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7월8일(토)
문경과 충주 경계에 걸쳐 있는 포암산-만수봉 산행을 한다.
포암산(961.8m)은 계립령(하늘재)를 사이에 두고 탄항산과 마주하고 있는 산으로서
절벽 같은 높고 넓은 암벽에 그어진 수직방향 문양이
큰 삼베를 펼친 것 같다하여 '베바우산', 또는 비가 내리는 것 같다하여 '비바우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포암산(布岩山)의 포(布)는 삼베를 뜻한다.
그 동안 대한토에서 두 차례 산행을 했었지만,
필자와는 인연이 없었던지 참여하지 못하여 여직 미답지로 남아있는 산행지다.
개인적으로는 하늘재을 넘나들 때, 인근 주흘산-부봉을 산행할 때
이 산의 독특한 문양의 절벽을 바라보며 언젠간 올라가보리라 맘을 세우곤 했었다.
오전 9시15분, 대한토 버스가 미륵대원지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 건너편에 위치한 월악산 자락이 구름에 휩싸인 채 얼핏얼핏 존재를 알린다.
산에 오르면, 낮게 깔린 구름을 뚫고 우뚝 솟은 월악 영봉의 위용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각자 산행채비를 한 뒤 단체 사진을 위해 대한토 현수막 앞으로 모인다.
오늘 산행은 45명의 산우가 참가하였다.
A코스는 미륵대원사-하늘재-포암산-만수봉-만수교(12km/6시간),
B코스는 만수교-용암봉-만수봉-만수교(8km/5시간)이다.
산우 20명은 A코스, 25명 B코스를 선택하여 산행한다. 필자는 A코스다.
오전 9시20분, A코스 일행은 미륵대원사를 향하여 출발한다.
조금 전진하다 좁쌀풀을 만난다.
좁쌀풀은 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서
꽃이 피기전의 꽃봉오리가 좁쌀 모양이라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노란 꽃잎을 활짝 피워놓으니 꽤 이쁘다.
포장도로를 따라 전진하여 산기슭이 고도를 낮춘 곳으로 향한다.
그 부근부터 하늘재가 시작될 것이다.
오전 9시27분, 하늘재 안내표지판을 만난다.
이곳부터 시작되는 하늘재는 포암산 들머리까지 2km 가량 이어진다.
등로는 산책로처럼 잘 단장되어 있고, 이곳에 얽힌 역사를 떠올리며 거닐다보면 쉬이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미륵리 사지를 지난다.
정면에 보이는 오층석탑과 그 뒷편 일직선상에 세워진 미륵불(석불입상)은 각각 보물 95호, 96호로서
필자가 좋아하는 문화재 중의 하나이다.
마의태자와 덕주공주에 얽힌 사연 때문인지 모르지만 저 앞에 서면 무언가 남다른 느낌과 기운을 받곤 하였다.
산행을 마친 후 다시 이곳을 들를 수 있다면 좋겠단 희망을 품으며 지나간다.
하늘재로 향하는 길 옆에는 미륵대원터가 있다.
이곳은 고려초기에 미륵리사지 옆에 조성된 역원터이자 절터로서
나그네 숙소, 관리인 숙소, 그리고 마방(馬房)의 흔적이 남아있고 '대원사(大院寺)'라 쓴 명문기와도 발견되었다고 한다.
조금 더 전진하여 하늘재 비석이 세워진 삼거리를 만난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하늘재 길이 시작된다.
길옆 안내판은 하늘재에 얽힌 역사와 지리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대략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계립령은 '하늘재'의 옛말인데, 서기 156년 신라 아달라왕 때 개척하여
소백산 들머리인 죽령 보다도 2년 먼저 열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개다.
지리적으로 이 고개를 넘으면 손쉽게 한강에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북진과 남진의 통로가 되어 역사적으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던 곳이며
온달장군, 마의태자, 궁예, 공민왕 등과 같은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갖가지 설화가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오전 9시40분, 미륵지주차장으로부터 1.5km 지나왔고,
하늘재까지는 1.0km 남았음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지난다.
등로는 편안하고 시원하다.
오전 9시48분, '김연아나무'라는 푯말이 세워진 나무를 만난다.
가만 살펴보니 피켜스케이팅 포즈가 가까스로 그려진다.
김연아의 스핀 동작을 연상케 하여 이름 붙여진 듯 싶은데..
억지 같지만.. 한편으론 그럴싸 하기도 하다.^^
오전 9시52분, 하늘재 관리사무소가 시야에 들어온다.
하늘재 고개마루엔 커다마한 비석이 세워져 있다.
비석엔 백두대간 하늘재라 쓰여 있다.
대미산에서 서쪽으로 뻗어온 백두대간은 포암산에서 남쪽으로 꺾어져
이곳 하늘재를 지나 주흘산 부봉으로 이어진다.
그러니까 이곳이 바로 백두대간을 잇는 고개마루임을 알려주는 비석이다.
그 맞은편엔 계립령 유허비가 세워져 있다.
계립령은 하늘재의 옛이름이다. 유허비는 하늘재에 얽힌 전설을 줄줄이 엮고 있다.
신라말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향하던 중 하늘재를 넘어 미륵리로 내려갔다는 얘기
고구려 온달장군이 신라에 빼앗긴 죽령 서역을 되찾기 위해 이곳으로 군사를 이끌고 왔다는 얘기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봉화 청량산으로 몽진하던 때 이곳을 지나갔다는 얘기
고려말 몽고군이 충주산성을 무너뜨린 후 상주산성을 함락시킬 때 이곳을 경유했다는 얘기
조선시대 임진년 왜구들이 이곳을 통하여 북으로 들이닥쳐 파괴와 살육을 하였다는 얘기 등등..
그 외에도
퇴계선생께서 단양군수로 계실 때 금수산과 대미산의 이름을 지어줬다고 하는 것을 보면
선생께서도 이 고개를 수 없이 많이 넘나들었으리라 짐작해본다.
오전 10시, 포함산으로 들어서는 데크 계단을 오른다.
이정표는 정상까지의 거리가 1.6km임을 알려준다.
데크를 벗어나니 돌무더기 길이 나온다. 산성터인 듯 싶다.
돌무더기 길을 피하여 그 옆으로 이어지는 등로로 전진한다.
조금 더 오르다가 노란망태버섯을 만난다. 곱게도 피었다.
아침에 피기 시작하여 점심 쯤 시들어버리는 하루살이 버섯인데
화려한 드레스의 여인을 연상케 하는 참으로 이쁜 버섯이다. '버섯의 여왕'이라 칭한다고도 한다.
자료를 찾아보니,
대나무숲에 자라는 하얀 망태버섯은 식용 가능하여
유럽, 중국에서 고급요리 식재료로 사용되지만,
잡목에서 잘 자라는 노란 망태버섯은 독성이 있어서 식용 불가라 한다.
오전 10시10분경, 거대 바위 사이로 이어지는 급경사 등로를 오르기 시작한다.
기괴하고 커다마한 바위가 계속해서 나타난다.
오전 10시25분, 암벽 같은 급경사 등로를 벗어나니
등로 주변에 만발한 꼬리진달래가 눈에 들어온다.
간밤의 비를 머금어선지 꽃밥 마다 물방울이 맺혀있다.
적송도 만난다.
체구를 보아 만만찮은 세월을 겪었으리라 짐작되지만
아직 혈기 왕성하게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고 있다.
이제 등로는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진다.
이정표는 포암산까지 900m 남았음을 알려주고 있다.
주관대장인 산작골이 걸쭉한 목소리로 산행 페이스를 조절해준다.^^
"아~ 천천히 가유~~~"
그의 풍부한 경험 덕에 여러 미답 산행지를 밟아보고 있다.
오전 10시40분, 나무테크 계단을 올라서니 남서쪽으로 조망이 터진다.
이곳 포암산으로부터 하늘재 너머로 백두대간을 이어받는
탄항산, 부봉, 마패봉이 우선 눈에 들어오고..
그 우측으로 신선봉, 북바위산, 박쥐봉, 말뫼산(용마봉)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오전 10시45분, 포암산 500m 이정표를 지나니..
서쪽 방향의 시야도 트인다.
오늘 하산 코스인 만수봉-용암봉 능선이 전방에 보이고..
그 뒷편에 덕주봉이 뾰족한 정수리를 내밀고 있는데..
그 바로 뒤에 위치한 월악산 영봉은 구름모자를 쓴 채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남쪽을 바라보면,
두터운 구름이 산자락을 넘나들며 하늘금을 지우고 있다.
그나마 부봉만이 뭉개구름을 이겨내고 있어
여섯 개의 봉우리가 분별된다.
남쪽-서쪽 방향의 파노라마..
오늘 하산길인 만수봉-용암봉과 날머리인 만수계곡 입구를 한번 훑어본 뒤
다시 전진..
오전 11시 포암산 정상에 오른다.
기왕이면 정상석을 베바위 형상으로 만들었으면 좀 더 어울렸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문득 든다.
정상 부근에 미역줄나무가 꽃을 피워놓고 있다.
붉게 물든 꽃잎이 푸르름 속에 제법 화사하다.
미역줄나무는 노박덩굴과의 낙엽 덩굴식물로서 산 정상부근에 서식하는 식물이다.
잎몸이 넓고 덩굴처럼 뻗는 나무줄기가 미역줄기처럼 튼튼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꽃은 햇볕에 말려서 약으로 쓴다고 하는데 약간 독성이 있어 장복해선 안 된다고 한다.
포암산에서 잠시 머문 뒤 만수봉으로 향한다.
포암산 정상에서 만수봉까지 거리는 5km이다.
20분 가량 전진하다 적절한 공터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20분 가량 소요)
오전 11시50분, 만수봉이 4.1km 남았음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지난다.
그 즈음 내리막길에서 화산자문님이 발목을 접질려 발거름이 편치 않다.
산작골대장이 에어파스가 필요함을 대장들에게 무전으로 전파한다.
그 결과, 동그라미대장이 "추락주의" 팻말 옆에 남겨놓은 에어파스 스프레이를 전달받는다(오후 12시55분).
화산자문님이 부상부위 위 허공에서 에어파스를 뿌리고 있으니..
산작골대장이 참견한다. 에어파스는 부상부위에 스프레이를 바짝 붙여서 뿌려야 한다며..
근데 화산자문님이 반론을 제기한다. 그렇게 하면 동상 걸린다고..
자료를 찾아보니,
에어파스는 화상 위험 때문에 20cm 이상 떨어져서 3초 이내 뿌려줘야 한다고 한다.
동상이 아닌 화상 때문이라 하는데.. 알송달송하다.^^
전방에 평평한 산봉우리가 보인다. 만수봉이다.
우측 능선으로 올라가며, 정상은 왼편 끝에 위치한다.
오후 1시05분, 만수봉 삼거리를 지날 즈음..
B코스 산우들을 만난다.
B코스 산우들은 만수교에서 용암봉-만수봉을 넘어 이곳에 이른 것인데..
용암봉 오르는 길이 무척 가팔라서 힘들었다고 한다.
엇갈린 길에서 만나는 만치.. 반갑고 즐겁다.
이후 완만한 오르막길을 15분 가량 전진하여..
오후 1시20분, 만수봉 정상에 이른다.
정상석 너머에 전망대가 있다.
바로 앞 덕주봉 능선은 온전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너머에 위치한 월악산은 여전히 짙게 깔려 있는 구름 때문에 모습을 볼 수 없다.
만수봉으로부터 월악산으로 이어지는 '만수릿지' 능선도 구름이 삼켜버렸다.
하늘을 찌르는 월악 영봉의 위용, 날카롭게 이어지는 만수릿지 능선의 아찔함을 감상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구름 사이로 월악산이 발 담그는 충주호가 관측된다.
얼핏 악어 주둥이 같이 길게 뻗은 땅 줄기가 시선을 끈다. 충주호에 악어섬이 있다고 하더니.. 저 부근인가 보다.
오후 1시45분, 만수봉삼거리에서 만수계곡으로 하산한다.
당초 만수봉에서 용암봉으로 하산할 계획이었으나, 용암봉 이후 하산길이 너무 험하다 하여
산작골대장이 만수봉삼거리로 되돌아와서 이곳에서 하산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꾼 것이다. 현명한 판단인 것 같다.
계곡 초입에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조릿대 숲을 지나고..
오후 2시5분경, 계곡을 만나기 시작한다.
맑고 시원한 계류는 콸콸콸 흐르고
필자 마음속은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불끈불끈 인다.
화산자문님과 함께
적당히 은폐엄폐가 되는 곳에 잠입하여 은밀하고 개운하게 몸을 씻어준다.
깨끗한 몸으로 하산..
계곡을 벗어날 즈음 만난 하늘타리.
박과의 다년생 덩쿨성 식물로서 열매가 수박을 닮아서 '하늘수박'이라 부른다고 한다.
꽃은 실모양의 꽃잎들이 사방으로 쭉쭉 뻗는데, 저녁 무렵에 피기 때문에 낮에는 저렇듯 오무리고 있다고 한다.
하늘타리에 대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열매가 234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당단백질을 함유하여
유방암과 폐암에 대한 항암효과가 크다고 한다.
오후 3시20분, 만수계곡을 벗어나..
오후 3시21분, 만수휴게소에 당도하여 산행을 마친다.
산행거리 14.16km에
산행시간은 중식&알탕 포함하여 6시간 7분 소요되었다.
좋은 날씨에
하늘재을 걸으며 과거를 명상하고..
낮게 깔린 구름 너머로 멋진 산자락도 감상하고..
깨끗하고 시원한 계곡에서 개운하게 알탕도 하였다.
경험 풍부한 주관대장 덕에 다녀온 미답지 산행이 더 할 나위 없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