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12월16일(토)
대한토 산우와 함께 정기산행겸 종산제를 지내기 위해 천안 광덕산으로 간다.
광덕산(廣德山, 699m)은 천안과 아산의 경계에 위치하며
맑은 계곡과 부드럽고 유연한 산세를 자랑하는 산으로서
예로부터 광대하고 풍후하여 덕이 있는 산이라 하여 광덕산이라 이름지어졌다고 한다.
오전 9시05분, 광덕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언제부턴가 점점 굵어진 눈이 찬 바람에 흩날려 내려온다.
총무들이 정성껏 준비한 산신제물을 산우들이 분담하여 짊어진 뒤..
단체사진 찍은 후..
오전 9시08분, 산행 시작..
산행코스는 광덕사-광덕산-장군바위-김부용묘-광덕사 (8km/5시간)로 계획하였다.
주관대장은 바른길대장이다.
곧이어 광덕사 일주문을 만난다.
그런데 현판에 "태화산광덕사"로 써 있다.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산맥의 흐름상 이웃에 있는 태화산이 광덕산의 모산(母山)이기 때문이라는 설(說)
광덕산의 옛이름이 태화산(泰華山)이라는 설(說).. 두 가지가 나오는데 무엇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다.
조금 더 오르니 노거수(老巨樹)가 눈길을 잡는다.
수고가 20미터가 넘는 느티나무로서 수령이 480년 가량 된다고 한다.
노익장이지만 여전히 왕성하게 성장하며 위세를 느높이고 있는 듯 싶다.
오전 9시21분, 목계단을 만난다.
흩날리듯 떨어지는 눈은 어느덧 산길을 하얗게 덧씌우고 있다.
오전 9시30분, 568계단을 올라 쉼터에 이른다.
쉼터 한켠에 세워진 碑에 마치맞게 '산악인의 선서'가 새겨져 있다.
종산제가 수석대장과 산우들의 '산악인의 선서' 선창/복창부터 시작되니 이보다 좋은 장소가 없을 듯 싶다.
금년부터는 종산제를 약식으로 올리기로 하였기에
주과포(酒果脯)만 진설하려 했는데, 총무님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술, 과일, 포 외에도 나물, 전, 떡, 수육까지 완전한 제수 상차림이 마련되었다.
20여분 동안, 필자의 진행에 따라 제례의식을 치룬 뒤..
10여분 동안, 음식을 나눠 먹은 후..
오전 10시33분, 바른길 대장을 쫓아 제법 두터워진 눈길을 밟으며 산행을 재개한다.
오전 11시01분, 광덕산 정상에 오른다.
산 정상의 나무들..
눈이 부시도록 하얀 눈꽃으로 데코레이션 되었다. 밤 사이 상고대를 맞은 모양이다.
A코스 선두 일행 인증샷..
오전 11시07분, 아이젠을 착용한 뒤 장군바위를 향하여 출발한다.
나뭇가지에 켜켜 쌓인 상고대..
겨울 날 가장 서늘하고 깨끗하게 피어나는 눈꽃.. 아름답다.
어느새 눈꽃이 피는 계절이 찾아왔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등로에는 오가는 산객이 드물다.
오전 11시28분, 장군바위 삼거리에 이른다.
김부용묘를 거쳐 하산하려면 이곳에서 직진하여야 한다.
우측 길은 박씨샘 약수터를 거쳐 내려가는 길로서 길이 다소 험하여 눈이 내린 오늘 같은 날은 편치 않은 길일 것 같다.
오전 11시20분, 김부용묘를 향하여 하산한다.
등로는 하얀 눈이 한꺼풀 더 덮혀있고, 눈보라는 더욱 드세어진다.
오가는 산객이 드물다보니, 등로가 때 묻지 않은 신상 눈으로 도포되고 있다.
네 사네의 발걸음이 그 순결한 하얀 눈길에 거칠은 족적을 남긴다.
오전 11시44분, 부용묘가 1,293m 남았음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지난다.
낙엽과 눈이 결합된 눈덩이가 아이젠에 들러붙곤 한다.
나무 밑둥이를 툭툭 차며 털어내지만 얼마 가지 못해 등산화 밑바닥에 2층 눈탑이 생긴다.
눈이 신상인지라 접착력이 좋은 모양이다.
나무 벤치를 지나고..
오후 12시02분, 광덕사가 800미터 남았음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지난다.
이제 등로는 한결 편안해진다.
곧이어 나타나는 대나무숲..
하양으로 데코된 푸르른 댓잎이 몽환적인 그림을 연출하고 있다.
대숲 사이로 살짝 보이는 저 너머가..
다른 세상으로 향하는 길로 보인다.
오후 12시06분, 등로 왼편 목계단을 타고 올라 김부용묘로 간다.
운초 김부용(雲楚 金芙蓉, 1820~1869)은
오강루 문집 등 한시 350여 수를 남긴 여인으로 허난설헌, 신사임당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여류 시인이다.
양반 출신이나 6세 때 부모를 잃고 퇴기의 양녀로 들어가 가무와 한시를 익혔으며
연쳔 김이양 평양 감사와 만나 시인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한 이력 때문에 황진이, 매창과 함께 조선의 3대 시기(詩妓)로 꼽히기도 한다.
惜春(석춘) "가는 봄을 아쉬워하며"
孤鶯啼歇 雨絲료(고앵제헐 우사료) 외로운 꾀꼴새 울기를 그치고 실비는 비껴 내리는데
窓掩黃昏 暖碧紗(창엄황혼 난벼사) 저녁노을이 창에 덮이자 푸른 비단이 따뜻해라
無計留春 春己老(무계유춘 춘기로) 가는 봄 붙잡아 둘 계책이 전혀 없으니
玉瓶聯挿 假梅花(옥병련삽 가매화) 꽃병에다가 매화나 꽂아 두어야겠네
오후 12시16분, 광덕사 산신각을 지나고..
오후 12시25분, 광덕사 본당을 지나..
오후 12시25분, 주차장으로 복귀한다.
산행거리 7.58km에 산행시간 3시간20분 소요되었다. (종산제 및 식사 시간 30분 포함)
쫑..
송년회와 송송송~년회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서대전네거리역 개찰구 앞에 대형 거울이 있다.
그 앞에서 한 사네가 무심코 거울 속 사네를 바라본다.
어느 덧 계절이 바뀌어 한 겨울. 또 한 해가 넘어가는데..
휙휙 지나는 시절 붙잡을 계책이 없어
나는 꽃병에 무엇을 꽂아두어야 할까나 고심해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