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동천변에서 점심산책을 하던 중
국립중앙과학관 주차장 옆에 조성된 자연생태학습원에 들어서니
자그마한 나무 한 그루가 노란 꽃을 대롱대롱 매달고 반겨준다. '히어리'다.
히어리(Corylopsis gotoana var. coreana)는
이른 봄에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조록나무과 낙엽관목으로 한국 고유 특산종이다.
일제강점기인 1924년 조계산 송광사 인근에서 처음 발견하여
'송광납판화'라는 이름으로 최초 등록되었다고 한다.
식물분류학 대가인 서울대 이창복 교수는 1960년대 초 전남지역 식물조사 중
마을 주민들이 노랫가락으로 흥얼거리는
‘뒷동산 히어리에 단풍들면 우리네 한 해 살림도 끝이로구나’ 라는 가사에 주목하여
가사 속 ‘히어리’ 가 무언지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송광납판화'를 가리켰다고 하다.
그렇잖아도 딱딱한 한자 이름이 못마땅했던 이 교수는
이 나무에 ‘히어리’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고 학회에 보고했다고 한다.
히어리라는 이름은 순수한 우리 말로서 세 가지 설이 전해진다.
설1. 순천지방에 이 나무가 십오리(十五里)마다 있다 해서 '시오리>시어리>히어리'가 되었다는..
설2. 꽃잎이 얇아서 빛을 받으면 희어진다 해서 '하야리>허여리>히어리'가 되었다는..
설3. 이른 봄에 꽃이 피기 때문에 '한 해를 연다'는 뜻이 '해열이>해여리>히어리'로 변했다는..것인데
어느 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이중 설1이 가장 설득력 있다고 한다.
이른 봄인 3~4월에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데,
초롱 모양의 작은 연노란색 꽃이 8 ~ 12개가 모여 달려 밑으로 늘어진다.
원뿔모양의 꽃차례라고는 하나 꽃대 길이가 짧아 이삭처럼 밑으로 늘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꽃이 다 피어도 꽃잎은 반쯤 벌어진 상태로 있으며,
안에서 보라색 꽃밥을 다소곳이 내밀고 있는 모습이 소박하고 정겹다
꽃 하나는 5장의 꽃잎과 다갈색 암수술로 이루어져 있다.
2005년부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분류되어 보호받아 왔으나,
꾸준한 자생지 보전과 현지 복원, 서식지외 보전 등 다양한 노력이 더해져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2012년부터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되었다고 한다.
히어리는 지리산의 깃대종 식물이다.
주요 자생지가 순천 조계산, 광양 백운산, 구례 지리산 일대의 남부지방이지만,
경기도 수원 근교의 광교산과 강원도 백운산에서도 이 나무의 군락지가 발견되어,
이 나무의 자생 북방한계선을 중부지방으로 보게 되었다고 한다.
꽃말은 '봄의 노래'라고 한다.
비 내리는 탄동천변에 봄 노래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