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42분, 괘방령에서 산행개시
드센 바람에 숲의 나무는 몸살을 앓듯 몸부림치며 쇳소리를 지른다. 쐬~~~~~~~
완만하던 등로는 여시골산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점차 가파라진다.
오전 9시18분, 여시골산 정상에 당도한다.
이 산에 여우가 많이 살았었다고 한다.
여우굴도 보여주고 있는데.. 정말 살았었을까 싶다.
등로는 험하지 않은 육산이다.
오전 9시46분, 운주봉 장상에 당도한다.
그 즈음 황악산 정상(1,111m)이 모습을 보여준다.
거리는 2.4km 남았는데, 고도차는 400m 가량 된다. 만만찮은 경사인 듯 싶다.
오전 9시51분, 직지사 갈림길이 나온다.
아까 버스에서 뒷자리 모씨 일당이 C코스를 추진하던데..
아마도 여기서 하산하려는 것 같다. 산행을 거의 날로 먹는다.^^
오전 10시06분, 백운봉(770m)를 지나고..
오전 10시32분, 황악산이 610m 남았음을 알려주는 표지판을 지날 즈음
바람은 다시 더욱 드세게 불어온다. 북서 방향이 개방된 구간은 여지 없다.
나뭇가지와 각양 색색의 리본이 바람결에 내활개 춤을 춘다.
그 즈음에서 바라보는 조망..
김천 시내 너머 구미 방향으로 금오산이 관측된다.
북동쪽으로는 오늘 산행 들머리인 괘방령과 첫 봉우리인 여시골산이 내려다 보인다.
그 즈음 나타나는 회장님.. 오늘 온 종일 짝궁이다.
오전 10시47분, 황악산 정상 직전의 개활지를 지난다.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은 완연한 봄날이다.
오전 10시50분, 황악산 정상에 당도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
민주지산 자락이 좍 펼쳐졌다. 그 뒷편에 덕유산 향적봉도 어렴풋 존재를 드러낸다.
오전 11시11분, 형제봉 정상에 이른다.
별 볼품없는 자리같지만.. 여기도 또한 조망이 시원하다.
다시 바라보는 민주지산 능선..
그리고 남쪽으로 가야산이 조망된다.
그 언저리에 수도산, 단지봉 등등이 있을 것 같은데 흐릿해서 잘 감별이 안 된다.
오전 11시23분, 바람재 갈림길에 이른다.
저 너머 바람재는 이름부터 바람재인데
오늘 같은 날은 슁슁슁 무시무시한 바람이 넘나드리라..
오전 11시52분, A/B코스 갈림길에서 선두 일행을 만나 함께 점심식사를 한 뒤
신선봉을 향하여 Go Go..
오후 12시04분, 신선봉을 넘어 하산한다.
등로 초입은 나무데크를 설치하여 편안히 내려왔지만
이후 이어지는 무지막지한 급경사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또 조심하며 내려간다.
오후 12시28분, 망봉 갈림길에 당도한다.
앞서 간 몇몇 일생은 계속해서 망봉으로 전진하였지만
산행 안내지에 제시된 바 대로 왼쪽 갈림길로 하산한다.
내원계곡으로 향하는 하산 길..
낙엽이 수북히 쌓여서 등로가 헷깔리는 구간이 종종 나타나 조심스럽게 전진한다.
오후 12시49분, 등로를 벗어나니 평탄 길이 시작된다.
내원계곡은 물이 말랐다. 최근 가뭄이 심했음을 보여준다.
오후 1시12분, 직지사 경내에 들어선다.
직지사 대웅전은 보물 1576호다.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약사불과 아미타불을 모셨다.
고색창연한 건축물이 눈길을 끈다.
대웅전 앞의 두 삼층석탑도 보물이다.
이 것은 통일신라 말기의 석탑이라 하는데, 문경 도천사지에 쓰러져 있던 것을 1974년에 이곳에 옮겨왔다고 한다.
오후 1시33분, 직지사 산문을 벗어나며 편액에 쓰여진 글귀를 읊어본다.
覺城林泉高致.. "깨달음의 성(城)은 곧 절을 뜻하며 절에 와서 풍성한 불법의 진리를 깨우치라"라는 뜻이라 한다.
간단히 축약하면.. 산에 와야 깨달음이 생긴다는 뜻이리라.
황악산문을 벗어난 뒤..
오후 1시42분, 주차장으로 향하는 식당가를 지난다.
아마도 아침에 C코스를 모의 했던 분들은 이미 하산하여 이 주변에서 술타령을 부르고 있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어느 식당에 모여 있는 C코스 일당을 검거한 뒤.. 못 이기는 척 동석하여 한 잔 꺾는다.^^
산행거리는 13.8km, 5시간04분 소요되었다.
슁슁 바람 이겨내며 깨달음을 얻었지만, 술 한잔 얻어먹고 다 잊어버렸다. 그런 산행이었다.^^