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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 산청 둔철산 (2024.3.30)

청려장 2024. 4. 1. 00:17

2024년 3월 30일(토)

대한토 산우와 함께 산청 둔철산으로 떠난다.

 

둔철산(屯鐵山·823m)은 산청 신안면/신등면에 위치하며 웅석봉과 마주하고 있는 산으로

산에 철()이 많이 있어 둔철산이란 이름이 붙여졌지만,

이 산 어디에도 철을 생산했다는 흔적이나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지역 주민들은 현재 대성산/둔철산으로 분리된 두 산을 통틀어 대성산(大聖山)이라 불렀다고 한다.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정취암이 대성산 절벽에 자리잡고 있고

황매산, 웅석봉과 달뜨기능선, 지리산 천왕봉, 왕산, 필봉산 등을 비롯한 여러 산군들의 조망되며

와석총을 비롯하여 시루봉, 사발바위, 부부석 등 다양한 기암괴석 등이 있다고 한다. 

 

둔철산은 인근 정수산과 함께 

황매산이나 웅석봉 산행 중 존재감 있게 시선을 끌었던 산이었지만

필자에겐 아직 미답지이다. 궁금하던 산으로 가게 되니 더욱 좋다.

 

오전 10시, 대한토 버스가 산청 둔철생태체험숲 주차장에 도착한다.

 

여기는 기존 목장부지였는데 용도를 다해 버려져 있던 곳을

산림청과 산청군이 지난 2007년부터 5년간 61만 규모의 생태체험숲으로 복원하였다고 한다.

생태습지, 관찰데크, 미니수목원, 생태체험로 등이 다양하게 조성돼어 있으며

남녀노소 누구가 걷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산책코스로도 안성맞춤이라 한다.

둔철생태체험숲 관리사무소

산행코스는

A코스: 둔철생태체험숲-정취암-대성산-와석총-둔철산-시루봉-와송마을-홍화원휴게소 [11km/6시간]

B코스: 둔철생태체험숲-정취암-대성산-와석총-둔철산-심거폭포-심거마을 [9km/5시간]으로 계획하였다.

산행코스 (A 코스)

 

오전 10시05분,

주관대장인 길현님이 선두를 맡아 산우들을 이끌고 정취암을 향하여 출발한다.

정취암으로 향하는 길은 생태체험숲 우측으로 연결된다.

 

생태체험숲을 벗어나니 포장도로가 이어지고..

고도를 조금 높이니 남동쪽으로 의령의 산군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의령의 진산인 자굴산을 비롯해 한우산-산성산이 뚜렷한 하늘금을 긋고 있다.

 

조금 더 전진하여..

모퉁이를 돌아드니 아찔한 절벽에 자리잡은 절집이 나온다. 정취암이다. (오전 10시 16분)

 

정취암(淨趣庵)은

신라 신문왕 6년 의상대사께서 아미타불의 서광을 쫓아 이곳에 창건하였으며

고려 공민왕 때 중수하였으나 조선시대 두 차례의 큰 불로 전소되었고

조선 순조 34년(1834년)에 당우를 다시 세우고 중건하였다고 한다.

 

원통보전(圓通寶殿)에는 정취관음보살을 본존불로 봉안하고 있다.

원통보전 목조 관음보살좌상

 

원통보전 뒷편에는 기품 좋은 노송이 있고, 그 아래 눈길을 끄는 바위가 있다.

거북이 두 마리가 포개져 있는 형상으로 '쌍거북바위(靈龜岩 영귀암)'라고 한다.

언뜻 보면, 어미 거북이 애기 거북을 엎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전 10시21분, 정취암을 벗어나 등로로 진입한다.

등로는 절집 가장 윗쪽에 자리잡고 있는 응진전 앞으로 이어진다.

 

등로로 오르다가 되돌아보는 정취암.

아름답다.

정취암

오전 10시23분, 바위 난간에 세워진 정자에 오른다.

 

좀 전만에도 뚜렸하던 한우산-자굴산 라인이 그새 티미해졌다.

오늘 한반도를 덮치고 있는 몽고발 황사 때문에 가시거리가 점점 더 나빠진다.

 

오전 10시33분, 산불방지초소에 이른다.

북쪽으로 부암산-감암산-황매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적지 않게 찾아다니던 산줄기인지라 친근하게 느껴진다. 

 

초소 앞쪽으로 다가가니

둔철산의 이웃 산인 정수산이 가까이 자리잡고 있다.

정수산의 남쪽 산자락에 하얗게 노출된 곳은 새신바위다.

 

 원효대사가 저 산자락에 율곡사를 창건할 때

새 한마리가 붓을 물고 다니며 단청을 하다 완성하지 못하고 날아가 저 바위가 되었고 

새가 신이 되어 현신한 바위라 하여 저 바위를 '새신바위(鳥神巖)'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오전 10시41분,  또 다른 정자에 오른다.

 

정자 옆 소나무 가지에 대성산 표지목이 걸려있다.

 

정자에서 서쪽을 바라보니 암봉이 보인다.

기기묘묘한 바위가 켜켜 쌓여 있다는 와석총이다.

와석총

 

대성산 정상에서 와석총으로 향하는 등로는 폭신폭신한 흙길이다.

 

오전 10시57분, 599봉을 지난다.

 

숲은 소나무가 우점종이다.

 

숲 사이로 되돌아보는 대성산..

20분만에 저 만치 물러나 있다.

 

오전 11시03분, 전망 바위 위에서 한층 가까이 다가온 새신바위를 바라본다.

저 아래 어딘가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율곡사를 어림해서 찾아본다.

율곡사에 머물던 원효조사와 정취암에 머물던 의상조사는

수시로 왕래하며 서로 수행력을 점검하고 탁마 수행했다고 한다.

타임라인을 뛰어넘는 아득한 이야기를 바람으로 느껴본다.

 

오후 11시14분, 길현대장이 커다마한 나무 앞에 서서 나무의 정체를 묻는다.

수형과 수피가 아름다워 눈길을 끌었던 모양이다. 이 나무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노각나무'다. 

노각(鷺脚)은 알록달록한 수피가 백로(鷺)의 다리(脚)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주로 분포하고 재질이 우수하여 목기나 제기를 만드는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오전 11시21분,  삼거리에 와석총으로 향한다.

와석총은 둔철산으로 향하는 주능선에서 벗어나 있어

삼거리에서 남쪽으로 5분 가량 갔다 되돌아와야 한다. 

 

아름드리 U자 소나무를 지나고..

 

조금 더 전진하면 와석총을 만난다.

정말 기기묘묘한 바위가 켜켜히 쌓여 있는 바위 무덤이다.

 

우선 찾아보는 고릴라 바위.

정말 그럴싸 하다.

 

서유기 삼장법사 바위도 발견한다.

갸름한 얼굴에 큰 귀, 법의(法衣)를 두루고 두 팔을 모으고 있는 형상을 상상하면 꼭 그 분이다.

 

사오정 닮은 바위도 만난다.^^

사오정바위

 

와석총 정상에 올라 내려보니 까마득하다.

 

와석총 정상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둔철산 정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저곳으로 향하는 등로도 완만하게 이어질 듯 싶다.

 

오전 11시34분, 아름드리 U자 나무를 역으로 통과하여 등로 삼거리로 되돌아간다.

U자 나무

 

오전 11시40분, 이제 둔철산 정상까지는 1.2km 남았다.

조금 더 전진하여 적당한 장소에 자리잡고 20분 가량의 점심식사..

 

다시 정상을 향하여 부지런히 걸어서..

오후 12시15분, 둔철산 정상에 오른다.

둔철산 정상

 

정상 조망..

경호강 건너편으로 웅석봉, 그 뒤로 지리산 천왕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시계가 좋지 않다보니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산군조차도 티미하여 다소 아쉽다.

 

웅석봉 왼편으로 뻗어가는 달뜨기능선 만큼은 뚜렷한 윤곽을 보여준다.

지리산 태극종주 시발점인 수양산이나 백운계곡으로 유명한 백운산도 어렴풋 가늠된다.

 

오후 12시31분, 정상에서 하산하던 중 또 다른 둔철산 표지석을 만난다.

여기는 둔철산 부속 봉우리인 둔철산 부봉(斧峰, 811.7m)이다.  

둔철산 부봉

 

남쪽으로 이어지는 하산 등로는 여전히 편안하다.

 

남쪽으로 시야가 트이고..

전방에 바위로 뒤덮힌 봉우리가 시루봉임을 선답자인 길현대장이 알려준다.

 

그리고 그 너머 다시 바라보이는 웅석봉 달뜨기 능선.

10여년전 저 능선을 걸으며 산우들과 나누던 이야기도 언뜻 언뜻 떠오른다.

 

정남 방향을 내려보니..

경호강을 바라보며 솟아 있는 산청 백마산, 월명산.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자료를 찾아보니 저기 또한 기암절벽을 즐기는 산꾼들이 찾아오는 곳이라 한다.

 

오후 12시41분, 찻잔 바위를 지나고..

 

거대 상어머리바위를 지나서..

 

오후 12시47분, 시루봉 정상에 오른다.

시루봉 정상

 

정상 옆에 있는 커다마한 바위가 시루바위인 모양이다.

시루바위

시루바위 맞은 편엔 평평한 암장이 있다.

그 위에서 산하를 굽어보는 갑장 해오름님 자태가 멋지다. 소띠는 모두 멋지다.^^

시루봉

 

시루봉에서 내려오며 되돌아보니 거대 바위 위에 인위적인 돌담이 쌓여 있다.

이곳에 산성이 있었다는 자료는 보지 못하였는데.. 누가 언제 쌓았을까? 궁금증을 묵혀놓는다. 

 

곧이어 포옹바위를 만나고..

포옹바위

 

금슬 좋은 부부바위도 만난다.

부부바위

 

그리고 이 바위는.. 오징어 바위 같다.^^

오징어 바위

 

이 바위는 입 삐뚤어진 개복치 같다.

입 삐뚤어진 개복치 바위

 

여기까지 나열한 바위 이름은.. 걍~ 필자가 지어서 불러본 것이니,

나중에.. 뻥쳤다며 항의하는 독자가 없길 바랄 뿐이다.^^

 

오후 1시08분, 기암괴석 지대를 지나고..

다시 편안한 등로에 들어선다.

 

오후 1시15분, 남쪽으로 시야가 트이는 공터를 지나고..

 

오후 1시16분, 투구봉 정상에 이른다.

투구봉. 이름값으로는 험상궂은 봉우리이어야겠지만 여기는 그저 지나가는 등로 중간일 뿐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여기서 등로를 벗어난 남쪽에 투구처럼 보이는 바위가 있다고 한다.

투구봉 정상

 

이후

진달래에 눈길을 주며 걷다가..

 

B코스 일행이 내려갔을 심거마을를 내려보다가..

 

잠시 암릉을 타고 내려가고..

 

한층 짙어진 진달래의 붉은 기운을 가슴에 담으며 하산..

 

오후 1시59분, 외송마을에 들어선다.

외송마을 전원주택.

모두들 부지런하고 맘씨 고운 분들만 살고 있는지.. 정원이 넘 잘 가꾸어져 있다.

 

어느 담장 너머엔 흰꽃이 아름답게 피어있다.

첨엔 사과꽃인가 싶었는데.. 열공하여 정체를 찾아낸 결과 자두꽃임을 알게된다. 

자두는 '자주빛 복숭아'라 하여 '자도(紫桃)'라 하였는데 나중에 변하여 자두가 되었다고 한다.

 

또 하나 오호~ 했던 것은 자두의 옛이름이 '오얏'이라는 것이다.

전주 이씨의 성 이(李)의 음훈이 '오얏 리'인데.. 도대체 오얏이 무엇일까 궁금했었다.

이렇게 궁금증 하나가 풀리니 내 맘에 기쁨 하나가 보태진다.

자두꽃

 

곧이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명자나무를 만난다.

 

명자나무는 꽃잎이 강렬한 진홍빛이지만

꽃 전체는 이름처럼 수수하여  '아가씨나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청순 아가씨의 붉은 마음이 사내 가시미에 두근거림을 보탠다.^^

명자나무

 

곧이어 웅석봉 산자락 아래 버섯 모양의 건물들이 보인다.

하산 목적지인 흥화원휴게소다.

 

오후 2시11분, 흥화원휴게소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친다.

 

산행거리 11.74km에 4시간 12분 소요되었다.

 

의상/원효대사가 수행력을 점검하고 탁마수행을 하였던 정취암/율곡사..

고릴라바위, 삼장법사, 사오정바위를 만난 와석총..

등로상에서 만난 시루바위, 포옹바위, 부부바위, 입삐둘어진 개복치바위..

그리고 자두나무꽃, 명자나무꽃이 아름답게 핀 외송마을..

오늘도 아름다웠던 봄 나들이 산행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