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05분, 구기동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주차장 너머로 보이는 암봉은 비봉능선의 중심에 위치한 향로봉인 듯 싶다.
백운대를 거쳐 종주하는 A코스 일행(16명)은 9시30분경 우이동에서 산행을 시작하였고
비봉능선만 종주하는 B코스는 이곳 구기동에서 문수봉을 향하여 출발한다.
B코스는 레간자대장이 리딩하며, 일행은 16명이다.
오전 10시16분, 주택가를 벗어나 구기동 탐방지원센터를 통과한다.
완만한 숲길을 20분 가량 올라가니 삼거리가 나온다.
안내도를 보니, 왼편으로 가면 승가사를 경유하여 사모바위 방향으로 오르게 된다.
우리는 우측 구기계곡을 따라 문수사-대남문-문수봉으로 오른다.
조금씩 등로가 가파라지긴 하지만,
등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힘든 코스가 아니다.
오전 11시35분, 문수사에 도착한다.
고려 예종 4년(1109년)에 탄연국사가 창건한 이후 중창을 거듭하였다 하고
조선조 박문수어사,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박사는
부친이나 모친이 이곳에서 오백나한에 기도한 끝에 얻어진 인물이라 한다.
훗날 이승만박사는 대통령 재직시 독실한 기독교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또한 82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탄생 비밀이 서려있는 이곳을 프란체스카 여사와 함께 찾아오기도 하였다고 한다.
종무소 한켠에 있는 "문수사(文殊寺)" 현판도 이승만박사의 친필이라 한다.
대웅전의 석가모니불은 영친왕의 비인 이방자여사, 문수보살상은 명성황후가 봉안하였다고 한다.
도성를 내려다보는 절묘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보니
고려시대로부터 조선시대.. 그리고 근현대사의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사찰이다.
오후 12시10분, 대남문 인근 숲속에 자리잡고 둘러앉아 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12시30분, 문수봉 암릉구간에 들어선다.
보현봉 아래로 서울이 한가득 담긴다.
구기동 너머 북악산, 인수봉, 안산.. 그너머 남산, 그리고 관악산, 청계산, 광교산..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한강.. 가슴이 툭 터지며 알싸한 감동이 밀려온다.
서남 방향으로 우리가 가야하는 비봉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승가봉, 사모바위, 비봉, 족두리봉.. 넘 멋지다.
북쪽을 돌아보면, 북한산의 정수리인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북한산은 '소뿔 모양의 세 봉우리가 솟아 있다'하여 조선시대 이전까지 삼각산(三角山)으로 불려왔었다고 한다.
서울 근교의 웬만한 초등학교 교가는 삼각산으로 시작되는데,
그 삼각산이 저기를 말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N모님도 그 부류에 속하는 것 같다.^^
문수봉 옆의 칠성봉은 오를 수 없어 그냥 지나가고..
본격적으로 비봉 능선으로 향한다.
전방에는 한강이 도심을 가로지르고,
그 너머로 인천의 소래산과 계양산, 강화도의 마니산이 지평선을 긋고 있다.
두꺼비바위..
가까이서 보니 크기가 엄청나다.
엉덩이를 내밀고 앉아있는 형상이 영락없는 두꺼비다.
자료를 찾아보니, 여기서 치성을 드리면 아들을 낳는다나 모라나.. 그런 저런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두꺼비바위 옆에 있는 바위도 엄청 크다.
승가봉을 향하여 가는 길..
다소 가파른 암릉 내리막 길..
아찔한 암릉을 철제 난간에 의지하며 내려오지만
산우들은 웃음을 한 가득 담고 내려온다. 산뽕(^^)을 제대로 맞은 모양이다.~ㅋ
오후 1시23분, 통천문을 지난다.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지나감이 넉넉하다.
승가봉을 지날 즈음..
비봉에 세워진 진흥왕순수비까지 육안으로 관측된다.
오던 길을 되돌아보니, 북서 방향으로 의상봉 능선이 지나간다. 그 뒷편에 북한산 백운대가 위치한다.
오후 1시37분, 승가봉에 오른다.
이곳의 조망도 일품이다.
바로 아래 사모바위, 그 너머 비봉이 한층 가까이 다가왔다.
오후 1시50분, 사모바위에 다가선다.
방향 마다 다른 표정이 관측되는데
내 눈엔 '심술궂은 눈과 입'이 그려지는 이 방향의 모습이 가장 독특하다.
오후 2시, 비봉에 오른다.
비봉 초입에서 되돌아보는 북한산 주능선 전경이 흐드드 하다.
그 중 주봉인 백운대와 만경대도 모습을 드러내며 카리스마를 뿜는다.
비봉 암릉 초입에는 코뿔소 바위가 있다.
어느 강심장 츠자는 저 코끝에 올라서서 인증샷까지 찍는데, 아찔하다.
진흥왕 순수비는 비봉의 가파른 암벽을 타고 올라야 만날 수 있다.
이 순수비는 신라 진흥왕(540~576)이 백제의 한강유역을 영토로 편입한 뒤, 직접 방문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비석을 세운 이래 1,200여 년 동안 잊혀 오다가 19세기 전반에 추사 김정희가 비문을 판독하여 진흥왕 순수비임을 확인하였다.
비문에는 진흥왕이 북한산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지나온 여러 고울에 세금을 면제해 주고, 죄수들을 석방하도록 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진품은 1972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옮겨 보존하고 있고, 2006년 복제품을 이곳에 설치하였다. 광개토왕비와 함께 삼국시대 역사 연구에 귀중한 금석문으로서 국보 제3호로 지정되어 있다.
오후 2시35분, 관봉에 오른다.
비봉과 문수봉이 어느덧 저만치 물러나 있고,
삼각산의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가 나란히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쪽으로는 앞으로 가야 하는 족두리봉으로 향하는 능선이 이어지고..
족두리봉 너머 은평구 일대가 한가득 시야에 들어오고
그 너머로 서해안으로 흘러가는 한강 줄기가 관측된다.
지평선 한 가운데 뾰족한 산은 인천 계양산이다.
남쪽으로는 북악산과 인왕산이 관문처럼 자리잡고 있고
그 너머 남산.. 그 너머 청계산, 광교산, 관악산이 하늘금을 긋고 있다.
산자락 바로 아래에 '니은자(ㄴ)' 모양의 초록색 건물은 '이북5도청'이고..
그 너머 빨간색 별표를 해놓은 곳이 오늘 산행을 시작한 구기동 주차장이다.
오후 3시28분, 족두리봉에 다가갈 즈음..
점점 뚜렷해지는 강화도의 산군..
마니산, 진강산, 혈구산, 고려산이 또렷히 분별된다.
고려산 진달래꽃이 그리 좋다하는데.. 아직도 제 철에 가보지 못한게 아쉬울 따름이다.
오후 3시45분, 족두리봉 정상에 오른다.
정상 한켠에는 독바위라 이름지어진, 화강암 토르(Tor) 암괴가 시선을 끈다.
그곳에서 되돌아보는 지나온 능선..
향로봉, 비봉, 문수봉이 아득하다.
서쪽으로는 은평구 일대가 한층 더 가까이 다가왔다.
한강 너머 강화도의 진강산, 혈구산, 고려산도 그렇다.
'의지의 멍총'이 산우의 격려를 받으며 마지막 봉우리를 오른다.
힘겨운 발걸음을 떼지만 얼굴에는 함박웃음을 담고 있다.
족두리봉에서 한껏 여유를 갖으며 휴식을 취한 뒤
오후 4시5분, 족두리봉 암릉을 내려온다.
오후 5시20분, 쪼갠 바위가 있는 나즈막한 봉우리를 지난다.
오후 4시32분, 하산 말미에 등로에서 발견한 묘한 바위..
생각의 흐름없이.. 직관적으로 '항문바위'라 내맘대로 이름 짓고선 킥킥거린다. ~ㅋㅋㅋ
오후 4시48분, 대호아파트를 지나고..
오후 4시55분, 불광동 길가에 주차된 대한토버스에 복귀함으로써 산행을 마친다.
산행거리는 10.4km, 운동시간은 5시간 34분, 총 소요시간 6시간50분
휴식시간은 1시간16분.. 널널하게 다녔다.
산뽕을 듬뿍 맞은 산행이었다.
일주일의 에너지를 만땅 채운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