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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 지리산 바래봉(2023.5.13)

by 청려장 2023. 5. 15.

2023년5월13일(토)

지리산 바래봉을 간다. 이 즈음 화려한 철쭉이 산객을 유혹하는 곳이다.

소식에 의하면 지난 주에 철쭉이 만개하여 이미 절정을 맞이하였고, 이제 시들어가기 시작한다지만

아직 젖어들 풍치가 남아 있어 이번 주에도 많은 산악회에서 찾아갈 것이란 소문이다. 우리 산악회 버스도 만차다.

 

산행코스는 교육원에서 세동치로 올라 부운치-팔랑치를 거쳐 바래봉에 오른 뒤 용산으로 하산하는 것으로 잡혔다.

산행거리는 12km, 산행시간은 5시간으로 계획하고 있다. 

오전 9시50분경 산행 들머리인 남원 '전북학생교육원'에 도착한다. 

산행들머리 - 전북 학생교육원

오전 9시55분경, 산행을 시작한다.

교육원 건물 주변으로 돌아가는 데크를 따라 세동치를 향하여 오른다.

산자락 공기가 시원하다 싶었는데,

고약하게도 송화가루가 바람결에 비처렴 쏟아내려 단속적으로 숨을 참으며 전진한다.

 

10분 가량 오르니 산공기가 다시 맑고 선선해진다.

오전 10시54분, 세동치에 오른다.

초반 오르막이지만 비교적 착한 길이라.. 느긋한 걸음으로 1.8km 오르는데 1시간 소요되었다.. 

세동치 - 세걸산 방향

A코스팀은 세길산을 찍고 오기위해 남쪽으로 방향을 튼다.

갈까말까 망설이다가 세동치 아스께끼 아저씨가 오늘 조망이 좋지 않아 별볼일 없을 거라기에..

'세걸산 패스'에 대한 핑게거리를 찾아낸다. 조망도 없는데 모.. 

 

자유론날개짓 고문님에게도 선동한다. "세걸산 가봐야 볼게 없데여.."

그렇게 의기투합하여 세걸산을 건너 뛰고.. 부운치로 향한다.

등로에는 연달래가 곱게 피어있다.

철쭉(연달래)
철쭉(연달래)

나무숲 아래 지면에는 얼레지가 이미 꽃을 다 떨구어내고 잎파리만 무성히 자라고 있다.

그 사이사이 떨어진 연달래의 연분홍 꽃잎이 얼레지의 푸릇푸릇한 잎파리와 어우러져 이바구를 나누고 있다.

얼레지 잎과 연달래 꽃의 어울림

부운치 정상에는 꽃사과가 예쁜 꽃봉오리를 붉스레 내밀고 있다.

가을쯤 이 깊은 산중에 작고 빨간 사과를 영글어놓으리라..

꽃사과 꽃

오전 11시05분, 전방에 바래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바래봉 우측으로 삼봉산과 삼정산도 머리를 내민다.

삼정산 우측에 위치한 지리산 천왕봉은 구름 모자를 쓰고 모습을 감추고 있다.

계속해서 전진하다 문득 만난 선밀나물..

청미래덩굴과 여러해살이 식물인데.. 암수따로 자란다.

연두빛 꽃송이가 자그마해 정성껏 담았보았지만.. 촛점이 정확히 맞지 않았다.ㅠㅠ

꽃은  꽃밥이 달린 수술만 있고 암술은 보이지 않는다. 수꽃인가 보다.

선밀나물 수꽃

오전 11시30분경, 산작골대장이 잡아놓은 음침한(?) 자리에 둘러앉아 점심식사..

30분 가량 이어진 맛나고.. 즐겁고.. 거시기한 오찬을 마치고..^^

 

정오경 다시 산행개시..

오후 12시26분, 1123봉을 지난다. 

1123봉

서쪽으로 수정봉이 보인다.

지리산 고리봉으로부터 백두대간을 이어가는 봉우리이다.

백두대간 수정봉

전방에는 팔랑치가 코앞에 있고.. 바래봉도 한층 가까이 다가왔다.

팔랑치와 바래봉 일대에 만개하던  철쭉은 이제 절정을 벗어나 스러지기 시작한 듯 싶다.

그치만 아직 남아 있는 붉은 기운은 '님 만남'을 앞 둔 듯 두근거림을 준다.

팔랑치, 바래봉

팔랑치에 다가가니 산철쭉이 강렬한 진분홍으로 분위기 뛰운다.

팔랑치 산철쭉

그 즈음 천왕봉이 구름모자를 비껴쓰며 두상을 슬쩍 드러낸다.

지리산 천왕봉

천왕봉, 명선봉, 토끼봉, 세걸산..

이제 지리 주능선과 서북능선이 한 눈에 그려진다.

지리산 주능선+서북능선

좀 전에 지나온 1123봉 뒷편으로 오늘 '패스'한 세걸산이

지리 서북능선의 중심을 잡고 있다.

지리산 서북능선

팔랑치로부터 바래봉으로 펼쳐진 철쭉 화원..

붉은 기운은 꽤나 유순해졌지만.. 한층 강렬해질 내년을 기약한다.

팔랑치 철쭉

오후 1시18분, 바래봉 삼거리에 이른다.

붉은 산철쭉과 푸릇푸릇한 구상나무가 아름다움을 조화롭게 창출한다.

바래봉 삼거리

바래봉으로 향하는 길..

침엽수림이 안락함을 조성하고 있다.

약수터에서 물 한모금..

"음료수로 부적합 합니다"라는 팻말이 있었지만..

물 맛은 청량하다. 뭣 땜에 부적합 판정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내 입맛에 맞으니 그만이다.. 라 애써 뭉뚱그린다.  

바래봉 약수

오후 1시31분, 바래봉 정상에 오른다.

바래봉 정상

지리 주능선이 오전 내내 드리웠던 구름 뭉치를 거두어 내고 자신의 윤곽을 빈틈 없이 드러낸다.

천왕봉, 촛대봉, 명선봉, 반야봉, 노고단, 만복대.. 항상 머릿속으로 그리워하는 지리 능선이다.

바래봉 조망 - 지리산 주능선

바래봉 정상에서 내려와..

산작꼴대장 가방털이를 위해 적당히 한적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는다.

성인음료를 홀짝 거리며.. 전방에 펼쳐진 지리 주능선을 가슴에 담는다.

지리 주능선

산내면, 인월면, 마천면의 지리산 인근 산자락도 한 결 가까이서 정수리를 뽑내고 있다.

지리산 인근 산자락

바래봉을 내려오며

아직 산자락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산철쭉에 젖어든다.

그 속에서 느린발님이 티끌 없는 산내음 행복을 표출한다.

바래봉 산철쭉

오후 2시15분, 바래봉 삼거리에 되돌아온다.

그곳의 구상나무가 싱싱한 푸르름을 선사한다.

바래봉 삼거리 - 구상나무

오후 3시29분, 용산 마을로 하산하여 산행을 마친다.

용산 마을 주차장

산행거리 12km에 5시간 20분 소요되었다.

즐겁고 상쾌하고.. 가시미를 붉게 물들인 꽃산행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