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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보만식계

산행기 - [보만식계] 2구간-1 (금동/만인산) (2006.4.16)

by 청려장 2009. 1. 13.
"I. 반픽션 - 그들의 산행기"
o 일시 : 2006.04.16(일) 08:00 ~ 14:00 o 날씨 : 맑음, 6℃ ~ 17℃ o 장소 : 금동고개→천비산→먹티재→만인산 o 거리 : 13km o Intro.. 오늘의 등산 목표는 금동고개로부터 만인산까지 가는 것이다.
산행 지도 - 보만식계 (오늘의 목표는 금동고개-만인산) [클릭☞확대]
그 동안 우리 고대지는 우리고장의 동부능선인 보만식계(보문산-만인산-식장산-계족산) 중 새천-계족산 코스, 고산사-식장산-새천 코스, 보문산-금동고개 코스를 차례로 정복하였고 오늘 금동고개-만인산 코스를 마치면 만인산-정기봉-마달령-닭재-식장산 코스만이 남게되어 바야흐로 우리의 최종 목표인 보만식계 종주의 완성이 목전에 이르게되는 것이다. 금동고개.. 아침 7시30분.. 한두명씩 친구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이승학, 유관준, 김황석, 김택길, 김세훈, 양현모.. 고대지 터줏대감 김동환은 가족행사가 있어 진즉 불참을 통보해왔는데.. 관준이로부터 정충희도 불참한다는 급작스런 소식을 전해 듣는다. 관준 - "충희, 몸살 땜에 못 나오겠데.." 승학 - "모야? 그러면 안되는디.. 근디, 썹쓰리가 어케 몸살을 앓는다냐?" 관준 - "몰라, 기침을 엄청 해대드라.." 승학 - "에이~ 몬난 넘.." 그나저나 참석하기로 한 안중원과 안중규도 나타나지 않는다. 보급대장 황석이가 가져온 김밥을 먹으며 그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데 얼마 있지 않아 중규로부터 전화가 온다. 중규 - "야~ 약속 장소에 중원이가 나오지 않아 나 그냥 집으로 간다!" 승학 - "어? 너는 중원이랑 함께 차타고 오기로 했자너.." 중규 - "그 시키 연락해보니 갑자기 일이생겨 못나오겠데.. 씩씩.." 승학 - "구랴? 에구.. 그래도 너 혼자라도 어케 와라!" 중규 - "아~ 몰라! 나 쫑다구 나서 걍~ 집으로 갈란다!" o 금동고개 - 천비산 결국 8시경이 되어서 6명이 오붓한 등산을 시작한다. 날씨는 약간 쌀쌀하지만 바람도 불지않고 구름 한점 없이 화사한 날이라 등산하기 딱 좋은 날인 것 같다. 황석이를 선두로 천비산으로 오르는 초입길인 인삼밭 옆길로 들어선다.
금동고개 - 천비산 입구(인삼밭 옆길) [출처: OKoutdoor, 산찾사님]
인삼밭을 지나 포도밭 가장자리 뚝길을 타고 열맞춰서 전진한다. 주변 과수원과 구릉에는 돌배나무, 복숭아나무, 명자나무, 싸리나무 등등이 희고 빨간 꽃을 피워놓고 푸르른 이파리들 속에서 경염을 벌이고 있다. 과수원 길을 지나 '보만식계' 리본을 확인하여 산길에 접어드니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가볍게 발걸음을 떼어놓으며 친구들과 나누던 이런저런 이바구가 오르막이 깊어져가면서 뜸 해진다. 등산은 첫 봉오리가 젤 힘들지.. 느릿느릿 그러나 꾸준하게 발길을 떼며 1시간 가량 올라가니 어느덧 천비산 정상에 이른다. 천비산(天庇山).. 직역하면 '하늘을 덮는 뫼'.. 조선 후기의 실학자 겸 지리학자인 古山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도 이 산의 이름이 나타나나는 걸 보면 요즘 우리 고장사람들에게 조차도 이름이 생소하지만 예전에는 지리적이나 사회적으로 민초들의 우러름을 받던 산이었으리라..
('대동여지도'에서 찾아본 대전인근 산천) [클릭☞확대]
천비산 정상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산아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땀으로 촉촉히 젖어있는 옷깃 사이로 파고든다. 서늘한 몸과 개운한 몸으로 사계를 조망해 본다. 남쪽으로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줄지어 있고, 그 끄터리 아래로 희미하게 먹티고개가 가로질러 가고 있고, 그 뒤로 우뚝 서 있는 우리의 목적지 만인산이 눈에 들어온다.
먹티고개와 만인산
그 왼편 정기봉으로부터 말굽 형태로 산능선이 구부러져 북쪽으로 치닫고 있는 마달령, 닭재, 식장산을 둘러둘어 바라다 본다. 한밭의 동부 능선.. 우리고장의 정기를 품고 있는 장대한 그 모습에 잠시 가슴이 뿌듯해진다. o 천비산 - 먹티고개 10여분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남쪽을 향하여 출발한다. 승학회장님으로부터 전진 요령이 하달된다. 승학 - "이젠 조금씩 힘들어질 테니 10분 전진후 10분 휴식을 취한다!" 일동 - "구랴구랴~!" 솔잎으로 깔린 산길을 보드랍게 밟으며 연이어 나타나는 오르막/내리막길을 통과한다. 근데, 자잘한 봉우리들을 몇차례 정복하며 지나가지만 울창한 나무숲 때문에 시계가 좋지않아서 그런지 아까 천비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던 먹티고개는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나마 온 산천지를 붉은 빛으로 채색한 진달래가 산객들의 지루함을 달래주지만 그것도 두 시간 가까이 정처 없이 걷다보니 서서히 힘이 들기 시작한다. 그 즈음 지쳐가는 산객들의 질문이 황석이에게 쏟아진다. 세훈 - "얼마나 더 가야하냐?" 황석 - "몰라 마~!" 택길 - "이 산은 무슨 산이냐?" 황석 - "몰라 마~!" 현모 - "저 꽃은 무슨 꽃이냐?" 황석 - "몰라 마~!" 승학 - "충희가 있으면 죄다 대답해줄 텐데.." 황석 - "마죠마죠!" 승학 - "지난번 산행기 재밌었지?" 세훈 - "구랴~ 잘 썼드라.." 승학 - "충희 갸가 말빨은 없어도 글빨은 있어.." 승학 - "긍께 갸 잘 구슬려서 앞으로 등산기는 죄다 갸가 쓰도록 하자!" 황석 - "그래.. 잘 꼬셔봐라!" 그렇게 웅성웅성 하며 가다보니 능선 오른편에 가랭이마을이 나타나고 그 옆길을 지나고 나니 가파른 내리막길이 나타난다. 즐거운 마음으로 내리막길을 내려오니 산과 산사이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나타난다. 먹티고개에 당도한 것이다. 천비산으로부터 2시간 가량 소요된 듯 싶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먹티고개에서 마지막 목적지인 만인산에 오르려는데 느닷없이 관준이가 산행을 접고 싶어한다. 잘 닦여진 도로를 밟고 나니 다시 산길을 타고 오르기가 엄두 나지 않는가보다. 승학이가 그를 어르고 구슬려서 다시 대오에 합류시킨다. 가만 나둘 회장이 아니지.. 지난달 보문산-금동고개 등산시에는 중원이가 계속해서 딴지를 걸었었고.. 오늘은 중원이가 없으니 순탄히 전진하나 싶었는데 막판에 관준이가 제동을 걸어온 것이다. 암튼 오늘의 딴지도 잘 수습되었다. ^^* o 먹티고개 - 만인산 이제 전 대원이 함께 만인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초반부터 급경사 오르막이 시작되어 다리가 버겁지만 마지막 코스이니 잘 참아내자 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떼어 놓는다. 날은 어느덧 해가 중천에 떠 있어 산속이지만 제법 덥다. 숲이 울창하지만 산길이 잘 가꾸어져 있어 발걸음은 무겁지만 맘은 편안하다. 이마와 등짝이 땀으로 흥건이 젖을 무렵 드디어 정상에 이른다. 얏호! 먹티재에서 한시간 가량 소요되었고, 금동고개로부터는 4시간 소요되었다. 만인산.. 고려말 한 시인이 이 산 정상에 올라 아름다운 경치에 취하여 읊조리기를 "산봉우리가 마치 연꽃이 연달아 피어 있는 듯하고 아흔아홉 골짜기의 옥구슬 같은 맑은 물이 한내로 흘러가는 듯 싶고나.." 하였다나.. 믿거나 말거나.. 그렇듯 영험하다는 산꼭대기에 서서.. 하늘 아래 가득히 담겨져 있는 산봉오리 실루엣을 바라보며 감격에 젖는다.
만인산에서 조망하는 산봉오리들.. 과연 연꽃 같기도 하네.. [출처: OKoutdoor, 산찾사님]
안내표지판을 읽어보니.. 조선 이태조는 이곳이 기가 영험해 보인다 하여 함경도 용연에 있던 자신의 태(胎)와 태자 정종의 태를 함께 이곳에 묻게 하므로서 한때는 이 산이 태봉산(胎封山)이라고도 불리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산 정상 한켠에는 절구통 형태의 봉화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곳에서는 한성(漢城)에서 보내오는 봉화 신호를 호남으로 보냈고 여기서 동쪽으로 2km 지점인 정기봉(正起峰)에서는 영남으로 봉화를 전하였다 한다. 우리고장이 예로부터 동서의 가교 역할을 하는 주요 요충지였음을 새삼 느껴본다. 풍취에 흠뻑 젖어 있다가 하산한다. 내려오면서 깔끔하게 잘 단장된 태조 이성계의 태실을 잠시 넘겨다 보고선 발길을 돌려 꺽어지는 산길로 접어드니 어느덧 만인산 휴게소가 나타난다. o 뒷풀이 만인산 휴게소에서.. 캔맥주 하나씩 사들고 시원하게 목젖을 적시며 자축한다. 뿌듯함이 시원함으로 승화될 무렵 황석이가 뒷풀이를 제안한다. 모두들 시내버스를 타고 산내면허시험장까지 이동하여 그곳에서 관준이와 승학이가 금동고개에서 회수해온 승용차를 타고 시내로 진출한다. 이윽고, 효동 대동식당에 집결하여 괴기와 이슬이로 흥겨움을 고조시킨다. 술이 취하기 전 회장님의 한 말씀이 시작된다. "에또~ 오늘 모두 수고 했고.. 다음 달엔 철쭉이 피크를 이룰 남덕유산을 탈 것이고 다음 다음 달엔 이 보만식계를 완결짓기 위해 만인산-식장산을 탈 예정이다! 자! 그럼 우리 고대지의 영원한 전진을 위하여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