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논픽션 - 나의 몸살기
4월 14일(금) 오후..
아침부터 코끝이 매퀘하고 머리도 말끔하지 않다 싶더니만
오후 들어 오한이 밀려오고 기력도 없어 비실비실 졸다가
해야할 일을 간신히 마친 후 병원에 가기위해 서둘러 퇴근한다.
아파트 인근 병원..
의사 왈, "감기네요. 약 드시고 푹 쉬세요. 한 삼일 걸릴겝니다."
간호사로부터 엉뎅이에 따꼼한 주사 한방 맞고 병원을 나선다.
집에 들어서자 마자 약 뭉치를 털어먹은 뒤 막바로 침대에 눕는다.
몸은 오실오실 떨리는데 이마는 열이 꽤 있는 듯 뜨끈하다.
끙끙 앓면서 두어시간 정신없이 잤나보다.
깨어나 보니 좀 살 것 같기에 거실로 나가 저녁식사를 한다.
남편 - "이제 좀 괜찮네.."
마눌 - "약 기운이겠지.."
시간을 보니 밤9시..
모처럼 59회 월례회에 참석하려 던 날인데 이제는 너무 늦었다.
몸 상태가 좋아졌기에 늦게라도 나가볼까 하는 충동도 일었지만
마눌이 '약빨' 땜에 잠시 좋아진 것 뿐이라는 진단을 내려놓은 바
밖으로 나서질 못하고 곱게 집안에 눌러 앉는다. 끙~
4월 15일(토) 아침..
하룻밤 자고 나니 다시 몸에 오한이 오기 시작한다. 마눌 진단이 맞군..
서둘러 밥 먹고 약을 먹은 뒤 침대에 드러눕는다. 쉬는 날이니 푹~ 쉬지모..
그렇게 시작한 하루를 온 종일 침대에서 뒹굴면서 보내게 된다.
두어시간 자고 나면 상태가 좋아지고..
또 두어시간 지나면 오한이 찾아오고..
밥 먹고 약 먹고 오실오실 떨면서 다시 자고..
그러한 싸이클이 세 차례 지나고, 밤 9시경 몸 상태가 다시 좋아진다.
이제 내일(일요일)의 등산 모임이 고민스러워진다. 참석할 수 있을까?
웬만해선 참석하고 싶지만
여전히 내일의 몸 상태도 자신할 수 없으니..
게다가 최근들어 잦게 해대던 기침도 더욱 심해졌으니..
심한 기침의 원인은..
지난 4월8일.. 최악의 황사바람이 몰아치던 날..
경주 마라톤대회에 참가하여 미련스럽게도 풀코스를 완주해버렸으니..
그때 기걸스럽게(?) 들이마신 중국산 먼지들이 지금까지 이 몸을 괴롭히고 있다.
암튼, 관준이에게 전화를 한다.
승학이에게 불참을 통보했다간 잔소리깨나 들을 것 같아
맘 착하고 너그러워 보이는 관준이를 선택한 것이다.
충희 - "낼 못 나갈 것 같다. 몸살 땜에.. 쿨럭쿨럭~"
관준 - "아니 향도가 빠지면 워쪈다냐?"
충희 - "길은 황석이가 잘 알껴.. 쿨럭쿨럭~"
충희 - "웬만해선 나가고 싶지만 웬만치 않코나.. 쿨럭쿨럭~"
관준 - "구랴~ 몸 조리나 잘해라.."
충희 - "잘들 댕겨와라.. 부럽다. 쿨럭쿨럭~"
4월 16일(일) 아침..
아침에 기상해보니 다소 상태가 좋아진 듯 싶지만
여전히 몸살 기운이 남아 있어 다시 침대에 등을 맡긴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오전을 보내고 나니
몸살 감기가 거의 물러간 듯 머리가 말끔하고 몸도 가볍게 느껴진다.
그제서야 침상을 털고 일어나 밖으로 나서본다. 오후 1시경..
핸폰을 보니 오전 중에 승학이로부터 두 차례 전화가 왔었던 것 같다.
8시55분, 11시23분.. 그 흔적이 핸폰에 찍혀있다.
시간을 보건데
첫번째 것은 천비산 올라가서 했을 것 같고..
두번째 것은 먹티재에 도착해서 한 것 같고..
오후 2시40분경 승학이로부터 다시 전화가 온다.
잘 마치고 만인산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한 뒤
황석이의 제안에 따라 효동에 어느 식당으로 뒷풀이 가는 길이란다.
"장하다!" "부럽다!" 등등 재차 축하를 해주고 통화를 마치려는데
그가 어처구니 없는 요청을 하기 시작한다.
승학 - "야~ 산행기 좀 써라!"
충희 - "모야~? 참석도 하지 않았는데 내가 어떻게 쓰냐?"
승학 - "내가 대충 줄거리 알려줄 테니, 글빨 좋은 니가 써라!"
충희 - "야야~ 그러지 말고.. 니들이 써서 올려라.. 나도 궁금하니까.."
그렇게 반발을 해도 그는 내가 써야한다고 막무가네 우겨댄다. 세상에..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줄거리를 불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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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는 총 6명..
이승학, 유관준, 김황석, 김택길, 김세훈, 양현모 등
김동환은 사정이 있어 불참했고..
안중원은 안중규와 함께 가기로 약속해놓고선 급한 일이 생겨 불참했는데..
그 바람에 중규가 바람 맞고선 씩씩거리며 도중에 집으로 돌아갔다.
등산 소요시간은 4시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금동고개에서 천비산까지 1시간 걸렸고
천비산부터는 '10분전진 10분휴식'을 하며 3시간만에 만인산 정상에 당도했다.
먹치고개에서 관준이가 옆으로 새자고 한 것 빼고는
지난 달 중원이처럼 딴지 걸었던 사람은 없었다.
천비산에서 만인산을 가는 도중..
일행들이 황석이에게 얼마나 남았냐, 무슨 산이냐 물어보아도
황석이는 계속 모르쇠로 일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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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줄테니 글을 쓰라니..
참말로.. 내가 작가도 아닌디 워쩌라고 그리 밀어부치는겨..?
암튼 고렇게는 못하겠노라고 한사코 거절해놓는다.
4월 17일(월) ~ 4월19일(수)
그렇게 거절을 해놓았으니 누군가 '그들의 산행기'를 작성하리라 기대하며
월요일 이후 59회 홈페이지를 들락날락 거려본다.
근데 수요일이 지나도 아무도 올리지를 않는다. 아~ 증말 밀어부치는겨?
할 수 없이..
몸살 땜에 끙끙 앓던 내가 기분좋게 등산을 마친 그들을 대신하여
'그들의 산행기'를 끄적거려야 할 것 같다.
그들의 우격다짐 땜에 또다시 골머리에 오한이 밀려온다. 쓰파~
에라.. 알게모야.. 내 꼴리는대로 쓰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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