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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 거금도 적대봉/연홍도 (2023.11.18)

by 청려장 2023. 11. 20.

2023년11월18일(토)

대한토 산우들과 함께 거금도 적대봉/연홍도에 간다. 

오늘은 82명이 참가하여 차량 2대에 편승하여 이동하게 되었다.

참가자가 몰린 것은 물론 산행지가 좋기 때문이겠지만, 

현진아빠회장의 400회 산행을 축하하기 위한 마음이 많이 모였기 때문일 것이다.

 

거금도(居金島)는 전남 고흥군 금산면에 위치한 거대한 낙타 모양의 섬으로 
원래 우리나라의 섬 가운데 열 번째로 큰 섬이며, 전설의 프로레슬러 김일의 고향이기도 하다.  
조선시대에는 큰 금맥이 있는 섬이라 하여 거억금도(居億金島)로 불렸었다고 한다.

 

적대봉(積台峰)은 고흥군에서 팔영산 다음으로 높은 해발 592m의 산으로, 
거금도 한 가운데 솟아 있어 마치 바다에 떠 있는 고래등 같은 모습이다.
펑퍼짐한 산세와 달리 전망이 매우 뛰어나
바다 건너 북쪽으로 천등산·마복산, 서쪽으로 천관산과 마주본다. 
정상에는 왜적 침입 등 비상사태를 전달해 주던 조선시대 봉수대가 남아있고, 
산 기슭에는 조선시대에 목장성(牧場城)을 쌓아 말 116마리를 키웠던 세납(稅納) 목장이 있었다.

 

산행코스는 동정마을-금산정사-적대봉-마당목재-파성재(약 6km/3시간)로 계획하였다.

 

오전11시15분, 거금도 금산면 석정리 동정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동정(桐井)은 마을 앞 큰 둠벙에 오동나무가 많고

그 부근에 바위샘이 있다하여 지어진 마을 이름이라 한다.

 

마을 노인회관 건물에 눈길을 끄는 노거수가 있다.

 

수령 310년인 팽나무로서, 동정마을의 상징물이라 한다.

굵고 틈실한 가지는 아직 몇 곱절 더 살 것 같은 정정한 기운이 느껴진다.

마을을 굽어 살피면서..

오전 11시24분, 댐이 나타나고..

 

곧이어 저수지를 지나고..

 

그 부근에서 멀구슬나무를 만난다.

멀구슬나무는 낙엽활엽 큰 키나무로서 우리나라 전남, 경남, 제주도 등에 분포하는 남부지역 수종이다.

지난해 제주도 라이딩 중 특이한 모양의 가로수가 있기에 자전거를 멈추고 살펴보니 이 멀구슬 나무였었다.

대전에서는 한밭수목원 밀원식물 구역에 식재되어 있다.

 

멀구슬나무는 5월 경에 연한 청자색 꽃이 잎겨드랑이에 원추꽃차례로 피고

9월경에 황갈색 핵과 열매가 맺힌다. 열매는 주로 약재로 활용되지만, 염주로도 쓰인다고 한다.

멀구슬

오전 11시32분, 본격적으로 산기슭에 스며든다.

등로는 비교적 완만한 흙길이 이어지고..

오전 11시52분, 능선 안부에 올라서니 시야가 트이기 시작한다.

서쪽으로 오늘 우리가 지나온 거금대교가 보인다. 소록도와 녹동항 너머로 득량만도 관측된다.

득량만을 서쪽 끝에서 감싸는 장흥 천관산도 흐릿하나마 하늘금을 긋고 있다.

 

조금 더 올라 동쪽을 바라보니

고흥반도의 천등산, 마복산, 그리고 멀리 외나로도까지 관측된다.

당시 마복산이 팔영산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구글지도를 열심히 돌려보았더니 아니다.

팔영산은 천등산 바로 우측 뒷편에 위치하는데 구름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능선길은 완만하고 편안하게 이어진다.

등로 낙엽 속에는 열매들이 떨어져 있다.

 

열매 모양과 배열을 살펴보니 팥배나무 열매인 듯 싶다.

 

곧이어 만나는 묘한 형태의 열매..

열매(씨앗)가 다 날아가고 몇 가닥만 남아 있는.. 결실을 마친 으아리인 듯 싶다.

그 모양이 수염 휘날리는 머털도사 같다.

산 정상에 다가갈 즈음 눈 흔적을 만난다.

간밤엔 이곳에도 눈이 내렸나보다. 내륙지방엔 눈이 꽤 내렸지만, 남쪽 섬에서도 만날 줄은 예상 못했다.

다시 조망이 좋아지기에 동쪽을 바라보니

외나로도 하늘금이 한층 뚜렷해졌다.

예전 가족 여행 중 저곳 우주센터를 방문한 뒤 그 뒷산인 봉래산을 올랐던 기억이 난다.

조망이야 물론 좋았었겠지만, 편백나무 숲 공기가 좋았던 기억이 더 많이 떠오른다. 

 

정상이 보일 즈음..

능선길은 이끼낀 암반이나 바위 위로 이어진다. 

 

오후 12시17분, 매마위를 만난다.

 

그 부근에서 바라보는 남쪽 바다.

고흥군에 속하는 시산도와 준도, 여수시에 속하는 초도가 관측된다.

산기슭 아래는 오천항이다. 

 

이제 정상이 가까이 다가온다.

 

오후 12시23분, 적대봉 정상에 오른다.

 

정상은 석축으로 둘러쌓여 있다.

조선시대 군사목적으로 세워진 봉수대(烽燧坮)로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유적지라 한다.

 

봉수대에서의 북쪽 조망..

서-북서쪽. 소록도, 득량도, 보성 일림산..

 

북-북동쪽. 고흥 천등산, 마복산, 외나로도..

 

봉수대에서 내려오니

이정표가 들머리인 동정마을은 2km, 날머리인 파성재는 3.6km 거리임을 알려준다. 

봉수대 아래에도 별도의 번듯한 정상석이 마련되어 있다.

 

그곳에서 남쪽 조망..

동-남동쪽. 고흥 마복산, 외나로도, 지죽도..

 

남동-남쪽.

여수시의 소거문도, 손죽도, 초도, 그리고 고흥군 시산도와 준도..

남서쪽.

평일도와 생일도.. 그리고 멀리 청산도도 어렴풋 관측된다.

 

서쪽.

금당도 오봉산, 그 앞에 오늘 트래킹할 연홍도도 관측된다.

 

오후 12시53분, 마당목재를 향하여 하산..

점심식사는 봉수대 석축 아래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 자리잡고 하였다.

 

전방에 이어지는 능선은 535m봉에서 오천항으로 떨어진다.

우리산악회와 함께 지난 2012년에 산행할 당시에는 저 코스로 하산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마당목재로 내려가는 등로는 완만하고 편안하여.. 발맛이 넘 좋다.

 

도중에 만난 노박덩굴 열매..

노란 껍질이 벗겨지면 과육과 씨앗을 담은 빨간 속살이 나온다.

씨앗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새를 유혹하는 것이다. 

 

오후 1시07분, 마당목재를 지나고..

 

파상재를 향해 하산..

도중에 만난 청미래덩굴 열매가 꽤 알차다.

 

낙엽 한켠에 피어있는 앙상한 꽃도 만난다.
향유(香薷)의 한 종류인 '꽃향유'인 것 같은데.. 체구가 넘 작아..
사촌들을 찾아보니 '애기향유'라는 것이 있는데.. 확실히는 잘 모르겠다.

이어서 만난 꽃고사..

일반 고사리와 달리 잎 뒤에 포자를 달지 않고

포자낭이 저와 같이 꽃대처럼 별도로 자라나서 포자를 달고 있는 식생이다. 

 

오후 1시15분, 소원탑을 지난다.

옆에 "등산으로 흘린 땀, 건강으로 보답한다"라 쓰여진 팻말이 있다.

고흥군 보건소에서 센스 좋게 써 놓았다.^^

 

적대봉생태길을 따라 하산..

 

발맛 좋은 길이다.

마삭줄은 나무를 타고 오르며, 단정한 문양을 그리고 있다.

돈나무는 구슬같은 열매를 맺어 놓았다.

완전히 익으면 셋으로 갈라져 끈적끈적하고 빨간 씨가 얼굴을 내미는데..

이 또한 곤충을 유혹하기 위한 변신일 것이다. 

 

날머리 직전 겹동백도 만난다.

빨간색 겹동백.. 화려하고 곱다.

흰색 겹동백도 있다. 

고결하고 곱다.

오후 1시32분, 파상재에 당도하여 산행을 마친다.

파상재

 

산행거리 5.88km에 2시간18분 소요되었다.

파상재 주차장에서 몸 단장을 한 뒤에도

후미가 오려면 적어도 40분을 기다려야 한다기에..

선두와 중간 일행은 도보로 신양선착장을 향하여 걷기 시작한다.

신양선착장까지는 7km 넘는 거리기 때문에 중간에 버스를 만나면 탑승하여 합류하는 것으로 하고.. 

 

길가에서 만난 '먼나무'. 빨간 열매를 바글바글 맺어 놓았다.

제주도에서는 가로수로 많이 만날 수 있는 나무다.

"이 나무가 뭔나무죠?"라고 물으면.. "먼나무!"라는 답이 되돌아와서..

묻는 사람을 당황스럽게 하는 나무다. 뭔나무? 먼나무! ^^

먼나무

유자나무도 노란 열매를 잔뜩 맺어놓았다.

 

그 즈음 후미를 모두 태우고 온 대한토버스(1호차)를 만나
그 편에 탑승하여 신양선착장으로 향한다.

 

오후 2시25분경, 신양선착장에 도착.. 

먼저 와 있던 2호차에 올라가 배낭을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을까 말까하며 시간을 지체하다

그냥 내려서 선착장에 되돌아와보니.. 배가 떠나버렸다. 헉!

 

현진아빠회장에게 전화하니..

5분만에 해결해준다. 떠나간 배편이 다시 돌아와서 태워준다고 한다. 흐~~ 고마우이..

 

연홍도(鳶洪島)는 넓은 바다에 떠 있는 연(鳶)과 같다하여 이름지어졌고,

지형이 말 형상 같다고 하여 마도(馬島)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폐교를 개조하여 만든 연홍미술과 마을 골목마다 예쁘게 단장된 담장 벽화와

바다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휴식 공간 같은 작은 섬이라 한다.

연홍도 전경

 

트래킹은 아르끝 숲길, 담장바닥길, 좀바끝 둘레길 등을 구석구석 돌아..

거리는 대략 4km에 2시간 소요될 것이라 한다.

 

오후 2시35분, 되돌아온 배편을 홀로 타고 연홍도에 입도한다.^^

 

초입 방파제부터 멋진 조형물이 외지인을 맞아준다.

 

길가 담장의 연홍사진 박물관..

마을에서 살거나 살았던 분들의 희노애락이 가득 담겨 있는 것 같다.

 

어릴적 우상 김일선수의 박치기 모습도 생생히 그려져 있다. 이곳이 그의 고향이라 한다.

박정희대통령이 소원이 뭐냐 하니, 내 고향에 전기가 들어오면 좋겠다고 하여..

인근 소록도보다 전기가 먼저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은 바 있다.

그 당시 그의 인기와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일화인 것 같다.

 

말 그림도 있다.

조선시대 거금도 적대봉 일대에 말을 키웠다는 이야기,

이 섬의 지형이 말 형상 같아 '마도'라고 불리기도 했다는 이야기..

그런 저런 스토리가 떠오르는 그림이다. 

 

오후 2시41분, 연홍보건진료소를 지나고..

 

방파제 인근 마을 길을 지나..

 

아르끝 숲길을 향한 갈림길로 들어선다.

 

바람결에 몸부림 치는 버들강아지도 만나고..

 

열매를 가득 맺은 사철나무도 만난다.

 

아르끝 숲  길..

'아르'는 '아래'의 방언이라 한다. 그냥 '아르끝'은 '아래 섬끝으로 가는 길'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싶다.

꽃을 피우고 있는 송악을 만난다.

늘푸른 덩굴나무로서 따뜻한 남쪽 섬 지방과 서남 해안에 자라는 수종이다.

고창 선운사 일대가 송악의 북방한계선인 것으로 알고 있다.

주홍서나물도 만난다.

이름에 나물이 붙었으니 어린 잎은 먹을 수 있는 모양이다. 확실하겐 모르겠지만..

오후 3시11분, 벽화 마을로 들어선다.

 

길 모퉁이 끝 담벼락엔 고물을 이용하여 옛 자전거인 하이휠(High-Wheel)을 형상화하였다.

하이휠(High-Wheel)은 큰 앞 바퀴와 아주 작은 뒷바퀴로 설계되어

패니파딩(Penny-Farthing)이라는 별명을 가졌었던 19세기 후반의 자전거다.

이와 같이 해양 쓰레기나 고물을 이용한 작품을 정크 아트(Junk Art)라 한다.

 

개구장이 소년 소녀도 있고..

 

 

커다마한 물고기도 있고..

 

뜻 모를 제스처의 거한도 있고..

 

바닷속엔 투명 물고기도 있다.

밀물 땐 잠겨 있다가.. 물이 빠지면서 물고기가 점점 수면으로 올라오는 형상이 된다고 한다.

작품 이름은 '은빛물고기'라 한다.

 

길가 맞은 편에는 연홍미술관이 있다.

폐교된 연홍분교장을 개조하여 미술관으로 꾸미고 2006년 개관하였다고 한다. 

전시실에 회화작품 150여점이 교체 전시된다고 한다.

 

들러보고 싶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다음을 기약하며 지나친다. 4시까지 선착장에 가야하기 때문에 발걸음을 최촉한다.

연홍미술관

 

그러던 중 현진아빠회장과 동그라미대장을 만난다.

현진아빠회장의 400회 기념촬영..

출석률 97%의 기록으로 400회를 8년여만에 달성하였으니.. 경이로울 따름이다.

 

계속해서 좀바끝 둘레길에 접어들어..

오후 3시22분, 밀양박씨 공동묘지를 지난다.

300여년 전 밀양박씨가 처음 입도하여 마을을 형성하였다고 하니, 이 섬의 선조들을 모신 곳인 듯 싶다.

 

'큰모래밭'을 지나고..

 

오후 3시33분, 좀바끝에 이르러 턴한다.

'좀바'는 '쏨뱅이'의 사투리라 한다. 섬주위에 쏨뱅이가 많이 잡혔다고 한다. 
그러니까 '좀바끝'은 '쏨뱅이가 많이 잡히는 섬 끝단'으로 이해하면 될 듯 싶다.

좀바끝

연홍선착장으로 되돌아가는 길..

득량만 저 건너편 희미한 하늘금이 눈길을 끈다. 아마도 보성 일림산일 듯 싶다. 

 

해변을 따라 가는 길..

 

물고기를 형상화한 정크아트가 그럴싸하다.

이 섬에 많이 잡혔다는 쏨뱅이를 구현한 것 아닌가 싶다.

 

오후 3시54분, 연홍선착장으로 되돌아가 섬트래킹을 마친다.

 

트래킹은 5.5km 거리에 1시간12분 소요되었다.

적대봉..

푸른 바다와 남해의 섬들을 맘껏 조망하고..

가을 맞이 생태변신을 하는 식물을 탐사할 수 있어 몸과 맘이 즐거웠다.

 

연홍도..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는 자그마한 섬에서

정크아트로 구현된 패니파딩 자전거, 쏨뱅이, 은빛물고기 등등의 예술작품들이 인상깊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