),스포츠음료(2X620cc),물(3X500cc),오이(3개),건과(건살구+파파야+건포도+잣) ☆ Intro.. ☆ 채비 & 출발.. 새벽 3시 기상, 지난밤 12시 넘어 취침에 들었기에 2시간 남짓 밖에 자지 못했지만 대사를 위하여 떠나는 길인지라 아쉼없이 침대를 털고 일어나 채비를 한다. 택시를 타고 보문산 청년광장에 도착하여 이미 와 계시는 오늘의 동반자, 송인홍님과 김진기님을 만나 "화이팅!"을 외치고 산행을 시작한다. 송인홍님 옆지기의 격려도 받으면서.. ☆ 제 1구간 : 보문산(청년광장)→만인산(학습원) [6:08'/25km]
새벽 4시10분, 헤드랜턴 불빛으로 산길을 밝히며 송인홍님-정충희-김진기님 순으로 열 지어 오르기 시작하여 간단히 보문산 시루봉을 찍은 뒤 남쪽 산길을 따라 오도산으로 향한다. 맨 뒷자리의 김진기님이 오르막에서는 '왜이리 빨러~', 내리막에서는 '왜이리 느려~' 하시며 페이스의 완급을 조절해주니 가운데 자리의 나로서는 그저 편안하다. 어느덧 오도산에 도착하여 간단히 휴식을 취한다. 남쪽으로 내다보이는 천비산, 만인산이 까마득하다. 워낙 인적도 없는 숲길이 무성한 잡풀로 우거져 있어 종종 알송달송한 길이 나타나지만 이미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은 송인홍님이 요번엔 용케 정확한 길을 찾아내어 전진한다. 나무에 걸린 리본의 고마움도 느끼며.. 산기슭을 내려와 송씨네 산소를 거쳐 금동고개를 지난다. 가만보니 그 고개를 가로지르는 지방도가 눈에 익어 보인다 싶을 때 김진기님이 그길이 '산내 면허시험장에서 산성동으로 가는 길'이라 알려 주신다. 아하! 금동고개에서 포도밭을 지나 천비산을 오른다. 천비산은 주피터님이 입수한 김정호 지도에도 그 이름이 표기되어 있는 산이다. 하여.. 주피터님은 이 종주가 '보만식계'가 아닌 '보천만식계'라고 주장하신다.^^ 천비산에 오르니 우리가 앞으로 밟아야 하는 많은 봉오리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저멀리 구름이 머물고 있는 먹티재, 그 왼편에 우뚝 솟은 만인산 남쪽 정면에 보이는 높고 가파른 정기봉, 그리고 이제는 동북쪽에 보이는 식장산.. 언제 저~ 남쪽까지 갔다가, 언제 저 북쪽으로 밟을꼬.. 자잘한 봉오리를 2시간 가량 지루하게 오르고 내린 뒤에야 먹티재를 통과한다. 보문산에서 출발하여 5시간만이다. 비교적 빠른 시간이라 하니 더욱 사기가 충천되어 이어지는 만인산으로 오르는 급경사를 땀을 뻘뻘 흘리며 힘차게 채고 오른다.
먹티재에서 오르기 시작하여 30분만에 만인산 정상을 밟는다. 땀이 벤 몸에서는 쉰내가 나기 시작하고 허벅지도 제법 뻐근해졌지만 만인산 정상에 세워진 봉화대 안내판을 찬찬히 읽을 틈도 없이 하산한다. 추부터널 부근까지 내려왔을 때 김진기님이 어느 잘 정돈된 무덤을 가르키며 그것이 태조 이성계의 태실이라고 알려준다. 이성계의 탯줄이 거기에 묻혀 있을 줄이야.. 새삼 우리고장에는 이성계와 얽혀있는 곳들이 많음을 상기하여본다. 특히 계룡산 여기저기에.. 이제 추부터널을 지나 푸른 학습원 위 철탑에 이르러 1구간 종점에 도착한다. 준비해 간 점심식사(김밥 3줄)와 그곳 병참기지에 송인홍님이 미리 묻어 둔 과일을 먹으며 몸충전을 한다. ☆ 제 2구간 : 만인산(학습원)→식장산(세천) [7:55'/25km, 15:25'/50km]
정기봉을 오른다. 도중 송인홍님이 주박사님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잘 오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격려도 해주고 싶어 전화하셨다고 한다. 캄샤! 주박사님은 보만식계를 몇 차례 시도하였지만 계속 실패를 하였던 바 아쉬움을 많이 품고 있는 분이다. 바로 직전에 배를 빵빵하게 채우며 몸충전을 해놓았고 격려전화도 받았으니 가파른 봉오리지만 채고 오르는 발길이 가볍게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식장산 다음으로 높다는 정기봉을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정복한다. 정기봉 꼭대기에 이르니 이곳에도 봉화대 흔적이 남아있다. 안내 표지판에 의하면 만인산 봉화대는 호남방향, 이곳은 영남방향으로 횟불 신호를 전달하였다고 한다. 정기봉을 하산하면서 송인홍님이 '이곳이 지난 도전에서 길을 잘못 들었던 곳'이라 하며 당시의 뼈아픈 실수를 실감나게 설명해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당시 점심때 먹은 막걸리 땜에 귀신에 씌였던 모양이라는 자책과 함께..^^ 이제 머들령(마달령)으로 향하는 길.. 점차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체력도 소진되어 갈 즈음 송인홍님의 제안으로 돌아가면서 각자의 러브스토리를 듣는다. 내가 와이프를 만난지 2개월만에 결혼하게 된 짧은 사연.. 그 과정에서 중매쟁이가 펼친 적절한 농간(?).. 내 얘기가 젤 싱겁다. 송인홍님이 젊은 츠자에게 자빠진 뒤(?), 장인/장모님으로부터 결혼 승낙을 받기까지의 애타는 사연 김진기님이 아리따운 여성에게 첫눈에 반하여 천안을 오가며 연정을 키우다가 처남과의 대작 끝에 미녀를 쟁취하는 사연.. 그렇게 얘기를 엮어가다보니 어느 정도 힘겨움을 덜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딱 한명의 등반객을 만난다. 세천에서 식장산을 넘어 만인산으로 가는 길이라 하는데 벌써 10시간 넘게 산속을 걷다가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인지라 반갑기 그지없다. 서로가 지나온 길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환담을 나눈 뒤 각자의 발길에 안녕을 빌어주며 서로 반대방향으로 발걸음을 뗀다. 그러저러 하다가 어느덧 머들령을 지나 닭재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송인홍님이 미리 물과 과일을 채워놓은 제2보급창을 털어내어 다시 몸충전을 한 뒤 식장산을 향하여 출발한다. 이제야 말로 땡볕이 점차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다. 가만 생각해보니 지금이 삼복더위 기간.. 빤스바람에 집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여도 땀을 줄줄 흘리며 괴로워할 즈음인데 긴바지/긴팔티에다가 배낭매고 퇴약볕 아래에서 산길을 오르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내 자신이 희얀타..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하고 있을꼬.. 이제 식장산이 언뜻 언뜻 나타나 일단 반가웠지만 그곳을 향하는 길목의 봉오리를 하나 넘으면 또 다른 봉오리가 나타나고.. 여전히 식장산은 그 뒷전에 머물러 있다. 날은 찌는 듯이 덥고, 길은 가파르고, 체력은 고갈되기 시작하고.. 그럴 때 생각나는 가족들.. 결국 정신력으로 힘겨움을 이겨내고 옥천과 대전을 잇는 곤룡터널을 지나 드디어 식장산에 도착한다. 휴~ 이제 4km 가량의 기나긴 내리막 계곡길.. 지루하기도 하지만 돌부리에 채이는 발바닥이 화끈거리고 아프기도 하다. 이어서 나타나는 계곡물에 발담그고 마냥 동동거리고 싶지만 가급적 빨리 저녁을 먹고 해 지기 전에 계족산 등정을 시작해야 함을 알기 때문에 세천 유원지를 향하여 발길을 최촉한다. 이윽고 세천유원지에 도착한다. 그곳 식당에서 미리 예약해둔 불고기버섯전골과 동네 길목에서 사들고 간 '증약 마꼴리'를 마시고 먹으며.., 캬~ 죠타! '최후의 돌격앞으로!'를 앞두고 다시 몸을 충전한다. 앞으로 계족산만 넘어서면 된다는 생각하니 이미 성공을 한 것 같은 들뜬 마음도 슬며시 생겨나 와이프, 김태경님/최병하님, 주박사님, 강석완님 등등에게 기쁨의 전화를 걸어댄다. 나머지 구간도 그저 쉽게 넘어서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되지만.. ☆ 제 3구간 : 식장산(세천)→계족산(장동) [3:36'/15km, 19:01'/65km] 동신고등학교 뒷길을 타고 오르며 계족산 정복을 위한 산행을 시작한다. 날은 어둑어둑 해지고 길은 무성히 자란 잡풀 때문에 티미하다. 그 바람에 잠시 우왕좌왕 했지만 곧 제길을 찾아 헤쳐 나간다. 날이 어둡고, 체력도 바닥난 상태이다 보니 계속되는 자잘하고 지루한 오르막 내리막 길이 힘겹다. 다만, 그 동안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한풀 꺾인 것이 위안거리가 된다. 용운동 예비군교장을 지나 길치고개에 이른다. 옛날 옛적.. 장인/장모님이 총각/처녀였을 시절에 가양동 신씨네 총각이 추동리 조씨네 처자를 만나기 위해 넘나들었다는 그 고개.. 당시엔 반나절이 걸리던 길이 이제는 길이 뻥 뚤려 15분이면 넘는다네.. 존 세상! 길치고개 전후에서 좌우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야경들.. 왼편의 대전 시내 야경.. 보석같은 오색 찬란한 불빛의 바다.. 오른편의 대청호반 야경.. 물끼 먹은 아롱한 불빛의 경계선.. 그 이후 몇개의 자잘한 산봉오리를 힘겹게 넘어가다보니 전방에 환한 불빛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절고개다. 반갑기 그지없어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히야~~~! 마치 다 해낸 기분이다. 이제 정상쯤이야..
이제 30여분 걷다보니 계족산성이 나타난다. 세 싸나이가 감격스런 포옹을 나눈 뒤 일제히 대도시를 향하여 '영역표시 행사'(?)를 한다. 야수의 본능인가 보다. 벅찬 감격을 그곳에 꽂아 놓은 뒤 하산한다. 장동 주차장에 도달할 즈음 전방에서 누군가가 우리쪽으로 접근한다. 강석완님이다. 당초 종주대장으로서 우리들을 앞장서서 이끌어주기로 하였지만 갑작스런 회사 사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함께 하지 못했던 그다. 아쉼이 클 법한 그가 우리들의 종주성공을 축하해주러 종착지에 나타난 것이다. 그가 건네주는 냉동 캔맥주를 마시며 가슴을 션하게 뚫어놓는다. 고마우이.. (지난번 지리산 종주 때 중산리에 나타난 김황석과 역할이 똑같네?) [하산 시간: 11시11분 49초, 종주기록: '19시간 01분 49초'] ☆ 뒷풀이.. 강석완님의 차를 타고 샘머리촌으로 향한다. 김태경님/최병하님 내외가 피쳐와 호도과자를 펼쳐놓고 LG 25에서 우리들을 맞는다. 늦은 밤인데도 나와서 축하를 해주니 고맙기가 이를 데 없다. 그곳에서 꿀맥주를 마시며 피곤한 줄도 모르고 무용담을 펼쳐 놓으니 오늘의 감격이 새롭게 우러난다. ☆ 쫑.. 분명, 오늘의 수훈갑은 송인홍님이다. 그 동안 뼈아픈 실패를 경험하였고, 그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철저히 자료와 정보를 검토하고, 미심쩍은 곳은 사전답사까지 하며 종주계획을 빈틈없이 기획하였으니, 그가 이미 성공의 50%를 이뤄놓은 상태에서 출발했던 것 같다. 그리고 김진기님.. 대전 마스터즈 마라톤의 최고수 다운 강인한 체력이 역시 돋보였고.. 고른 힘 분배를 위해 뒤에서 적절히 완급조절하며 페이스를 이끌어주셨던 점.. 이 또한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그들과 함께 19시간동안 밟은 대전 동부능선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아울러.. 대전에서의 삶이 한층 사랑스러워진다. ☆ 신문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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