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10월7일(토)
대한토 산우와 함께 가평 운악산을 간다.
운악산(935m)은 화악산, 관악산, 감악산, 송악산과 함께 경기 5악에 꼽히는 명산으로
미륵바위, 눈썹바위, 병풍바위 등 각종 기암괴석이 즐비한 산능선,
백년 폭포, 무우폭포, 무지개 폭포 등을 품은 깊은 계곡,
신라 법흥왕 때 창건한 현등사가 있어 고요한 정취와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 한다.
필자는 운악산 산행이 세번째로서
최근은 2014년10월18일 대한토 정기산행이었고
당시 포천쪽 운악광장으로부터 산행을 시작하여 동봉-서봉-미륵바위를 거쳐 가평 두부마을로 하산한 것으로 기억된다.
금번 산행은 가평 두부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최근에 설치된 구름다리를 건넌 뒤..
미륵바위-동봉-서봉-절고개-현등사를 거쳐 가평 두부마을로 복귀하는 것으로 잡혔다.
대전시청 기준 오전 6시40분에 출발한 대한토 버스가
산행 출발지인 가평군 하판리 두부마을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35분..
수도권역부터 정체와 지체가 즐곧 이어지다보니 거의 4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오전 10시42분, 산행을 시작한다.
주관대장은 산작골님이지만, 개인 사정상 나오지 못하여
선두는 정들회장, 중간은 현진아빠 수석대장, 후미는 올인 비정규직대장 등이 맡아서 이끌고 간다.
필요할 때 채워주는 헌신적인 산우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서쪽 하늘을 바라보니 하얀 속살을 드러낸 능선이 보인다.
오늘 올라가는 눈썹바위, 운악산 동봉, 절고개의 위치가
능선이 긋고 있는 하늘금 속에서 찾아진다.
곧이어 두부마을을 지나고..
현등사 일주문쪽으로 향한다.
일주문 직전 오른쪽에 기와 담장으로 둘러쌓인 비석들이 보인다. 삼충단이다.
삼충단은 구한말 구국을 위해 힘쓴 민영환, 최익현, 조병세 등 세 충신을 기리기 위해
내시부지사 나세환, 첨지 김두환, 현등사 주지 정금명 등 가평의 유지들이 1910년에 만들어진 제단이라 한다.
민영환, 조병세 선생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유서를 남기고 자결하였고,
최익현선행은 의병을 조직하여 싸우다 체포되어 단식을 하다 1906년 대마도에서 순국하였다.
현등사 인근 계곡에는 너럭바위가 있다.
구한말 궁내부대신이었던 민영환 선생이 이 바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나라의 운명을 걱정하곤 하였다 한다.
그의 구국충정을 기리기 위해 1906년 나세환 외 12인이 이 너럭바위에 민영환(閔泳煥)이라는 글씨를 암각(巖刻)하였고,
이후 이 바위를 민영환 바위로 불리고 있다 한다.
오전 10시58분, 현등사로 향하는 길목에 목계단이 나온다.
금년 7월경에 출렁다리가 개통되었는데, 그곳으로 이어지는 계단이다.
목계단은 꽤나 길고 가파르게 이어진다.
5분 남짓 오르니 계곡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가 나타난다.
제원은 길이 210m, 폭 1.5m, 높이 50m이고, 예산은 50여억원 들었다고 한다.
출렁다리라고 하지만
그다지 출렁거림이 느껴지진 않는다. 길이가 길지 않아서 그런듯 싶다.
건너는 도중 바라보는 산자락..
동봉 정상이 기지개를 켜며 암릉을 펼쳐보인다. "어서 오시게"
오전 11시08분, 출렁다리를 건너니 눈썹바위가 400m 전방에 있음을 이정표가 알려준다.
묘하게 생긴 바위 앞에서 물 한모금씩 마시며 추스리고..
오전11시20분, 눈썹바위에 이른다.
안내문에 따르면..
총각이 선녀의 치마를 훔쳐놓고 어설피 수작을 부리려했으나
선녀는 말려들지 않고 하늘로 떠나갔고..
이후 그는 하늘을 보며 눈이 빠지게 기다리다 이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흔한 설화 중에 하나이지만..
사랑에 빠진 총각이 느꼈을 허망함을 가늠해보니.. 안타깝기도 하다.
등산로는 점점 거칠고 가팔라진다.
오전 11시32분, 동쪽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하늘금을 긋는 산자락 한 가운데 양평 용문산이 자리잡고 있다.
동남쪽엔 축령산, 그 오른쪽 일부 가려진 산자락은 서리산인 듯 싶다.
발치 아랫 쪽에 흰 띠처럼 보이는 구조물은 좀 전에 지나온 출렁다리이다.
오전 11시50분, 병풍바위를 마주한다.
아찔한 위용.. 뛰어난 기품이 느껴진다.
병풍바위 우측으로 눈길을 끄는 산이 있다.
철원 금학산, 포천/철원 명성산.. 그리고 북녘 땅인 김화 오성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필자가 철원 대성산 자락에서 군복무하던 시절, 저 오성산에 구축된 GP가 주요 경계대상이었다.
워낙 남측과 가까운 북한의 전략적 요충지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기억이 어느덧 40년이 되어간다.ㅠㅠ
화산형님과 함께 병풍바위가 바라보이는 암장 위에서 20여분간 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 12시18분 산행을 재개하여..
오후 12시25분 미륵바위를 마주한다.
화산형님은 미륵바위라기 보다는 거북바위로 보인다고 하신다.
암봉과 그 뒷편의 산자락을 한 몸체로 보면 그럴듯 하다.
고개를 하늘로 치켜든 거북이 연상되기도 한다.
병풍바위와 미륵바위 뒷편엔 경기도 가평군과 강원도 화천군의 경계에 위치한 화악산(1,468m)이 보인다.
경기 오악 중 하나로 경기도 최고봉이며, 중후하고 험한 산세와 훼손되지 않은 원시림을 유지하고 있는 명산이다.
필자가 2008년 저 산을 안내했었는데, 당시 의도치 않게 험한 길로 리딩하여 두고 두고 회자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 즈음 만난 분취..
국화과 여러해살이풀로서 우리나라 특산종이라서 국외반출시 승인이 필요한 생물자원이라 한다.
분취에는 은분취, 서덜취, 버들분취, 당분취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구분이 쉽지 않아.. 걍~ 분취로만 알고 넘어간다.
오후 12시37분, 목계단을 타고 올라 멋진 조망처를 만난다.
우선 북쪽으로..
앞서 보았던 북녘땅 김화 오성산이 확인되고..
그 우측으로 포천 광덕산과 국망봉도 굵직한 선을 긋고 있다.
저곳도 생태 환경이 좋아 경기도권 야생화 탐사객들이 즐겨 찾아오는 곳이라 한다.
북동쪽으로 연인산과 칼봉 너머로 흐릿한 산줄기가 보인다.
그 중 얼핏 뾰족한 형태를 보이는 봉우리는 홍천 가리산이다.
산행 당시엔 방태산이라며 아는체 좀 했는데 아니다.ㅠㅠ
동쪽의 양평 용문산은 좀 전에 확인하였고..
그 왼편 북동 방향에 흐릿하나마 치악산과 남대봉 줄기가 시선에 잡힌다.(사진상으론 윤곽이 소멸되었다)
용문산 오른편엔 양평 북한강변의 산들이 연이어 고개를 내밀고 있다.
화야산, 축령산, 서리산, 천마산.. 각종 야생화가 자라고 있는 곳이라서 봄날엔 탐사객들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화산형님은 화야산에서 만난 '노란미치광이풀'을 못 잊어 하시며.. 은근 다시 한번 가자고 부추기신다.
오후 12시44분,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니
능선 너머 출렁다리와 산행 시작점인 두부마을도 얼핏 시야에 들어온다. 꽤나 올라왔다.
오후 1시경, 만경대에 올라 조망을 즐긴다.
북-북동쪽.. 금학산, 명성산, 오성산, 국망봉..
북동쪽.. 석룡산, 화악산, 명지산, 연인산..
남쪽으로 천마산, 주금산 우측으로
북한산 백운대를 중심으로 수도권 산자락이 한가득 나타난다.
경기 오악 중에 하나인 관악산..
그리고 불암산, 보현산, 백운대, 도봉산, 사패산.. 우와~~
불수사도북,
즉 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으로 이어지는 종주코스도 한 몫에 잡힌다.
오후 1시06분, 운악산 동봉 정상에 오른다.
선두 일행이 이미 떠났기에
화산형님과 함께 서둘러 서봉으로 향한다.
도중 서봉을 찍고 돌아오는 정들회장이 남산타워 봤다고 자랑한다. 그랴?
시야가 터지는 곳에서 수도권을 다시 살펴보니..
불암산 왼편에 남산이 위치하고, 그 오른쪽 봉우리 정상 부근에 얼핏 전봇대 같은 형체가 보인다. 남산타워다. 그러네~^^
오후 1시17분, 서봉 정상에 이른다.
서봉 정상은 시야가 트이지 않아 북서 방향으로 조금 더 전진하니
멋진 조망처가 나온다. 동두천의 산군들을 볼 수 있다.
해룡산, 왕방산, 국사봉.. 그 사이로 파주 감악산도 보인다.
날씨가 좋으면 감악산 왼편으로 개성 송악산이 보인다고 하는데..
가물가물 거릴 뿐 모습이 잘 잡히지 않는다.
서봉으로 되돌아와 다시 동봉으로 향하는 길..
화산형님이 산부추에 정성을 쏟는다.
꽃대 세 개가 햡쳐져서 꽃잎/꽃밥이 풍성하다.
오후 1시36분, 동봉으로 되돌아온다.
그곳에서 만난 현진아빠 수석대장.. 선두, 중간, 후미 일행을 조율하고 있다.
그 동안 수고 많았는데.. 차기 회장으로도 수고해주신다니 고맙기가 이를데 없다.
오후 1시38분, 절고개로 향한다. 이정표를 보니 백호능선 방향이다.
오전에 올라온 코스가 청룡능선이었나보다.
하산 중에 북쪽을 바라보니..
좀 전에 다녀온 서봉과 그 너머 전망대가 제법 멋진 풍치를 그리고 있다.
잘 살펴보니..
강화도 마니산, 혈구산, 고려산까지 시야가 잡힌다. 정말 오늘도 조망대박이 터진 듯 싶다.
감악산 왼편에 위치한 개성 송악산도 대략 윤곽이 잡히는 듯 싶다. 사진상으론 잡히지 않지만..
그러고 보니, 오늘..
경기 오악인 가평 화악산, 서울 관악산, 파주 감악산, 개성 송악산, 가평 운악산 등울 모두 접한 셈이다. 오호^^.
오후 1시45분, 큼직한 남근석을 만나고..
오후 2시17분, 깜찍한 남근버섯(^^)도 만나고..
오후 2시24분, 현등사에 이른다.
입구에는 조선 태조11년 현등사를 크게 중창한 함허스님의 사리탑이 자리하고 있다.
절집은 신라시대 지어진 절이라지만 고색창연한 고찰 느낌이 없다.
내력을 보니 신라 법흥왕 때 지어졌지만,
중창을 거듭하다가 한국전쟁 당시 불에 타서 새로 지었다고 한다. 그렇겠지..
주 법당은 아미타불을 모신 극락전이다.
안내문을 읽다보니, '대선급제사'라는 현판이 있다고 한다.
이곳서 공부한 선비가 장원급제하였는데, 그 사연을 들은 영조가 하사한 것이라 한다.
스님께 물어보니, 운악산방에 걸려있다 한다.
영조가 하사한 것이라 하는데.. 자필인지 대필인지는 모호하다.
영산보전 우측에 돌계단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이다.
조금 오르니 외딴 절집이 나오고..
현판에 적멸보궁이라 써있다.
절집 안에는 제단이 있고, 제단 위 창문 너머로 자그마한 석탑이 보인다.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봉안한 사리탑이다.
안내문에 따르면,
신라 법흥왕 27년(540년) 인도 마라가미 스님께서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인도에서 모셔와 이곳에 봉안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최초의 적멸보궁이라 하는데...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당나라 유학을 마치고 가져온 진신사리는
영축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태백산 정암사, 오대산 상원사, 사자산 법흥사에 모셨기에
이들 사찰을 우리나라 오대 적멸보궁이라 하는데.. 이들 보다 오래된 적멸보궁이 여기에 있었다니.. 진위가 아리송하다.
오후 2시44분, 현등사를 빠져나오며 운악산장을 올려본다.
그곳에 아까 찾아보았던 '대선급제사' 현판이 걸려 있다.
대통령 선거 즈음 되면 이러저러 정객들이 찾아와 불공을 드리고 가는데.. 저 현판 때문이라 한다.
오후 3시11분, 두부마을 주차장에 복귀한다.
산행거리 9.35km에 4시간 30분 소요되었다.
경기오악을 비롯한 많은 산군들과 눈맞춤한 산행이었다. 산이 좋아 흡족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