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제주도 환상종주(3박4일)를 마쳤다.
서울에서 자전거 출퇴근을 한다는 아들이 관심을 보이며 다음엔 자신과 함께 가자고 하였다.
옳다구나 하며 금년 초에 비행기 티켓팅부터 우선 마치고 세부 일정을 가다듬어 왔다.
그러나 출발 당일(3월6일), 아들이 두통이 심하고, 미열, 인후통, 몸살 기운도 있음을 호소하기에
혹시 하는 마음에 급작스럽게 아들의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고 홀로 나서게 되었다.
걱정스러움과 아쉬움이 오락가락하였지만, 흘러가는 상황을 받아들이며 나의 여정에만 집중하였다.
그렇게 3박4일간의 제주도 2차 라이딩을 계획한 바 대로 소화하였다.
o 3월6일(일) 용두암 -> 애월 -> 협재 -> 대정 모슬포
오전 11시25분, 용두암에서 라이딩을 시작한다.
날씨는 맑지만 바람결이 다소 쌀쌀하다. 그렇지만 라이딩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이다.
이호테우 해변, 다락쉼터를 지나고..
오후 1시54분 애월항 부근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 3시18분 협재해수욕장에 당도한다. 바다가 참 깨끗하다.
오후 4시08분, 고산리의 당산봉에 오른다. 자전거는 입구 울타리에 매어놓았다.
오후 4시20분, 15분만에 당산봉 정상에 올라 사방으로 막힘없는 환상적인 조망을 만끽한다.
무엇보다도 눈 앞에 내려보이는 차귀도가 절경이다.
오후 4시58분, 수월봉 해안으로 이동하여 해안절벽의 지층을 감상한다.
화산재가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응회암층이다.
마그마가 식어서 만들어진 용암에 비해 파도나 바람에 쉽게 침식되어 저와 같이 해안침식이 생긴다고 한다.
그곳에서 만난 어느 관광객이 비밀의 포토존이 있다 하기에
알려준 대로 저 해식동굴 속에 들어가 밖을 내다보니 차귀도가 오롯이 보인다.
정말 그 분 덕에 멋진 그림 한 장을 건졌다.
오후 6시24분, 해가 떨어질 무렵 대정읍 모슬포항으로 진입한다.
건너편 시설물이 세워진 봉우리는 모슬봉이고, 그 왼쪽 둥근 머리는 산방산이다.
모슬포에서 숙소를 정한 뒤, 흑돼지와 한라산으로 첫날밤을 보낸다.
아들의 몸 상태가 호전되고 있음을 와이프로부터 전해듣고
걱정과 아쉼을 가까스로 물리치며 소줏잔을 기울인다.
총 74.4km 달려왔다(당산봉 1.8km, 수월봉 1km 도보이동 포함).
o 3월7일(월) 모슬포 -> 가파도 -> 산방산 -> 서귀포 -> 표선
오전 9시, 모슬포 운진항에서 가파도행 여객선에 오른다.
자전거는 선적이 되지 않아 항구 한 구석에 거치해 놓았다.
10여분만에 가파도항에 도착한다.
가파도엔 보리가 한창 자라고 있다.
4월에 보리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보리밭 건너편엔 송악산과 산방산이 지척으로 보인다.
우측 뒷편엔 한라산이 우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남쪽 해변으로 가면 우리나라 최남단인 마라도가 잡힐 듯 가까이 관측된다.
가파도 남쪽과 북쪽을 가르는 길에는 카페와 벽화가 눈길을 끈다.
젊은 층에게 어필하기 딱 좋게 깔끔하게 단장해 놓았다.
11시20분, 돌아오는 뱃편을 이용하여 모슬포로 다시 나온 뒤
부지런히 패달을 밟으며 산방산, 중문, 서귀포, 쇠소깍을 지나 오후 5시경 남원항을 통과한다.
당초 남원리 부근에서 숙박하려 하였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당도하였기에
표선해수욕장을 목표로 더욱 가열차게 패달을 밟는다.
오후 6시05분, 서서히 지고 있는 해를 등지고 표선해수욕장으로 향한다.
표선해수욕장에서 숙박지를 정한 뒤 저녁식사
운동량이 많다보니 옥돔구이로 몸을 보상해준다.
총 84.7km 달렸다(가파도 도보 일주 6.2km 포함).
o 3월10일(화) 표선 -> 섭지코지 -> 성산읍 -> 지미봉 -> 세화 -> 김녕 -> 함덕해수욕장
아침 9시47분, 표선해수욕장에서 셋째날 라이딩을 시작한다.
라이딩을 시작할 즈음 와이프로부터 전화가 온다. "아들이 확진 통보 받았데.."
PCR 검사결과가 오늘 아침 나온 모양이다.
증세는 그저께 보다 오히려 누그러졌다 하며, 서울 자택에서 자가 격리하여 치유 중이라 한다.
결과적으로 함께 오지 않은 것이 올바른 판단이었다.
그러저러한 복잡한 상황을 복기하며 패달을 밟던 중.. 꽈당! @#$%^&*@
타이어가 도로경계 턱에 걸려 미끄덩.. 몸이 날아간다. 결국 얼굴을 갈아먹었다. ㅠㅠ
인근 식당에 들어가서 소독 및 응급치료를 한 뒤 심기일전하여 라이딩을 이어간다.
오전 11시32분, 섭지코지에 당도한다.
섭지코지에서 바라보는 성산일출봉이 장관이다.
그 부근에서 만난 관광객과 사진 품앗이를 한다. 그 결과 내 라이딩 사진도 건진다.^^
오후 1시23분, 성산읍을 벗어나며 우도와 성산일출봉을 옆에 끼고 달린다.
오후 1시42분, 두문포항 인근에 위치한 지미봉에 오른다.
제주도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는 표고 166m의 봉우리다.
오후 2시경, 정상에 오른다. 대략 15분 소요된 것 같다.
동쪽으로 우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작년에 자전거로 일주하던 궤적을 훑어보며 지난 시간을 회상한다.
성산일출봉과 성산읍 일대의 풍치도 환상적이다.
오후 2시49분, 하도 해변을 지난다.
자전거 길이 넘 맘에 든다.
오후 3시06분, 세화리 해변을 지날 즈음 전방 멀리 월정리 풍력발전소가 보이기 시작한다.
오후 3시50분, 평대해수욕장 부근을 지나던 중 과학기술인공제회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오늘까지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있다고 한다.
휴식도 취할 겸 근처 카페이 들어가 담당자와 논의하여 요구사항을 해소시킨다. 그러느라 40분 가량을 허비하였다.
요번 여정은 참으로 예기치 못한 일이 많이 생긴다.
오후 4시49분, 김녕해수욕장이 10.9km 남았다.
예정 보다는 다소 늦었지만, 해 떨어지기 전에 저 김녕을 지나 함덕까지 갈 수 있을 듯 싶다.
오후 5시11분, 월정리 풍력발전소를 지나고..
이어서 월정해수욕장을 지나고..
오후 5시40분, 김녕해수욕장을 지나고..
오후 6시14분, 해가 꼴딱 넘어가기 직전 함덕해수욕장에 당도한다.
해변이 참 이쁘다.
총 68.7km 달렸다. (지미봉 도보 거리 2.2km 포함)
o 3월9일(수) 함덕 -> 사라봉 -> 용두암
오전 9시50분, 함덕해수욕장에서 마무리 라이딩을 시작한다.
오전 10시07분, 관곳을 지나고..
오전 10시31분, 조천의 불사리탑 언덕을 오른다.
지난해는 맞바람이 무척 세차서 이 언덕을 라이딩하여 넘지 못하고 결국 걸어올라갔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오늘은 비교적 바람이 약한 덕에 끝까지 라이딩하여 넘어간다. 뿌듯..
오전 11시21분, 사라봉 입구에 들어선다.
길가에 먼나무가 빨간 열매를 그득 매달고 있다.
사라봉 고개에서 자건거를 거치한 뒤
사라봉 정상에 올라갔다 내려온다. 20분 가량 소요되었다.
오전 11시57분, 사라봉 고개를 넘어가던 중 관측되는 제주항.. 자전거 길은 아랫편 큰 도로 왼쪽으로 이어진다.
오후 12시31분, 용두암에 당도함으로써 제주 일주 라이딩을 마무리 짓는다.
오늘은 27.1km 달렸다. (사라봉 도보 거리 1.5km 포함)
4일간 라이딩 거리는 총 242.2km, 도보 트레킹 거리는 12.7km 으로 집계된다.
애썼다. 힘들어도 매년 하고 싶다. 늙어 꼬부라질 때까지 하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