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8월24일(토)
대한토 산우와 함께 군위 팔공산에 간다.
지난해 10월 올인대장이 리딩한 팔공산 정기산행에서는
부인사로부터 시작하여 서봉-비로봉-동봉을 거쳐 관봉(갓바위)으로 하산하였었는데
당시 비로봉 정상 너머 북사면에 위치한 청운대, 하늘정원, 산성봉 등의 수려한 산세가 눈에 들어왔었다.
청운대의 깎아지른 암벽 아래에 자리잡은 오도암도 궁금증을 유발하였다.
매년 비정규직 대장에게 부과되는 산행안내 미션.
2024년에는 우리산악회 미답지인 팔공산 북사면 루트를 소개하는 것으로 정하고
금년 5월1일 May Day에는 오도암 코스, 5월15일 부처님오신날에는 치산계곡코스를 답사하여
산행코스를 오도암-청운대-하늘정원-비로봉-동봉-치산계곡-수도사로 결정하였다.
여기에..
오도암-원효굴에 얽힌 원효의 고뇌(苦惱)와 구도(求道) 흔적을 스토리텔링으로 입혀놓고
산행 공지문과 유인물을 완성한다.
팔공산(八公山, 1,192m)은 최고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동봉·서봉이 봉황 양 나래를 펼치고 있는 대구의 진산(鎭山)이다. 산세가 웅장하고 원시림 계곡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군위삼존석굴’을 비롯한 국보 2점 및 보물 28점을 보유하는 등 역사적으로도 유래가 깊어 202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군위군은 원효스님의 발자취를 좇아 오도암-청운대-하늘정원으로 이어지는 ‘원효구도의 길’을 조성하여 2017년 개방하였다. 주차장으로부터 하늘정원까지 2.3km/1시간30분, 하늘정원에서 비로봉까지 1km/30분. 대략 2시간 만에 팔공산 정상에 오르며, 아름다운 비경과 역사의 향기를 접할 수 있는 명품코스가 조성된 것이다.
오도암(悟道庵)은 원효스님(617~686)이 654년 창건하여 6년간 머물던 곳이라 한다. 오도암 뒷편 714계단을 오르면 깎아지른 암벽 한 가운데 위치한 원효굴도 만날 수 있다. 원효굴을 지나면 팔공산의 비경(祕境) 청운대(靑雲臺; 장군봉)에 이르게 되며, 이후 군부대 옆길을 따라 오르면 각종 야생화·조형물·전망데크로 조성되어 2015년 개방된 하늘정원이 펼쳐진다.
..
오전 10시, 대한토버스가 군위 오은사 부근의 주자창에 도착한다.
산행채비를 마친 후 '원효구도의 길' 들머리로 진입한다.
이정표는 오도암 1.5km, 원효굴 1.9km, 하늘정원 2.3km를 알려주고 있다.
선두대장은 필자, 중간대장은 모카크림님, 후미대장은 수석대장인 동그라미님이 맡았다.
오도암 아치를 통과하면
고즈넉한 산길이 시작된다.
계곡따라 이어지던 호젓한 산길이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오전 10시29분, 오도암 입구에 들어선다.
오도암은 원효대사가 654년 창건하여 6년간 머물던 곳이라 한다.
커다마한 목판에 그의 행적이 빼곡히 적혀 있다.
오전 10시30분, 오도암에 들어선다.
청운대 절벽 아래
울창한 적송이 둘러싸고 있는 절집. 아담하다.
원효는 당나라 구법을 위해
650년 의상과 함께 떠났지만 요동에서 고구려군사에 잡혀서 되돌아왔고
이후 654년 오도암을 창건하여 6년간 머물다가
661년 다시 당나라로 향하였지만, 당항포 부근 토굴에서 잠을 자다
해골물을 먹고 깨달음을 얻어 신라로 되돌아 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곳에 머물던 시기가 가장 치열하게 고뇌하던 시기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구층석탑이 세워진 절마당 너머로 대웅전과 법당이 있다.
대웅전엔 석불을 주불로 모시고 있다.
그 앞에 자그마한 금동불을 배치한 것이 특이하다.
나중에 법당에서 나온 처사에게 물어보니 주불은 '약사여래'라 한다.
그러니까 저 돌부처님이 '약사여래불'이란 이야기인 듯 싶다.
대웅전 옆에 요사채가 눈길을 끈다.
토담 한 가운데 초서체로 휘갈겨쓴 불인선원(佛印禪院) 현판이 걸려있다.
해인사 율주였던 일타스님(1929-1999)이 써준 것이라 한다.
불인선원(佛印禪院)은 '부처로부터 직접 인가를 받은 곳'이란 뜻이라 한다.
현판 좌우로 네 개의 주련(柱聯)이 걸려 있다.
비교적 한자가 어렵지 않기에 떠듬떠듬 해독해보지만 알송달송하다.
黙黙坐禪石獅子 묵묵히 좌선하던 돌사자
今日微笑又咆哮 오늘 미소 짓더니 포효 한다.
衆魔腦裂解脫境 떠돌던 마귀 머리가 터지고 해탈경에 이르니
今乃言得眞金毛 이제 말하건데 황금터럭을 거두었도다.
뭘 뜻일까나?
암튼 석사자가 깨달음을 얻는 찰라를 묘사한 듯 싶다.
여기서 석사자는 문수보살? 원효대사? 부처님? 암튼 모르겠다.
법당에서 나온 처사님의 주문대로
오도암 사립문을 걸어잠근 뒤 다시 산길에 들어
10분 가량 오르니 714계단이 시작된다(오전 10시40분).
100계단, 200계단, 300계단, 400계단.. 발걸음에 걸리는 부하가 점점 커지매..
원효대사가 알려준 염불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중얼거리며 힘겨움을 지워본다.
500계단을 지날즈음 절벽이 나오고..
630계단 즈음..
원효굴 갈림길이 나온다(오전 10시57분).
원효굴 방향으로 전진..
도중에 만나는 괴암.
먼산을 바라보는 스님 같기에
산우들에게 '스님바위'라 알려준다. 내맘대로 지은 이름이다.^^
오전 10시59분, 원효굴에 이른다.
높이 80cm, 깊이 280cm 규모의 자연석굴로서
남쪽을 향하고 있어 여름에는 햇빛이 들지 않고 겨울에는 햇빛이 굴 안에까지 든다고 한다.
이 아찔한 곳에서 원효스님이 6개월간 수도정진하였다던데.. 진위는 잘 모르겠다.
굴 안에는 물이 고여있다. 바위틈에서 솟아난 물이라는데..
원효보다 200년 앞서 김유신장군이 삼국통일을 기원하며 마셨다 하여 장군수(將軍水)라 불린다고 한다.
원효굴에서 되돌아 나와..
100여 계단을 마저 올라 714계단을 벗어난다.
오전 11시05분, 청운대로 향한다.
돌담으로 둘러쳐진 제단을 지나고..
오전 11시13분, 청운대 정상에 당도한다.
정상석 뒷편에 기품 좋은 소나무. 산하를 굽어보며 묵언수행 중이다.
청운대에서 되돌아나와 하늘정원으로 향한다.
군부대 주변으로 이어지는 등로는 완만하고 편안하다.
오전 11시20분, 군부대 담장 옆길에 들어서니 하늘정원 정자가 보인다.
오전 11시20분, 정자에 올라가 점심식사를 위해 자리잡으니
그늘진 정자 안으로 바람이 솔솔 불어와 시원하다. 덕분에 쾌적한 환경에서 도시락을 까먹는다.
오전 11시38분, 점심식사를 마치고 하늘정원으로 향한다.
맨 먼저 만나는 삼국유사 조형물..
고려시대 일연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인각사(麟角寺)가 군위군 고로면에 위치한다.
경북 군위군은 2021년 '고로면'을 '삼국유사면'으로 개칭하고, 그곳을 삼국유사의 고장이라 부르고 있다.
그러저러한 연유로 삼국유사 조형물이 이곳에 세워진 것이다.
오전 11시40분, 하늘정원 전망대에 오른다.
북쪽을 바라보면
좀 전에 지나온 청운대, 그 아래 절벽에 위치한 원효굴이 시야에 들어온다.
오전 11시43분, 전망대에서 돌아나와 군부대쪽으로 향한다.
그 뒷편으로 팔공산 정상인 비로봉이 제2봉인 서봉으로 이어진다.
오전 11시56분, 비로봉 삼거리에 당도하여 되돌아보는 산성봉, 하늘정원, 청운대..
청운대 산자락에 위치한 오도암은 조명등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산세는 참으로 수려하다.
오전11시59분, 비로봉에 당도한다.
비로봉 정상에서 되돌아오며 다시 바라보는 수려한 산세의 청운대 산자락.
여기서는 오도암도 제대로 보인다.
오후 12시04분, 비로봉에서 내려와 동봉으로 향한다.
도중에 바라보이는 동봉..
그 아래 안부에 보이는 거대석은 마애여래입상이다.
오후 12시10분, 그 여래상이 위치한 삼거리에 당도한다.
직진하면 동봉이 나오고, 왼쪽으로 꺾으면 치산계곡이 시작된다.
일단 직진하여 동봉을 찍은 뒤, 다시 내려와 치산계곡으로 하산할 계획이다.
오후 12시16분, 동봉에 오른다.
동쪽을 바라보면..
갓바위(관봉)으로 향하는 주능선이 신령봉에서 삿갓봉 우측으로 이어진다.
신령봉 왼편 코끼리바위-청석배기-투구봉 능선은 이지역 산꾼들이 사랑하는 암릉코스로서
아름답고 멋진 암릉이 끝없이 이어지는 숨은 명소라고 한다.
북쪽을 바라보면..
치산계곡이 발치 아래로 이어진다.
우리는 일단 치산계곡 우측 지능선을 따라 내려가다 지능선이 끝날 즈음..
진불암에 들른 뒤 치산계곡을 따라 공산폭포를 지나 수도사로 향할 계획이다.
서쪽을 바라보면..
비로봉이 서봉과 산성봉을 좌우로 펼치며 솟아 있다.
오후 12시20분, 마애여래입상 삼거리로 되돌아 가기 위해 비로봉 방향으로 내려간다.
오후 12시27분, 여래입상 삼거리에 되돌아온다.
이곳에서 수도사까지는 5.3km이다. 하산 목표지인 주차장은 수도사에서 1km 더 가야한다.
오후 12시27분, 치산계곡을 향하여 하산 개시..
20분 가량 내려가니 수려한 산세의 암봉이 올려보인다.
비로봉 북쪽 산줄기이며 공군부대가 위치한 산성봉이다.
오후 1시15분, 진불암에 들어선다.
적멸보궁과 요사채 사이에 있는 석수터에서 약수 한 바가지를 마신다. 청량하다.
근데 절마당을 둘러보아도 지난 봄에 만났던 '진불이'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 갔을꼬..
그 순딩이 진도개가 보이지 않으니 허전하다.
적멸보궁 앞마당에 있는 고무다라이 화분.
노랑어리연꽃이 활짝 피어있다. 자태가 하늘하늘 앙증맞아 '물의 요정'이라 불린다.
오후 1시40분, 철교를 넘는다.
치산계곡은 이곳에서 신령계곡과 합수하여 북쪽으로 계류를 흘려보낸다.
치산계곡 계류는 반반한 암반위로 흘러간다.
저 너머에 공산폭포가 위치할 것이다.
오후 1시49분, 공산폭포 입구에 이른다.
계곡 옆길로 조금 들어가니 망폭정이 나오고..
그 너머로 공산폭포가 있다.
청량한 계류가 3단 폭포를 타고 힘차게 흘러내리고 있다.
오후 2시25분, 치산지를 지나..
오후 2시34분, 치산관광지 주차장에 당도하여 산행을 마친다.
산행거리 12.5km에 알탕시간 포함하여 4시간34분 소요되었다.
쫑!
산우들도 모두 무사히 예정시간 안에 하산하였다.
714계단이 다소 힘겨웠지만, 염불을 외며 극복했고..^^
멋진 산세와 풍성한 이야기꺼리 덕에 성취감이 큰 산행이었다는 평이다. 내 맘대로의 상상 평.ㅋㅋ
"나무아무타불 관세음보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