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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야생화

관찰일기 - 미모사 (2009.6.4~6.28)

by 청려장 2009. 6. 24.

o intro.. 얼마전 기관에서 대외 홍보용으로 제작 배포하고 있는 "허브 키우기" 세트를 우연한 기회에 얻었다. 세 세트를 얻었는데, 그 중 두 세트는 집에 가져가 집사람과 애들에게 맡겨 키우게 하였는데 처음 며칠간은 꼬물꼬물 돋아난 새싹들이 신기하여 관심을 주는 듯 하더니만 며칠 더 지난 후 죄다 고사시켜버렸다. 끙~ 나라도 일찍 귀가하여 신경을 써주었다면 잘 키울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내 탓도 큰 것 같다. 남은 한 세트는 사무실에 남아 있었다. 요번엔 나 혼자서 사무실 창가에 놓고 키워볼 마음으로 커팅지를 꺼내어 화분 모형을 조립하고 배양토를 채워놓은 뒤 씨앗을 찾는데.. 없다. 깨알같은 허브 씨앗 열댓 개를 담아놓은 자그맣고 납작한 비닐봉지가 없는 것이다. 허걱~ 불량품이었나? 사무실 내 옆 칸막이에는 식물재배에 관심이 많은 선배님이 있다. 이차저차 푸념을 한 뒤 배양토가 필요하시면 주겠다고 하니, 자신에게 미모사 씨앗이 있으니 키워보라 하신다. 그렇게 해서 우연찮게 미모사를 키우게 되었다. o 2009.6.5(금) - 1주 2일차 미모사 씨앗을 심은지 하루가 지났다. 햇볕이 좋은 곳에서 잘 자란다고 하여 물을 흠뻑 주고선 창가에 모셔둔다.

Day 1 (2009.06.05 23:53)

미모사 재배와 관련한 자료를 찾아 정리해본다. 1. 햇빛이 잘드는 베란다나 창가 등 밝은 곳에서 기를 것. (어두운 실내에서 기르면 연약해서 웃자라기 쉬우며 식물이 약해짐) 2. 일조량에 따라 물이 부족하지 않도록 할 것. 흙이 완전히 마른 후에 주되 잎에 물이 닿지 않도록 할 것. (햇빛이 잘 드는 곳일 경우 1~2일에 1회. 30도가 넘는 한 여름은 아침 저녁으로 2회) 3. 화분 받침에 자갈이나 스티로폼을 넣고 물을 부은 다음 화분을 올려놓을 것. (매우 다습한 공중 환경을 좋아함. 건조한 실내에서는 잎끝이 마름.) 4. 화분에 비해 미모사가 커 보이거나 화분 아래 구멍으로 뿌리가 삐져 나올 때 분갈이를 할 것. 화분은 현재 화분보다 지름이 3~6cm 정도 더 큰 화분으로 옮길 것. (화분에서 기를 경우 대개 40~50cm까지 자람. 열대식물인 만큼 더운 날씨에 성장속도가 빠름) 5. 화분의 흙 배합은 밭흙(상토):부엽토(퇴비):마사(모래)를 같은 비율로 할 것. 또는 화원에서 파는 분갈이용 배양토에 마사(모래)를 20% 정도 더 섞을 것. 6. 쑥쑥 잘자라는 성장 적온은 18~22℃이며, 겨울 월동시에도 최소 10℃ 이상을 유지할 것. (10℃ 이하로 내려가면 아래 잎이 노래지며 떨어짐) o 2009.6.14(일) - 2주 4일차 파종한지 꽤 지났는데도 화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 '너무 깊게 심었나?', '물을 너무 자주 주었나?' 하며 걱정하던 중 열흘째 되던 날 싹 하나가 빼꼼히 머리를 내민다. 방가 방가!

Day 10 (2009.06.14 14:03)

o 2009.6.16(화) - 2주 6일차 첫 싹(떡잎)이 나온 다음 날 바쁜 일과 때문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가 이틀 뒤 화분을 들여다보니 싹이 하나 더 나와 있고 크기는 1cm 가량 자랐다. 떡잎 속에는 자그마한 본 잎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밤이 되니 떡잎 한쌍이 서로 붙을 정도로 오무리고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콩과 식물의 특성이라 한다.

Day 12 (2009.06.16 11:05/20:30)

백과사전과 인터넷 블로그를 검색하여 미모사에 대한 분류, 특징, 전설을 정리해본다. 브라질이 원산지인데 열대지역인 그곳에서는 여러 해 동안 살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추운 겨울 때문에 한 해 밖에 살지 못하는 모양이다. 학명에 따른 분류는 미모사과(Mimosaceae)이지만, 우리나라는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로 분류하고 있다.

미모사 - 분류 및 특징

o 2009.6.18(목) - 3주 1일차 떡잎에서 나온 잎자루가 1cm 가량 자랐고 그 끝에 댓장의 잎이 오무린 채 달려있다. 전체적인 키는 2cm 가량 되는 것 같다.

Day 14 (2009.06.18 17:17)

o 2009.6.19(금) - 3주 2일차 잎자루 끝에 6장의 작은 잎이 서로 마주보며 달려있다. 깃꼴겹잎 형태? 전체적인 키는 2.5cm 가량 되는 것 같다.

Day 15 (2009.06.19 12:20)

식물의 잎은 잎자루에 달려있는 형태만 가지고도 다양하게 분류된다. 그중 작은잎이 잎자루 양쪽으로 줄지어 붙어 전체적으로는 깃털을 연상케 하는 깃꼴겹잎(羽狀複葉) 종류들이 있다. 미모사는 이중 짝수깃꼴겹잎(偶數羽狀複葉)으로 분류되는 것 같다.

깃꼴겹잎의 종류 (그림출처: 에버교육여행 cafe.daum.net/eduntour)

o 2009.6.20(일) - 3주 3일차 잎자루가 더욱 자랐고 그 끝에 달린 작은 잎도 제법 미모사 티를 갖추려고 한다. 전체적인 키는 3.5cm 가량 되는 것 같다. 혹시나 하고선 작은 잎을 툭 건드리니 이내 고개를 숙이며 잎을 오무린다. 어린 개체이지만 미모사의 주요 특징인 촉각반응(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Day 16 (2009.06.20 15:20) - 접촉 전/후

미모사의 촉각반응(스트레스 반응)과 관련한 전설을 옮겨본다.

미모사의 전설 「미모사는 얼굴이 매우 예쁘며 노래와 하프 실력이 매우 뛰어났다. 그래서 언제나 뽐내고 다녔고, 남을 깔보았다. 그의 아버지인 왕은 미모사와 다르게 착한 사람이여서 그러한 미모사를 매일 타일렀지만 미모사는 듣지 않았다. 어느날 미모사는 자신을 타이르는 소리를 듣고 화를 내며 정원으로 뛰쳐나갔다. 그러자 갑자기 자신의 하프 실력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은 하프 소리를 들었다. 미모사는 시기심이 발동하여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갔다. 살짝 다가가 보니 아홉 명의 여자가 하프를 연주하고 있고, 가운데 목동 옷차림을 한 소년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미모사는 매우 놀랐다. 그들은 자신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기 때문이였다. 특히 노래를 부르고 있는 소년은 그림으로 그린 것처럼 아름다웠다. 그 때문에 미모사는 눈이 둥그래졌다. 그때 갑자기 소년이 자신을 쳐다보자 미모사는 부끄러워 한 포기 풀로 변했다. 거만한 공주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나타났던 그 여자들은 예술의 여신 Muse였고, 소년은 아폴론이 변신한 것이였다. 풀로 변한 미모사는 이후 사람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몸을 오므린다고 한다. 부끄러워서..」

(참조: 박재봉님 블로그 blog.daum.net/pjb12234243091)

내친 김에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아폴론과 뮤즈에 대한 자료를 찾아본다. 아폴론(Apollo)은 음악/예언/해의 신으로서 금으로 된 활과 칠현금(하프?)을 가지고 다녔다 한다. 뮤즈(Muse)는 학예(學藝)의 여신으로 주신 제우스와 여신 므네모시네(기억) 사이에서 태어난 9명의 딸이라 한다. 아폴론은 애인은 많이 있으나 제대로 된 결혼은 하지 못했다 하는데 종종 뮤즈의 여신들과 함께 올림프스에서 음악을 연주했다 한다. 그 장면이 미모사 전설과 연계가 되는 것이다.

아폴론과 뮤즈들 (출처: 思岡 안숙자님, http://cafe.daum.net/080118/3aad/92) [작가: Simon Vouet(1590-1649), 작품명: Parnassus or Apollo and the Muses]

o 2009.6.24(수) - 3주 7일차 이틀 전 세번째 싹이 떡잎을 내밀더니 오늘 1cm 가량 자라나 있다. 사진 한장을 찍은 뒤 눈높이에서 다시 찍으려고 화분을 옮겨 보았는데 그 사이에 다소 흔들렸나보다. 잎자루가 90도 가량 구부러지고 작은잎도 오므려버렸다. 직접 건드리지 않았지만 몸이 흔들린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민감하군.. 그후 잠시 관찰하고 있으니.. 서서히 잎자루를 들더니 5분 가량이 지나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재밌군.. 이제 가장 큰 개체는 키가 4cm 가량 되는 것 같다.

Day 20 (2009.06.24 09:54~10:01) - 스트레스 전/후

o 쫑 금주 일요일(6월28일), 6박8일의 일정으로 출장(오스트리아 비엔나)을 떠나야 한다. 3주간 욘석에게 애정을 쏟았는데 당분간 헤어지는 것이 아쉽다. 귀국하면 다시 열심히 키워서 예쁜 미모사꽃을 피우게 하리라.. 아폴론과 뮤즈들 보다도 더 아름답게..

미모사꽃 (사진출처: 박재봉님, blog.daum.net/pjb12234243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