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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100대명산

산행기 - 간월산/신불산/영축산 (2009.10.31)

by 청려장 2009. 11. 4.

"산행기 - 배내봉/간월산/신불산/영축산"

간월산-신불산 (촬영지점: 배내봉 정상)

영축산-죽바우등 (촬영지점: 신불산 정상)

o 일시: 2009.10.31(土) 10:37~17:08 (총 6시간 31분) o 날씨: 맑음 13℃~24℃ (경남 울산) o 코스: 배내고개→배내봉→간월산→간월재→신불산→신불재→영축산→청수좌골→청수골산장 o 거리: 13.16km o 참석: 홀로 ☆ Time Table :
시 각구 간거 리시 간속 도
10:37~12:14배내고개→간월산4.33km1:37'22'24"/km
10:37  배내고개
10:57  936봉
11:04  배내봉(966m) [촬영 6분]
11:41  912봉 [촬영 2분]
12:14  간월산(1,083m) [휴식 8분]
12:22~13:38간월산→신불산2.23km1:16'34'04"/km
12:22  간월산
12:40  전망대
12:50  간월재 [촬영 8분]
13:28  파래소폭포 갈림길
13:38  신불산(1,159.3m)
13:38~14:27중식 (신불산 정상 부근)-0:49'-
14:27~15:11신불산→영축산3.1km0:44'14'11"/km
14:27  신불산
14:35  신불재
15:11  영축산(1,081m) [촬영 9분]
15:20~17:08영축산→청수골산장3.5km1:48'30'51"/km
15:20  영축산
15:32  단조성터 갈림길
15:46  배내골 갈림길 (청수좌골 입구)
16:15  계곡치기
16:57  등로진입
17:08  청수골 산장
종 합10:37~17:0813.16km6:31'29'42"/km (2.01km/hr)
※ 지체시간: 총 1시간22분 (중식 49분, 휴식&조망 33분) ☆ 산행코스

산행 계획

◎ 등반 메모 ◎
o Intro.. 과제 단계평가가 지난 화요일 끝났다. 과제가 끝난 다음 날엔 몸살을 앓으며 하루 종일 누워서 보냈다. 아직 몸살 기운이 가시지 않았지만 지난 2주간 산행을 하지 못해 근질근질 하기도 했거니와 최근의 상심을 보듬고 싶단 생각이 절박하다보니 주말엔 기필코 산행을 하기로 맘을 잡는다. 단체가 아닌 홀로.. 산행지를 간월산-신불산-영축산으로 정한다. 당초 문경 희양산을 가려 했지만 상심을 풀기 위해선 영남지역으로 가야할 것 같단 생각이 들기에 그 동안 몇 차례의 기회를 놓치고 가보지 못한 영남알프스의 산군으로 급변경한 것이다. 마침 중부지방에 낙뇌를 동반한 소나기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도 있어 급변경의 적시성을 보태주었다.
간월산-신불산-영축산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은 울산광역시 울주군과 경남 양산시에 걸쳐 있으며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부산을 향해 갈 경우, 울주군 언양읍 부근을 지나면서 서쪽을 올려다봤을 때 우람하고 신비롭게 보이는 산이 바로 신불산, 영축산, 간월산이다. 그 중에서 영축산은 유명한 양산 통도사 바로 뒷산이다.

산세는 백두대간 산세와 비슷해서 동고서저(東高西低)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즉 동쪽은 깍아지른 바위 절벽이 많으며, 경사가 아주 가파른데 비하여 서쪽은 경사가 완만하여 광활한 고원지대에 억새평원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동쪽에서 올려다봤을 때 남성미가 넘치고 우람하게 보이며, 서쪽은 전형적인 육산의 고원지대다.

영남알프스는 낙동정맥에 자리잡고 있다. 산경도를 참조하면 멀리 강원도 태백시 백두대간 상의 매봉산(일명 천의봉; 1,303m) 자락의 무명봉(1,145m)에서 분기한 낙동정맥은 태백시의 '작은 피재'와 통리를 지나 영남 동부지방을 향해 남쪽으로 410km를 달려와서 부산 물운대에 이르러 그 맥을 마감하기 직전 마지막 용틀임을 하여 솟구쳐 놓은 아름다운 산괴가 간월산-신불산-영축산 능선이다. 이들 세 산은 소위 영남알프스라 일컫는 산군(山群)에 속한다.

[출처: 다음블로거 아미산님의 "영축산-신불산-간월산 종주 산행기"]

산경도

영남알프스

경북의 동남부, 경남의 동북부, 즉 경북 청도군과 경주시, 경남 밀양시와 양산시, 울산광역시 울주군 하여, 3개 시도 5개시군에 걸쳐 있는 1,000m급 7개의 산이 주축이 되어 형성한 거대한 산군을 영남알프스라 일컫는다.

7개의 산이란 가지산(1,240m), 고헌산(1,032m), 간월산(1,083m), 신불산(1,209m), 영축산(1,081m), 재약산(1,108m), 운문산(1,188m)을 말하며, 영남알프스엔 그 외에도 천황산(1,189m, 사자봉), 문복산(1,013.5m), 능동산(981m), 억산(944m), 백운산(885m) 등 고산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 중에서 가지산, 운문산, 신불산, 재약산 등 4개의 산이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 들 정도로 아름다움이 있어 유럽의 알프스와 일본의 알프스에 견줄만하다고 하여 영남알프스라 하며, 영남알프스엔 신불평원, 사자평, 간월재 등 광활한 억새평원이 있어서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다. 이러한 영남알프스를 다시 가지산을 중심으로 한 북알프스와 신불산을 중심으로 한 남알프스로 구분한다.

[출처: 다음블로거 아미산님의 "영축산-신불산-간월산 종주 산행기"]

이 영남알프스는 하나의 산줄기 개념이 아니라 흩어진 산들의 집합체다. 배내고개를 기점으로 남으로는 단장천이 발원하여 배내골로 흐르다가 밀양호에 담기고, 배내고개 북으로는 덕현천이 굽이쳐 고헌산 아래에서 태화강을 시작한다. 가지산-운문산의 남쪽으로는 동천이 단장천으로 흐르고, 널밭고개(명전고개) 남쪽으로 원동천이 흐른다. 그 강들의 흐름 속에 일대 산줄기의 흐름이 뚜렷하다.

[출처: 다음블로거 산신령님의 "영남의 알프스 가지산에서.."]

영남알프스

o 이동.. 아침 6시50분, 배낭을 메고 집 밖을 나서 홀로 승용차를 몰고 간다. 최근 끝없이 머릿속에 맴도는 화두는 초심과 진심이다. 대전 IC를 통해 경부고속국도에 진입하여 남하한다. 터널을 하나 지난 뒤 비룡분기점을 통과할 즈음 동쪽 산자락 위로 해가 떠오른다. 안개가 심해서 그런지 강렬한 빛을 토해내지 못하고 잔잔히 얼굴만 붉힐 뿐이다.

일출

이후 계속되는 안개길.. 오늘 중부지방에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하더니 그 전조를 띄우는 모양이다. 오전 8시 칠곡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출발.. 대구를 지나 경주휴게소에 잠시 들러 PDA를 셋팅한 후 계속해서 남하한다. 오전 10시경 서울산 IC에서 경부고속국도를 빠져나와 언양시내를 관통한 후 24번 국도를 타고 동진하다 석남사 부근에서 69번 지방도로 갈아탄 뒤 남진한다. 오전 10시25분경 배내고개에 도착한다.

교통궤적

배내고개에는 별도 주차장이 없던지 아니면 공사중라서 그런지 차량들이 우측 편으로 이어지는 길가에 빼곡히 주차를 해놓고 있다. 차 댈 곳을 찾아 배내봉 맞은편 봉우리인 능동산의 입구를 지난다.

능동산 입구

계속해서 길 따라 들어가다보니 울산광역시 학생교육원이 나오고 그 부근에 간신히 주차할 공간이 하나 있다.

길 따라 빼곡히 주차해 놓은 차량들..

울산광역시 학생교육원

차를 주차하고 나오는 데 어디선가 괴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나는 방향으로 다가가니 철조망 울타리 너머로 사슴이 보인다. 청순가련한 외모와 달리 목청은 둔탁하기 그지 없어 한번씩 내지르는 소리가 울부짖는 괴성이다. 니도 목청 좀 가다듬어야겠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톤으로 얘기하느냐에 따라 의사전달이 확 달라지기도 한단다.

사슴 울타리

꽃사슴

배낭을 둘러메고 배내고개로 향한다. 다행히 남쪽 지방엔 날씨가 맑아서 포도위에 비치는 그림자가 선명하다.

그림자

배내고개(685m)로 가다가 내려다보는 배내골.. 간월산-신불산-영축산으로 이어지는 동쪽능선과 능동산-사자봉-재약산으로 서쪽능선 사이를 가르는 계곡으로 이쪽편 상류에 야생배가 많아 배내골이라 불려지었는데 그것을 한자화한 것이 이천리(梨川里; 울주군 상북면)라고 한다.

배내골

산행 시발점인 배내봉 입구는 배내고개 건너편에 있다.

배내봉 입구

o 배내고개 → 배내봉 오전 10시37분, 배내봉 입구에서 산행을 개시한다.

배내봉 입구

산행입구에는 입산통제 간판이 세워져 있다. 내용을 읽어보니 매년 11월1일부터 다음해 5월15일까지 산불예방을 위해 산행을 통제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이 10월 31일. 하루만 넘겼어도 이곳 산행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다행이다. 그나저나 다음 주에 예고된 능동산-재약산 산행에는 지장이 없는지 걱정스러워진다. 산행대장에게 그 지역의 입산통제 상황을 확인했는지 함 물어봐야겠다.

입산 통제

등로는 목계단으로 이어진다. 날씨가 포근하여 긴팔티 하나만 걸쳤는데도 얼마가지 않아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목계단

목계단 주변에 낙엽이 흩날리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 여러가지 사연이 엮이면서 초심이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지만 그것이 내 탓이라 하니 뒤늦게 되돌리고픈 마음에 안깐힘을 써보지만 이미 벽이 세워진 듯 싶고.. 진심의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계단 주변으로 이리저리 흩날리는 낙엽처럼 심란하고 이삭이 이미 쇠해 버린 채 메마른 줄기만 세우고 서 있는 억새처럼 허허롭기도 하다.

936봉 직전

오전 10시57분, 936봉에 오른다.

936봉

배내봉은 그곳에서 남쪽 완만한 능선 끝에 밋밋하게 솟아 있다.

배내봉(966m)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 배내봉으로 향한다. 등로가 완만하여 느긋하게 5~6분 가량 전진하니 배내봉 정상이 다가온다.

배내봉 정상

오전 11시04분, 배내봉 정상(966m)에 오른다. 사계가 막힘이 없는 그곳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본다. 남서쪽으로는 향로산, 재약산, 사자봉이 연봉을 이루고 있고..

남서쪽 - 향로산, 재약산, 사자봉

서쪽으로는 바로 앞에 능동산, 그 뒷편으로 운문산과 가지산이 하늘금을 긋고 있다.

서쪽 - 운문산, 가지산

북쪽으로는 고헌산이 보인다.

북쪽 - 고헌산

남서쪽으로부터 북서쪽까지의 그림을 합치면 북알프스 지역이 한몫에 들어온다.

남서-서-북서쪽 (합성)

남서-서-북서쪽 (합성)

남쪽으로는 앞으로 가야하는 간월산과 신불산이 산자락을 펼치고 있다. 역광을 받아 아련히 윤곽을 드러낸 산자락이 신령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다.

남쪽 - 간월산, 신불산

남쪽 - 간월산, 신불산, 향로산 (합성)

주변 산객에게 부탁하여 기념사진 한장 찍어둔다.

배내봉 정상 - 청려장

o 배내봉 → 간월산 오전 11시10분, 간월산을 향하여 출발한다. 전방 멀리 죽바우등이 뾰족하게 봉우리를 내밀고 있다. 오늘 산행계획은 신불산 너머에 있는 영축산을 지나 함박등을 넘은 뒤 채이등에서 능선을 타고 하산하는 것으로 잡았지만 산행시간이 남으면 좀 더 지나 죽바우등을 넘은 뒤 한피기고개에서 청수우골로 하산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함박등 직전 적당한 곳에서 청수좌골로 하산할 예정이다.

간월산 가는 길

지도를 보아 신불산 왼편으로 뻗어내려가는 산자락이 공룡능선인 듯 싶은데 설악산의 울툭불툭 솟은 암봉들을 상상하니 저걸 왜 공룡능선이라 붙였는지 의아할 정도로 밋밋해보인다.

신불산 간월산

오전 11시24분, 나즈막한 봉우리 하나를 넘고 안부를 지난 뒤 전망이 좋을 듯 싶은 곳에 올라 되돌아보니 배내봉이 어느새 저만치 물러나 있다.

되돌아보는 배내봉

앞으로 가야하는 등로는 전형적인 동고서저(東高西低)의 지형을 보여준다. 동쪽은 급경사 낭떠러지, 서쪽은 완만한 슬로프를 이룬다.

동고서저(東高西低) 지형

점차 간월산이 가까이 다가오지만 그 오르막이 만만찮아 보인다. 왼편 바로 앞에 보이는 봉우리는 912봉이다.

간월산 가는 길

오전 11시41분, 912봉 정상에 올라 다시 사방을 조망하며 여유를 잡는다. 우선 오던 길을 되돌아보면 배내봉이 저만치 물러나 있고, 북알프스로 분류되는 운문산과 가지산도 그 뒷편에 보인다.

912봉에서의 조망 - 북쪽 - 운문산, 가지산

서쪽으로는 재약산 수미봉과 사자봉이 나란히 서 있다. 사자봉은 일제시대때 천황산으로 이름 지어져 죽 그렇게 불리우다 최근 일제 잔재를 없애기 위해 재약산의 한 봉우리로 귀속시켜 재약산 사자봉으로 부르도록 하고 있다 한다.

912봉에서의 조망 - 서쪽 - 재약산(수미봉), 재약산(사자봉)

912봉에서의 조망 - 서쪽 (합성)

전방에는 간월산이 좀 더 가까이 다가와 있다. 간월산(肝月山)은 과거에 '폐 간(肝)'자 대신 볼 간(看)자를 써서 간월산(看月山)이였다고 하는데 현재의 간월(肝月) 보다는 예전의 간월(看月)이 그럴 듯 한 것 같다. 간월(看月)은 "달을 본다"는 뜻이니, 아마 저곳에 달이 뜨는 모양새가 멋진 모양이다.

912봉에서의 조망 - 간월산

오전 11시43분,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다시 출발

안부에 다다른 뒤 동쪽을 바라보니 계곡 끝자락에 울주군 등억리가 내려다보이고 그 뒷편 자그마한 산자락 뒷편으로 언양 일대가 넘겨다 보인다.

울주군 - 등억온천랜드

안부를 지나 간월산으로 오르는 길. 경사가 점차 심해지기에 스틱을 꺼내들어 짚고 오른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보니 발걸음이 가볍게 떼지지 않는다. 오후 12시14분, 간월산 정상에 오른다.

간월산 정상(1,083m)

간월산 정상석

다시 조망.. 전방 왼편(동쪽)엔 울주군 언양평야 일대가 내려다보이고..

울주군 등억리, 명촌리, 길천리

전방 남쪽에는 신불산이 자락을 펼치고 있다. 산자락 아래의 임도는 간월산과 신불산 사이에 있는 간월재를 향하고 있다.

신불산 방향 조망

신불산 뒷편 희미한 능선을 Zoom-Up하면 함박등, 채이등, 죽바우등을 지나 오룡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시야에 잡힌다. 여기서 '등'은 등마루의 준말로서 독립성이 다소 떨어지는 봉우리를 칭한다고 한다.

줌업 - 함박등, 채이등, 죽바우등, 오룡산 능선

서쪽편으로는 여전히 향로산에서 가지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한 몫에 관측된다.

서쪽 조망

o 간월산 → 간월재 오후 12시22분, 신불산을 향하여 출발한다. 점심식사는 신불산 정상에서 영축산을 바라보며 하기로 한다. 영축산 주변의 산세가 독수리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는 데 그 경치에 대한 기대가 크다보니 그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독수리의 매서운 기운을 진하게 느끼고 싶은 맘이 작용한 것이다.

신불산 가는 방향

비탈진 산길을 걷다보니 등로 옆에 소나무 한 그루가 비스듬히 누워있다. 드센 바람에 순응하며 살다보니 저렇게 자세를 낮추고선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처세가 부러울 따름이다.

소나무

이윽고 억새밭 너머로 간월재가 보이기 시작한다.

간월재와 신불산

간월재를 둘러싸고 있는 억새평전의 너비가 10만평이 넘는다고 한다. 원래 울산 해물장사들이 밀양으로 넘나들던 한적한 고개였다는데 지금은 승용차로도 올라올 수 있어 가을철이 되면 억새평전의 장관을 보려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곳이 된 것이다.

간월재

간월재, 신불산 조망

간월재로 향하던 중 왼편을 바라보면 멀리 문수산과 남암산이 바라보인다. 그 뒷편에 울산시내가 있고 그 너머로 울산 앞바다가 있다고 하는데 지금은 하늘이 뿌옇다보니 보이지 않는다.

문수산, 남암산

간월재로 향하던 중..

간월재

전망대가 나온다. 이전에 보았던 조망과 다를 바 없기에..

전망대

지체하지 않고 간월재로 향한다.

간월재 가는 길

점차 다가오는 간월재..

간월재

간월재 산장에 세워진 바람개비가 세찬 바람을 맞고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산장

등로 주변 억새들도 바람결에 휘청휘청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

억새

간월재

간월재에 도착하기 직전 되돌아보는 간월산 정상. 제법 많이 내려온 듯 그곳에 있는 산객들이 어렴풋 자그마한 점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되돌아보는 간월산

오후 12시50분, 간월재에 도착한다.

간월재 이정표

간월재 이정표 옆에서 자그마한 용담꽃 한송이를 발견한다. 잎과 줄기는 메말라 있고 꽃잎만이 짙은 보라빛 입술을 벌리고 있으나 차가운 바람결에 부들부들 떨고 있다. 어느덧 상실의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 동병을 앓는 심사인지라 맘이 짠해진다.

용담

간월재 돌탑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간월재 돌탑

그 앞에 있는 조감도를 살펴보니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조감도

그 주변에 세워진 활공장 표지판. 급경사 낭떠러지 위로 활공을 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멋지단 생각보다는 나도 함 날아서 콱 맥힌 심사를 훌훌 털고 싶단 생각이 불쑥 든다.

간월재 활공장

또 하나의 안내판. 안내판 앞뒤면에 새겨진 글과 그림이 워낙 낡아서 잘 보이지 않지만 "신불산 공비토벌 격전지 안내"라는 타이틀만 보인다. 나중에 자료를 찾아서 그 내용을 복원해보니 6.25전쟁 전후로 이곳에 빨치산이 기세를 부렸는데 전쟁이 끝난 후 완전 소탕했다는 글이다. 이곳 또한 동족상잔의 아픔이 진하게 배어있는 곳이다.

신불산 공비토벌 격전지 안내 1

신불산 공비토벌 격전지 안내 2

그리고 억새밭 한켠에 자리잡은 묘비석. 젊은 악우가 이 산록에서 생을 마쳤다는 사연이다. 이래저래 이 일대에는 한이 많이 서려있을 듯 싶다. 가신 님들의 명복을 빌어드린다.

묘비

o 간월재 → 신불산 오후 12시58분, 신불산으로 향한다.

신불산 가는 길

조금 오르다 되돌아보는 간월재. 억새밭 사이로 이어지는 등로가 간월산 정상으로 이어진다.

되돌아보는 간월재

오후 1시19분, 등로마루에 올라서니 아이스크림 장사가 산객을 유혹하고 있다. 가파르던 등로는 그곳부터 완만해지고 왼쪽으로 꺽이어 능선 사면으로 이어진다.

등로마루

그곳에서 되돌아 보는 지나 온 길. 첫 봉우리인 배내봉이 아득히 멀어져갔다.

되돌아보는 간월산, 배내봉

간월재를 중심으로 한 간월산 능선은 신불산자연휴양림의 상단지구를 여유롭게 품고 있다.

되돌아보는 간월재와 간월산

능선 사면을 따라 전진한다.

능선 사면

사면을 벗어나 능선 위에 올라서니 전방 좌측과 우측에 각각 봉우리가 솟아 있다. 주변 산객에게 물어보니 왼편이 신불산 정상이고 우측은 파래소폭포 방향이라고 일러준다. 지도를 다시 살펴보니 오른쪽 봉우리는 빨치산이 준동하던 시절 공비지휘소가 있었다는 995고지인 모양이다.

신불산

995고지

이윽고 그 갈림길이 가까이 다가온다. 신불산 정상은 왼편 끝에 있는 밋밋한 봉우리다.

갈림길과 신불산

오후 1시28분, 갈림길에 도착한다.

갈림길

갈림길 옆에는 전망대가 있다. 그 너머로 영축산 정상과 그 이후의 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전망대

전망대에 올라서니 머릿속에 그려놓았던 독수리의 형상이 막바로 그려진다. 영축산 정상을 머리라 할 때, 좌우로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날아가는 독수리 형상이 완연하다. 그 용맹스런 기상이 신비롭고 멋지다. 저 너른 날개쭉지에 올라타고선 하늘을 맘껏 나르는 상상도 불쑥 해본다.

영축산의 독수리

영축산의 '축'자는 한자로 '독수리 취(鷲)'자를 쓴다. 그런데 불가의 관습에 따라 취(鷲)를 '축'으로 발음하기 때문에 영축산(靈鷲山)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어쨋거나 산 이름에 '독수리 취(鷲)'자가 들어간 것은 영축산의 형세가 독수리 모양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앞에 보이는 전망이 그 이유를 확인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영축산 능선

전망대에서 빠져나와 한층 가까이 다가온 신불산으로 향한다.

신불산 정상 가는 길

오후 1시38분, 신불산 정상(1,159.3m)에 이른다.

신불산 정상(1,159.3m)

주변 산객에게 부탁하여 기념사진을 한컷 찍은 뒤

신불산 정상 - 청려장

다시 뒤돌아보는 지나온 길. 굽이굽이 이어지는 저 먼 길을 혼돈스런 맘으로 걸어왔다. 갈피를 잡을 수 없어 혼돈은 계속되었고, 이리저리 해보는 결심과 처신도 부질 없을 것 같아 맘이 괴로웠다.

조망 - 지나온 길 (간월산, 배내봉)

신불산 정상이 바라보고 있는 동쪽에는 울주군 일대가 내려다 보인다. 시계가 좋으면 문수산 뒷편으로 울산 앞바다까지 보인다고 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그리 아쉬워 하지 않는다. 보여주는 만치만 보며 만족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 그것이 순리가 아닐까? 보이지 않음이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저 너머에 푸르른 바다가 있으려니 생각해야겠다. 보이지 않지만 '진심의 푸른 바다는 지금 저 앞에서 넘실거리고 있다'는 것이 진실인 것이다.

울주군 일대 조망

신불산 정상에서 울주군으로 뻗어내려가는 능선을 공룡능선이라 한다. 설악산의 공룡능선을 염두에 두고 지은 이름인 듯 싶은데 암릉이 이어지긴 하되 설악산의 천화대, 1275봉을 상상하면 비교가 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래 이것도 애기공룡이라 이해하고 넘어가자..

공룡능선

정상 남쪽으로는 신불재가 있고 그 이후의 완만한 능선이 영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불재와 영축산 능선

신불재가 내려다보이는 갈대숲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한다. 식사를 하면서 영축산 독수리를 감상한다. 석가모니가 영산 법회를 개최하여 7년간 법화경을 설법했다는 그라드라산(혹은 기사굴산)에 독수리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독수리는 불가에서 신령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한다. 수행자의 용맹정진은 혹 저 독수리의 용맹스러움을 따온 자태가 아닐까? 매서운 눈초리와 강력한 날개짓으로 정진하지만 결국 부드러운 순리를 찾아내는 것이 아닐까? 융단같이 부드러운 저 독수리 날개 등짝처럼.. 초심이 변하는 것. 변화가 내 탓이라지만.. 내 탓만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억지도 되돌리기엔 너무도 힘겹다. 결국 그 변화도 순리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영축산 독수리

o 신불산 → 영축산 오후 2시27분, 식사를 마치고 영축산으로 향한다.

영축산과 죽바우등

신불재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신불재

신불재에 당도할 즈음 동쪽 산기슭 아래로 울주군 삼남면 일대가 내려다보인다. 날씨가 더욱 흐려져 아까보다 가까이 보여야 할 문수산과 남암산이 윤곽조차 티미하다.

울주군 삼남면 가천리

신불재에 내려서서 되돌아보는 신불산.. 부드러운 평전 너머 밋밋하게 솟아 있는 모양이 너그럽고 모난 데 없어 보인다. 그 모양새가 신불(神佛)의 정신을 닮아 신불산(神佛山)이라 불려지고 있다던가?

되돌아보는 신불산

신불재를 지나 억새평전을 가르며 영축산으로 향한다. 광평추파(廣坪秋波). "광활한 평원에 일렁이는 가을 억새의 물결" 아미산님이 말씀하신 광평추파는 여기를 말하는 것 같다.

영축산 가는 길

서쪽으로는 역광으로 빛나는 억새물결..

서쪽 - 억새밭

동쪽으로는 바람결에 순응하는 억새물결이 일렁인다. 무상무념(無想無念)이 되어 가만히 바라보다 뒤돌아본다.

동쪽 - 억새밭

억새평전을 가로지르는 등로가 신불산 정상으로 이어진다. 영남알프스의 다른 산들은 모두 오래된 주찰을 가지고 있으나 신불산(神佛山)에는 주찰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신불산 일대를 뒤덮고 있는 억새가 불교의 선(禪)을 연상케하는 식물이어서 신불산 억새평원의 무상무념(無想無念) 세계가 참선의 길로 유도하므로 산 자체가 신불이자 사찰이기 때문이라고 아미산님은 해석하신다.

되돌아보는 신불재와 신불산

억새평전은 영축산으로 이르는 능선 전역을 차지하고 있다.

신불평원과 영축산

영축산 정상직전의 안부는 말등처럼 매끈하게 보인다. 멀리 바라보이는 억새밭이 융단이 깔린 듯 부드럽게 보인다.

영축산의 말등 능선

이제 등로 왼편으로는 울주군 삼남면 일대가 내려다 보인다. 신천저수지 뒷편으로 경부고속국도가 전답을 가르며 남북으로 뻗어가고 있다.

울주군 삼남면 - 신천저수지

점점 가까워지는 영축산 정상..

영축산 가는 길

영축산 정상

그 부근에서 만난 안내표지판이 영축산을 배경으로 하는 신불평전의 절경을 담고 있다. 해질 무렵 석양에 붉게 타오르는 억새밭의 풍치도 장관일 듯 싶다.

자료사진 - 영축산의 억새

안내표지판에 함께 그려진 조감도를 다시 살펴본다. 당초 함박등까지 간 뒤 하산할 계획이었으나 벌써 오후 3시를 넘고 있어 그곳까지 가기엔 무리일 듯 싶다. 늦가을인지라 늦어도 오후 5시까지는 하산을 완료해야 어두운 산길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조감도를 보니 영축산 정상을 지난 후 청수좌골로 내려가는 등로가 확실이 표시되어 있다. 지도상으로는 그 등로가 애매모호하다.

조감도

그러니까 영축산 우측에 있는 1060봉을 넘어 함박등 이전의 안부에 청수좌골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는 것이다. 조감도에 저렇게 표시되어 있다면 저 갈림길도 쉬이 눈에 띄리라.. 일단 그 길로 하산할 것으로 마음을 굳힌다.

1060봉, 죽바우등, 채이등, 함박등

단조늪지를 지난다. 이 부근 해발 940m~970m의 고산 능선부에는 신라시대 때 축조된 단조성터가 단조늪지를 둘러싸고 있다. 단조늪지는 순수늪과 고산습원을 합해 30만~35만평방미터에 이르는 대규모 습원이라 한다. 이 습지에는 183종의 희귀식물과 13종의 척추동물, 51종의 곤충이 서식하고 있으며 늪의 바닥에는 오랜 세월동안 식물의 퇴적물로 형성된 이탄(泥炭)이 깔려 있어 소중한 산악생태자원이 되고 있다 한다.

단조늪

그런데 안내와는 달리 그 일대의 땅은 바싹 메말라있다. 최근에 가물었던지 쩍쩍 갈라진 고랑의 바닥 한켠에 자라고 있는 이끼만이 이곳이 늪지임 얘기해주고 있다. 이곳에서 종종 발견된다 물매화를 나도 혹시 만날 수 있을까 싶어 주변을 샅샅히 훑고 다니지만 때가 아닌지라 허당이다.

메마른 고랑

메마른 고랑바닥

이제 영축산 정상이 더욱 가까이 다가오고..

영축산 정상

오후 3시11분, 그 정상에 이른다.

영축산 정상석

영축산(靈鷲山, 1,081m)
영축산은 그 동안 영취산(靈鷲山), 영축산(靈竺山), 취서산(鷲捿山)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어왔다. 그런데 '독수리 취(鷲)'자를 쓰면서 불가에서는 굳이 발음은 '축'으로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려 그렇게 통일했다고 한다. 그래서 통도사 일주문에도 "영취산통도사"라 써 놓고, 읽을 때는 '영축산 통도사'라 읽는다고 한다. 영축산 산 이름에 '독수리 취(鷲)'자가 들어가는 것은 영축산 정상의 바위봉우리가 멀리서 보면 흡사 독수리 부리를 닮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석가모니가 영산 법회를 개최하여 7년간 법화경을 설법했다는 그라드라산(혹은 기사굴산)에 신령한 독수리가 많이 살았기에 이를 한자화한 것이라고 한다. 아무튼 산 이름에 독수리 취(鷲)자가 들어가는 것은 틀림이 없으나 불가에서는 굳이 '축'이로 읽는다. 마찬가지로 탱화를 한자로 정화(幀畵)라 써 놓고 탱화라 발음하는 것이나 깨달음을 뜻하는 보리를 한자로 보제(菩提)라 써 놓고 보리라 발음하는 것이 모두 같은 맥락이다. [출처: 다음블로거 아미산님의 "영축산-신불산-간월산 종주 산행기"]

그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 남쪽으로는 오룡산으로 이어지는 울퉁불퉁한 능선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오룡산 능선

지나온 길을 바라보면 완만한 능선 너머로 신불산이 바라보인다.

되돌아보는 신불산

서쪽으로는 억새평전과 단조늪이 드넓게 자리잡고 있고.. 멀리 영남알프스의 서북쪽 산군들이 희미하나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억새평전과 단조늪

정상 한켠에 세워진 이정표는 이곳으로부터 통도사까지 5.3km 떨어져 있음을 알려준다. 통도사로 향하는 하산로는 남동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정표 - 신불산 3.1km, 통도사 5.3km

o 영축산 → 청수골산장 오후 3시20분, 남서쪽 함박등 방향으로 하산한다. 등로 우측 사면의 길처럼 보이는 곳은 단조성터인 듯 싶다.

하산 길 - 함박등, 채이등 방향

조금 가다가 뒤돌아 보는 영축산과 신불산. 그 사이의 억새평전이 아름답다.

영축산-신불산

잠시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완만한 등로를 따라 1060봉으로 오른다.

1060봉 가는 길

1060봉 꼭대기에 올라서니 발치 아래로 경상남도 양산지역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런데 통도사 IC는 대략 짐작이 되는데 통도사는 어디에 있는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나중에 지도를 보며 그 위치를 찾아낸다. 우측 끝 숲 사이에 자리잡고 있어 눈에 띄지 않았었던 모양이다. 양산 천성산도 경부고속국도 우측 끝 뒷편에 자리잡고 있는 것 같은데 뿌연한 운무 때문에 보이지 않고 있다.

통도사

단조성지를 지난다. 신라시대 때 왜구의 침략을 막기 위해 지어진 것으로 난공불락의 요새였다고 한다. 단조(丹鳥)라 함은 학(鶴)을 뜻하는데, 높은 산 위에 마치 허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성이 학의 머리 위의 붉은 점처럼 보인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그 난공불락의 성(城)이 지금은 흔적으로만 남아있다. 저 성터를 따라가다보면 허물어진 돌무더기들이 널부러져 있다고 한다.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단조성지

단조성지(丹鳥城地)

단조성지(丹鳥城地)는 신라시대에 해발 940~970m의 능선부에 축조한 성터다. 단조란 붉은 단(丹)과 새 조(鳥)자를 쓰며, 이것은 곧 학(鶴)을 뜻한다. 학의 머리 위엔 붉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해발 1,200m의 높은 산 위에 마치 허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성이 학의 머리 위의 붉은 점처럼 보인다고 하여 단조성이라 한다. 조선시대 어사 박문수(朴文秀)가 이곳에 올라 '한 사람이 성문을 닫고 지키면 만 사람도 열지 못할 곳이다.'라 했다 한다. 그 만큼 높은 지대에 있어 난공불락의 성이라고 알려져 왔다. 그리고 증보문허비고와 언양읍지 등의 옛 문헌에 의하면 단조성 가운데 천지(天池)라는 우물이 있었다고 하며, 지금도 단조샘이란 이름으로 남아 있어 성을 지탱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 왔다.

그런데 임진왜란 때 왜군이 이 단조성을 공략하려고 해도 도저히 칠 수 없어 애를 먹고 있다가 지방의 떡장수 노파를 금품으로 매수하여 계책을 물었던 바 어리석은 노파는 '취서산(영축산)을 앞에서 보면 사자상이지만 뒤는 누은 황소등과 같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왜군은 그 뜻을 알아채고 전면에서 싸움을 계속하면서 주력부대를 산 뒤쪽인 지금의 양산시 원동면 배내골 쪽으로 돌려 백발등 능선을 따라 올라가서 기습작전을 벌인 끝에 성이 함락되었고, 천지는 피로 물들었다. 이에 천지를 '피못 담'이라 일컫기도 하였단다. 그리서 아직도 이 지역엔 당시 패전에 대한 한을 "원수로다 원수로다 백발등이 원수로다.."로 시작되는 노래가 전하고 있다.

[출처: 다음블로거 아미산님의 "영축산-신불산-간월산 종주 산행기"]

오후 3시46분, 갈림길 이정표를 만난다. 이정표가 등로 우측방향이 배내골로 가는 길임을 알려준다. 배내골이라 쓰여있는 이정목에는 누군가가 볼펜으로 "청수좌골"이라고 적어놓았다. 이곳이 청수좌골을 통해 배내골로 내려가는 길임을 일러주는 것이리라..

청수좌골 갈림길

그 갈림길에 들어서니.. 좁다랗고 가파른 내리막길이 한동안 조릿대 군락지 사이로 이어지다 너덜바위를 넘어간다.

청수좌골 가는 길의 조릿대

너덜바위 지대

깊은 계곡에 들어서니 단풍나무가 숲속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이제 곧 낙엽이되어 흩날리리라..

단풍

갈림길에 들어선지 30분 가량 지났던가? 너덜바위 위로 이어지는 등로가 희미해질 무렵 휴식을 취하고 있는 두 명의 산객을 만난다. 그분들로부터 이 길이 청수좌골로 가는 길이 맞는다는 것을 확인한 뒤, 함께 가자는 그네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홀로 너덜길을 계속해서 내려간다. 아직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화두를 홀로 곰곰히 생각하며 내려가고 싶은 마음에..

단풍 - 산객 만난 곳

그렇게 골똘히 생각에 침잠한 채 내려가다가 길을 잃어버린다. 이리 저리 찾아보다가 만만치 않기에 그 즈음부터 나타나는 계곡 암반으로 들어서서 계곡치기를 하며 내려간다. 어짜피 하산지는 이 계곡 아래에 있을 것이고.. 등로는 분명 계곡을 한번쯤은 가로질러가리라는 생각에..

계곡

계곡은 무척 아름답다. 자료에 따르면 비교적 찾는 사람이 적은 청수좌골과 청수우골이 배내골의 많은 지계곡 가운데 가장 골이 깊고 아름다운 계곡이라 한다.

계곡

그러나 30~40분 가량 계곡치기를 하며 내려가다보니 시간은 계속 지체되는데 가야할 곳은 오리무중이다. 또한 폭포를 이루고 있는 낭떠러지도 나오고 커다마한 암괴들도 계속해서 나타나다보니 물끼 머금은 바위를 타고 넘는 것이 위험하기도 하거니와 힘겨움도 밀려온다. 그 와중에 PDA도 멈춰서버렸다.

계곡

결국 계곡 바위위에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며 대책을 모색해본다. 과일을 꺼내어 반쯤 먹고 있을 즈음 계곡 우측 산기슭에서 사람소리가 들려온다. 아까 만났던 그 산객들인 모양이다. 반가운 마음에 소리를 질러 그곳에 등로가 있느냐 물어보니 그렇다고 알려준다. 과일을 다 먹어치운 뒤 사람소리가 나던 방향으로 풀숲을 헤치고 거슬러 올라가니 번듯한 등로가 나온다. 휴~~~ 그 시각이 오후 4시57분. 갈림길에 들어선지 1시간 10분 경과하였다.

등로

이제 편안한 등로를 따라 10분 가량 내려가니 기와집 건물이 나오고 그 우측으로 길이 이어진다.

기와집 건물

청수골 가는 길

곧이어 식당건물이 나오고 그 옆을 지나니 청수골산장 안마당이다.

식당가

청수골산장

o 차량 회수 오후 5시08분, 아치가 세워진 청수골산장 울타리 밖으로 나선다.

아치

울타리 밖 우측은 백련암으로 가는 길이고, 배내골로 가려면 전방에 있는 다리를 건너 내려가야 한다. 그나저나 이제 배내고개에 주차해 놓은 승용차를 어떻게 회수를 해야할 지 걱정이다. 이곳으로부터 배내고개까지는 적어도 10km는 넘을 것 같은데 대중교통 수단이 없을 것 같다. 일단 다리를 건너니 그곳에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 공터에 피어있는 벌개미취 옆에 잠시 서 있으니 마침 승용차를 몰고가려는 산객이 눈에 띈다. 어디까지 가느냐 물어보니 울산으로 간다고 한다. 배내고개까지 태워줄 수 있느냐 물어보니 잠시 멈칫 하다가 내키지 않은 듯 하면서도 그러고마 하신다.

벌개미취

고마운 마음에 차를 얻어탔으나 운전을 하시는 분은 경계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처음엔 그랬다. 배내골로 내려가 69번 지방도를 타고 배내고개로 오르면서 이러저러 얘기를 하다보니 내가 불한당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던지 마음을 놓고 편안하게 말 벗을 해준다. 산사람끼리 산얘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맘이 통하는 것이리라.. 오후 5시28분, 배내고개에 도착한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은혜를 준 울산아저씨께 감사를 드린다. 배내고개에서 하차하여 길 건너편을 바라보니 울산광역시 학생교육원이 보인다. 주차해놓은 승용차를 회수하러 그곳으로 간다.

배내고개 - 얻어탄 승용차

울산광역시 학생교육원

☆ 지나온 길 오후 5시08분, 청수골 산장에 당도함으로써 간월봉-신불산-영축산 산행을 마쳤다. 총 산행거리는 13.16km, 산행시간은 중식&휴식시간(1시간22분)을 포함하여 총 6시간31분 소요되었다.

산행 경로

☆ 쫑 초심은 변할 수 있는 것. 그 원인이 내게 있건 없건.. 순리를 따르리라. 억지로 되돌리기엔 너무도 힘겨운 것 같다. 이미 벽을 세우고 있지 않은가? 올 겨울 또 다시 춥게 보낼 것 같다. 파초가 푸르른 잎을 펼치고 오묘한 꽃을 틔우는 꿈의 계절이 그리워질 것 같다. 그런 계절이 다시 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