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6일(토)
대한토 산우들과 함께 강진 덕룡산/주작산 산행을 한다.
강진 덕룡산(德龍山, 432.9m)과 주작산(朱雀山, 429.5m)은
창끝처럼 날카롭게 솟구친 험한 암봉과 말잔등처럼 매끄럽게 뻗는 초원능선이 어우러져
능선이 표출할 수 있는 모든 아름다움과 힘의 진수를 보여주는 산이며
강진만을 둘러싼 다도해와 인근 월출산, 천관산, 두륜산 등을 바라보는 조망 또한 수려하다.
봄이 오면 공룡등 같은 거친 암봉과 기암괴석 사이로 피어나는 진달래가
산자락과 골골을 빨갛게 물들여서 그야말로 지극히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산행 주관인 다큐대장이 설계한 산행코스는 다음과 같다.
A코스: 소석문-덕룡산-작천소령-남주작산-휴양임 (약 10.5km/5시간30분)
B코스: 오소재-공룡능선-작천소령-휴양림 (약 8km/5시간)
산행 계획 - A코스
필자는 주관대장으로서 산우를 이끌었던 2012년을 비롯해 2015년, 2017년 등 총 세 차례 다녀왔다.
이중 2012년, 2017년은 오소재로부터 소석문까지 주작-덕룡을 총주했었다.
이번 산행은 그 동안 가보지 않은 남주작산을 경유해서 하산하기 때문에
또 하나의 궁금증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오전 10시35분, 대한토 버스가 소석문에 도착한다.
등산로입구 이정표에는 콜택시 전화번호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버스를 대동한 단체산행 외에도 승용차로 삼삼오오 찾아오는 산꾼들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덕룡산 들머리는 개울 징검다리를 건너면 진입할 수 있다.
산행참가자 44명 중 절반은 A코스, 나머지 절반은 B코스로 나뉘었다.
B코스 일행은 징검다리를 건너는 A코스 일행을 배웅한다.
이후 B코스 일행은 주작산 들머리인 오소재로 이동할 것이다.
개울 건너편 산은 석문산이다.
강진 만덕산으로 이어지는 산으로서 저기 또한 기암괴석이 즐비한 곳이다.
소석문은 저 석문산과 덕룡산 사이의 관문이라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10시41분, B코스 일행을 뒤로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초반부터 가파른 등로를 10분 가량 치고 오른다.
이곳이 아마도 덕룡산 제1봉인 듯 싶다.
덕룡산은 8개의 봉우리로 형성되어 있고, 주봉은 제5봉인 동봉이다.
제1봉 맞은편에는 석문산이 우뚝 솟아 있다.
그 뒷편 맨 뒤로 봉긋하게 내민 산이 다산 초당이 위치한 강진 만덕산이다.
석문산 아래로 소석문이 얼핏 내려보이는데.. 차도에는 대한토 버스가 없다.
이미 떠나서 오소재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제1봉을 지나며 만나는 이정표가
소석문에서 0.35km 지났고, 동봉까지 2km 남았음을 알려준다.
선두는 다큐대장, 그 뒤로 늘하늘감사님과 사인여천대장이 따라간다.
이어지는 등로는 거칠디 거친 암릉이다.
제2봉? 제3봉? 제4봉?
험상궂은 암봉들을 쇠발굽을 밟거나, 로프에 매달리거나, 바위 위를 기거나.. 하며
유격하듯 전진한다.
오전 11시06분, 어느 개활지 암봉에 오르니
남쪽으로 강진만, 강진만을 둘러싸고 있는 고금도, 신지도, 그리고 완도 상왕산도 관측된다.
서쪽으로는
앞으로 가야할 덕룡산 동봉(제5봉), 서봉(제6봉)이 시야에 들어오지만..
아직 까마득하다.
계속해서 전진..
붉은 진달래가 산객의 거친 발걸음에 제동을 건다.
다시 맞이하는 개활지..
남동쪽으로 고흥 천관산이 존재를 드러낸다. 저 너머에 득량만이 넘실거리리라..
오전 11시28분, 북쪽으로 눈길을 잡는 하늘금이 있다.
해남 흑석산, 그리고 강진 서기산 너머 해남 월출산이 존재를 드러낸다. 오호!
바로 앞에 보이는 저수지는 지도에 석문저수지로 나오지만,
여러 자료에는 '봉황저수지'로 표시되어 있어 혼돈스럽다.
오전 11시36분, 계속해서 까탈스런 암릉을 끝없이 넘는다.
아마 여기는 제5봉인 동봉으로 가는 암릉인 듯 싶다.
오전 11시41분, 전방에 카리스마 쩌는 암봉이 나타난다.
덕룡산 동봉(제5봉)으로 가는 길목에서 바라본 것으로 아마도 서봉(제6봉)인 듯 싶다.
그 즈음부터 산행에 정체가 심해진다.
주작-덕룡의 진달래 시즌에 맞춰 전국의 산객들이 찾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가고 싶은 페이스가 있어 성이 차지 않지만.. 엎어진 김에 쉰다고..
느긋하게 주위 풀, 나무, 바위, 산, 바다, 사람 등등을 살펴보니 이 시간 또한 소중하다.
오후 12시01분, 덕룡산 제5봉인 동봉에 오른다.
소석문으로부터 2시간 20분 소요되었다.
소석문 고도는 70m이고, 동봉 고도는 420m이니, 고도차는 350m미터이다.
고도차에 비해 소요시간이 길다는 것은 등로가 무쟈게 험했음을 정량적으로 가늠케 해준다.
제5봉(동봉)에서 제6봉(서봉)으로 이어지는 등로는 낭떠러지다.
철심을 밟거나 로프에 매달려 내려가다보니 산객들 정체가 극심해진다.
그 즈음 북쪽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흑석산-가학산-별뫼산 능선. 다시 가고픈 산이다.
조금 더 전진하니
덕룡산 제6봉인 서봉이 날카로운 전신 비주얼을 드러낸다.
오후 12시14분, 서봉에 진입할 즈음 되돌아 보니
동봉 뒷편으로 강진의 만덕산, 석문산이 도열해 있다.
서봉으로 가는 길도 만만찮다.
끝없이 암벽을 타고 오른다.
오후 12시27분, 서봉 정상에 오른다.
정상석 너머 북쪽에는 흑석산, 서기산, 월출산이 하늘금을 긋고 있고
만대산 앞자락에 펼쳐진 해남 옥천면 일대의 전답은 평화롭고 풍요로워 보인다.
서쪽으로 앞으로 가야할 능선이 펼쳐진다.
마치 공룡이 등짝과 꼬리를 휘두르고 있는 형상이다.
저 두 봉우리를 넘은 뒤
주작산 덕룡봉에서 작천소령으로 내려갔다가
왼편에 보이는 남주작산을 거쳐 휴양림으로 하산할 예정이다.
우측으로는 주작산 첨봉이 북쪽으로 뻗어간다. 땅끝기맥이다.
땅끝기맥은 호남정맥 국사봉(화순)에서 분기하여
월출산, 주작산, 두륜산을 지나 해남 달마산으로 뻗어내려가는 도상거리 123km의 산줄기다.
첨봉 너머로 진도 첨찰산도 관측된다. 그 주변이 서해바다인가보다.
서봉에서 하산하는 길도 정체가 극심하다.
제7봉으로 향하는 능선은 진달래가 붉게 물들여놓았다.
참으로 아름답다. 다큐대장이 저 부근에 점심식사 자리를 잡겠다고 한다.
오후 12시38분, 산기슭에 자리잡고 영양떡과 호박설기로 한 끼를 때운다.
목 메임은 사이다로 풀어준다. 딱 좋다.^^
오후 12시45분, 산행을 재개하여 제7봉으로 향한다.
제7봉은 영락없는 공룡 등짝이다.
오후 12시55분, 작천소령이 3.52km 남았음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지나고..
다시 암벽 타기..
오후 1시02분, 제7봉 정상에 오른다.
바로 앞에 덕룡산의 마지막 봉우리인 상봉(제8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뒷편으로 주작산 능선이 시작된다.
주작산 최고봉은 덕룡봉이다. 덕룡산과 인접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인 듯 싶다.
주작산 뒤에는 두륜산 최고봉인 가련봉도 위봉/고계봉과 함께 하늘금을 긋고 있다.
제7봉에서 내려와 되돌아보는 하산로.. 아찔하다.
이제 제8봉(상봉)으로 향한다.
이곳이야 말로 꽃단장을 해 놓은 등로다.
암릉 위에 눈에 익은 바위가 나타난다.
투구바위다.
ET 바위라고도 부른다.
오래전에 보았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을 정도로 독특한 형상의 바위다.
오후 1시17분, 수양마을 갈림길을 지난다.
갈림길에 자리잡은 아이스크림 장사가 성업중이다.
이곳에서 하산하는 산객이 많아서 그런지 이후부터는 등로가 한갓져진다.
주작산 덕룡봉으로 이르는 능선은 덕룡산 구간과 다르게 부드러워 보인다.
바로 앞에 보이는 425봉은
북쪽에서 월출산을 지나온 땅끝기맥이 첨봉을 거쳐 주작산에 접하는 지점이다.
즉 땅끝기맥이 저곳을 지나 주작산-두륜산-달마산으로 이어진다.
425봉에 이르는 길은 꽃밭 같다.
오후 1시28분, 이정표가 소석문에서 4.6km 지나왔음을 알려준다.
오후 1시32분, 425봉에 올라서니 주작산 덕룡봉이 저 만치 다가왔다.
주작산 덕룡봉으로 향하는 길..
남주작산 우측으로 완도 상왕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3주전에 다녀온 산행지인지라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조금 더 전진하다.. 오던 길을 되돌아보면..
덕룡산 서봉과 동봉이 어느덧 저 멀리 물러났다.
오후 1시49분, 주작산 덕룡봉에 오른다.
조망 Time.
동쪽부터 남쪽으로
장흥 천관산, 남동쪽으로 남주작산, 남쪽으로 상왕산..
남동쪽에서 남서쪽으로
남주작산, 주작산 용아봉, 두륜산 가련봉..
서쪽에서 북쪽으로
진도 첨찰산, 해남 금강산, 흑석산, 월출산..
북쪽에서 동쪽으로
흑석산, 월출산, 장흥 제암산, 천관산..
가시거리가 좋진 않지만 사방으로 막힘 없는 조망에 만족한다.
오후 1시52분, 작천소령으로 향한다.
작천소령 너머 주작산 공룡능선이 시강한다.
B코스 산우들이 저곳을 넘어오고 있을텐데.. 어디쯤 지나오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작천소령이 다가오고..
고도를 낮출수록 주작산 공룡능선의 등짝이 날카롭게 날을 세운다.
도중에 각시붓꽃을 만나
모처럼 땅바닥에 몸을 누여 마주하며 이름을 불러준다. "각시붓꽃 안뇽?^^"
오후 2시02분, 작천소령에 도착하니
다큐대장이 표식지를 깔고 있다.
A코스는 직진하여 남주작산으로, B코스는 여기서 하산하여 휴양림으로..
오후 2시09분, 남주작산 갈림길에 오른다.
작천소령에서 5분 남짓 소요되었다.
B코스 일행의 진행상황이 다큐대장 무전기로 흘러나온다.
B코스 선두는 다큐대장의 어부인인 초롱대장이다.
그 일행이 이곳에 도착하려면 아직 10여분 더 소요될 것 같다며, 필자에게 먼저 가라고 한다.
좀 더 기다리려다가
선두대장의 권유를 받잡고 홀로 남주작산을 향하여 출발한다. (오후 2시15분)
야트막한 암봉을 올라서니
전방에 남주작산 정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고..
임도를 가로질러 숲속으로 다시 들어가니
완만한 흙길이 시작된다. 발맛은 좋다만은..
숲은 참나무가 우점종이 되다보니 아직 삭막하다.
오후 2시37분, 진달래가 살짝 핀 자그마한 암봉에 이르러..
바위 위에 올라서니.. 비로소 보고 싶었던 조망이 펼쳐진다.
작천소령을 중심으로
왼편은 ' 붉은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펼친 모습'이라 하는 주작산 능선
오른편은 공룡이 등짝과 꼬리를 휘두르는 형상이라는 덕룡산 능선이 펼쳐진다.
덕룡산 제1봉으로부터 제8봉까지 각 봉우리들이 빠짐없이 관측된다.
동쪽으로는 장흥 제암산, 천관산도 뚜렷한 하늘금을 긋고 있다.
발치 아래에는 주작산 자연휴양림이 시야에 들어온다.
동그라미 표시한 곳이 주차장인 듯 싶다.
땡겨서 보니..
대한토 버스가 얼핏 보이는 것 같다.
오후 2시45분, 남주작산 정상에 오른다.
주변 조망은 없다. 좀 전 암봉에서 본 것이 전부다.
하산 중에 금붓꽃을 만난다.
혹시나 멸종위기종인 '노란붓꽃' 아닐까 싶어..
온몸을 낮추어서 꽃잎을 가까이 마주하며 살펴보니..
꽃줄기에 꽃이 하나만 피고, 꽃잎 뒷면에 붉은갈색이 보인다. '금붓꽃'이 맞는 듯 싶다.
'노란붓꽃'은 꽃줄기에 꽃이 2개 피고, 꽃잎 뒷면도 노란색이라 한다.
'수리딸기'도 만난다.
우리나라 남부지역에 주로 자생하는 장미과의 낙엽관목이다.
순백의 꽃잎 속에 수술이 원뿔처럼 오무리고 있는 것이 독특하다.
이후 휴양림 숲길을 따라 하산..
오후 3시15분, 주작산 자연휴양림 제4주차장에 도착한다.
산행거리 11.59km에 4시간 39분 소요되었다.
덕룡산 8개 봉우리를 유격하듯 넘어섰지만,
기기묘묘한 암릉과 진달래가 어우러진 풍광은 아직도 눈에 선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