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4월13일(토)
대한토 산우들과 함께 해파랑길 21구간(영덕 블루로드 B코스) 트레킹을 한다.
해파랑길 21구간은 영덕해맞이공원에서 오보해변과 경정리를 지나 축산항에 이르는 구간으로
끝없이 이어진 해안길과 작은 숲길로 어촌마을과 해변을 지나는 아름다운 코스라고 한다.
산행주관은 레간자대장이며
산행코스는 창포말등대-대탄해변-오보해변-노물항-경정해변-죽도산-축산항 (12.8km/5시간)으로 계획하였다.
오전 10시경, 대한토버스가 영덕 해맞이공원 인근 창포말등대 앞에 도착한다.
창포말등대 상층부는 영덕의 대표 수산물인 대게가 집게발을 치켜들고 움키고 있다.
오전 10시08분,
등대에서 나무데크를 따라 해변쪽으로 내려간다. 트레킹 시작이다.
곧이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오보해수욕장 방향, 오른쪽은 해맞이 공원 방향, 직진은 약속바위쪽이다.
트레킹은 왼쪽 오보해수욕장으로 진행되지만, 사전에 알아두었던 '약속바위'를 만나기 위해 직진한다.
약속바위는 저 아래에 보이는 데크의 오른편에 위치한다.
가까이 다가가니, 무엇 때문인지 데크 입구를 막아놓았기에..
그 아래 바위를 타고 넘어가니 '약속바위'가 나타난다.
왼주먹을 쥔 채 새끼 손가락을 펼친.. 딱 '새끼손가락 걸어 약속할 때' 그 모습이다.
의병장 신돌석 장군에 얽힌 애닳픈 사연도 있다.
부인과 가족을 칠보산에 은신시키면서 죽더라도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해맞이공원의 한 바위 앞에서 했었다고 한다. 여기가 거기라는 전설이다.
오전 10시17분, 앞서간 일행을 쫓아 오보해수욕장 방향으로 향한다.
트레킹 길은 해안 바위 절벽 위로 이어진다.
날씨 좋고..
바닷물도 참 맑다.
해안을 따라 펼쳐진 암석은
약 1억5천만년 전에 지하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식어 형성된 화강섬록암이라 한다.
밝은 색은 화강암질이고 어두운 색은 섬록암이며, 얼룩무의 암석은 두 암질이 섞인 '포유암(enclave)'이라 한다.
이 모두 땅속 깊은 곳에서 굳어진 화성암이란 걸 느린발님이 알려준다. 배움이 즐겁다.^^
오전 10시26분, 대탄 방파제가 보이고 그 너머로 흐릿한 섬이 보인다.
오늘 목적지인 죽도산 전망대다.
그 즈음 만난 토종 민들레..
수 십개의 설상화(舌狀花)가 한데 모여 피는 전형적인 두상화(頭狀花)다.
흰 꽃잎과 노란 암술머리. 요즘 만나기 힘든 참으로 순결한 개체다.
조금 더 전진하니, 마을 어귀에 매발톱꽃이 피어있다.
흰민들레와 달리 화려하다.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유독성 식물이다.
꽃잎 뒤쪽에 '꽃뿔'이라 하는 꿀주머니 있는데, 이것이 매발톱처럼 생겼다 하는데
매발톱을 본 적이 없다보니 그저 그러려니 할 뿐이다.
오전 10시33분, 대탄마을을 지나고..
망망대해엔 배 한척이 떠 가고 있다.
오보리 마을로 가는 길목에서
연분홍 꽃잎을 펼쳐놓은 줄딸기를 만나고..
오전 10시40분, 오보교를 건넌다.
곧이어 오보해수욕장을 지나고..
오전 10시45분, 빨간 등대가 세워진 노물리 방파제가 시야에 들어온다.
산기슭엔 바다를 마주한 마을 가옥이 빼곡하고, 알록달록한 채색이 아름다운 마을 풍경을 연출한다.
이태리의 한 어촌 같기도 하다.
곧이어 노물리 마을로 진입한다.
마을 끄터리에서 처녀들이 춤을 추는 듯한 조형물을 만난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영덕 지역을 중심으로 전해 내려오는 '월월이청청'이라는 놀이를 재현한 것이라 한다.
'월월이청청'은 정월대보름과 추석에
마을의 젊은 여자들이 원형, 선형, 나선형 등의 다양한 형태를 만들면서 놀았던 여성 군무인데
이곳 노물리 지역 주민들의 노력으로 원형이 전승되고 있다고 한다.
그 옆 담장에는 '동애따기'라는 또 다른 놀이가 그림과 노래로 구현되어 있다.
'동애따기'는 기둥 잡은 힘센 사람 뒤에 나머지 사람들이 허리를 잡고 줄줄이 앉아 있으면
술래가 달려들어 한 명씩 떼 내는 놀이라고 한다. 우리 어릴적 비슷비슷한 놀이가 있었던 것 같다.
오전 10시55분, 노물리마을을 벗어나 경정리로 향한다.
전방에 죽도산이 다시 시야에 들어온다.
산기슭으로 이어지는 길.
땡볕이 가려지니 공기가 선선하다.
데크 옆 커다마한 바위가 물을 토하듯 쏟아낸다.
인위적으로 해놓은 것 같은데.. 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선을 끄는데는 성공한 듯 싶다.
독특한 형상의 괴암도 눈길을 끈다.
어미 등짝에 올라 앉은 애기 같기도 하고..
오전 11시10분경, 근처 넉넉한 데크에 자리잡고 점심식사를 한다.
무지게 떡 하나로 요기를 한 뒤 경정리에 가서 식당 매식을 하려 했는데..
산우의 강한 호의(?)를 이겨내지 못해 엉덩이를 비집고 그들과 함께 앉아 젓가락질..
근데 첨 먹어보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영란표 야채 쌈.. 넘 맛 좋았다.^^
오전 11시33분, 점심식사를 마치고 트레킹 재개..
이어지는 데크길. 해안선은 옥빛 바다에 잠겨있다.
한번씩 나타나는 독특한 형상의 괴암들..
요건 삿갓 쓴 스님 같기도 하고, 고릴라 같기도 하고..
별의별 상상을 하며 꿰맞춰본다.
소나무 숲을 지나고..
다시 만나는 해변..
낚시꾼이 갯바위 하나씩 차지하고 있다.
전망데크를 지나고..
편안한 숲길을 지나니..
전방에 죽도산이 좀 더 뚜렷한 윤곽을 보여준다.
오후 12시04분, 따개비 마을에 들어선다.
마을 집들이 마치 바위 위 따개비처럼 붙어있다 하여
'따개비마을' 또는 '석동마을'이라 불린다고 한다.
방파제 부근, 테트라폴로 둘러쌓여 고여 있는 바닷물도 참으로 맑다.
오후 12시07분, 따개비마을을 지나고..
경정마을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난 식물들..
등대풀꽃. 대극과 두해살이풀로서, 꽃이 배상꽃차례로 핀다.
얼핏보면 등잔 5개를 모아놓은 것처럼 보여 참으로 독특하다.
땅채송화.
돌나물과 여러해살이풀로서 주로 바닷가 바위 위에 자란다.
해안선으로 이어지는 데크길을 따라 전진..
초병이 손을 흔들어준다.
이젠 쓰이지 않는 옛 해안초소엔 '해파랑쉼터'라는 이름표가 달려 있다.
오후 12시22분, 경정3리에 들어선다.
갯바위에 다가가보니..
바위 입자가 곱다. 붉은 색 바위는 이암이고, 밝은 색 바위는 사암이라 한다.
화산형님으로부터 암석에 대한 생생한 현장 교육을 받는다.
맑디 맑은 바닷속, 미역 줄기 하나를 건저내어 한 입 물어보니..
맛은 싱싱한데 다소 짜다. 이른 봄에 먹으면 부드럽고 신선한데.. 철이 좀 지났기 때문인 것 같다.
갯바위를 벗어나 해변 마을로 돌아온다.
어느 집에선가 미역을 말리고 있다.
그 부근에 세워진 오매향나무 안내문..
500년전 안동권씨가 향나무, 소나무, 대나무를 심었는데..
이 향나무만 살아남아 왕성하게 자라서 주변 둔덕까지 뒤덮고 있다고 한다.
즉, 뒷편 둔덕을 뒤덮은 향나무 가지들도 윗 사진의 향나무 주가지로부터 뻗어나온 것이라 한다.
옛날 이곳을 지나던 지관이 남쪽에 오두산이 있고, 마을 앞에 매화산이 있다 하여,
'오'와 '매'를 붙쳐서 '오매향'이라 이름지었다는 그렇고 그런 전설이 있다 한다.
계속해서 경정해변쪽으로 진행한다.
마을 담장은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꾸며져 있다.
그중, 한 대목..
"해가 서산에 진다. 큰소리로 이야기 하더라. 나 진다! 구차하게 살지 말어라!"
진지한 멧세지를 해학적으로 풀어놓아.. 웃음지으며 읽었지만 여운은 짙게 남는다.
다시 해안을 돌아들 즈음..
바위문양이 나이테처럼 나 있기에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누군가 그림자를 드리운다. 으이구.. 뉘셔?^^
오후 12시49분, 경정1리 마을에 들어서고..
허공에 매달린 가자미를 감상하고..
다시 만난 갯바위는 이암, 사암, 역암까지 뒤섞여 있다.
파도에 깎여 형성된 파식대지.. 마당바위도 지나고..
오후12시57분, 대개원조마을쪽으로 향한다.
오후 1시, '기 받기 좋은 곳'이라는 안내판을 만난다.
이곳에 해안이 청룡과 백호가 어울리고 있는 형상이라 하는데.. 잘 모르겠고..
경정리 해안은 이암, 사암, 역암이 어우러진 퇴적암층이 마당바위를 이루고 있다.
공룡이 번성하던 중생대 백악기에 강 주변 범람원에서 형성된 것이라 한다.
바다 저 건너편 풍력발전소가 보인다.
그 아래 해안끝에는 얼핏 등대도 보인다. 거기가 오늘 트래킹 출발점인 창포말등대다.
해안길을 따라 경정2리로 향한다.
BTS가 "화양연화"라는 음반을 위해 촬영하러 왔었다는 차유어촌마을을 지난다.
어느 식당 앞에 그네들이 밥을 먹고 갔음을 자랑하는 선전물이 걸려있다.
오후 1시26분, 다시 숲길에 들어선다.
축산항 직전 해발 117m의 말리산 기슭인 듯 싶다.
나뭇가지 사이로 해변이 보이고..
그곳에 젊은 친구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오붓하게 즐기기 딱 좋은 곳으로 보여 부러움이 꿈틀거린다. 저런 해변이라면 하루 종일 놀 수 있을 것 같다.
오후 1시39분, 죽도산이 가까이 다가온다.
죽도산은 조선시대까지 섬이었지만 모래 언덕이 점점 쌓이면서 자연적으로 육지와 연결되었다고 한다.
섬 전체를 이루고 있는 바위 역시 오랜 옛날의 모래가 굳어져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커다마한 암벽을 넘어서니..
축산항 해변이다.
오후 1시49분, 블루로드 다리를 건너..
죽도산 전망대로 향하지만..
죽도산 전망대가 공사중이라서 산허리춤에서 돌아내려간다.
도중에 만난 알송달송한 나무. 꽃을 피워놓았다.
꽃과 잎모양을 살펴보며 머리를 쥐어짜내니.. '검팽나무'에 혐의점이 나타난다.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거의 맞는 것 같다.
두 갈래로 벌어진 자그마한 하얀 꽃잎은 전형적인 팽나무 암꽃이다.
마침 산 중턱에 보이는 다른 개체의 나무도 검팽나무인 듯 싶다.
그 너머로 죽도산 전망대가 보인다.
앞에 누렇게 채색된 식물들은 조릿대다.
대나무가 많아서 죽도산이라 하였다는데.. 조릿대 군락지는 죽어가고 있는 듯 싶다.
오후 2시09분, 죽도산에서 벗어나 축산항으로..
오후 2시15분, 축산항 한켠에 세워진 대한토버스를 만난다.
산수카페는 성업 중이다. 트레킹 끝.
트레킹 거리 13.2km에 4시간11분 소요되었다.
인근 식당에서 뒷풀이..
물가자미회가 달착지근하여 좀 거시기 했는데
거기에 화산표 가시오가피 어린 잎을 섞어 먹으니 맛이 일품이 된다.
쌉싸름한 가시오가피와 달착지근한 가자미회가 서로 상쇄 및 상승 작용을 한 것 같다.
입맛 좋게 트레킹을 마무리 짓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