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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 옥천 마성산/이슬봉 (2021.10.)

청려장 2021. 10. 11. 07:58

o 산행일: 2021.10.9(토)

o 산행지: 옥천 마성산(409m)-이슬봉(454.3m)

o 산행코스: 교동저수지-마성산-이슬봉-참나무골산-장계교

 

오전 8시45분경, 옥천 교동저수지 주차장에 도착한다.

버스편을 이용하여 산행 들머리인 장계교로 이동하기 위해 인근 버스정류장에 가보니

바른길총무를 비롯한 서너명의 산우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10여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데 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곳에서 10분 가량 더 버스를 기다려보지만 나타나지 않기에 다른 방도를 모색하게 된다. 역주행하는 것으로..

당초 산행 날머리로 계획한 이곳으로부터 산행을 시작하기로 한다.

마침 등불대장 일행이 역주행 코스로 진행하고 있기에 합류하게 된다.

오전 09시경, 저수지를 지나 산길을 들어서려는데.. 들머리가 헷갈린다.

저수지 안쪽 마을쪽으로 전진하다 아니다 싶어 되돌아나와서

선답자의 트랭글 궤적을 보며 등로에 가까울 듯한 산소 길로 들어서니..

제대로 된 등로가 나온다.

이후 잘 닦여진 등로를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오전 9시25분)

등로는 완만하게 이어지다가 정상 직전 가파른 나무계단이 발걸음을 꽤나 더디게 한다.

오전 10시12분, 마성산 정상에 오른다.

산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 일망무제.. 환상적이다.

동남쪽으로 금강물줄기가 감싸고 도는 석탄리 마을이 강 건너편에 보이고

그 오른편 멀리 금강휴게소 맞은편의 철봉산, 영동 월이산이 시선을 끈다.

남서 방향으로는 영동-옥천으로 이어지는 천성장마 능선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다.

천태산은 대성산 왼쪽 뒷편에 위치할 텐데 구름에 가려 분별이 되지 않는다.

장용산과 마성산 사이에 서대산도 구름 모자를 쓰고 존재를 알리고 있다.

마성산과 용봉 사이의 뒷편에 뾰족이고 있는 산자락은 만인산-정기봉인 듯 싶다.

서쪽엔 식장산, 고리산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다.

정상 아래 헬기장엔 10여명의 산우들이 때이른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이슬새 형님 일행, 등불대장 일행, 바른길총무 일행.. 등등..

옥천 방향을 다시 내려다 보니, 교동저수지가 지척에 보인다. 그 너머 주차해 놓은 내 승용차도 보일 듯 싶다.

 

그 뒷편 용봉에서 내려앉는 산자락에 삼성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삼성산은 백제 성왕이 신라군사에게 붙잡혔다는 관산성터가 위치한 곳이다.

백제성왕은 결국 저곳에서 최후를 맞이하였고.. 그것이 백제 몰락의 시작이 되었던 바, 비운의 역사가 서려있는 곳이다.

조망을 만끽한 후.. 이슬새형님, 순한양형님, 술푼눈형님, 안심누님, 산수, 고산이 차례로 건네주는

오이로스 등등의 먹거리를 덥썩덥썩 맛좋게 먹은 뒤..

10여명의 산우들을 뒤로 하고..

 

오전 10시30분, 길벗자문님과 함께 이슬봉을 향하여 출발한다.

등로는 완만하게 이어지고 수목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시원한 갈 바람이 지난 여름의 '땀범벅 힘겨움'을 털어주고 씻어주어 발걸음이 상쾌하다.

오전 11시경 늘티산성 표지석이 세워진 자그마한 봉우리에 올라선다.

표지석에는 이곳에 삼국시대에 지어진 퇴뫼식 석축산성이 있었다고 쓰여있다.

 

삼국시대 이 부근은

백제가 식장산과 고리산, 신라는 아까 내려다본 관산성을 경계로 대치하고 있었다고 하니..

아마 이곳은 신라측 산성이리라 짐작해본다.

 

근데 주변에 산성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굴러다니는 석축 조차 보이지 않고..

어딘가 안 보이는 곳에 무언가 남아있겠지만..

무심히 흘러가는 세월은 그렇듯 사라지게 하고.. 보이지 않게 하고.. 잊혀지게 하는 것 같다.

늘티산성에서 전진해다 길이 이상타 싶어 되돌아 나온다.

트랭글을 확인해 보니 늘티산성 직전 우측으로 가야 했다.

그렇게 2분짜리 알바를 한 뒤 전진하려다.. 늘하늘감사님과 꿈너머꿈대장님을 만난다.

다큐대장이 이끄는 정방향(장계교->이슬봉->마성봉) 일행의 선두를 만난 것이다.

반갑지만 짧은 안부를 교환한 뒤 서로 반대방향으로 향한다.

 

오전 11시10분경, 이윽고 정방향 산우들.. 회장님을 비롯한 다큐대장 일행을 며느리재2에서 만난다.

산중에서 역방향으로 만난 산우와 나누는 반가움은 짧을 수 밖에 없어 아쉬울지라도..

뒤돌아서서 반대 방향으로 가는 발걸음은 든든해진다.

앞으로 가는 길은 그저 막막한 초행길이 아니고.. 산우가 먼저 지나온 검증된 길이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등로 옆으로는 대청호로 향하는 금강 줄기가 산자락을 휘감고 흘러간다.

지나온 방향을 되돌아보니

첫 봉우리였던 마성산이 금강 물줄기 너머로 물러서서 봉긋하게 솟아오른 정수리를 보여주고 있다.

그 뒷편으로 천성장마 산줄기와 서대산이 구름모자를 벗어제끼고 또렷한 하늘금을 긋고 있다.

오후 12시12분, 이슬봉 정상에 당도한다.

이슬봉에 오면 이슬새형님을 생각하면서 좋은 기운을 받아가겠노라 했는데..^^

주변을 휘둘러 서 있는 나무들 때문에 조망이 없다보니.. 인증샷만 찍고 지나간다.

이후 등로변에서 만난 진달래..

철도 모른 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꽃눈을 틔운 모양이다.

늦둥이 벌과 나비가 나타나 수분을 해주리라..

그렇게 종자도 만들어 내어

철모르게 핀 꽃도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되길 빌어본다.

산부추도 만난다.

이네들이야 말로 제철에 피는 꽃이어서 등로 주변에 꽤 많이 만났는데..

욘석이 가장 풍성하고 화려한 절정을 맞은 개체인 것 같다.

산부추는 8~11월에 꽃을 피우는데

꽃자루 끝에 많은 꽃송이가 산형(傘形)이나 공모양으로 달린다. 길벗자문님 표현을 빌리면 불꽃놀이 모양이다.^^

꽃봉오리는 6개의 화피갈래조각, 6개의 수술, 하나의 암술 아래 씨방이 있고 꿀주머니가 그 아래 있다.

어린 잎은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오후 12시30분경 이어지는 등로 벤치에 앉아.. 길벗자문님과 함께 김밥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후..

오후 1시02분 참나무골산(419.2m) 정상을 지난다.

산 정상이라고 하지만 주변이 워낙 완만하다보니 지나는 길목 같다.

이후 5분 가량 전진하여 오르막을 치고 오르니

트랭글이 뺏지를 던져주는 땡강~소리가 들려온다. 참나무골산 뱃지다.

좀전에 지나온 봉우리는 기존 지도상에 표시된 참나무골산 정상인데..

트랭글에서 인정하는 참나무골산 정상은 바로 이곳인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이곳이 좀 더 그럴 듯한 봉우리 같긴 하다.

이제 하산길이 이어진다.(오후 1시10분)

하산 길은 목재 계단이 끝없이 이어진다.

날머리인 장계교까지 1.8km의 기나긴 내리막 중 70~80%는 침목이 가로놓인 목재 계단이다.

그런데 침목이 깔린지 너무 오래되었는지..

침목과 침목 사이의 흙이 패여나가 침목과 흙사이의 높이 차가 꽤 크다.

그러다보니 침목이 걸림돌이 되어 전진하는 발걸음이 너무 불편하다.

보행편의 뿐만 아니라 안전을 위해서라도 보수공사가 시급한 것 같다.

오후 1시18분, 날머리가 가까워질 즈음

조망이 좋을 듯 싶은 등로 인근의 묘지터에 올라서니.. 시야가 확 트이고..

산자락과 금강이 어울린 풍치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하산 목적지인 장계교도 내려보인다.

왼쪽 다리는 구교, 오른쪽 다리는 신교인 것 같다.

오후 1시32분 날머리로 내려선다.

버스정류장은 도로 옆으로 이어지는 세멘트 포장길을 따라 가다가 왼편으로 꺾어져 도로 밑으로 지나가야 만날 수 있다.

곧이어 날머리 이정표를 만난다.

그곳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이 등로가 향수 바람길이라 알려주고 있다.

시인 정지용의 고향이 산행 초입이었던 교동 저수지 인근이어서

그의 대표작인 "향수"를 따온 것 같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흥헐흥헐 거리며

쉬이 잊혀지지 않는 향수을 바람결로 느껴보며 지나간다.

오후 1시40분, 장계교에 당도한다.

길 건너편엔 장계리 버스정류장이 있고..

정류장 안 전광판이 옥천으로 향하는 버스가 3분 뒤에 도착할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오예~^^

참으로 편리한 정보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나름 멋지고 상쾌했던 산행을 즐겁게 마무리 짓는다.

산행거리는 10.8km이었고, 산행시간은 휴식시간 포함하여 4시간 37분 소요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