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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 화순 백아산 (2024.3.09)

by 청려장 2024. 3. 12.

2024년3월09일(토)

대한토 산우들과 함께 화순 백아산으로 간다.

 

백아산(白鵝山, 810mm)

“흰(白) 거위(鵝)들이 산을 향해 올라가고 있는 듯하다”하여 이름 지어진

전남 화순군 북면에 자리잡고 있는, 산세가 아담하지만 아름답고 조망이 빼어난 산이다.

산릉이나 산비탈에 석회암으로 된 하얗고 미끈한 바위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으며,

그 중 여러 암봉이 보기에 따라서는 흰 거위와 같은 동물의 모양을 하고 있다.

 

이곳은 여순 사건 및 한국전쟁 당시 사단급 규모의 빨치산 전남지역 총사령부가 주둔하여

부근 지역에 병기공장을 건립하고, 노치 동화석골에 진지를 구축하여 활동하다가

1년 이상이나 교전(마당바위 부근)을 치루던 끝에

오키나와 미공군 전폭기의 지원을 받은 군경합동작전에 의해 소탕되었다고 한다.

매년 5월초 백아산 철쭉제 중 위령제를 올리며 당시 희생된 수많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이 산은 2011월5월7일 필자가 우리 산우들을 이끌고 다녀왔던 곳이다.

당시엔 하늘다리가 없어서 덕고개에서 막바로 마당바위로 올라갔었는데..

2013년 하늘다리가 설치된 뒤에는

백아산관광목장에서 능선을 타고 올라 하늘다리를 넘어서 마당바위로 향하는 것이 일반적인 산행인 듯 싶다.

 

금일 산행코스는 

백아산광광목장-하늘다리-마당바위-천불봉-백아산-745봉-백아산 휴양림[8km/4시간30분]으로 계획되었다.

산행주관은 사인여천대장이다. 지난 주 보령 성주산에 이어 금주 산행까지 2주 연속 산행 안내를 하는 것이다.

대장님의 노고과 헌신에 고마울 따름이다. 

 

오전 10시경, 대한토 버스가 백아산관광목장에 도착한다.

백아산관광목장 본관건물

 

오전 10시07분, 단체사진을 찍은 뒤 산행을 시작한다.

본관건물 사이로 이어지는 통로를 따라 산길을 찾아가니 하늘다리가 시강한다. 어서오라 하며..

 

곧이어 산행들머리 갈림길에 이른다.

 

갈림길 오른쪽은 마당바위로 직접 오르는 길이고

왼쪽은 하늘다리로 향하는 길이다.

 

갈림길에서 왼편으로 접어드니

완만하던 등로가 고도를 높일수록 점점 가팔라진다.

10분 가량 오르니 등로 왼편으로 묘한 형상의 괴암이 나타난다. 주관대장이 산행안내하며 알려준 "각시바위"다.

사인대장 왈, 왠지 오른 쪽 신랑 바위가 왼쪽 각시를 엄하게 다루는 장면 같다는데.. 그럴 듯 하다.^^

 

오전10시24분, 거대 암괴지대를 지날 즈음..

 

천연동굴이 나타난다.

 

동굴 안에 고여있는 물은 의외로 맑다.

 

그 부근에서 만난 길마가지나무 꽃.

이른 봄에 잎이 나기 전에 피는 연노랑 꽃.. 노란 꽃밥이 발레리나의 토슈즈(toeshoes) 닮았다.

노란 토슈즈를 만났으니..

빨간 토슈즈를 신은 올괴불나무 꽃도 더불어 만나고 싶어진다.

길마가지나무 꽃 - 노란 토슈즈(toeshoes)

 

오전 10시34분, 지능선상에 올라선다.

이정표는 목장으로부터 1.3km 올라왔고, 하늘다리까지는 0.7km, 백아산 정상은 1.9km 남았음을 알려준다.

 

이어지는 능선길은 완만하여 다소 편안해진다.

 

선두대장의 부지런한 발걸음에 맞춰 20분 가량 오르니..

 

오전 10시43분, 조망이 활짝 펼쳐지는 개활지가 나온다.

동쪽으로 남원 고리봉과 곡성 동악산, 멀리 구례 만복대-노고단이 시야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광주 무등산이 안양산과 별산을 거느리며 모습을 드러낸다.

 

곧이어 하늘다리를 만난다.

 

하늘다리는 2013년 설치되었고,

해발고 720m, 지상고 41m, 길이 66m이며, 150명이 동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하늘다리라는 이름은

한국전쟁 당시 마당바위에서 벌어진 동족상잔 혈전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의미로 지어졌다고 한다.

 

하늘다리 건너 왼편에는 전투가 가장 치열했던 마당바위 아래 철쭉 군락지가 보인다.

그곳에 제단을 설치하여 매년 5월 철쭉제 중에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동쪽으로는 남원 고리봉-곡성동악산이 좀 더 뚜렷한 윤곽으로 시야에 들어오고..

그 오른편 구례 만복대-노고단 라인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흐릿한 하늘금이 왕시리봉임을 깨닫는다. 오호~^^

 

오전 11시, 마당바위에 내려선다.

 

마당바위

 

전망 좋은 곳에 올라서니.. 전방에 모후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모후산(919m)은 광양 백운산, 광주 무등산에 이어 전남에서 세번째로 높은 산으로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왕비의 태후를 모시고 내려와 가궁을 짓고 1년 남짓 머물렀다 한다.

그리하여 '임금의 어머니'라는 뜻으로 모후산(母后山)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오전 11시05분, 마당바위에서 철쭉 군락지로 내려간다.

마당바위에서 철쭉군락지로 하산 [출처: 에이스님 사진첩]

 

철쭉 군락지를 지나며, 그 한 가운데 위치한 위령제단을 바라보니..

2011년 5월 이곳을 지나던 중 목격한 위령제가 떠오른다.

경건한 분위기였지만, 떡을 얻어먹고 좋아하던 산우의 모습도 어렴풋 기억난다.  

 

철쭉 군락지 오른편으로 이어지는 너럭바위 등로를 타고 5분 가량 오르니..

고개마루 왼편 암벽에 '천불봉(757m)'이 암각되어 있다.

비좁은 정상에 산객이 붐비고 있기에 사진 한장만 찍고서 지나간다.

천불봉

 

오전 11시24분, 적당히 양지바른 곳에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필자는 율리아표 약밥 한덩어리로 해결한다. 적당히 맛 좋고 적당히 허기도 채울 수 있어 딱 좋다.

 

오전 11시30분, 점심식사후 산행 재개..

 

어느 산객이 강아지와 함께 걷고 있다. 견종이 말티즈 같은데..

하얀 털로 뒤덮인 몸뚱이가 뽀샤시하고 이쁘며, 발걸음도 가볍게 잘 걷는다.

반려인의 사랑을 듬뿍 받은 듯 싶다. 

 

오전 11시40분, 백아산 정상에 오른다.

 

가시거리가 좋은 날은 아니지만..

정상에서의 조망은 일품이다.

가만 살펴보니 동남방향으로 광양 백운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오호~

 

남쪽으로 순천 조계산도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모후산, 무등산.. 존재감 쩐다. 

 

5분 가량 조망을 만끽한 뒤.. 남은 산길을 향하여 출발한다.

전방 765봉을 지나 745봉에서 암릉을 타고 휴양림으로 하산하는 것이 오늘 마지막 코스이다.

 

오전 11시50분, 거북바위를 만난다.

거북이가 상체를 들고 앉아 있는 형상? 좀 억지스럽긴 하다.

실은 필자가 13년전 처음 만났을 때 지어준 이름이다.^^

거북바위

 

12시 정각 즈음에 산불초소를 지난다.

 

곧이어 765봉을 지나고..

 

오후 12시10분경, 725봉을 지나니..

725봉

 

조망 좋은 곳을 다시 만난다.

되돌아 보니, 765봉이 어느덧 저만치 물러나 있다.

 

동쪽으로 지리산 주능선에서 남쪽으로 뻗어내리는 왕시리봉이 뚜렷하게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백양 백운산의 막내인 억불봉도 희미하나마 뾰족 머리를 내밀며 존재를 알리고 있다.

 

오후 12시27분, 745봉 아래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은 백아산 휴양림 0.9km, 오른쪽은 백아산휴양림(1호산막) 2.0km이다.

산행 안내는 우측으로 하산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트랭글로 확인한 바로도 예전 두 번의 산행에서도 우측으로 하산했었기에 우측 능선길을 선택하여 하산한다.

 

능선 하산 길.. 만만찮다.

최근 산객이 많이 다니지 않은 듯.. 낙엽이 수북하여 발걸음이 편치 않다.

745봉에서 하산 [출처: 창도르님 사진첩]

 

이어지는 암릉도 까칠하다.

 

그런데..

암릉 위에서 능선을 살피던 중 발견한 시커먼 생명체.. 꽤 덩치가 크다.

잽싸게 사진 한방 찍고 다시 살펴보니 없다.

양지바른 바위에서 노닐다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어느새 사라진 것이다.

 

다행히 윗 사진의 녹색 원 속에 티미하나마 모습이 잡혔는데..

산양인지.. 산염소인지.. 잘 모르겠다.

염소라 하기엔 덩치가 꽤 크기에 산양이라 우기긴 했지만..

솔찍히 잘 모르겠고.. 가파른 암릉에서 살고 있는 저 생명체에게 안녕을 빌어주고 싶다. 

산양? 산염소?

 

계속해서 암릉길을 하산한다.

 

군데 군데 설치된 로프에 의지하며 조심스럽게 하산한다.

출처: 산도르님 사진첩

 

오후 12시51분, 까탈스런 암릉을 벗어날 즈음 되돌아보니.. 

지나온 암릉의 카리스마가 쩐다. 저 길을 내려왔단 말이쥐?

 

오후 1시03분, 완만해진 등로에 접어들고..

 

오후 1시11분, 휴양림 주차장에 도착한다.

 

휴양림 주차장에서 올려보는 암릉..

스릴넘친 산행이었음을 뒤늦게 나마 느껴본다.

 

산행거리 7.25m에 3시간10분 소요되었다.

동족상잔의 현장을 지나며 비감했지만, 시원한 조망과 멋진 암릉은 일품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