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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 대전 계족산 (2023.7.15)

by 청려장 2023. 7. 16.

2023년7월15일(일)

 

대전 계족산 산행을 한다.

당초 금대봉-대덕산 산행이 예정되었었으나 호우주의보로 인해 탐방로가 통제되어.

급하게 계룡산을 대체산행지로 정하였으나, 이곳 또한 통제됨을 뒤이어 연락받아 또 다시 변경한 것이다.

그러저러한 상황에서 급박하게 대처하느라 주관대장인 동그라미님이 애를 많이 썼다. 쌩유~~

 

암튼 주관대장이 최종 카드로 내민 계족산은.

비가 오는 날에도 걷고 싶을 정도로 등산로 및 산책로가 잘 정비된 대전시민의 휴식처이다.

탁월한 선택인 듯 싶다.

 

아침 7시15분경,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집밖으로 나선다.

장우산과 우비를 챙겨 가지만 정오까지 50mm 가량 더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다보니

비에 흠뻑 젖을 각오를 하고, 또 그런 우중산행을 즐기겠단 정신무장도 하며 나서는 것이다.

 

세종시 대평동에서 B1 버스를 이용하여 오정동 오거리에 이른 뒤

오정동 농수산시장 앞에서 617번 버스에 승차하여 남해읍님을 조우하고 함께 법동 보람아파트에서 하차한다.

오전 8시30분경, 법동소류지 직전에 있는 구민휴식공원 사무실에 이르니 갑장 고산이 반겨준다. 

 

오전 8시50분경, 대부분의 참가자가 모이고..

산우간 안부인사가 오간 뒤..

법동소류지 구민휴식공원 사무실

주관대장으로부터 대략적인 산행 안내와 유의사항을 전달받는다.

"가능한 천천히 모두 모여서 가도록 안내하겠습니다." <- 모.. 요런 골자의 말도 덧붙였던 듯 싶다.

주관대장 동그라미님 (feat. 바른길대장, 레간자총무)

오전 9시5분, 산행을 시작한다.

법동소류지 반대쪽으로 되내려오면 오른 편으로 침목이 설치된 들산로 입구가 있다. 그곳이 오늘의 들머리다. 

산행 들머리

산행코스는..

A코스: 법동소류지P-봉황정-임도3거리-성재산-계족산성-임도-절고개-397봉-가양동 길치공원 [13km/4시간30분]

B코스: 법동소류지P-봉황정-임도3거리-절고개-397봉-가양동 길치공원 [8.5km/4시간]이다.

산행 A코스: 붉은 색+파란색, 산행 B코스: 붉은 색

산행참가자는 27명이며,

몇몇 산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A코스를 타겠단 의사표시를 한다.

필자도 당연히 A코스를 염두에 두고 산행을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하였다. 탈이 나서..ㅠㅠ

 

산행 시작전 아랫배가 살살 아프단 느낌이 있어 다소 께림직하였지만

좀 걷다보면 해소되겠거니 생각하며 애써 무시하며 산행을 시작한 것이다.

 

오전 9시10분, 들머리에서 5분 가량 올라서니 좌전방에 매봉중학교가 시야에 들어온다.

화산자문님이 근무했었던 곳으로 기억하는 데 맞는지 모르겠다.

대전매봉중학교

오전 9시27분, 용화사와 비래사를 잇는 임도를 가로지른다.

그 즈음부터 아랫배 통증이 심상찮다. 견디기 힘들 정도의 쓰라린 통증이 뱃속에서 한번씩 요동을 친다.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지고..

등로에 깔린 침목엔 물줄기가 더욱 힘차게 흘러넘치고

필자는 더욱 심해지는 복통 때문에 침목을 딛고 오르는 발걸음이 더디어 간다.

결국, 계족산 정상을 200미터 앞두고 숲속 깊은 곳으로 잠입하여 뱃속을 어느 정도 비운다.

그래도 속쓰림에 어지럼증까지 보태져서 발걸음은 천근이다.

 

오후 9시58분, 계족산 정상에 홀로 힘겹게 올라선다

비에 젖은 정상엔 아무도 없다. 산우들은 이미 지나갔을 것이다.

계족산 정상(봉황봉)

오전 10시, 봉황정으로 이동하니 산우들이 그곳에 모여있다.

봉황정

산우들은 걱정스럽게 필자의 안위를 묻는데.. 힘겨운 안색을 감추지 못한다.

레간자총무가 지사제를 건네기에 일단 받아든다.

모든 산우가 떠나간 뒤 봉황정 아래 산기슭에 다시 잠입하여 뱃속을 또 비운다.

 

그러고 다시 올라온 봉황정.. 여전히 뱃속이 편치 않은 와중에도..

봉황정의 조망은 잠시나마 복통을 잊게 한다.

두터운 구름 아래 대전시내가 한 가득 시야에 들어온다. 시가지가 빗물에 깨끗히 씻긴 듯 멀끔하다.

대전시

바로 앞 남서쪽엔 선비마을 아파트, 그 뒷편으로 대전복합터미널, 대전역이 얼핏 가늠된다. 

남서쪽 - 선비마을 아파트

그 오른편 서쪽엔 갑천을 중심으로 둔산동과 유성 지역이 시야에 들어온다.

갑천은 강폭을 가득 채우며 수위를 높이고 있어, 육안으로도 천변 산책로가 이미 잠수되었음이 관측된다.

서쪽 - 갑천

남쪽으로는 하얀 구름이 계족산 산등성이를 나풀나풀 넘나들며 산자락 사이를 채우고 있다. 

전방에 가장 높은 산봉우리가 오늘 하산직전에 마지막으로 올라서는 395봉이다.

그 직전에 고개를 낮추고 있는 봉우리는 매봉중학교 앞산인 매봉(319m)이다.

395봉 & 매봉(응봉산)

오전 10시20분경, 임도삼거리를 향하여 걷기 시작한다. 

복통은 조금씩 가라앉는 듯 싶다. 그렇지만..

A코스뿐만 아니라 B코스 산우들 모두 멀치감지 떠나간 상황인지라

필자로선 A코스(계족산성)를 포기하고, B코스(임도삼거리-절고개)로 경로를 변경하는 것이 맞을 듯 싶다.

오전 10시30분, 임도삼거리에 당도하여..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황토가 깔린 임도를 따라 절고개로 향한다.

계족산 임도.. 40대 초중반에 마라톤에 미쳐 있을 때 매주 뛰댕기던 길이다.

과거를 회상하며.. 넘치던 힘과 열정, 함께 뛰던 건각들을 떠올리며.. 만감에 젖어 걷는다.  

계족산 임도

오전 11시, 절고개에 당도하니

정자에 대기하고 있던 레간자총무, 등불, 거보님이 반겨준다.

A, B 코스 일행의 행방을 대략 전해들으며 대기한다.

절고개

11시10분경, 가양공원을 향하여 산행을 재개한다.

절고개 남쪽 산기슭으로 들어서서 좀 더 전진하다가 반대쪽에서 오고 있는 안개꽃을 만난다.

가양공원에 주차하고 역주행하는 중이라 한다. A코스 일행을 만나면 되돌아갈 심산인 듯 싶다.

이따 또 봅시다 하며 헤어진다.^^

 

어느덧 비는 잦아들어 가랑비 수준의 비가 오락가락한다.

숲길은 싱그러운 기운을 조금씩 찾아간다.

숲길

뱃속 사정은 꽤나 호전되어 통증이 거의 없지만,

발걸음은 여전히 가볍지 않기에 속도를 높이지 않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걷는다.

안개에 휩싸인 잎갈나무숲.. 태고의 천연림을 재현한 듯 음산하다. 그 푸르른 음산함이 좋다.

잎갈나무 숲

오전 11시22분, 이정표가 절고개 700m, 길치고개 2.2km를 알려준다.

길치고개 전방 1km 지점 즈음에 전망벤치가 있는 395봉이 위치하니

앞으로 1.2km 더 전진하면 하산한다.. 

참나무숲은 뿌연 안개가 빈 공간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나뭇가지를 촘촘히 타고오르는 담쟁이덩쿨은 윤곽만으로도 억척스런 존재임을 부각시킨다.

이 참나무숲도 너무 좋다.

참나무숲

숲 안개 속으로 이어지는 등로..

몸과 마음이 신선해지고..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숲안개로 이어지는 등로

오전 11시34분, 돌탑이 세워진 나즈막한 봉우리를 넘어서고..

이어지는 등로에서 만난 누리장나무.

연녹색 꽃봉오리를 맺어놓은 채 개화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

누리장나무

누리장나무는 마편초과의 낙엽활엽 관목으로서 잎과 줄기에서 누린내가 난다하여 이름 붙여졌지만

꽃이 필 때는 향긋한 백합향이 난다고 한다. 꽃은 분홍빛 꽃잎에 암수술이 맵시 좋게 한껏 뻗어나온다.

누리장나무 꽃 (출처: 인터넷 자료)

열매는 가을에 맺히는데..

빨간 꽃받침이 활짝 벌어져 까만 열매를 돋보이 함으로써 새와 곤충을 유혹한다.

이 또한 가급적 멀리 씨를 뿌리기 위한 진화의 산물이다..  

누리장나무 열매 (출처: 인터넷 자료)

이어서 만나는 개망초..

비를 쫄닥 맞아 많은 꽃잎을 떨구었지만 자세만을 꼿꽃하다.

아직 씨방에는 종자가 영글고 있기에.. 그 종자를 퍼트리는 계절까지는 어떻게든 버티리라..

개망초

파리풀도 만난다.

파리풀과 여러해살이 풀로서 산과 들의 그늘진 곳에 자라는 유독식물이다.

'파리풀'은 뿌리 즙을 먹인 종이를 이용하면 파리를 퇴치할 수 있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파리풀

연한 자주색을 띄고 있는 자그마한 꽃송이는 눈맞춤이 쉽지 않다.

바람결에 휘청거리는 길고 가느라단 꽃자루에 촛점 맞추려 애쓰다가 가까스로 한장 건진다.

파리풀 꽃

오전 11시45분, 395봉에 올라 전망 벤치에 이른다.

맑은 날 대청호 뷰가 좋은 곳이지만, 오늘은 언감생심이다.

대신 산소 앞에 죽죽 서 있는 버섯군락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눈길을 끈다.

397봉 전망벤치와 버섯군락

산소 옆에는 으아리가 만발해 있다. 

으아리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낙엽 덩굴식물이다.

하얀 꽃이 무리지어 피기 때문에 멀리 보아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서

'으아'하고 놀라게 된다하여 '으아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믿거나 말거나한 썰인 듯 싶다.

으아리꽃

오전 11시51분, 길치고개를 1.1km 앞두고 임도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트랭글을 보니 길치공원으로 내려가는 길목이기에 이 길을 따라 하산한다.

길치공원 갈림길

곧이어 원시림 숲을 지나고..

원시림 숲

또 다른 버섯군락을 만난다.

갓은 노란색 바탕에 밤색 문양이 둥그렇게 남아 있고, 줄기는 진노랑색이다.

갓이 펼쳐지지 않은 어린 버섯을 보니 계란 모양이다. 혹 계란버섯?

계란버섯(달걀버섯)은 독버섯처럼 보이지만 맛이 쫄깃하고 좋아 '황제버섯'이라 부른다고 한다.

네로황제가 이 버섯을 너무 좋아해서 이 버섯의 무게만큼 황금을 쳐주었다는 전설도 있다.

계란버섯?

미국자리공도 만난다.

총상꽃차례로 다닥다닥 붙은 자그마한 꽃봉오리에 물방울이 담뿍 맺혀있다. 

총상꽃차례(總狀花序)는 거느릴 총(總)에 형상 상(狀)를 쓴다.

모아서 묶는 꽃차례(화서)를 의미하는데.. 통상 기다란 꽃대에 꽃자루가 다닥다닥 달린다.

미국자리공의 꽃차례가 전형적인 그 모양이다. 

미국자리공 꽃 - 총상꽃차례

젓가락나무는 이미 모든 꽃을 떨구고

둥그런 열매만 남아서 허공을 휘젓고 있다. 이제 종자를 뿌리면 저들도 스러지리라.. 

개암나무도 열매를 맺어놓았다.

개암나무는 자작나무과의 낙엽 활엽수로서 봄에 꽃이 피고 가을에 열매가 익는데

사투리로 '깨금'이라고도 부른다. 도깨비 이야기가 전해오는 깨금이 바로 이 개암나무 열매이다.

개암나무 열매(깨금, 헤이즐넛)

서양에서는 개암나무 열매를 헤이즐넛이라 부른다.

헤이즐넛 커피의 진한 향도 이 개암나무 열매에서 추출하여 가미되는 것이라 한다.

 

오후 12시18분, 숲길을 벗어나 임도에 들어선다.

길치공원에 가까이 다가선 듯 싶다.

임도

임도가 끝날 무렵 우렁찬 계류소리에 끌려 숲을 헤치고 계곡으로 들어선다.

숲이 울창하여 은폐엄폐가 충분하기에 완전한 알탕을 한 뒤

흠뻑 젖은 상하의와 등산화를 벗어내고 뽀송뽀송한 옷과 샌달로 변신한다. 

숲속 계곡

조금 더 내려오니 계류시설이 잘 단장되어 있다.

그 위로 계곡 물줄기가 시원하게 흘려내려온다. 나중에 얘기를 들으니 고산이 여기서 몸을 씻을 모양이다.

전집에서 만난 그가 필자에게 푸념한다. "내가 씻은 물이 너가 씻었던 물이네?" 하며.. ^^ 

길치공원 계류시설

오후 12시44분,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를 지난다.

몇년전 관심있게 검색했었던 산림청의 '숲길등산지도사' 위탁교육을 바로 이곳에서 하는 모양이다.

언젠가 시간이 맞을 즈음 이곳으로 교육 받으러 오게 될 듯 싶다.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길치공원 화장실에서 소지품 점검을 한 뒤

오후 12시51분, 길치공원을 벗어난다.

그 즈음 등불로부터 전화가 온다. "어디 계셔유.. 다들 모였는데.. 영희네전집으로 와유.."

필자는 답한다. "알쓰 알쓰"  

길치문화공원

산행거리는 8.46km, 산행시간은 3시간54분 소요되었다.

산행 요약

산행초반 우중에 배탈까지 나서 너무도 힘겨웠다.

그렇지만 빗줄기가 잦아들즈음 복통도 어느 정도 해소되었고..

잎갈나무, 떡갈나무 숲의 싱그럽고 음산한 숲공기가 새생명을 주듯 힘을 북돋아주어

야생화를 감상하며 걷는 비 개인 숲길이 너무 좋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